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게 된 동기 ]


STEW 2019년 1월 도서

[ 한줄평 ]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나는 얼마나 보고 사는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

 

[ 서평 ]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제목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눈먼 자 라니.. 그러고는 시간이 흘러 어쩌다 티비에서 방영되는 이 영화를 보았는데,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새하얀 방 안에서 눈이 보이지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참혹한지 결말이 어찌되었든 나는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게 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다른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번째, 문장부호가 없다.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문체였다. 문장부호가 없다보니, 대화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있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담담하지만 강단있게 흘러갔다.

  두번째, 등장인물의 이름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간에 몇번 이름을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목소리가 바로 나다 라는 말로 대체하였다. 모두에게 ‘백색 질병’이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외국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는 나로써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름’=‘나’ 라는 묻고따지지도 않는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나는 이 표현은 이름도 껍데기인 뿐 이라는 생각이 깃들여 있던 것인가.

  아 그나저나, 정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버리면 어떻게 할까? 책에서는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모습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여 긍정적으로 측면으로 접근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다가와버렸다. 아! 만일 모두가 서로를 위하고 배려심 넘친다면 그들만의 체계 하에서 오손도손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경쟁은 사라지고 탈문명화가 시작되며 자급자족의 문화가 형성될 것 같은데.. 하지만 존엄성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생사가 아닌 서로를 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백색 실명’으로 모두가 눈이 멀어 정말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었지만, 우리네 세상에서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경우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며 사는가?

 

[ 인상 깊은 문구 ]


  •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80p
  • 우리는 눈이 머는 순간 이미 눈이 멀어 있었소, 두려움 때문에 눈이 먼 거지,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계속 눈이 멀어 있을 것이고. 지금 말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의사가 물었다. 눈먼 사람이오, 어떤 목소리가 대답하더니 덧붙였다, 그냥 눈먼 사람, 여기에는 그런 사람밖에 없으니까. 185p
  • 눈이 빛을 잃으면 우리를 인도하는 염치라는 마음도 잃는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233p
  • 누구든 항복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자를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소. 왜요, 원을 그리고 앉은 사람들이 물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지옥에서, 우리 스스로 지옥 가운데도 가장 지독한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이곳에서, 수치심이라는 것이 지금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하이에나의 굴로 찾아가 그를 죽일 용기를 가졌던 사람 덕분이기 때문이오. 275p
  • 그녀는 아주 작은 글씨들을 훑어보았다. 위로 아래로 춤을 추는 문장들, 종이 위에 기록된 말들, 실명 상태에서 기록된 말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오, 작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그가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들이었다. 의사의 아내는 작가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작가는 두 손을 잡더니 천천히 자기 입술 위로 들어올렸다. 이윽고 작가가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414p
  •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 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어쩌면 진짜 그런 건지도 몰라요, 어쩌면 삶은 진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건지도 몰라요, 삶은 우리에게 지능을 준 뒤에 자신을 우리 손에 맡겨버렸어요, 그런데 지금 이것이 우리가 그 삶으로 이루어놓은 것이에요. 418p
  • 당신은 여전히 볼 수 있잖아. 점점 안 보이고 있어요, 설사 내가 시력을 잃지 않는다 해도, 나를 봐줄 사람들이 없을 테니까, 나도 점점 눈이 멀어갈 거에요. 4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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