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는 승계에 실패할 것이다.
레이 달리오는 브릿지워터스의 수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한다.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선물을 활용한 헤징, 지수펀드와 같은 개념을 그는 그 시작부터 보아왔고 직접 발전시킨 펀드의 새로운 개념도 많다.
이런 대단한 업적은 사실 위인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이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결정되었을때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레이달리오라는 사람에게는 큰 실망을 했다. 그가 말하듯 그는 셰이퍼이다. 세상을 바꾸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또다른 셰이퍼를 길러내지는 못할 것이다.
벌써 10년이나 승계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의 역할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레이달리오의 문제이다. 그는 한국말로는 꼰대이고, 영어로는 boomer이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그는 성공적인 승계에 실패할 것이다.
꼰대 레이 달리오의 Latte is Horse~
레이 달리오는 실제로 헤지 펀드 운용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온 사람이다. 헷징을 통해 많은 돈을 벌기도 했고 많은 국가 기관들, 지도자들이 그의 인사이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는 대체불가한 사람이다. 보통 대체불가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긍정적인 찬사이지만 레이달리오의 경우 현재 그가 성공적인 승계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부정적인 평가이다.
대체불가한 레이 달리오는 그가 말하듯 10대시절부터 주식투자를 했고 성공도 실패도 겪으며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는 그가 말하듯 원칙을 공유하지 않다가 브릿지워터스의 직원들에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 공유를 했고 이제는 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그의 원칙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목적론적으로 생각하고 목적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그가 말한 것처럼 셰이퍼 혹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는 그가 말하듯 이타적인 동기보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움직이는 것이라 사실 이를 권장할만한 요소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 책 ‘원칙’이다.
책에서 그는 그의 성공과 실패이야기를 하면서 원칙을 세우고 이를 따라온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원칙을 공유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강요하는 모습도 나온다. 그러면서 과거에 모든 일은 발생했었고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기에 원칙이 의미가 있으며 원칙에 맞추어 생각하고 원칙을 지속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그가 성공했기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그의 성공담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과거가 일치할 수 없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영감을 줄 수는 있어도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초반부 그가 자신의 인생담을 이야기하면 원칙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는 “아…. 700페이지 짜리 자기 자랑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맞았다.
“원칙”의 오만함
‘원칙’은 보통 과학 이론에서 언급된다. 사회학에서는 원칙보다는 경향성이라는 용어로 순화하여 표현한다. 이는 과학과 사회학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결과이다. 과학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A라면 B라는 명제가 발생할 수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사회학은 기본적으로 변수를 통제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고 특히 돌발 변수가 많아 원칙이라는 말로 정리하기에는 예외가 너무 많기에 경향서이라는 말로 예외를 근본적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사회학의 측면에서 볼때 Principle, 원칙이라는 제목은 그야말로 오만함의 상징인 것이다. 물론 그가 정한 원칙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모두가 투명하게 약점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경쟁적 대화를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대명제에 기반한 것이고 자세한 원칙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20세기의 사람들과 21세기의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미국의 부머현상과 한국의 90년대생 현상은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사회 구성원의 성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 레이 달리오는 20세기에 성공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이게 성공하는 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회사에서 회사생활 잘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서 왕년의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부장님 같이 말이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원칙이 있을 것
이 책은 저자의 힘으로 잘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브릿지워터스라는 지난 반세기를 풍미한 헤지펀드의 끝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새로운 후계자를 찾고 있는 레이 달리오는 새로운 후계자 대신 그를 대신할 체제를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그의 원칙은 체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와 달리 다른 셰이퍼들은 그와 같이 목적론적이고 경쟁적인 자세로 성공했지만 그의 조직은 열린 조직을 만들어 갔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잃고 혁신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부의 새로운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을 만들었다. GE나 노키아와 같은 기업도 실패를 겪고 보다 열린 조직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 달리오의 브릿지 워터스는 여전히 레이가 없는 브릿지워터스를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는 여전히 공동 CEO로 자신의 그림자를 짙게 조직에 드리우고 있다. 떠나야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발을 들이고 뒤에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그를 대신할 새로운 대담한 후계자가 등장해 그를 밀어내지 않는다면 이루어내지 못한다. 이는 원칙이 조직을 얽어 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금융권은 원래 그렇다는 말로 이를 두둔할지도 모르겠다. 한번의 거래에 수천억원이 오갈 수도 있는데 그런 위계질서나 엄중함이 없다면 유지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는데 과거를 고집하기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과거의 대명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한 사람이 오랜 세월 세운 원칙보다는 모두가 함께 논의하여 정한 원칙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변동성에 대응해 새로운 헷징 전략을 만들어 혁신을 이끌어 온 20세기 레이달리오와 같이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