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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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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만 옳다?

어릴 때 돼지 저금통을 선물로 받아 동전 한 푼 두 푼 모으는 행위로 재테크를 배운다. 어른들에게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월급을 받아 덜 쓰고 적금을 붓는다. 그 사이 집값은 더 오른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라는 것이 없기 떄문에 중앙은행은 이 이자를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돈은 빚이다 53p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에서 지급준비율만큼 보유하고 남은 돈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세상에는 없던 돈이 대출을 통해 늘어나고 중앙은행은 대출자가 이자를 갚을 수 있게 실제로 돈을 발행한다. 돈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로 인해 물가도 상승한다. 우리의 월급은 그대로지만 모든 것이 순식간에 오른다. 이제 자본주의 앞에 금융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금융자본주의’ 돈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단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기에 돈은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돈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가 배운 투자

나는 월급을 열심히 모으는 전형적인 직장인이었다. 월급으로만 살 집을 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월급의 일부분을 꾸준히 투자했다. 나름 성공한 투자자라 생각하는데 5.29 13:48 기준 누적 수익률은 40.15%이다. 비중은 네이버, 카카오 외 4개로 카카오의 수익이 가장 높다(평단 174,767원 47.5%). 대부분 IT 업종, 업계 1위, 높은 거래량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한 주 테스트로 사서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계속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다. 상세히 쓰는 이유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면 적어도 은행 이자보다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이자를 많이 주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한 곳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많이 내야만 한다. 하지만 위험한 곳에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는 곧 그 돈을 잃을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지능은 있는가 125p

투자 관련 책으로 서경인 회계사님이 쓴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추천한다. 유튜브로는 ‘슈카월드’를 추천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주총꾼 관련 썰을 보고 정주행하기 시작했는데 유익하고 재밌다. 진짜로 재밌다. 장담한다.

소비를 위한 소비

나는 만원 대의 생필품을 자주 산다. 슬리퍼를 사고 디퓨저를 사고 케이블을 산다. 사고 나면 오늘도 제대로 한 것 같고 택배가 문 앞까지 오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만의 가성비 쇼핑이다. 하루는 필요하지도 않은데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필요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이후로 월급 통장과 카드 통장을 둘로 나눠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지 않아도 행복하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 = 소비 / 욕망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유한한 소비를 늘릴 수 엇다면 우리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욕망을 줄이면 편안한 행복이 온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는 이제껏 우리가 소비를 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소비는 감정이다 273p

우리는 수많은 매체에서 소비를 강요당한다.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PPL을 해서 어이가 없기도 했다. 이쯤되면 쇼핑몰이 따로 없다. 소비 중독은 주위에 생각보다 흔하다. 누군가 무엇을 샀다고 자랑하고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부러운 척한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물건을 마음껏 사게 해준 초등학생 A팀보다 강화도로 여행을 떠난 초등학생 B팀의 3주 후 만족도가 더 높았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만족도가 더 높다는 조사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 경험에 투자하자.

리빌딩 자본주의

2011년 9월 17일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의 월가 한복판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그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금융자본의 탐욕을 지탄하고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해소를 촉구하는 점거 시위를 벌였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53p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말한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부가 증대된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19세기 자본가의 노동자 탄압으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모두 잘살자는 공산주의가 나왔지만, 비효율로 인해 자본주의에 밀려 과거가 되었다. 이후 정부 개입의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자본주의는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책은 해답을 찾기 위해 ‘복지자본주의’를 언급한다. 복지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창의지수가 높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창의는 끝없는 실패와 모험에서 시작되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는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레이번 삭스와 스티븐 쇼어는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자신과 자녀들은 리스크가 더 큰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79p

자본주의를 보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첫번째 블록)에 “재무장관, 은행에 두 번째 구제금융 임박(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이라는 영국 기사 제목을 새겼다. 그 익명의 개발자는 현재의 정부 주도의 통화정책에 문제를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또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도 커지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국민들은 이제 복지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자본주의는 국민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마무리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본업에 집중하며 열심히 살되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서평을 마지막으로 독서 모임을 마무리한다. 작년 7월부터 매달 빠진 적 없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소설만 읽던 내가 독서 모임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재밌게 읽은 ‘모피아’를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했고, 내가 평범하게 읽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누군가는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느꼈다. 이제는 다시 시작이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 한줄평 및 별점 > ★★★☆☆

쉬우면서도 유익한 자본주의 입문서

<인상 깊은 문구>

  • (고수익은 고위험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반드시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는 반드시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125p
  • 마케팅: “나는 돈이 많아” / PR: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 그는 돈이 많대.”,
    광고: “(계속)나는 돈이 많아. 나는 돈이 많아.” / 브랜드 인지: “내 생각에 당신은 돈이 많은 거 같아요.” 226p
  •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255p
  • “물질에 대해서 돈을 쓰는 소비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어떤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더 오래 기억되고 또 그 만족감과 행복감도 오래 지속됩니다.” 271p
  •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 공식: 행복지수 = 소비 / 욕망 >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유한한 소비를 늘릴 수 엇다면 우리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욕망을 줄이면 편안한 행복이 온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는 이제껏 우리가 소비를 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273p
  • “아담 스미스가 쓴 글 중에 이런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그 나라가 부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300p

전자책 독서

이 책은 915p이다. 나는 이 책이 두꺼운지 모른다. ‘리디북스 페이퍼프로’로 읽었기 때문이다. 취준생 시절 경제적 어려움에 마지막 전자 기기인 ‘크레마 샤인’을 판 이후로 두 번째 전자책이다. ‘원칙’이라는 책을 다운받아 출퇴근길 틈틈이 읽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있었다. 책을 손쉽게 볼 수 있었지만, 내용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생의 ‘원칙’들을 읽으면서 나의 삶에 반추해봤다.

