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STEW 독서모임의 두 번째 지정도서.
지정도서가 아니었어도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것 같다.
[한줄평]
각각의 사례에 대한 분석들은 주옥같음. 하지만 모든 예시를 ‘콘텐츠의 함정에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 무리하게 엮으려고 하는 것 같음.
[서평]
거품의 꺼짐과 근본으로의 귀환
많은 기업들의 사례들과 현상들에 대한 설명과 분석들이 주옥같고, 통찰력이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럼에도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으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서평으로 정리해보았다.
우선 저자의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광고, 제품, 영상, 책, 기사 등 성격이 다른 것을 포함할 정도로 너무 광범위하다. 어떤 분야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 연결 효과가 콘텐츠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나 본 서평에서 집중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미디어 분야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이 책이 출판된 2016년에는 저자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9년 지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https://www.nytimes.com/2019/02/01/business/media/buzzfeed-digital-media-wrong.html
Digital Media: What Went Wrong
2019년 2월 1일 작성 (Edmund Lee)
이 기사에서는 미디어 업계에 새롭게 떠오른, 기존의 업계를 위협하고 대체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버즈피드와 정통적인 미디어 기업인 뉴욕타임즈를 비교하고 있다. (물론 기사 자체가 뉴욕타임즈 기사여서 완벽하게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2006년 설립된 버즈피드는 콘텐츠 유통비용을 0에 가깝게 낮추고, 소셜 미디어 친구를 통해 기사를 전파시키고, 노출시키는 방식을 통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8년 만에 8억 5000만 달러의 시장 가치 (워싱턴 포스트의 3배)를 평가받았다. 버즈피드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기업으로 양질의 무료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것을 독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하는 이 책에서 설명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서 적용한 기업이었다. (이 책의 영문판 출판 시기가 2016년이었으니 이 책의 작성된 2015년-2016년에는 여전히 버즈피드가 빛나는 기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 말에 직원의 15 %를 해고할 만큼 위기에 처해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거품이 꺼진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페이월을 잘 정착시켜 디지털 사업만으로 버즈피드의 가치를 뛰어넘는 수입을 거두었다.
거품의 형성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버즈피드가 성장하던 시기는 사람들의 SNS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였다. 당시 허핑턴 포스트를 비롯하여 버즈피드는 양질의 무료 기사를 바탕으로 수 많은 뷰 수를 얻을 수 있었다. 값싸게 작성한 콘텐츠 (기사)를 비용 없이 배급할 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퍼져서 막대한 광고비를 챙길 수 있었다. 따라서, 기존 미디어 기업의 비용이 많이 드는 편집실을 폐쇄해야하고 거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가득한 시기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값싼 정보만이 있었으며, 어떠한 통찰이나 분석도 없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수 십초에서 수 분 시간을 떼우기 위해 읽었던 것들이다. 대부분은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시 읽지도 않는다. 이렇게 사람들의 접근은 휘발성있는 클릭이 되어갔다.
거품의 붕괴와 근본으로의 귀환
사람들이 광고로 가득한 페이스북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버즈피드의 기사에 대한 클릭이 줄어들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사의 질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 많은 잡음의 바다에서 사람들이 가치있는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그런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직접 그런 사이트들을 찾아갈 뿐만 아니라 돈을 들고 찾아가기 시작한다. 양질의 정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빠르고 자극적인 뉴스 보다는 슬로우 뉴스와 같은 긴 호흡의 통찰이 담기 것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버즈피드가 유통 채널을 페이스북에 너무 의존했다는 전략적인 오판이 지금 부진의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10년전에 고객들이 돈을 들고 직접 방문하게 만든 뉴욕타임즈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결과이다.
이러한 본질로의 귀환은 다른 콘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고, 그래서 다른 분야의 기업들은 자신의 관심과 인기가 거품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퍼블리코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구독을 시작했다. 물론 뉴욕타임즈와 같은 깊이가 떨어지지만 어떤 곳에서도 접할 수 없는 컨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이 퍼블리코에 대한 후기는 4월 서평에 올리도록 하겠다.
[인상 깊은 문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소모적이다. 게다가 예측이 맞은 적도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