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불확실하다
‘블러프’라는 책은 포커 게임 속에서 심리학을 풀어나가며 우리에게 인생의 불확실성에 설명한다. 포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삶에 질문을 던지고, 익숙하던 것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각지의 포커 게임에서 깨달은 교훈을 인생에 대한 질문에 접목시켜 매번 모종의 답을 찾았고, 그 과정은 꽤나 신선했다. 외부 세계를 게임이라는 수단을 통해 배우면서 좀 더 확장된 시야를 가지게 해준. 이번 독후감은 감명 깊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우리 대부분은 삶의 일부를 가린 채 ‘있기 때문에’ 식의 사고보다 ‘있음에도 불구하고’식으로 사고한다. 어떠한 A 결과로 도달하는 데 있어 변수가 ‘있기 때문에’ B, C 등의 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 B, C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경험한 바, 감정적으로 끌리는 바를 바탕으로 A로 곧장 향하는 것이다. 변수가 우리에겐 ‘통계’라는 과학적 이름으로 자리하지만 쉽게 간과된다. 실로 심리학이 이런 식의 분석을 거치니 흥미있고 유용하더라.
저자가 선택한 포커는 ‘있기 때문에’를 선호하며 확률을 좀 더 꼼꼼히 따져보게 만든다. 확률적 사고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기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나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A, B, C 등 다양한 조언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 보기로 다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독서가 좋은 이정표라고 느껴졌다.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하나 더해진다.
더불어 인상 깊었던 부분은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교훈, ‘몰입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일에서든 ‘몰입’이 강조된다. 저자가 만났던 츄이라는 인물은 비단 게임 자체만이 아닌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도 함께 몰입한다. 포커에서 보여주는 각 패에서 어떤 표정과 자세, 행동을 취하는지 분석하고는 그 상대와 대결할 때 이 점을 활용하여 승리를 거머쥔다. 남들은 간과하기 쉬운 것을 체득하여 사용하는 것. 참으로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생도 비슷하게 밟아오는 생의 주기 아래 ‘나’라는 사람의 독특함을 찾아내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아닐는지?
그는 저자의 스승 에릭에 관하여 ‘산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나는 타인이 몰입하여 관찰했을 때 어떤 인물로 비추어질까? 그 전에 나는 타인을 몰입하여 관찰한 적이 있는가?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 말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면밀히 신경써본 적이 있는가?
흔히 사람을 만날 때 처음, 중간, 끝이 다른 경험이 많았다. 사회초년생으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서로의 과거는 모르게 되고, 스스로 소개하는 본인만이 남는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첫인상과 어림짐작으로 판단한 그의 성격이, 만남이 쌓일수록 추가 항목들이 생기고, 나를 대하는 태도까지 합하여 총체적 인상을 형성한다. 그리고 또 변화한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에게 몰입해 생각해보자. 나는 처음, 중간, 끝이 일관된 사람일까?
나의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를 노트에 정리해 보았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도 함께 적어보면서, 어떠한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 다음 실행하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우다. Observe, Orient, Decide, Act 관찰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나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간다.
p.71
포커에서는 단지 믿음의 강도를 조정하는 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절대 없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일도 중요하다. 당신은 결코 원하는 정보를 모두 가질 수 없으며 그래도 여전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확실성은 놔두고 가야 한다.
p.92
댄은 정말로 중요한 건 비판적 사고와 자기 평가 능력을 잘 개발해서 지금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위치가 플레이하기에 좋은지 계속 객관적으로 재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다. 그건 운에 달린 문제다. 핵심은 사고 과정이다.
p.138
하지만 내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었다. 바로 겁먹은 채 플레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하는 일 혹은 하지 않는 일 때문에 누군가가 돌아설지 모른다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p.194
우리가 쓰는 언어는 우리의 정신적 습관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적 습관은 우리가 어떻게 배울지, 어떻게 성장할지, 무엇이 될지를 결정한다.
