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게 된 동기 ]


글쓰기를 돕는 도구에 관심이 많다. 워크플로위가 많이 언급되기에 읽었다.

[ 한줄평 ]


기록만 하고 들춰보지 않았던, 내 기록은 반쪽이었구나

[ 서평 ]


개발자로 일할 때도 그랬지만, 기자가 된 뒤엔 더욱 협업도구에 관심이 갔다. 내가 속한 팀은 주로 원격근무를 하고, 팀 내 업무는 물론 외부 필진과 협업하는게 주 업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협업도구는 내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내가 현재 업무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지메일, 구글 독스, 트렐로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있다. 카카오톡은 개인용도로만 사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작년에 노션(Notion)을 접했다. 노션은 매우 직관적인 사용법으로 꽤 괜찮은 디자인을 구현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도 결과물에 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물론 노션도 공부를 해야 한다) 노션의 가능성에 흥미가 생겼고, 몇몇 헤비유저를 모셔 ‘협업 도구 세미나’도 2회 열었다.

▴제2회 협업 도구 세미나.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하지만 노션도 한계는 있었다. 한글을 완벽히 지원하지 않고, 무겁다. 데스크톱 앱도 웹앱으로 지원해 속도 이슈를 피할 수 없다. 개발된지 얼마 안 된 서비스라는 점도 불안했다. 유료 결제를 얼마 지나지 않아(블록 1000개 무료) 해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유료 결제 자체가 걸림돌이라기 보다는 무료 사용량의 한계가 너무 작았다.

그럼에도 노션을 비롯한 협업도구에는 계속 관심을 뒀다. 업무 환경 및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나로서는 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칼럼을 하나 쓰게 됐다.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을 풀어가기엔 주력 글쓰기 도구로 사용하는 구글 독스가 편치 않았다. 글을 조금만 쓰면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점이 가장 불편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검색하던 중 반복해서 나오는 도구가 있었다. ‘워크플로위’였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노션과 함께 워크플로위를 사용하는 사람을 종종 본 것 같았다. 헤비유저 중 ‘서용마’님이 2019년 1월에 출판한 책이 있었다. 전자책 8100원. 햄버거세트 값인 8천원으로 워크플로위를 만났다.

워크플로위를 만나다


워크플로위는 정말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는 도구다. 트리형 구조로 글을 쓰는 방식인데, 순서를 드래그앤드롭으로 간단히 바꿀 수 있어 글 구조를 잡기에 좋다. 특히, 단락을 접을 수 있어 대주제, 소주제 등 구조별로 글을 파악할 수 있다. 구글 독스에서 가장 불편했던 기능이다.

긴 호흡의 글을 쓰지 않는다면, 기존 도구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페이스북이나 짧은 에세이를 워드프레스에 쓸 때는 느끼지 못했다. 사실 쓰고 한 두번 더 읽지 않고 그냥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이 경우엔 불편함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일로 글을 제출할 때는 수차례 읽어보며 더 나은 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적인 글과 프로로서의 글은 전혀 느낌이 다르다.

그렇게 칼럼을 하나 적으며 워크플로위를 사용해봤다. 결과는 만족. 내가 칼럼을 쓰며 모은 링크만 20개가 넘는다. 이 링크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도 일인데, 글을 쓰면서 소주제 순서가 바뀌는 등 작업에서 워크플로위가 유용했다. 간단히 드래그앤드랍으로 순서를 옮길 수 있다.

칼럼을 작성하고, 워크플로위에 더 관심이 생겼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까? 사실 워크플로위 사용법 자체를 거의 알아보지 않고도 유용히 사용할 만큼 기능이 매우 직관적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기능 자체가 많지 않달까? 정말 필요한 기능만 기획하는 것도 능력이다.

워크플로위 사용법 검생 중 서용마 작가의 “모든 기록은 워크플로위(Workflowy)에서 시작된다” 이북을 발견했다. 업무를 마친 저녁, 2시간여 서용마 작가의 책을 읽었다.

책 2/3가 워크플로위 설명서였다. 나는 협업도구를 많이 사용해봤기 때문에 빠르게 훑고 넘길 수 있었다. 링크를 통한 공유 등 몇몇 기능을 제외하고는 다른 서비스에서 대부분 제공하는 기능이다.

기능을 확인하는 정도로 훑고 넘어갔고, 후반부에 서용마 작가가 워크플로위를 사용하는 방법이 나왔다.

에버노트 노트 2000개, 쓰면 뭐하나?


내 에버노트에는 노트가 약 2천개 있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사색’ 노트부터 각종 아이디어, 회의록, 콘퍼런스 후기 등 2011년부터 꽤 많은 자료를 모았다. 나름 글을 많이 쓰고 정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서 작가의 글을 보면서 내 글 저장 방법에 아쉬움이 생겼다.

