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된 동기
꽤 오래전 중앙일보에서 인턴기자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란 칼럼이 엄청난 Page View를 올리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다. 부장직함을 달고 있는 문유석 판사가, 전국의 부장들에게 시원시원하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칼럼이다. ‘저녁회식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먹고 술 먹을 돈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 하지마라. 자아는 스스로 탐구해라’ 와 같은 명문에 꼰대포비아가 있는 사람중 하나로서 문유석 판사의 글을 즐겨 읽기 시작한 적이 있다. 판사유감은 그렇게 찾아 읽게된 문유석 판사의 책이다.
한줄평
우리의 삶의 깊이가 남을 판단할 수 있을만큼 깊은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서평
나의 경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오고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인턴과 각종 시험을 치며 취업을 준비했고, 그 어렵다는 취업 경쟁 속에 여러번 좌절을 거쳐 끝내는 직장에 취업할 수있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월요일 회사가기 싫어요’ ‘회식 싫어요’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일에 또는 사람에 스트레스 받으며 그래도 꾸역꾸역 성장하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의 경우도 나와같은 성장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이런저런 장애물을 넘고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는 그런….이 책에는 작가가 법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작가를 통해 듣는 이들의 인생은 마치 드라마 같다. 에피소드가 끝날만 하면 또 사건이 터지고, 다음화에서 싸움은 계속되고…드라마와 다른 것이라면 기 – 승 – 전 만 전개되고 ‘결’이 안나는 거랄까.
솔직하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좌절은 꼭 들어가고 싶었던 기업의 임원면접에서 아쉽게(?) 탈락한 것이랄까? 열심히 준비했던 내게는 큰 좌절이었지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 좌절은 꼬꼬마 좌절에 가깝다. 책에는 보통 이런 사람이 나온다.
- 유일한 혈육은 언니뿐인 동생, 동생은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언니를 도와주고 도와주다가 파산하게된다
-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아이. 어린아이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감옥에 가면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못 나오는건가요?’라는것. 이 어린아이 머리속에서 이런 무거운 질문이 자리잡은 이유는 부모의 이야기이기 때문
- 20대 젊은 나이에 외국에 시집을 온 베트남 며느리. 무뚝뚝한 남편, 무서운 시어머니에 힘들어 하다 결국 시어머니가 먹는 밥에 쥐약을 넣는다.
몇 줄의 글로 다 담기지 않는 그들의 인생을 보고 있자면 먹먹함이 밀려오다 못해 내가 얼마나 거만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회사에서 꼰대 선배의 한 마디에 투덜투덜하는 나의 모습들, 나에게만 떠넘겨지는것 같은 일들에 스트레스 받았던 날들. 내가 얼마나 조그맣고, 속좁은 사람이었는지를 알게된다. 세상에는 의지가 있어도 가난한 현실에 발 묶이는 이들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불운이 따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영어 표현 중 “Don’t judge me”라는 말이 있다. 말그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게이여서 남자를 사랑하든, 명문대에 입학한 아이가 중도에 공부를 포기하든, 뭘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깊은 고민의 결과이다. 남들이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신문기사에서 심심치 않게 보던 몇줄의 사건사고 기사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피해자인 그들이, 또는 가해자인 그들은 드러나지 못하는 더 많은 아픔과 고통을 짊어지며 살고 있을 수 있다. Don’t judge them easily. 우리의 삶의 깊이가 남을 판단할 수 있을만큼 깊은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