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다.
나에게 음식은 고민이나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너무 당연한 주제였다. 쌀 한 톨의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듣기는 했지만, 노동의 중요성에 대한 의미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내가 장을 보는 수많은 식재료와 주변에 넘쳐흐르는 식당들의 음식, 때로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음식이 생산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뿐, 음식은 그만큼 공기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또다시 나의 무지함을 느꼈다.
첫 번째 독서 소모임 책이었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단편의 글로 이루어져서 신선하기는 했지만 깊게 생각하기에는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책은 인간이 어떻게 지금의 소수의 식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적으로 설명하며,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음식 관련 행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들을 일으키는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보여주며 색다른 인사이트를 줬다.
특히 놀랐던 것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50%도 안 된다는 점과 전 세계 음식의 30%가 버려지지만 8억 명이 굶주리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는 매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제외하고는 대두분의 식재료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위주로 구매한다. 그리고 야채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유통기한이 다가오면 냉동 보관을 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는 없는 편이다. 전 세계 음식 양극화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나는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에 대해 위안을 삼았지만, 내가 매일 먹는 고기의 생산 방식과 윤리적인 문제, 자연 파괴 등의 수치를 보니 지금보다 더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봐야겠다는…생각만 해본다… 이미 건강상의 악화로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꿨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가격 인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만큼 물가 상승률에 민감한 상황에서 공장식 축산을 반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도 말하지만, 이상을 가기 위해 혁신으로 보이는 관점을 택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관점으로 점진적 개선이 더 빠르고 객관적일 수 있다. 전 세계 굶주리는 8억 명의 사람들은 자연 파괴와 윤리적인 문제로 가격이 상승되더라도 동물복지 축산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일부 선진국 사람들 목소리에 어떻게 생각할지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가장 시급한 문제는 버려지는 30%의 음식을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문제가 더 시급한 것 같다.
난해한 통계와 전문적인 용어로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저자의 접근 방법 자체만으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때로는 당연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