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지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거의 모든 내용이 선명히 기억되고, 이제와 서평을 쓰는데 굳이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생하다
책이 두껍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영혜며 형부며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려 여러 번 다시 앞부분을 확인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느 정도 그러다 포기하고 결국 읽히는 대로 읽고 느끼는 대로 느끼려 하긴 했지만 말이다
세 개의 이야기이자 하나의 이야기인 이 책에서 아내이자 처제이자 동생인 영혜는 갑자기 모든 관계를 절단시킬 정도로 막무가내 채식을 하게 된다.
그때까지 브래지어 착용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않은 영헤였던 지라 그 관계의 상대들은 당혹했고 무력했다
몇 년 간의 채식기간 중 가장 많이 노력했던 게 관계의 유지, 그러니까 대부분 내가 아닌 다른 이와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나의 채식은 그저 나의 선택일 뿐 고기를 먹는 당신을 불편하게 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통해 관계의 어긋남을 지양하려 했던 내게 있어 그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채식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에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었는지 안타깝고 공감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아팠다
공감할 수 있을 수도 있었던 건 그녀가 진짜 이유라고 생각해서 말한 ‘꿈’ 때문은 아니었다
한참 뒤에야 나온 아버지의 폭력과 개의 잔인한 죽음에 대한 방조
아마 그것 때문이지 않을까 하면서도
하지막 그것 때문에
채식을 넘어 단지 몸에 꽃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생소한 타인이나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형부와의 성관계를 성욕없이 하게 되고 극기야 장기의 퇴화를 위해 먹는 것을 거부하면서까지 나무가 되려 하는 것까지는 좀 과하지 않나
그래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아직 작가의 의도는 검색하고 있지 않다
다시 한번 또는 두번 읽고 다시 한번 또는 두번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감을 못 잡겠으면 그때 검색할 예정이다
2025. 1. 31. 김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