저자인 ‘레이 달리오’는 무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투자회사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말한다. 자신은 ‘원칙’을 잘 세웠고 그 ‘원칙’에 따라 행동하여 지금을 만들었다고. 그 원칙이 무엇인지 자신의 인생의 발자취를 이야기하고 인생과 일의 원칙을 서술한다. 나는 그중 나와 관련된 키워드를 뽑아 이 서평을 작성했다.

창업의 원칙

‘세상은 창업해 본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창업을 해 본 사람은 깊이 공감할 말이다. 나는 정말 창업의 맛만 본 사람이다. ‘고객의 문제가 정말 무엇인지’,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럴듯한 아이템에 그럴듯한 실행력으로 정말 하기만 해봤다. 수상한 공모전을 세 보니 9개였다. 그때 만난 잘 나간다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생존한 경우는 거의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했을 수도 그저 시장의 운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리더가 포기한 순간 모든 것은 끝난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창업을 잘하기는 정말로 힘들고 잘하기 위해서 리더의 비전과 수많은 사람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데 이 조그만 회사에서도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댄다. 나는 이 회사의 성공에 일조하고 있다.

셰이퍼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자신들의 대담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설계도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이것을 시험하고 더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

182p

투자의 원칙

나는 당시 “수정구슬(미래에 대한 예측)에 의존하는 사람은 유리가루(예측의 실패에 따른 고통)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나는 많은 실패를 통해 미래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84p

2014년 창업 아이템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안전한 디지털 화폐!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먼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했던 무시가 두고두고 생각났다. 조금 더 용기 있게 도전해볼걸. 미친듯한 상승세와 하락세를 경험한 비트코인은 5월 또 한 번의 반감기를 앞두고 횡보를 하고 있다.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나도 모르겠다. 퀀트팀 팀장님은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고 말씀하셨다. 맞다. 그저 상승장에 매수하고 하락장에는 매도한다. 주식은 어떻게 될까? 지금은 반등인가? 회복인가? 그것도 마찬가지다. 올라가면 사는 거다. 나는 블록체인의 미래와 국내 주식 시장의 회복을 믿으면서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인간관계의 원칙

대부분의 사람은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를 포기하거나 낮은 가격에 팔고, 경기가 좋을 때 너무 높은 가격에 산다. 나는 이것이 투자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명한 사람들은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기본 원칙을 지킨다. 반면 경솔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상황이 좋을 때 일에 뛰어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한다.

110p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떠들썩한 모임보다는 조용한 독서와 넷플릭스가 훨씬 편하다. 죽고 못 살던 친구들도 서른이 넘어가니 각자의 인생으로 바쁘다.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췄고 일도 처음보다는 숙련되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뭐랄까 그냥 지금 인생이 좋다. 이직을 할 때 “이 회사에 아는 사람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나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이직할 회사에 나를 추천해주셨다. 지금 회사는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이직하고서 돌아온 첫 생일에 이전 회사 후배가 잘 지내냐고 연락이 왔다. 나 혼자 좋은 곳?으로 가서 내심 미안했는데 고마웠다. 주위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분간은 이렇게 조용히 살아도 될 것 같다.

겸손함과 개방적인 사고방식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실패가 가져다주는 교훈들을 간직하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겸손함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하게 그 방식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80p

직장 생활을 해보면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한 줄 알고 있다. 아무래도 겸손함과 거리가 멀다. 잘하면서 겸손을 갖추는 일은 정말로 힘들다. 나는 다행히도 어느 하나에 특출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퇴사하시는 분에게 이렇게 말하니 “다 잘하시는 분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잘하는 게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하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쉽게 배운다. DB가 필요한 업무를 하게 되면 SQL 책을 사고 쿼리를 짜본다. 덕분인지 교육담당자로 팀 내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다행이다. 이제 개방적인 사고방식만 가지면 되는데 이건 더욱 어렵다. 그리하여 독서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 편에 서면 다른 편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더 그렇다. 다양하게 접하고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지자. 적어도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 한줄평 및 별점 > ★★★☆☆ ( 4점/ 5점 )

인생의 원칙까지는 집중해서 볼 것! 그 이후는 좀.

