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
별점: ★★★★★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만나는 게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이다. 늘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영업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한 번도 자영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일단 자영업을 하는 순간, 나의 모든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을 고용하면 되지 않겠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성격상 내 사업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편히 있을 성격도 아니었기에 애초에 자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영업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던 것이다.
오히려 회사나 집 근처를 다니면서 ‘대체 이렇게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왜 까페를 차렸을까?’ 라던가 ‘이런 곳에 패스트푸드점이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만 몇 번 해보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약 10년 넘게 거주하면서,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가게들을 참 많이 보아왔다. 정말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 동네를 지켜보면서 없어질 것 같은 가게와 꾸준히 사랑받는 가게의 차이를 느꼈다. 그래서 새롭게 공사하고 있는 가게를 지나갈 때면 ‘무사히 살아남는 가게’가 되기를 마음 속으로 희망해보곤 했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영업을 할 때 중요한 요소’에 대해 나는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 좋은 아이템이 성공을 이끌지 않는다.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의 강점을 발견하고 찾아내야 한다.
-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 늘 변화하고 성장하며,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투자와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며,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낼 때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세트 낮았다.”
“실제로 많은 성공 스토리 중에서 절박해서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창고 창업의 전설이자 신화인 애플은 아무것도 없이 창고에서 그냥 시작한 것이 아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HP라는 매우 탄탄하고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만든 것이다. 그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 것은 1976년이지만, 1977년까지는 계속 HP의 엔지니어로서 일하면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앞서 소개한 대단한 기업가들조차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급하게 시작한 사업이 잘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어쩌다 자영업자’들이 쉽게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골목의 전쟁> p240 중…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자 비율은 꾸준히 감소추세에 있다. 80%가 넘는 임금 노동자들이 10% 중반의 자영업자들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인당 GDP가 성장할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든다. 선진국들도 과거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았으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하락했다.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만큼 경제 성장이 이루어져 임금 노동직이 늘어난다면 살아남은 자영업자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권, 입지 그리고 인건비, 재료비, 임대비 등 고려할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이러니 ‘운칠기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알겠다. 생각보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미치는 영향은 보잘것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것 말이다.
현재 나는 임금 노동자이지만, 은퇴 후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될 지, 아니면 자본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말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물건인지 알 수 있는 안목과 분석력을 키우는 일은 꾸준히 해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