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라 그런지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한 남자가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 약 1년 간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너무나도 흔하고, 어떻게 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단순한 “공감” 때문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사랑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평생 되풀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비이성적이면서도 인간에게 상당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언제나 탐구의 대상이 된다.

운명적 만남

클로이와의 첫만남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이는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는 첫 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그리고 친구의 연애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어떻게 만났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가장 흥미로운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남자는 클로이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늘어놓으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필사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더해, 그녀를 만날 확률을 수식을 동원해 계산까지 하며 “운명적 만남”에 대한 집착도 보인다. 사실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지, 원래부터 사랑할 사람이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말은 선후관계가 뒤바뀌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이성적 판단에 공감이 되었던 이유는 나 역시 평범한 만남에 “운명”이라는 틀을 씌워 특별함을 강조하고자 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감이 주는 사랑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첫만남과 같은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책에 이런 부분이 있다. 남자와 클로이는 그들의 사회적 위치, 그리고 위선을 벗어던지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며, 그들만의 무엇인가를 공유하며 즐거워한다. 이는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된 이후의 안정적인 연애에서 비롯된 사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내밀한 모습, 거짓이 가미되지 않은 날 것의 생각을 안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것은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가 클로이의 고향을 방문하면서, 지금까지 알던 그녀와의 대립에 당황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었다. 상대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나와의 관계 이전에, 그리고 이후에도 유지될 다른 관계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한 사실이다.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결정적인 계기는 클로이의 바람이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의 관계는 이미 끝이 보이고 있었다. 사랑의 고갈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헤어짐 이후, 그가 보인 최초의 반응은 자기혐오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자기 방어적 태도로 상대방을 증오하고, 나중에는 처음부터 그녀가 그렇게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모두 그가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으로 잊는다는 것은 상대와 관련된 것을 생각하거나 체험하더라도, 무감각해지는 순간일 것이다.

특별한 사랑의 의미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남과 짧은 시간동안 가족보다도 더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 그러나 그 관계는 아주 쉽게 깨질 수 있다. 남자가 클로이와 있던 중에 과거의 여자친구를 모르는 척 지나치는 것과 같이, 오히려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은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마치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연애”라는 것은 평범하고 흔하게 전개될지라도, “사랑”이라는 것은 전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누구보다도 평범한 서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랑은 그 대상에 따라서도 성격이 다르고,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매일 상대방을 사랑하는 정도에 다른 점수를 매기는 것처럼 말이다.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부분도,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부분도 모두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과거에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 있는데, 화자의 철학적인 사색과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줄 평 ★★★★☆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본 특별한 사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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