<인상 깊은 문구>

  • 혼자 생각해보라!
    1.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 무엇이 진실인가?
    3.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22p
  • 가격은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고, 그래서 실제 결과가 기대보다 좋을 떄 가격이 상승하고, 예상보다 나쁠 때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36p
  •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할 때 이미 모든 것이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승부를 거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또 모든 행동(통화완화와 대출완화)에는 그에 비례하는 결과(이 사례의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가 있고, 동일하거나 정반대의 반응(통화와 대출의 긴축)으로 시장의 역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배웠다. 45p
  •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실패가 가져다주는 교훈들을 간직하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겸손함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하게 그 방식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80p
  • 나는 당시 “수정구슬(미래에 대한 예측)에 의존하는 사람은 유리가루(예측의 실패에 따른 고통)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나는 많은 실패를 통해 미래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분석할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경제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84p
  • 나는 시장에서 처음으로 특정 상품에 대해 투자할 때마다 그 결정에 대한 기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거래를 끝낼 때 이런 기준들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되돌아보았다. 이런 기준들을 공식으로 만들고(요즘에는 이것을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데이터를 공식에 적용해보면 나의 규칙들이 과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85p
  • 대부분의 사람은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를 포기하거나 낮은 가격에 팔고, 경기가 좋을 때 너무 높은 가격에 산다. 나는 이것이 투자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명한 사람들은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기본 원칙을 지킨다. 반면 경솔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상황이 좋을 때 일에 뛰어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한다. 110p
  •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관한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솔직한 의견을 말하라.
    2. 사람들의 견해 차이를 이해할 경우 기꺼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려 깊은 반대 의견을 제시하라.
    3. 견해 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면 적대감 없이 극복할 수 있도록 합의된 의사결정 방식을 정하라(예를 들면 투표로 결정하거나 분명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129p
  • 우리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했고, 모든 국가와 시대에 관계없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 데이터를 통해 검증했다. 그리고 고객들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좋아하고 인공지능의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나는 사람만이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가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서로의 협력과 컴퓨터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믿는 이유이다. 165p
  • 셰이퍼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자신들의 대담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설계도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이것을 시험하고 더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 182p
  • 우리는 기부를 투자로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지원하는 자선활동에서 확실하게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선활동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또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비용보다 수익이 얼마나 더 많은지를 측정함으로써 효율성을 평가한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사회적 기업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217p
  •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현실을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새로운 결과의 원인이 되는, 영원히 작동하는 멋진 기계장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실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현실에서 경험한 어떤 문제나 좌절도 불평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대처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28p
  •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성공에 대한 만족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을 잘 헤쳐 나가는 데서 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29p
  • 인생이 당신을 어떤 환경으로 이끌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당신이 내린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성공하고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281p
  • 개인의 발전 과정은 확실하게 구분되는 5단계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당신이 이 5단계를 잘 수행한다면 성공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라.
    2.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를 찾아내고 용인하지 마라.
    3.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문제들을 정확하게 진단하라.
    4.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워라.
    5. 계획을 완수하고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실천하라. 298p
  • 우리는 다음 세 가지를 성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1.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더 좋은 방식으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영향력
    2. 훌륭한 공동체를 함께 건설하는 수준 높은 관계
    3.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살 돈 888p

인생을 바꾸고 싶은가? 습관을 바꾸자.

익힐 습, 익숙할 관. 습관이란 익숙함을 배우는 것이다. 누구나 습관을 지니고 있다. 습관에 의해 일어나고 일하고 잠을 잔다. 습관이 곧 우리다.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좋은 습관을 쉽게 익히지 못하고 나쁜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 차이에서 우리들은 크게 달라진다. 이 책은 좋은 습관을 익히고 나쁜 습관을 버리게 해주는 지침서이다. 바쁜 시간을 내어 읽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정말이다.

‘ATOMIC HABITS’ 이라는 책 제목처럼 습관을 원자 단위까지 쪼갠 뒤 아주 조금씩 바꾸라고 말한다. 저자는 습관을 4단계로 나눴다. 좋은 습관을 분명하게, 매력적으로, 하기 쉽게, 만족스럽게 만들라는 것이다. 나는 목표를 세우면 하나씩 이룬다는 마음가짐으로 산다. 실수하면 잘 보이는 곳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심사종료일을 착각했다면 포스트잇에 ‘심사종료일 확인’이라고 모니터 앞에 붙여놓는다. 심사 중에 무의식적으로라도 계속 보게 되고 어느 순간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저자도 1%만 매일 성장한다면 1년 뒤에는 37배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나에게도 고민이 있는데 쉽게 배우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때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 투자자산운용사 취득을 목표로 공부했다. 하루 목표치 공부량을 무조건 지켰고 시험 전날까지 반복해서 보고 틀린 것을 요약했다. 실제로 합격하여 지금까지 취미로나마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지만 돈을 좀 벌고 나면 잠시 쉬는 기간을 가지는데 이 쉬는 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를 때면 살짝 낙담하곤 한다. 쉬는 날 넷플릭스도 보고 책도 꾸준히 잃지만,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해서 하는 취미는 아직 없다. 나는 여전히 좋은 습관을 찾는 중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매일 같이 하는 훈련에서 오는 지루함을 견디는 게 관건이죠. 같은 리프트 동작을 하고 또 하는 거요.”

최근 재밌게 본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에 악역으로 나오는 장회장은 말한다. ‘단밤이라는 조그만 포차로 어떻게 이 장가를 대항하겠는가? 그 녀석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시스템이란 끊임없이 돌아가는 체계이며 실제로 회사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 회사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가 구축되기 전에는 보이스피싱 등 여러 범죄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긴 시간동안 데이터가 쌓이고 범죄 유형을 파악하여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금융 범죄를 사전에 제대로 막을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 팀은 범죄와의 전쟁 중이다.

목표를 높이지 마라. 시스템의 수준을 (어렵지 않게) 낮춰라.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된 부분은 이 부분이다. 올림픽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큰 키에 수영에 최적화된 몸인데 이 몸은 육상 선수로서는 최악의 체형이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습관이 있고 그 습관을 잘 선택하면 더 자연스럽고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습관을 왜 못해!”가 아니라 “나와 더 잘 맞는 습관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나는 내가 하는 업무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전에 기획이나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효율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꾸준히 하면 된다.

어떤 분야든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단지 잘 훈련받은 것만이 아니라 그 일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집중할 자리에 제대로 고르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는 아래와 같은 유명한 말이 있다. 이것 저것 도전해보고 나와 맞는 일을 열심히 찾아보자. 그 일을 찾아 잘하게 되면 그때는 다른 이도 알아주지 않을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중략)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 한줄평 및 별점 > ★★★★★ ( 5점/ 5점 )

나에게 맞는 습관을 선택하고 지루함을 이겨내자.

