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내게 바라는 게 많지 않은 편이지만 어릴 적부터 내게 강조하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학생 때의 공부, 또 다른 하나는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되었을 때의 투자이다.
이렇게 서문을 열면 부모님께서 사실 굉장한 투자의 귀재인 듯 보이지만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코스토처럼 캐비어와 와인을 즐겼겠지만 그것보다는 떡볶이에 소주를 더 즐길 뿐이다. 그럼에도 부모님께서 가정을 이루시며 지금까지의 생활에 도달하기까지 주식 투자가 큰 몫을 한 것 같다.
부모님의 투자 권유에도 불구하고, 내 투자 상식은 주린이는 커녕 주식 계좌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주식 신생아 수준이다. 주변에는 주식 투자를 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는데, 개인적으로 대학생 신분으로서 받은 용돈은 쓰기 바쁜데 어떻게 여윳돈을 마련해서 투자를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투자해 노잣돈 마련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 열심히 해서 미래의 연봉을 올리는 편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생 투자’의 관점에서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뻔한 적이 있었다. 21년 내가 군대에 있을 적에 친구들 사이에서 – 내 친구들뿐만 아니라 당시 어느 집단을 갔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주식이 그야말로 핫했다. ‘군적금을 왜 하냐’, ‘그 돈으로 삼전에 투자하면 5%는 무슨 15%는 먹을거다’ 라는 말이 톡방에서 자주 나왔고 나도 혹한 마음에 무지성 삼전 투자를 생각했다. 그러다 이 생각을 접게된 것은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말씀하셨던 투자 원칙과 지금은 기억 나지 않는 어느 책에서 읽었던 성공적인 주식 투자자의 일화 때문이었다. 그는 길거리 구두닦이가 경제 용어를 사용하며 주식을 논하는 모습을 보고 전부 주식을 팔았고 그 후 미국 대공황이 왔다는 일화였는데 내 생각에 21년도 모습이 딱 이와 비슷해 보였다.
아마 21년은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화뇌동파가 폭증하는 과장국면에 놓였던 때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의 내용과는 반대로 그 친구들의 주식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데 아마 놀려고 돈이 필요할 때 적당히 이득을 보고 빠진 덕분인 것 같다. 배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돌이켜보면 내 생각이 대체로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에 기쁘다. 한 가지 잘못 생각했던 것은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반드시 투자를 직접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학생 때부터 하는 투자도 의미가 없지 않구나!
결국 나도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시중에 투자에 관한 책도 굉장히 많고 갑론을박도 많아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감이 잘 안 잡힌다. 나는 권위에 상당히 의존하는 편인데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이들이 어디 대표 이름 달고 시리즈로 낸 책만 해도 한 트럭이 될 것이다. 진짜 고수의 조언인지 책 장사를 하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이 된다.
그런 와중에 첫 투자책을 투자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코스톨라니의 책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행운이다.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였을 뿐 아니라 나 같은 투자 영유아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또한 이 책에 나온 투자 이야기가 부모님이 흘러가는 듯 말했던 투자 조언과 굉장히 비슷해서 신기했다. ‘주가가 올랐을 때 사지말고 떨어졌을 때 사야한다’, ‘지금 당장 핫한 종목에 관심두지 마라’, ‘단기투자는 도박이다’ 등. 이번에 집에 내려가 서재를 살펴보니, 얼마 없는 책장에 코스톨라니 투자총서가 떡하니 있는 것을 보고 역시나 싶었다.
이 책을 읽고 투자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잘 알게 되었다. 동시에 두 가지 궁금점이 들었는데, 주가 상승의 전제가 되는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우리 시대에도 통용이 되는지, 또 다른 하나는 ‘그래서 좋은 기업이 대체 뭐야?’ 같은 분석적인 부분이다. 전자는 과도하게 비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최근 대두되는 환경파괴와 원자재 부족과 같은 문제 때문에 과연 현대에도 양적 확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후자는 다음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친구가 떠올랐다. 투자를 업으로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녀석이 있다. 그는 S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며 하루에 2시간씩 투자 관련 뉴스를 보고 엔화가 어떻고 재닛 옐런의 발언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수익률은 마이너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좌절과 패배를 토대로 반드시 도약하겠다는 믿음을 가진 친구인데, 저번주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금융투자 빅데이터 모형 연구 프로그램’ 강의를 듣기도 했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혼재되어 있어 보이는 이 친구… 혹시 코스톨라니 책을 읽어봤는지, 읽어봤다면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지 출처 1) 카카오이모티콘 ‘가즈아…! 주린이 개미군단’ 2) 게티이미지뱅크 3) 구글 페페콘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