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굳이 차별화하려 하지 않고 동일하게 말한다
한강의 글은 읽기가 힘들다고
“ 아는비극”
광주사태에 대한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기억은 엄마랑 들린 약국의 흑백TV 속 화면이다
탱크와 군인이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 있는 장면이었다
약국 카운터가 내 눈 높이 정도 되었나 그랬던 그때의 나는 동화책 속의 이상적인 세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도, 구분할 필요도 없었기에 탱크와 군인으로 채워진 ‘흑백’의 그 억압적인 장면이 ‘당시’의 일이 아닌 아주 오래된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 그 도시가 광주였던 것을 알게 되고 처참하고 잔인하고 부당했던 비극을 일으킨 자들의 무례함과 뻔뻔함에 분노하고 무력했던 감정들이 기억난다
그녀의 글을 읽어 본 적 없는 나 또한 “아는 비극”이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다만, 그녀의 다른 세계 같은 언어의 수상소감을 듣고 그 비극 너머의 무언가를 기대하며 보게 되었다
동호
동호를 지켜주지 못한 엄마며 그녀며 그의 마음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나 또한 너무 아팠다
친구를 찾아 거기에 있던 소년
그러나 이미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왔던 소년
친구의 죽음 후에 이어진 아버지의 척추와 엉치뼈를 밟아 드린 그 일상의 순간
친구의 빈방의 차가운 방바닥에 얼굴을 댄 순간
소년은 거기로 가야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머물렀던 소년과
어쩔 수 없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소년을 거기에 그냥 두었던 젊거나 늙은 어른들
너무나 당연한 마음과 행동이었음에도 세상이 당연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한 소년의 영혼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소년인 동호 친구의 영혼이 느꼈던 죽은 육체에 대한 연민과 검은 숨결과 비슷했을까
도청이 진압된 후 그 그리고 같이 잡힌 그들이 고문과 굶주림에 본능이라는 게 고개를 들 때 “그, 그러지 마요. 우, 우리는 …… 주, 죽을 가, 각오를 했었잖아요.”라고 말한 또 다른 소년은 왜 보상은 커녕 정신병원에 보내져야 했을까
그는 뻔히 알면서도 또 다른 그의 느린 마지막 횡설수설에도 어떠한 위로도 할 수 없었던 걸까
그들의 단단하고 투명했고 진짜였던 유리는 왜 그렇게 철저히 부서졌고 티야 나겠지만 온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접착제로나마 붙여주려는 노력에 우리는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동호의 엄마
저녁 먹을 때는 돌아오겠다던 동호를 찾아 둘째와 같이 도청 앞에 갔으나 둘째의 팔을 끌며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동호의 엄마는
문뜩 비춰진 햇빛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그래 이 이야기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존엄에 대한 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3장 일곱개의 뺨의 그녀의 감정에 같이 동요하며 검열을 어떻게 통과했을지 걱정하다 맞닥뜨린 연극의 대사가 한강이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2024. 12. 31. 김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