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서 편식가입니다. 편식이라는 말처럼 제가
관심있는 분야는 재테크, 자기계발에 국한되어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은 고등학교 문학수업 이후로 거의 찾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감정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그나마 베르베르와 기욤뮈소는 유명했던 덕에 서점에서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역시 저의 ‘감성’과는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자’였습니다
완벽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돌이켜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중 만족했던결과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치 과음한 다음날 기억하기조차 싫은 전 날의 기억처럼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기욤뮈소의 이 책은 시간여행이라는 누구나 생각할 법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저는 가끔 ‘ 아..그때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 ‘그때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사는 사람이어서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로 돌아가면 과연 나아질까?’
나에게 열개의 알약이 있다면
나에게도 10개의 알약이 있다면 저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때가 가장 치열하게 살지 못했던 시절이어서 후회가 많이 남기도하고 첫사랑과 너무나도 뼈아프게 이별할 탓인지 거의 10년동안을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죠. 소설에서는 해피앤딩과 다르게 주인공에게 현재의 주변인들과 멀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현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명론적인 측면에서 과거로 돌아가서 과정을 바꾼다고 하여도 나의 미래가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 역시 불확정성의 함정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Here and Now를 사는 것
책을 덮으며 과거의 여러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 내가 참지 못했던 분노와 짜증, 그리고 가족들과의 갈등,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말이죠. 분명 지금까지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저는 현재보다 과거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기욤 뮈소의 책에서 제가 공감했던 것은 시간여행이라는 재료보다 오히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기본 명제였습니다. 물론 이 점은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사실들을 놓고 가슴앓이 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내 모습을 직면하고 지금의 주변사람들과 최대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현명한 것입니다. 과거는 이미 되돌릴 수 없고 아련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겠지만 현재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래의 내가 지켜본 현재의 내가 얼마나 떳떳한지 여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