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과 조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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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혁
읽게 된 동기
저번 달 ‘Ask more’를 읽고 나서, 다음 달 자유도서는 이 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sk more는 한마디로 상대방으로부터 +α의 답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법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이다. 다양한 상황별로, 질문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있었지만, 가지치기 질문으로 핵심 답을 얻는다는 것이나,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유도 질문을 하는 것은, 상대방을 목표로 하는 바로 가도록 유혹하고 조종하는 기술 중 하나로 보였기 때문에, 저번 달 토론 내내 이 책이 생각났다.
제목만 본다면, 다소 선정적으로 보이겠지만, 저자가 얘기하고 있는 유혹과 조종의 기술은 전혀 ‘sexualism’에 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음과 같다.
-새 신발이 필요할 때면 나는 절대 떼를 쓰지 않았다. 엄마보단 나를 더 귀여워 해주는 아빠 손을 잡고 내 신발 앞으로 가서는 신발이 어느 부분이 헤졌고 이런 신발을 신고 다닐 경우,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결과 5분도 안 가서 나는 아빠와 새 신발을 사러 매장에 갈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는 항상 간식으로 과일을 준비해 두셨는데, 나는 내 간식이 과일인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간식으로 과자를 먹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나의 밝은 인사성과 귀여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던 동네는 어르신들이 매우 많았다. 골목에 앉아계신 어르신들께 항상 밝게 인사를 하고 다니자, 나는 동네 최고 인기쟁이가 되었는데, 인사 한 번씩 하면서 골목 한 바퀴만 돌아도 한 아름의 과자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을 보고 안 것이지만, 이러한 방법들도 저자가 말한 유혹과 조종의 기술 중 하나였다.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목표를 성취했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내 설득의 방식을 더 레벨업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5번 정독한 책이자,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 됐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서평
책의 가장 첫머리엔 ‘보이즈 클럽’이라는 용어 설명이 있다. 보이즈 클럽이란, 남자들의 가치관과 행동, 성적 유머가 난무하는 남자들의 세계를 의미한다.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29살 카피라이터를 시작한 저자가, 철옹성같은 보이즈 클럽의 유리천장을 뚫고, 미국 최대 광고회사 중 하나인(지금은 모르겠다..) 멕켄 에릭슨의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얻은 그녀만의 유혹과 조종의 기술들을 여러 경험담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유혹과 조종의 기술은 미모와 눈물로 유혹하고 조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특화된 능력인 공감 능력, 분위기 파악능력, 배려하고 인내하는 능력을 통해 상대방을 유혹하고 조종하라는 것이다. 물론 배려윤리가,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더 극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것처럼, 작가의 이러한 주장 또한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능력들은 보편적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날 뿐이지, 저러한 능력이 특화된 남성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처음에는, 어떻게 위와 같은 능력으로 상대방을 유혹하고 조종할 수 있으며, 다른 방법들도 있을 테지만, 굳이 상대방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내세운 것일까? 의문을 품었지만, 책에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와 있었다.
“나는 내 운명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날 도와줄 사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날 해칠 사람에게도 두루 베풀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또한, 내가 유혹하고 조종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그들의 직업선택 면에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테레사 수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더 사심 없이 행동한다면 사람들은 더 쉽게 내 편이 되어준다.”
“유혹없는 조종은 경멸과 분노만을 낳으며, 조종없는 유혹은 한동안 즐겁지만, 결국엔 걱정거리만 안겨준다. 나는 그것을 광고로부터 배웠다.”
“사람들은 절대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설득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라. 감정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는 보이지 않는 설득은 항상 논리보다 강력하다.”
즉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날 싫어하는 사람조차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능력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유혹과 조종의 기술이 무엇일까?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미묘한 부분이 많아서 책을 직접 읽어봐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그러한 유혹과 조종의 기술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바를 발췌해 보았다.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일수록 신중해져야 한다. 그리고 더욱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준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변화를 시도하라. 관계된 사람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최대한 보듬어주고 보호해주면서, 절대 내 말을 들어달라 강요하지 마라, 그저 조종하라”
(저자가 새 직장의 리더로 가서, 여러 명의 임원급 남성 직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시도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행동에 감동한 직원들은 든든한 그녀의 편이 되었다.)
“비즈니스계에서 ”절대 감정을 내보이지 마라“는 말은 잘못되었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거침없이 표현해도 좋다. ‘감정표현’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때를 알고 익힌다면 아주 특별한 무기가 될 것이다.”