다른 글과 서 작가 글이 다른 것은 나와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평이다. 2009년부터 작성한 서평은 오세용닷컴 워드프레스에만 161개가 있다. 이 서평은 타인에게 보이는 용도다. 나를 되돌아보기 위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 작가 책을 보니,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한 서평은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괜찮았던 책들은 독서노트로 정리합니다. 올해 26번째로 완독했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의 독서노트입니다. 독서노트는 책의 목차처럼 각 챕터 별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제목 앞에는 올해 읽었던 권수를 뜻하는 넘버링을 붙이고, 완독 날짜를 메모에 적어 놓습니다.

그동안 작성한 책을 한 눈에 볼 방법이 없다. 작년 협업도구세미나 발표자가 간단히 읽은 책을 노션에 기록해둔 것을 보고도 놀랐는데, 160개에 달하는 서평 제목을 수작업으로 다 옮기려니 무척 피곤하더라. 헌데 서 작가는 단순 제목과 별점 기록을 넘어 서평도 기록했더라. 한 눈에 텍스트를 다 읽어볼 수 있다면, 내 워드프레스보다 그리고 노션에 저장한 것 보다 워크플로위에 저장하는 것이 훨씬 나아보였다.

기록이 기록에서 끝나면,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왜 적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영화를 많이 본다 한들 그냥 적어 놓기만 하면 그건 ‘올해 본 영화 리스트’에 불과합니다. 기록한 내용은 곧 나만의 데이터입니다. WorkFlowy 강점 중 하나인 태그를 통해 기록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면 그건 내 취향이 됩니다.

또한, 내 사색노트에도 아쉬움이 생겼다. 종종 휴가때 사색노트를 펼쳐보는데, 서 작가는 틈틈히 펼쳐보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냈다. 태그 등을 활용한 방법이다. 사실, 내 사색노트에 당시 감정을 태그로 적어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서 작가는 이를 이미 하고 있다는 것에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부러웠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찾아보기 편하게 돼 있지 않다. 2천개 데이터가 있으면 뭐하나? 뭐가 있는지도, 찾아보지도 않는 것을.

생산성 도구, 실행을 돕는 신형 엔진


나는 욕심이 너무도 많아 시간에 쫓긴다. 본업에서도 늘 새로운 일을 찾아 적용하고 싶어하며, 8년째 운영 중인 커뮤니티 STEW에도 늘 아이디어를 적용시키고 싶다. 본업 외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싶은 욕구도 크다. 최근 영상 채널이 더욱 주목받으며 여기도 에너지를 쏟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역시 늘 시간이 문제다. 에너지가 마구 솓구칠 때는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적용시키지만, 주기적으로 만나는 벽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때문에 종종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방 안에서 1년을 보내도 현실에선 하루밖에 지나지 않는다)’에 들어가고 싶다. 넉넉히 시간을 받아 남들보다 나아지고 싶은 욕구는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정령’을 얻고 싶기도 하다. 내 눈에만 보이는 정령이 내 생각을 읽고 잘 기록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워크플로위를 기점으로 다시 노션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동안 더 나은 STEW 홈페이지를 위해 스트레스만 받았는데, 노션을 활용해 3명이 3시간동안 뚝딱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커뮤니티 STEW 홈페이지다.

STEW 노션 홈페이지

노션은 IT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앱이다. 활용도가 다양한데, 간단한 웹 페이지를 만드는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겠다.

아는 것이 힘인 분야다. 생산성 도구는 잘 활용하면 일당백 역할을 하는 데 탁월한 도구가 된다. 나처럼 욕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필수로 익혀야 할 기술이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도구에서 참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글은 워크플로위에서 썼다.

▲리드문은 열고, 하단 소주제 3개는 접었다. / 오세용 워크플로위

아마, 이 글을 읽고 워크플로위가 궁금해진 독자도 있을 것이다. 워크플로위를 그냥 가입하면 블록을 월 250개만 만들 수 있다. 이후엔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추천 링크를 통하면 월 500개 블록을 만들 수 있다. 추천인, 추천자 모두에게 월 250개가 추가된다.

내 워크플로위 추천 링크를 첨부하며 이 글을 마친다. https://workflowy.com/invite/460ade34.lnk

[ 인상 깊은 문구 ]


