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소감.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을, 그것도 남자가 그렇게 섬세한 사랑할 수 있는 것에 놀랐다. 왜 나는 사랑을 하면 여자만 상처받을 거란 이상한 피해망상에 사로 잡혀 있었던 걸까? 사랑하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사랑했는데 결국 남자는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버렸다’ 라는 클리셰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아마 한국식의 섹스에 관한 잘못된 교육을 받은 탓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주입식 교육을 계속 받다 보면, 사랑은 섹스가 전부가 아닌데, 다른 모든 요소를 제외하고 그 문제에만 사로잡혀버리는 잘못된 두려움이 심어지는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모든 남자들이 알랭 드 보통 같은 사랑을 하진 않을 터이지만, 꽤나 가슴 저린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란 것을 알게 되어서 한 편으로 기분이 좋았다.

사랑에 대한 나름의 고찰

클로이는 이별을 말하며, 너는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이별을 말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펑펑 운다. 클로이처럼, 이별을 고할 자격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랑을 주는 상대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을까? 사랑은 같이 하면서도 혼자 하는 것 같다. 사랑에 빠졌을 땐,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 같지만, 사랑이 식은 후엔, 자신을 위해 결국 이별을 고하지 않는가.

서로 그렇게 사랑했는데, 결국 이별하는 둘을 보며, 클로이가 경험한 작가와의 사랑은 어땠을 지가 궁금해졌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정말 헤어질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클로이와 똑같은 방에서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 소감은 달랐다는 말을 한다. 사랑 또한 같지 않을까? 서로 같이 사랑을 했지만, 경험은 둘 다 달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더더욱 혼자만의 경험이란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잔인하다. 영문도 모르고 이별 통보를 받는 상대방에게도 그럴 터이지만, 이별 통보를 하는 사람 또한 죄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벌을 주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이처럼 상대방이 아플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길을 택하기 때문에 이기적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보면 작가는 엄청 절절한 사랑을 했지만, 그 시간은 1년 남짓이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몸과 마음을 다 바치기엔 너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가? 사랑으로서 받을 수 있는 아픔을 최대한 감수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대상을 만났더라도 지속하기가 힘든데, 요즘에는 너무 쉽게 사랑을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애매한 마음으로 시작한 관계는 얼마나 위태로울까?

다시 얘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만, 누군가를 사귀게 될 때 그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확신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는 걸까?

며칠 전 친한 언니와 카톡을 하다가 언니가 소개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느낌이라며 좋아하길래 응원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서로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연애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목적이 분명한 만남인데, 사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에 들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의 명확한 기준이 있고 잘 숙지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관계를 시작하고 끝맺음에 있어 아픔과 실수흫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마무리와 기억에 남았던 점

연애 소설은 재밌기 마련인데, 전혀 재밌음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작가 또한 책에서 말하고 있다.

“나는 클로이를 향한 내 뜨거움을 친구들과 공유해 보려고 했지만, 그들은 메시아적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을 마주한 무신론자들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우리가 주인공의 시점으로 읽는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남의 사랑 이야기다. 알지도 못한 누군가의 행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뒤섞인 찬양을 어떻게 하품 없이 읽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꼬아서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의 멋이라 생각한 내 허영심 때문인 것 같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아메바 얘기였다. 저자는 클로이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지만, 항상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그녀의 인격에 대해 아메바 같다는 말을 한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자아는 아메바에(자기 규정적인 형태가 없다) 비유할 수 있다.

사랑은 어떤 느낌일까? 사랑에 관한 예술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예술 작품들 또한 항상 상상 가능한 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메바라는 예측 불가의 형태로 자신이 사랑을 할 때의 느낌을 구불구불하게 표현한 것은 매우 창의적이었다.

작가가 한 사랑의 방식이 정석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게 뭘까? 라는 의문에 제대로 된 답을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한 줄 평: 읽으면 도움되는 남의 사랑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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