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던 초반과 다 읽은 이후의 평이 많이 달라졌던 책이다. 독서 초기에 자기계발서이면서 베스트셀러였다는 책의 스펙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결국 성공이라는 결과를 두고 역으로 성공요건을 끼워 맞추는 데 그치고 말며,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성공이란 아주 지엽적이고 특정한 가치만을 추켜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그 책이 나에게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과만 두고 따지지도 않았고 특정한 모습만이 성공이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좋은 습관을 익혀 저마다 자리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세심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라며 강요하지도 않았다. 저자가 말하는 습관이란 반드시 어떤 경제적인 혹은 사회적인 요건, 자신의 커리어를 최상으로 높이기 위한 데 있지 않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때로 ‘휴대폰 덜 보기’같은 사소한 것이다. 이 같은 사소한 목표이더라도 달성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었다.
책의 전체적인 논리는 단순하다. ‘사소한 습관이 모여 결국 성과를 만든다.(그러니 지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따지고 보면 너무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이 단순한 논리를 심리학이나 과학의 이론을 토대로 타당성 있게 설명하고 있어 신뢰가 간다. 습관 형성을 위해 제시한 원리나 모델도 정확한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고 세밀하고 꼼꼼히 검토한 태가 난다. 저자는 책을 쓰기까지 열정적이고 전문성 있게 연구를 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서평을 쓰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요소, 방법, 습관 형성 모델 등을 낱낱이 소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요약한다고 해서 될 종류의 책이 아니고 글의 전후 맥락을 따지지 않는다면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냥 좀 다른 의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맺고자 한다. 다른 의미라고 조건을 붙였지만 책의 핵심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한 가지 정체성을 지나치게 붙잡고 있으면 결국은 부러진다.”는 메시를 전한다. 가령 ‘난 대단한 군인이야’라고 하기보다 ‘나는 단련되고 믿을만하고 팀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라는 것이다. 어떤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것은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는 다른 책의 메시지와 다르다. 진정성이 느껴졌고 필요한 태도라는 판단이 들었다.
열정을 다하고 끝없는 노력을 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세우고 그들이 했던 뼈를 깎는 노력을 나열하는 글을 읽다보면 ‘삶’이 지워진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나는 결국은 인간으로서의 삶이 이어져야 하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저자는 어떤 목표 그 자체보다 자신을 잃지 않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 가지 정체성을 붙들고 있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의 소제목은 ‘다른 삶에도 길은 있다’이다. 읽기에 따라 패배한 자의 변명 같을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자세가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모습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끝없이 변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연한 정체성 형성을 위해서는 끝없이 자기인식을 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이는 내가 평소 중히 여기고 관심을 갖고 있는 ‘성찰적 태도’와도 연관이 있었다.
평소 책을 구입해서 읽지는 않는 편이다. 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학습을 위한 도서가 아닌 이상 여러 번 들춰볼 일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구입해서 찬찬히 읽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빠지지 않고 하고는 있지만 방향성을 잃은 내게 필요한 책이다.
[ 한줄평 및 별점 ] ★★★★★ ( 5점 / 5점 )
SJ성향의 사람이 꼼꼼히 분석한, 활용 가능한 습관 안내서.
[ 인상 깊은 문구 ]
본질적인 동기가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습관이 정체성의 일부가 될 때다. “나는 이런 것을 ‘원하는’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p.55
일상적인 습관 목록을 만들고 그 습관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지 않은지 비교해보기.(인용은 아니지만 좋은 방법 같았다.) p. 95
나쁜 습관은 그 자체로 촉매가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서로의 촉매가 된다. 이런 습관들은 무감한 상태를 조성해, 잘못하고 느끼면서 정크푸드를 먹고, 정킆드를 먹으며 잘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게을러졌다는 기분을 느끼고, 게을러졌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더 본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불안해지고, 불안해졌기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 건강은 더욱 나빠지고, 더 불안해진다. p. 131
우리의 습관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욕망의 현대판 해결책이다. 한마디로 오랜 악덕의 새로운 형태다. 인간 행위의 기저에 딸린 동기는 여전히 똑같다. 다만, 우리가 행하는 특정한 습관들이 시대에 따라 다를 뿐이다. p. 170
인생은 반응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예측으로 이뤄진다. 하루 종일 우리는 지금 막 본 것이나 과거에 잘됐던 일에 기반 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일지 추측한다. p.172
습관은 자동적으로 의식적인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하나의 습관은 단 몇 초 만에 완성될 수 있지만 이후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 우리가 취할 행동을 결정한다.(…) 배가 부른데 군것질을 계속 할 수도 있다. ‘잠깐’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곧 휴대전화 화면에 20분 동안 달라붙어 있다. p. 208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최소의 기분과 욕구로도 행동에 나선다. 아주 조금만 배가 고파도 음식을 문 앞까지 배달시키고, 아주 조금만 지루해도 SNS의 광막한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 p. 224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p. 225
한 가지 정체성을 지나치게 붙잡고 있으면 결국은 부러진다. 한 가지를 잃으면 자기 자신 전체를 잃는 것이다. p.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