<인상 깊은 문구>

  •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자.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처음 그 일을 했을 때보자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퇴보한다면 그 능력은 거의 제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성과나 후퇴였을지라도 나중에는 엄청난 성과나 후퇴로 나타난다. 34p
  • 목표를 높이지 마라. 시스템의 수준을 (어렵지 않게) 낮춰라.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48p
  • 이 작은 변화들을 한데 모으면 습관이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경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글을 한 페이지 쓰는 매 순간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62p
  • 변화는 다음의 간단한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다.
    2.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63p
  •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
    1. 신호: 분명하게 만들어라
    2. 열망: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3. 반응: 하기 쉽게 만들어라
    4. 보상: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81p
  • 나쁜 습관을 제거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그것을 유발하는 신호에 노출되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ex. 어떤 일을 끝마칠 수 없을 것 같다면, 휴대전화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에 놓아두어라.
  • 시작을 쉽게 하라.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 (중략) 2분 동안 그 일을 하고, 멈춰라. 달리기를 하러 나가서 2분 후에 멈춘다. 명상을 시작하고 2분 시작하고 2분 후에는 멈춰라. 214p
  • 중요! 어떤 분야든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단지 잘 훈련받은 것만이 아니라 그 일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집중할 자리에 제대로 고르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다. 276p
  • “최고의 선수들과 보통 사람들의 차이가 뭡니까?” 내가 물었다.(중략)
    “어느 시점에 이르러 매일 같이 하는 훈련에서 오는 지루함을 견디는 게 관건이죠. 같은 리프트 동작을 하고 또 하는 거요.” 294p
  • 사람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태어난다.
    죽으면 뻣뻣하고 딱딱해진다.
    초목은 연하고 휘어지게 태어난다.
    죽으면 부서지고 말라비틀어진다.
    뻣뻣하고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죽음의 신봉자이리라.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은 삶의 신봉자이리라.
    딱딱하고 뻣뻣한 것은 부서진다.
    부드럽고 유연한 것이 마침내 승리한다. 313p

이번 달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알랭 드 보통’ 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집었다. 주인공인 ‘나’는 989.727분의 1의 확률로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클로이와 사랑에 빠진다. 이 책은 내가 클로이를 사랑하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자문하고 자답하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펼쳐낸 책이다. 철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사랑을 마르크스주의, 자유주의 심지어는 테러리즘에 빗대어 표현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책 속의 ‘나’에 감정이입이 되어 이 여자가 운명이라고 믿을 때면 아프로디테의 전지전능함을 찬양하면서 한없이 기쁘다가도, 아침을 차려준 클로이에게 고작 ‘잼’이 없다고 싸울 때면 이 남자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나는 정녕 이 책을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싶은 생각에 상심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결국 너희도’ 였다. 책 속의 ‘나’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였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날 나의 사랑 이야기를 반추해보면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겠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후회는 나를 찬 사람의 몫이다. 헤어지고서 나는 ‘비혼주의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넷플릭스도 보고 책도 읽고 할 게 얼마나 많은가! 그러고서 정말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도 생각해보자. 그게 요즘은 ‘선택적 비혼주의자’로 불린다. 내 주위에 많다. 다 맞는 말이다.

책 속의 나는 일요일 저녁이면 때때로 우울해진다. 그때 옆에 앉은 클로이는 내게 입을 맞추며 속삭인다.

너 또 길 잃은 고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

142p “나”의 확인

그 순간 ‘나’는 클로이의 말이 나의 슬픔과 딱 들어맞으면서 슬픔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녀를 통해 나는 나의 내면 깊숙이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은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존재하되 인식되지 않은 우리를 하나뿐인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꽃이 되게 하는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책 속의 ‘나’는 클로이와의 사랑을 통해 더욱더 자신에게 다가간다. 상처가 없는 자신만의 굴속으로 빠져들다가도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종종 괜찮은 사람이 없냐는 물음에 좋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주기도 하고 나 또한 친척에게서 소중한 연인을 소개받았다. 지금 옆에 연인이 없다면 또 어떠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빈둥대다 보면 어느 틈에 멋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 한줄평 및 별점 > ★★☆☆☆ ( 2점/ 5점 )

특별한 줄 알지만 결국은 비슷한 우리의 사랑 이야기.

<인상 깊은 문구>

  •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엘리아스 카네티의 말이다. 타인의 흠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그러나 그것이 또 얼마나 무익한지를 암시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19p 이상화)
  •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쓸모없는 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72p 마르크스주의)
  • 이것에 대해서 무슨 변명이 가능할까? 부모와 정치가들이 메스를 꺼내들기 전에 하는 낡은 말이 있을 뿐이다 –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네 속을 뒤집어 놓는다. 나는 네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너에게 영광을 주었으니 이제 너에게 상처도 주겠다(90p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 보는 사람의 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보는 사람이 시선을 거둘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나 어쩌면 그것 역시 클로이의 매력의 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에 관한 주관적 이론은 기분 좋게도 관찰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어버리므로(105p 아름다움)
  • 내가 클로이에 대해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그런 노래에 영향을 받았을까? 사랑한다는 나의 느낌은 그저 특정한 문화적 시기를 살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닐까? 내가 낭만적 사랑을 자랑하게 된 동기는 어떤 진정한 충동이 아니라 사회가 아니었을까?(111p 사랑을 말하기)
  •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143p “나”의 확인)
  • 칸트 이론의 핵심은 도덕성이란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동기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예상되는 보답에 관계없이 사랑을 할 때에만, 사랑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랑을 줄 때에만 도덕적이다(223p 선악을 넘어서)

나는 ‘힐링’이나 ‘자기계발서’라고 주장하는 책들을 잘 읽지 않는다. 나는 군 복무를 연평도에서 했다. 갑자기 웬 군 생활? 말년병장 시절에 연평도에서는 외출을 나가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시간을 빨리 보낼 요량으로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는 부대 내 꽂힌 대개 그런 책들을 탐독했다. 읽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친절을 베풀라. 나는 섬에서 나가면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읽기 전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225p