p.227
내가 사전 조사를 해서 그의 별난 미끄럼틀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면, 그는 나에 대한 사전 조사를 약간 더 철저하게 했다. 그는 내가 쓴 글들을 읽었고 내가 심리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정보를 소화한 후 내가 새로운 것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식으로 포커를 설명했다.
p.285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안다. 그러나 여전히 즉흥적인 판단을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완강하게 부인한다. 그러나 이런 부인은 우리가 종종 어떤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사실 잘 못된 직관적 판독을 토대로 행동했을 때도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들어 행동을 정당화한다.
(중략)
그동안 포커를 배우는 데 열중한 나머지 내가 온갖 단서를 남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못 했다. 통제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p.359
우리의 목표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막는 게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감정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실제로 합리적인 결정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면(대개 아닌 경우가 많다) 정보를 얻을 출처로 삼지 않는 것이다.
이 대목은 뼈 맞은 기분이었다. 대개 일의 그르침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감정들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간파하여 빠져나오고 한 층 더 성장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항상 불행한 상황을 직면할 때면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함몰시키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럴 때면 나는 종종 내가 우주의 먼지라는 사실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책이나 주변인들의 조언을 통해 빠져나온다.
최선의 모습으로, 최선의 이야기, 최선의 드립을 날린다.
그녀가 포커의 최정상에 서는 마지막 경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심리학을 총 동원하여 우승을 거머쥐는 모습이 그려진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노력과 운이 완벽히 조화를 이룰 때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기적을 대변한다.
p.444
확실히 나는 흐름을 타고 있었다. (중략)
물론 하락기도 있었다. (중략)
또한 그저 아름다운 순간들도 있었다.
나는 이제 어디에 있든 멈추는 법을 배웠다. 테이블과 나머지 세계의 대비를 음미하기 위해, 여행을 두려워하지만 않고 그 느낌을 흡수하기 위해.
마지막 이야기는 ‘불확실성의 게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의 궁극적 결론이 담겨 있다. 그녀가 말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p.451
게임은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 삶은 온갖 일을 갑작스레 일으켜 신중한 계산을 쓸모없게 만든다. 그건 사실이다. 결국 이 사실이 나를 포커로 이끌었다. 삶은 불확실하다는 사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 아무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포커가 그녀에게 준 한 가지는 포커 테이블 밖에서 그녀를 덮치는 혼돈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바로 그 기술이었다. 플레이하는 동안 더 사소한 일회성 사건들을 거듭 경험하면서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한 수학적, 감정적 자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삶은 일어나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겪으며 플레이한다.
우리는 플레이하면서 관점과 생존 기술, 피지배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힘과 지식을 습득한다. 우리는 여기에 있으며 삶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그 모든 우여곡절, 그 모든 불공정함, 그 모든 소음을 경험할 기회를.
앞으로 일어날 일은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다. 운은 운일 뿐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우리의 사고, 결정 과정, 반응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꼼수에 의존하지 않고 행위성의 결여를 받아들이는 것, 합리성이라는 도구로 최대한 미지의 영역을 분석하려고 시도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단계들.
최고의 블러핑은 무엇일까?
기술로 언제나 충분하다는 것. 우리가 가장 불운할 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희망.
이 책은 파트마다 ‘경험-결론’ 패턴을 긴밀하게 연결 짓는다. 인생에 있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기술, 원하는 교훈부터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책 읽는 내내 그녀와 함께 포커를 치고,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로부터 배워나가면서 쉽게 할 수 없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참으로 재미있고 신선한 책이었다. 불확실한 20대, 더불어 그 이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려본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살아남으라, 이겨내라, 라는 격려와 더불어 이런 불확실한 세계에서 생명과 의식을 갖고 살 확률을 받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사랑하게까지 만들어준다.
그래도 인생을 배우고자 하여 포커에 덤비지는 말자는 마지막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