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왜 바뀌지 않을까? 왜 선진국처럼 도전을 장려하고 다양한 삶의 길을 안내하는 창의적인 교육시스템을 보고도 도입하지 않을까? 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않고, 단순 암기만을 시킬까? 결국 단순 암기의 연장선인 공무원만을 양성하는 우리나라 교육.
이 책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역사로 만드는지 안내해준다.
나에게 역사는, 숫자와 글자를 외어야만 하는 지루한 학문이었다. 어떤 연도에 누가 무슨 일했는지를 외우는 것의 연속이었다. 시험 문제라고는 숫자를 조금 바꾸고, 헷갈리는 사람의 이름을 고르라 하는 등… 그리고 지금도 교육시스템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난 말하고 글 쓰는 것이 좋았다. 내 생각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학이 좋았다. 수학은 암기가 아니라, ‘왜?’를 끊임없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질문’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선물한다.
시대적 상황이 변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밝혀지고 있지만 우리의 선택은 생물학적인 필연으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을 우리는 역사 속 같은 인간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 선택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옳고 그름의 핑퐁 싸움이 인간이 진보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일생’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 p39
역사는 현재 진행형 학문이면서, 결과의 학문이다. 지금 내가 고뇌하며 선택하는 순간이 역사이면서, 이 순간들이 모여 내 일생이라는 역사를 만든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역사와는 거리가 먼, 일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와야 역사인 것은 아니다. 내가 내 일생을 역사라 생각하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 기억 속에 내가 존재하는 순간 내 일생은 역사가 된다.
동학농민운동 하면 몇몇 핵심 인물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역사이다. 우리가 눈물 흘렸던 촛불 시위는 우리의 역사이자 나의 역사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말한다. 질문하지 않으면 AI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만 사유하는 능력으로 동물이 아닌 ‘인간’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쳇바퀴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비록 드라마틱한 삶의 전환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새로움을 찾고 어떤 작은 것에 도전한다. 그 작은 선택에서 느끼는 행복과 만족은 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
내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 내 일생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나는 무슨 추억과 무슨 흑역사를 기억할까?
‘동사’
아이들에게 동사의 꿈을 물어봐야 하는데 명사의 꿈만 듣고 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자라면서 꿈을 잃어버립니다 – p211
나는 책을 읽든 드라마를 보든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완벽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두 가지 기억을 남겨주었다. 첫 번째가 위의 자신의 일생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동사에 대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동사의 삶이 아닌 명사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할지 등 모든 것이 명사의 삶이다.
이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의 문제이다. 빠른 성장 일변도의 국가 정책으로 인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직업, 가장 돈을 빠르게 벌 수 있는 방법 등을 강조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변해야 한다.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은 내 세대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내 자식 세대까지 답습하면 안 된다.
최근 미용실에서 어떤 손님의 초등학생 자식이 너무 많은 질문을 하고, 컴퓨터에 빠져 살아서 학교에서 무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부모 면담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알고 보니 그 자식은 천재였었다고 한다. 책도 없이 코딩을 독학해서 1급 자격증도 따고 대회에서도 수상해서 학교에서 위치가 달라졌다 한다.
난 현 직장에서 신입 때 적응을 잘했고 그 비법은 질문이었다. 선배들 하는 일을 보면서 배워야 하는 업무 환경이었고, 30대~50대 남녀노소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자신에게 배우려는 사람이 싫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자신이 쓸모 있다는 기분이 들 때 가장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명사의 삶 보다는 동사의 삶을 배워야 한다. 자신에게, 주변 모든 것에게 질문하고 사유해야 한다. 어떤 직업이 아니라 어떤 사람, 어떤 집에 살아야 부자가 아닌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야 행복한 부자가 되는지, 돌 같은 삶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바람과 같은 삶을 배워야 한다.
내 자식에게는 틀이 없는, 벽을 허무는,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질문하여 찾아가는 자유로운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역사는 정말 쓸모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한 줄 평
쓸모 있는 책, 쓸모 있는 역사
인상 깊은 문구
굳이 시간을 되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선택과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세상에 이보다 더 쓸모 있는 학문이 있을까요? 제가 이 책에 ‘역사의 쓸모’ 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p8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 p39
이 아무개들은 용감하게 싸운 게 아니에요. 두려워하면서 싸웠어요. 그런데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그 고개를 넘으려 했을까요? 아마도 그들에게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 p47
철학자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 p50
앞에서 말한 대통령들 모두 적당한 때에 물러났으면 명예와 품위를 지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과욕을 부리다가 내려올 때를 놓쳐버렸죠. 역사 속에서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배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알고, 잘 내려온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내려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의 존재, 나의 격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저는 더 올라가는 것보다 잘 내려가고 싶습니다 – p59
역사 속 인물과 소통하면 지금 당장 닥친 문제를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역사라는 흐름 속에서 현재를 보게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내 인생 전체에서 이 문제는 수많은 고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고난이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조급한 마음을 약간은 덜어낼 수 있어요 – p78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려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 p79
자꾸 물어봐야 해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 p104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 p146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나에게는 삶을 던져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를 고민해보는 거에요. 그리고 ‘삶이 뭐 다 그렇지’ 라는 말 대신 ‘삶은 이런 거지’ 라는 말로 바꿔봤으면 합니다. 그런 귀중한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이전보다 더욱 충만하게 채워질 테니까요 – p191
삶의 가능성이라고 하면 굉장히 거대한 말 같지만 사실은 몹시 연약한 말이기도 해요. 다른 사람의 가능성과 비교하면 상처 입기 쉽거든요. ‘저 사람에게는 있는데 나는 없네’ 라는 시각으로 보면 삶은 쉽게 초라해지고 가능성은 희박해집니다. 그래서 비교는 오로지 나 자신과만 해야 합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낫기를, 또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거죠 -p 202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도리어 망쳐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까닭은 그들의 꿈이 ‘명사’ 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을 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것이죠 – p205
아이들에게 동사의 꿈을 물어봐야 하는데 명사의 꿈만 듣고 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자라면서 꿈을 잃어버립니다 – p211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p225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훗날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