전 직장의 개발 팀장님의 자리 위 조그만 액자 안에 위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입사했을 때는 ‘그런가 보다’하고 그 말의 속뜻을 알지 못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위의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섬에서의 결심 또한 직장 내의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희미해졌다. 회사에는 내가 바꿀 수 없는 문제가 산재해 있고 바꿀 수 있더라도 누군가는 바꾸기를 원치 않았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은 있을 수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기 자신을 남보다 더 알리고 실속을 챙기는 사람이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지만, 어쨌든 축하해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35p

배운 점

모처럼 ‘인생수업’이란 마음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좋은 말씀일수록 재미도 없고 멀리하고픈 게 사람의 마음인 걸까. 초반에는 안 읽히다가 마음을 다 내려놓고 손을 움직이다 보니 중반부터 내게 스며들었다. 언젠가 군복을 입고 아직 사회에 나가지 않은 그 청년의 마음이 되살아났다. 그것으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했다. 돌이켜보면 섬에서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나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를 주었다. ‘넘어져도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 그 말을 부적 삼아 무엇이든 쉽게 시도했고 여러 번 실패했다. 그 도전 속에서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특별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헬렌 켈러는 말했습니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162p

섬에서 읽은 여러 책이 기억난다. 두꺼운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보고서 스티브 잡스가 특별한 것은 그의 아웃사이더 성향과 시대의 운이 적절하게 만났기 때문이고,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에서는 인생이란 어떤 결과를 내었는지보다 걸어가는 과정 자체가 더 의미 있다고 깨달았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고 온전한 존재로서의 나의 길을 내 방식대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여전히 나도 그 길 위에 있다.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원래 가야 할 곳에 닿기를 바라고 있다.

마무리

최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집은 어떻게 마련하지?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해야 하나? 쉬는 시간에 글도 쓰고 싶은데… 주간에 하지 않은 온갖 생각이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입을 빌려 세상은 우리에게 항상 배움을 주고 우리는 상실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지며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한마디로 우리 행복해지자. 우리에게는 행복해질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을 어떤 사건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복은 우리 주위에서 진행되는 일과는 별 관계가 없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용서와 치유의 시간 239p

< 한줄평 및 별점 > ★★★ ★ ☆ ( 4점/ 5점 )

책에서 배운 인생 수업을 책 밖에서 실천하자.

<인상 깊은 문구>

  •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 내 삶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즐겁다.”라고 누군가는 말했듯이, 삶의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삶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19p)
  • 평생에 걸쳐 진정한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 왔기 때문에 나는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것을 ‘냄새 맡는다’ 고까지 표현합니다. 상대방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코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진짜라고 느껴지면, 나는 그들에게 접근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서 가 버리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진정성의 냄새를 맡는 예민한 후각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이미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25p)
  •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지만, 어쨌든 축하해요.’ 그 순간부터 나는 이 남자만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가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언제나 알 수 있을 것이며, 내 곁에 있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가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35p)
  • 무조건적인 사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그 사랑이 되돌아올 수 없으맂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받는 사랑을 일일이 계산한다면 결코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며, 언제나 손해 본다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정말로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재는 행위 자체가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랑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43p)
  • “죽은은 내게 더 이상 낯설지 않아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 같아요. 가끔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면, 환자들은 몹시 겁에 질려 있어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다가가서 그들을 쓰다듬게 돼요. 나는 그들에게, 나도 죽음을 보았는데 죽음이 다가와도 무섭지 않을 거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그냥 함께 있어 줍니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요. 나는 다른 사람들 곁에 있어 주려고 노력해요. 그것이 사랑이지요.”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57p)
  •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완벽한 배우자와 결혼을 했든 혼자 살든, 당신은 이 세상에 소중하고 독특한 선물입니다. 외부적인 어떤 일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당신은 이미 완전한 사람입니다.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71p)
  • 우리는 성공적이고 완성된 관계란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계가 단지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하더라도, 그 관계는 성공적이고 우리 자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관계가 필요치 않을 때, 관계 그 자체는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79p)
  • 상실은 여러 면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잃는 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균형이든, 품위든 모든 상실에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불길을 뚫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그 불길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며, 흙 속에 묻혀 있던 다이아몬드가 밖으로 나와 빛을 발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변화합니다. (상실과 이별의 수업 102p)
  •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모든 여유로움은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116p)
  • “무엇이 문제인지 알겠어요. 난 언제나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릴 만한 실력이 없다고.” 이 젊은이의 문제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명함을 디자인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력이 부족하다고 여긴 나머지 꿈을 이루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없어진다면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가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162p)
  • 일단 두려움을 뛰어넘으면 새로운 삶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궁극적으로는 두려움을 벗어 버리는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말했습니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두려움이 주는 이런 배움들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경이롭고 놀라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없는, 우리가 꿈꾸던 삶을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164p)
  • 인내가 주는 한 가지 배움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얻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원하지만 한동안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식일지라도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얻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202p)
  • 우리가 삶에 순응할 때를 알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평안의 기도가 마음을 다스려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225p)
  • 우리는 대부분 행복을 어떤 사건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복은 우리 주위에서 진행되는 일과는 별 관계가 없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얻거나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완벽하게 행복해질 거라고 확신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용서와 치유의 시간 239p)

읽은 책 : W.데이비드 스티븐슨, 『초연결』, 다산북스

다 읽은 날짜 : 2019년 12월 14일

< 읽게 된 동기 >

‘ STEW독서소모임’ 지정 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3점/ 5점 )

‘IoT will be eating the world!’ 라고 말씀하시는 유익하지만 재미없는 교수님 말씀.

