좋은 책을 보거나 좋은 영화, 글귀를 보면 가끔은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다. 긴가민가 하다가 희미해지고 결국엔 잊히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모든 것을 기억해 그 어떤 상황에서 딱하니 떠올라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 이번에 읽은 ‘인생 수업’은 내가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잊고 싶지 않은 책들 중 하나이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한 행동들이 용납이 될까 싶다.

학창시절 첫사랑을 막 했을 무렵이 생각이 난다. 그 무렵 나는 말 그대로 뜨거운 사랑을 했고 바닷물에 용암이 닿아 차갑게 식어 구멍이 뚫리듯 시련을 겪었다. 당시 생각했다. 어떻게 어른들은 이런 대단한 일을 겪고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실로 어른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먹고 하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구나라고 어린 마음에 짐작을 했다.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학창시절의 내가 조금은 ‘인생 수업’에서 말하는 방법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죽음을 먼 미래로 보지 않고 늘 내 옆에 두며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래서 망설여지고 저래서 다음에 하는 식이다. 무엇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지 이번을 계기로 생각을 해봐야겠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잊고 싶지 않은 수많은 문구가 있었지만 그중 지금 가장 나에게 필요한 질문은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이었다. 다행히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 대답할 것 같았지만 무엇인가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그 찜찜한 부분은 이미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오랜 고민 중 하나가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할 것 만 같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말 그대로 ‘열심히’도 ‘즐겁게’도 말이다. 그 이유는 좋은 결과물에 대한 압박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기대하는 결과물과 실제로 내가 했을 때 그 결과물의 차이를 볼 용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결과물을 비교할 수 없도록 아예 만들지도 않고 만들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아)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새해가 되기 전 STEW 모임에서 다짐했던 것들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 다짐을 하고 1월이 지나가고 있다. 2020년도의 1/12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새해에 읽게 되어 참 다행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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