-(버라이존의 광고 피치에서 눈물을 통한 진심으로 6800억원의 광고를 따냈을 때)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당당하게 성공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면, 먼저 안전한 테두리를 벗어나라. 남자들은 모험을 감수하는 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설사 그 모험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서로를 용서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근성을 가지고 대범한 결정과 과감한 실행으로 실패와 실수를 감수하며 나아가라. 근성 있는 자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성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영향력은 자신의 파워를 보여주는 힘이며,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가늠하는 척도다. 영향력은 직장생활에서 생기는 온갖 불쾌한 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준다. 사익추구가 아니라 현명하고 고결하게 사용되기만 한다면”
“여자들은 왜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아..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요..라는 말은 이제 머릿 속에서 지워버려라. 더욱 더 뻔뻔하게 칭찬을 받아들이고,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하라”
“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할 줄 아는 여자들의 능력은 매우 유용하면서도 결정적이며 성별의 차이이다.”
“용감하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용기는 남자들만이 가진 것일까? 가슴속에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되뇌어라. 용기와 베짱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경험과 훈련으로 갖출 수 있다. 남자들도 우리와 똑같다. 단지 두렵지 않은 척 한 것일뿐. 용감한척 하는 것도 훌륭한 무기다.”
책의 첫 장에 작가의 시어머니는 작가를 가리켜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 오지랖 넓은 사람의 의미는 남자들의 세계에 은근슬쩍 끼어든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미시간 대학을 졸업하고 35년간 의료직에 종사하신 분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사회경험이 무척 풍부한 분이었지만, 결국 여자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고,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중역회의실의 상석은 차지할 수 없다고 생각 하셨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보이즈 클럽이, 무한한 경쟁 속에 있기에, 여자로선 발 딛고 설 틈이 없이 첨예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여자이기에 더 유리하다는 저자의 주장과 경험담은 매우 논리적이고 희망적으로 생각되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리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들의 세상의 무질서함을 평정하기 위해 반드시 아빠 같은 엄마가 필요하다. 때론 강한 카리스마로 상황을 지배하고 때론 절대적인 이해심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추켜세워줄 엄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리하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기술만 배운다면 이 모든 것은 충분하다.
작가는 오랫동안 ”직장은 서로 챙겨주는 친절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공감과 활력, 감수성이 특징인 그런 문화는 마초적 경쟁심이 팽배한 환경보다 더 생산성이 높고 일하기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 실제로 사랑이 넘치는 직장 내 환경이 엄격한 분위기 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한 가장 훌륭한 사례가 있다, 바로 멕켄 에릭슨에서 진행한 ‘마스터카드의 광고’이다. 책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는데, 이는 경영학 수업시간에도 교수님께서 잘 만든 마케팅의 예시로 보여주신 사례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광고의 성공 요인을 기존의 남성적인 전통을 깨고 ‘협력’‘관대함’‘감정이입’이라는 세 가지 여성적 특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당시의 마스터 카드는 ‘미래화폐’라는 포지셔닝을 요구했으며, 마스터 카드의 소비자들은 조사결과 좀 더 의미가 있는 일을 위해서만 큰 돈을 지출하는 고객들이었다. 따라서 그 당시 저자의 팀 전략은 ‘중요한 물건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는데 priceless라는 제목의 광고 켐페인을 제작했다. 팀원 중 남자였던 조나단과 여자였던 조이스의 광고카피를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나단)
“당신이 여섯 살 때
난생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타면서 느꼈던
그 기쁨과 만족감
우리가 그 기억을 되돌려드릴 순 없지만,
두발 자전거를 사실 수 있게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에는 마스터카드가 있습니다.
(조이스)
표28달러
핫도그2개 팝콘2개 음료수2개 18달러
사인받은 야구공 45 달러..
그리고.. 열한 살ᄍᆞ리 아들 녀석과의 진정한 대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 모든 것에는 마스터 카드가 있습니다.
마스터 카드, 미래화폐
이 캠페인은 마케팅의 역사가 되었으며 110개의 시장에서 50개의 언어로 방송되는 유례없는 성공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항상 청유형을 쓰게 되는 상황이 있다. 나는 그게 특히 택시를 탈 때였는데, 내 말을 상대방이 전혀 존중해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번 남친과 같이 택시를 탔던 적이 있다. 그 때 기사님은 내 말은 들리지 않으신지 남친 말에만 대답해주셨는데, 그러한 분위기일수록 나는 더 위축됨을 느꼈다. 아직 학교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성적 외에, 이성과 대놓고 경쟁을 한 적도 없고, 그들이 작정하고 나를 배척한 경험도 없다. 하지만, 간혹가다 느낄 수 있는 이러한 남녀 차별을 사회에서 대놓고 받게되는 상황이 될 때 나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서평의 전체적인 부분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자이기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에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이 책은 나에게 꽤 유용했다.
책이 나온 시점은 2008년도 이기에 11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사회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와 언니들 또 친구들과 진로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비교적 집안일과 병행하기 쉬운, 공기업, 공무원 등의 직업들을 논하며, 그러한 직업 추천을 옛적 사고방식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조언으로 받아들이는 지금 상황에선, 이 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