<서평>

나는 책 읽는 습관이 있는데 스토리에 빠진 책은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읽지만,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은 챕터별로 끊어서 천천히 소화하면서 읽고 재미가 없는 책은 읽다가 시간이 아까워 더 읽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재미가 없었다. 그렇지만 챕터별로 끊어서 읽었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정보가 필요했다는 것일까?

IoT(Internet of Things)는 한글로 풀면 ‘사물인터넷’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직접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고 처리한다. 필자는 사물이 상호작용하는 ‘초연결’을 통해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기업은 이 발전에 하루빨리 대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사례 중 2가지가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폐기물 관리 기업 ‘빅벨라솔라’가 만든 쓰레기통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는 압축기 덕분에 쓰레기를 다섯 배나 많이 담는 동시에 적재량과 적재 추세를 관리하여 효율적인 수거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쓰레기통은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주변 보행자에게 위치 정보 등을 안내하며, 주변 날씨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기상예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낱 쓰레기통이 기업에는 자사에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IoT가 된다.

왠지 대학생 때가 생각난다. 나는 친구와 IT 창업을 했고 사업성의 부재만 확인한 채 학교로 돌아왔다. 운 좋게도 교내 ‘지암 Innovators’ Studio’라는 IoT를 구현하는 동아리에 들어가 팀장을 맡아 1년간 제품을 만들었다. 우리팀은 누구나 아침에 거울을 본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거울에 사용자 맞춤 날씨나 교통 정보를 보여주고, 전신사진을 찍어 Daily Look을 관리하는 ‘스마트미러’를 제작했다. 전시회에서 인기가 있었고 특허 등록과 함께 『MICROSOFT』에도 놀러갔다. 당시 우리 팀은 수많은 ‘스마트xxx’을 보았고 그중 대부분은 쓰레기였다. 선배들이 만든 것 중에 제일 나은 것은 터치가 가능한 LED 티셔츠였는데 엄마와 아이가 빛을 통해 서로의 티셔츠를 직접 만지며 교감하는 따뜻한 제품이었다.

제조사는 제품의 본질을 ‘인간의 본능과 가장 가까운 욕망’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에 의미 있고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의 데이비드 로즈) 215p

결국 IoT(또는 모든 제품)가 정말로 스마트해지려면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 과연 지금의 IoT는 스마트한 것인지 자문해보았다. 나는 그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답한다. 그 이유는 내가 주는 정보가 나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길을 물어보는 것보다 지도 APP을 켜서 길을 검색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APP으로 보일러를 켜는 것보다 내가 직접 켜는 것이 귀찮지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집에 CCTV를 설치해서 얻는 안전보다 나의 사생활의 자유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IoT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공유하고 순환 시켜 끊임없이 개선하면 결국 고객에게 효용을 준다고 말한다. 그 효용을 피부로 느낀다면 나도 변할까?

두 번째는 작업용 IoT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튤립’이라는 회사다. 튤립은 기술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도 IoT 도구를 손쉽게 이용하도록 도와준다. 최근의 기술 발전을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을 사람이 더 잘하게 하는 대신에 기계가 완전히 대체하도록 변하고 있다. 튤립은 이런 상황 속에서 작업자의 훈련 시간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동시에 노동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다. 나는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바람직한 기술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간 음식점에서 로봇이 서빙하고 있었다. 음식을 든 로봇은 우리 식탁 앞에 섰고 나는 그 음식을 우리 식탁으로 옮겼다. 기분이 나빴을까? 아니다. 그로인해 종업원은 더 친절하게 주문을 받았고 필요한 상황일 때 바로 올 수 있었다. 기술은 인간을 돕고 인간은 인간 본연의 일을 한다. 그게 효율에 감춰진 IoT 진정한 혁신이다.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진정한 IoT 혁신을 완성할 수 없다.

270p

마지막으로 이 책은 조직의 구성까지 ‘초연결’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모든 업무를 그때마다 조직된 팀으로 처리하며 팀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팀장 역시 자연스럽게 선출된다. 일을 중심으로 회사가 움직인다는 점은 흥미로우나 나에게는 아직 먼 얘기를 들린다. 실제 조직 생활에서는 일을 진행하는 것만큼이나 누가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지에 관한 명백한 역할이 중요했다. 그 역할은 대개 업력이 오래 쌓인 사람이 하는 것이고 팀원들은 그의 지휘 아래 시키는 일만 했다. 지금의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자는 주의인데 언젠가 관리자가 되면 팀원들이 자기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게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둘 것이다. 그게 다다.

언제 어디서든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원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자면 독자적으로 팀을 꾸리고 목표나 생산량을 스스로 설정하게 하는 것이죠.

라즐로 복(구글 총괄 인사 책임자) 279p

한 가지 더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업력과 실력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의 경험은 그 사람의 능력에 도움은 되겠지만 과거의 경험이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신생 업계에서 일하면서 다른 업계에서 일하다 넘어온 자칭 고수라는 여러 사람을 만나 왔지만, 처음부터 실무를 쌓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 말 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매일 공부하며 다른 팀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우쳐 주었다.

