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한강 작가 책은 처음 읽었지만, 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단번에 느껴졌다
1980년에 일어난 광주 민주화 운동.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단순히 암기한 것 외에는 우리나라 비극적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어떤 성찰이나 고민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영화 택시운전사나 드라마 등의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글의 힘을 느꼈다.
‘역사는 반복된다’ 칼 마르크스의 명언이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전 국민이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 강렬하게 역사의 중요성이 다가왔다. 최근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퀸의 대각선’에서도 권력자들이 우매한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짓은 문명을 통제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우매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솔직히 이번 계엄 사태 때도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봤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군은 현 사태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에 온 힘을 쏟았다. 개인은 집단이 되지 않으면 힘이 없기 때문이며, 집단이 되지 않기 위해 권력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심리를 이용한다.
비록 역사에 올라타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더라도, 우매한 민중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들이 바른 생각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나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주인공인 고등학생 동호를 다양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을 신랄하고 치명적으로 표현한다. 작가 한강의 글이 위대한 이유는, 글을 통해 그 시대의 간절함을 독자가 느끼게 하고, 역사의 무지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한강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 역사가 온다.
<감명 깊은 문구>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 p57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p95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 p114
그, 그러지 마요. 우, 우리는….주, 죽을 가, 각오를 했었잖아요. – p119
무슨 권리로 그걸 나에게 요구합니까 – p132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 p134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