  • 기록의 질을 중시하던 때가 있었다. 별 볼일 없는 기록은 쓸모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쓸모’는 한참 후에 판단할 일이었다. 항상 ‘쓸모’를 먼저 생각하고 시작한 일은 되돌아보면 중간에 ‘쓸모’가 사라져 끝을 보지 못했다. 그때는 옳았던 판단이 지금은 옳지 않은 판단이 된 것이다. 쓸모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만이 그 쓸모를 맛볼 수 있다.
  • 2018년 항목의 메모 부분을 태그 리스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 검색창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자주 찾는 키워드를 태그로 설정하면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즉시 검색이 가능합니다. 항목이 페이지 제목이 되면 메모의 모든 부분이 펼쳐지므로 태그 리스트를 확인하기도, 태그를 활용하기도 용이합니다.
  • WorkFlowy에서 자주 사용하는 페이지의 내부 링크를 위와 같이 걸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브라우저를 키면 에버노트 노트로 구성된 홈 화면이 나타나고, 내부 링크를 걸어 놓은 독서 목록을 클릭하면 바로 이동됩니다.
  • 데일리 노트에는 오늘 느낀 생각을 적어 놓습니다. 생각은 평소에 자주 가지 않았던 장소에서 불현듯 나타납니다. 이 날은 명동에서, 스타벅스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말이죠.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나중에 읽어보고 글이 되겠다 싶으면 글감 항목으로 옮겨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합니다. 장작이 있으면 필요할 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 WorkFlowy에서 매일 기록하면서 올해 기억하고 싶은 사건이나 일 뒤에 #thinkback (한 해 되돌아보기) 태그를 붙입니다. 모든 기록을 훑어보지 않아도,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한 눈에 올해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 괜찮았던 책들은 독서노트로 정리합니다. 올해 26번째로 완독했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의 독서노트입니다. 독서노트는 책의 목차처럼 각 챕터 별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 책을 읽고 나면 제목 앞에는 올해 읽었던 권수를 뜻하는 넘버링을 붙이고, 완독 날짜를 메모에 적어 놓습니다.
  • 기록이 기록에서 끝나면,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왜 적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영화를 많이 본다 한들 그냥 적어 놓기만 하면 그건 ‘올해 본 영화 리스트’에 불과합니다. 기록한 내용은 곧 나만의 데이터입니다. WorkFlowy 강점 중 하나인 태그를 통해 기록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면 그건 내 취향이 됩니다.
  • 여행 중 음식점에서 주문하거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거나 가게에서 줄 서서 기다릴 때 잠깐의 틈이 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뉴스를 보거나, 카톡하기 바쁘죠. 책 <혼자 여행하는 이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럴 때 잠깐 시간, 장소, 금액, 느낀 점 등 여행 기록을 짧게 남겨보면 어떨까요.
  •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부분 실천 단계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됩니다. 좋은 컨텐츠가 나오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생각하고, 많이 듣고, 많이 보아야 합니다. 1년에 40번 이상의 모임을 가지다 보니 모든 컨텐츠를 혼자 생각해내기는 어렵습니다. 평소에 문득 드는 생각뿐만 아니라 모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괜찮아보이는 아이디어도 틈틈이 채집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듣고, 본 것들은 한 곳에 차곡차곡 쌓습니다. 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그 주제에 관한 글감통을 만들어놓고 틈틈이 생각을 던져놓습니다. 빨래통은 생각보다 금세 채워집니다. 가득 차면 그때 세탁하면 됩니다. 글감도 동일합니다. ‘글감통’이 있으면 신기하게도 비슷한 생각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곳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모은 글감은 하나의 글로 완성됩니다.
  • 글감은 ‘쓸모의 유무’보다 일단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끊임없이 글을 쓰는 사람은 평소에 드는 생각들을 쉽게 놓치지 않는 사람입니다.
  •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즉시 적어놓습니다. 적을 때 이왕이면 제대로 정리해서 적고자 하는 마음도 좋지만 정리는 여유 있을 때 노트북에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여유 있을 때 적으려고 하면 늦습니다.
  • 좋아하는 것들은 쉽게 눈에 띄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발견되기도 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가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다. 싫다. 불편하다. 라는 감정이 우리를 찾아올 때 앱을 켜고 바로 기록해보세요. 기록이 쌓이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불편한지 드러납니다.
  • 내 앞에 자주 나타나는 책이나 작가처럼 친구, 회사동료, 모임 사람 등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비슷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접점이 없는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 말에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스스로 꼼꼼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많은 사람이 나를 꼼꼼하다고 평가하면 보편적으로 꼼꼼한 축에 속하는 것입니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엇갈릴 때는 주로 내가 나를 바라볼 때 기준이 높았습니다. 스스로 강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높은 기준 밑에 강점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함께 평소에 받는 성격, 성향, 유형 검사 등 강점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한데 모아보세요. 데이터가 쌓이면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내가 언제 무너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필자가 일기를 쓴 날짜를 보면 하루 쓰다 끊긴 날도 많고, 4일 연속으로 쓴 날도 있습니다. 대부분 작심삼일에 수렴합니다. 그런데 3일하고 끊기는 습관이 아닌 지속되는 작심삼일입니다. 매일 쓰지는 못해도 계속 쓰고 있는 셈이죠.

Author

STEW 오팀장입니다.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이기도 합니다. 말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