<인상 깊은 문구>

  • 나는 내 친구이자 유능한 경영 컨설턴트 에릭 보나보의 질문에서 ‘진정한 혁신의 척도’를 가늠한다.
    “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면 진정한 혁신이란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을 밑바탕부터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7p
  •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면(필수 원칙 1),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은밀히 저장만 해둔다면(필수 원칙 2), 데이터를 끊임없이 순환시키지 않는다면(필수 원칙 3),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필수 원칙 4), IoT 혁신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이익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32p
  • 빅벨리솔라는 ‘좋은 기술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스며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사례다. IoT를 이용하면 하찮고 흔한 도시의 쓰레기통 같은 물건마저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품 수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전천후 통신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보행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43p
  • 아마존 IoT 분야의 책임 총괄자이자 『 아마존 웨이 사물인터넷과 플랫폼 전략 』 을 쓴 존 로스먼은 ‘감지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는 데에 그치지 말고 데이터를 끈질기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략) 즉, 사물의 내부를 파악하게 도와줄 모형과 분석 정보, 알고리즘까지 결합해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80p
  • 디지털 세계가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으므로, 데이터 저장 장치는 앞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용량이 더 큰 저장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유일하고 확실한 해답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중략)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데이터 흐름의 우선순위를 평가해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버릴지 선택해야 하며, 누가 언제 데이터에 접근할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81p
  • 즉, 인공지능은 IoT 기기가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꾼다. 그리고 IoT는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흡수해야 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가장 ‘완전하게’ 제공하는 정보원이다. 95p
  • 디지털 쌍둥이(현실과 동일한 디지털 모형)를 적용한 제품들이 일상의 중심축이 되어, 낱낱이 흩어진 제품들을 통합해 끊임없이 데이터가 순환하는 프로세스가 들어설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산자는 초연결시대에 걸맞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즉,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일에 덜 집중하고 그것을 둘러싼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114p
  • 그동안 쌓아온 문화와 기조와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하지만 바꿔야 한다. 기술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근본부터 고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시작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이는 지난 기술의 역사가 증명해온 단 하나의 진리다. 126p
  • 이처럼 데이터를 공유하면 여러 사용자의 요구 사항(욕구)과 그것을 해결할 방법(효용)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140p
  • 지멘스는 제조 공정을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설계부터 공급, 제조, 유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디지털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때 전체 가치 사슬에서 얻은 경험을 다시 설계 및 개발 과정에 반영하면, 유익한 순환이 일어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물리적 가치 사슬 전체를 디지털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입니다.” 174p
  • 인털에서 IoT 도입을 총괄한 프랭크 존스는 이렇게 말한다.
    “IoT의 진짜 기회는 데이터를 얼마나 남다르게 결합하느냐에 달렸다. 데이터를 제대로 결합한다면, 마침내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공장이 1분 후, 1시간 후, 1개월 후 어떻게 돌아갈지도 예측할 수 있다. 193p
  • (MIT 미디어랩의 데이비드 로즈의 말) “제조사는 제품의 본질을 ‘인간의 본능과 가장 가까운 욕망’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에 의미 있고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 215p
  • 컨설팅 업체 ‘A. T. 카니’의 대표 에릭 거뱃은 말한다 “이제는 경험이 공 제품이다. 그리고 경험은 제품과 사용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경험을 만드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242P
  • IoT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이다. 그리고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IoT 기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짝으로 종종 거론된다. (중략) IoT 데이터를 이용해 소매 유통 시스템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면 다양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251p
  • ‘또 누가 이 데이터를 쓸 수 있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고객 전체와 끊임없이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않고 있다. 259p
  • IT 전문가 존 산타게이트는 IoT를 이용해 작업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거를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정리했다.
    “로봇 사용이 날로 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에서 사람의 노동력이 점차 필요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신선하게도, 한 회사가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실행하는 업무를 개선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과 자동화를 도입하면 작업 효율과 품질 관리, 생산성이 개선된다고들 한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노력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사람들 스스로가 말한다. 하지만 사람의 노동력과 기술의 가치를 연결할 순 없을까? 인간의 노력에 정교한 분석법과 개방된 기술을 더해 제조 공정을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튤립(작업자용 IoT 개발회사)이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종종 디지털 변혁에서 인간의 존재를 빠뜨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지극히 경제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이미 충분히 숙련된 자원이 넘쳐나는데 왜 그러한 무기를 활용하지 않고 엉뚱한 데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가? 변혁에서 일찌감치 승리의 기반을 확보하는 길은 사람의 노력과 다른 기술을 연결하는 것뿐이다.” 275p
  • “언제 어디서든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원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자면 독자적으로 팀을 꾸리고 목표나 생산량을 스스로 설정하게 하는 것이죠.” 라즐로 복(구글 총괄 인사 책임자) 279p
  • 선례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거나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281p
  • 역사는 늘 가장 먼저 손을 털고 움직인 사람만 기록한다. 289p

읽은 책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11월 27일

< 읽게 된 동기 >

‘ STEW독서소모임’ 지정 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 ☆ ( 4점/ 5점 )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정의’라는 공기.

<서평>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술한 책이다. 답을 딱 내리기 어려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철학자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이 제시된다. 작가에 따르면 정의는 세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정의란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목적 그 자체의 자율적인 행동으로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시민의 깨어있는 사고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정리하면서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옆자리 동료가 어느 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ㅇㅇ님 정의란 무엇일까요?” 내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이거 무슨 상황인 거지 생각하고 그 의도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직장인이 되고서 누가 얼마를 벌고 어떤 것을 샀는지에 다들 민감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되었다. 나 또한 내년 연봉 협상이나 궁금하지(오를 거라 믿습니다) 지금껏 정의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나의 최초의 도덕적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도박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친구의 돈을 잠시 훔쳐도 되는 걸까요?

아마 목적만 옳다면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도덕 선생님은 “동기가 중요하더라도 돈을 훔치는 것은 범죄니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별 생각 없이 지나간 것 같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헌법 시간에 정의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나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전형적인 법대생 마인드가 내 인생의 근간을 이룬 셈이다. 직장인이 되고서 따로 정의를 생각한 적은 없지만, 조직과 개인 사이에 윤리의 균형점을 찾는 데 노력했다. 조직은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개인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개인은 조직을 통해 자아 실현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이 사회의 정의를 생각한 것이다.

정의가 법전에 쓰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正義는 단번에 定義할 수 없다. 작가는 정의의 여러 관점을 반론하고 연대 의무를 지는 정의를 말한다. 개인은 사회의 일원이며 시민으로서 토론하고 실천하며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론은 없는 것인가? 작가는 시민은 그 사회에 특별한 의무가 있고 국내산 소비를 장려하거나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그 사회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이 되어 사회에 해만 입히는 사람과 시민이 되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 타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정말 정의인가 생각해본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에 손해를 끼치는 현실은 이미 존재한다.

나는 ‘중요한 것은 동기다’라고 말하는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 가장 설득이 됐다. 칸트는 인간은 생각하는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제시했고, 이는 현재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잘났든 못났든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이 주장은 최근 나에게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만약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그리고 인간처럼 권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인간의 이성과 로봇의 이성의 차이를 설명해야 할까? 결국 인간은 로봇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그전까지 칸트의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보편적 권리의 주체다.

나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한다. 이 업계에 왜 오게 된 것일까?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간다는 선구자적 우월의식도 있었지만, 사회에 신뢰를 구현하는 새로운 합의 시스템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도 사실이다. 결과야 어찌 됐든 칸트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동기’가 아니겠는가! 정의를 따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작가의 말마따나 공동선을 추구하는 중이다. 평소에는 열심히 일하고(범죄자를 잡아 사회에 기여도 하고) 필요한 소비를 하고 세금을 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해 기부를 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서 의제에 투표도 하고 국민적 공분이 생기는 사건이 생기면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자연스럽게)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당신의 책장으로 선물해주고 싶다. 나에게 책을 사달라고 요청해보라! 물론 나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인상 깊은 문구>

  • 허리케인 찰리가 지난간 뒤에 일어난 가격폭리 논쟁은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사람이 자연 재해를 이용해, 시장이 견디기만 한다면 어떤 가격을 불러도 상관없는가? 이때 법이 조금이라도 힘을 쓸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가격폭리 금지가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방해할지라도 주정부는 가격폭리를 금지해야 하는가? 16p
  • 그러나 가격폭리에 대한 분노는 단순히 지각없이 성을 내는 게 아니다. 진지하게 고민할 가치가 있는 도덕적 주장의 표현이다. 분노는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는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특별한 종류의 화다. 다시 말해, 부당함에 대한 화다. 18p
  • 이처럼 가격폭리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다들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을 때 분노하며, 인간의 불행을 이용하는 탐욕은 포상이 아닌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법을 만들어 미덕을 심판하려 할 때는 우려를 표한다.
    이 딜레마는 정치철학의 중대한 문제 하나를 드러낸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의 미덕을 장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법은 미덕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가? 20p
  •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다시 말해, 각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 준다. 이때 누가, 왜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다 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우리는 이미 이 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가격폭리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상이군인훈장과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여러 주장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찾아냈다. 행복, 자유, 미덕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암시한다. 33p
  • (한 아이를 가두고 비참하게 사는 대가로 행복해진 도시 이야기를 그린 책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인용하며) 이 조건을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인간의 기본권 존중을 내세워 벤담의 공리주의에 반박하는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조건으로 시 전체가 행복해진다 해도 그렇다. 다수의 행복이라는 명분 아래 죄 없는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잘못이다. 63p
  • 밀은 저서 <자유론>은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영어권 세계의 고전이다. 이 책의 요지는, 사람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면서 개인을 보호하려 들거나 다수가 믿는 최선의 삶을 개인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유일한 행동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라는 게 밀의 주장이다.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내 “독립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개인은 자신에 대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주권을 갖는다”. 74p
  •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그 명분은 경제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들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도 똑같이 존중한다면, 우리 소유물은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다. 89p
  • 아이를 출산하는 행위와 전쟁을 수행하는 행위만큼이나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행위도 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런가를 생각하도 보면, 정의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게 하는 두 가지 질문에 직면한다. 자유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세상에는 시장이 존중하지 않는,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덕과 고귀한 재화가 과연 존재할까? 143p
  • 칸트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소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자율적 존재로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할 능력이 있다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는 단지 우리가 이성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능력이 있으며, 이는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167p
  •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라고 칸트는 말한다. 그것은 널이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 “비록 (…) 이 의지가 원래 의도를 널리 퍼뜨릴 힘이 매우 부족하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해도, (…)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선하려면, “도덕법에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덕법 그 자체ㅔ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동기는 의무인데, 칸트가 말하는 의무 동기란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158p
  • 칸트식 존중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며, 우리 모두에게 비차별적으로 존재하는 이성적 능력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기에,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와 똑같이 용납될 수 없다. 또 그렇기에, 칸트의 존중 원칙은 보편 인권 원칙과도 통한다. 칸트가 생각하는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가 어디에 살든, 우리가 상대를 얼마나 잘 알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따라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 173p
  •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정치의 목적은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다. 국가의 목적은 “상호 방위를 위해 동맹군을 파견하거나 (…) 경제 교환을 수월하게 하고 경제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정치는 그보다 숭고한 행위인 좋은 삶을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이 고유의 능력과 미덕을 개발하게 만드는 것, 즉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게 하는 것이다. 272p
  •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의 상실>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도덕적 행위자로서 목적과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매킨타이어는 인간을 자발적 존재로 보는 시각의 대안으로 서사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다. 우리는 서사적 탐색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려면 그전에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310p
  • 매킨타이어는 젊은 독일인의 예를 제시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1945년 이후에 태어났으니, 나치가 유대인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든 현재 자신과는 도덕적으로 연관성이 없다”고 믿는다. 매킨타이어는 이 예에서 도덕적 천박함을 발견한다. “나는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자아를 서사적으로 보는 관점과 명확히 대조되는 입장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정체성이 형성된 공동체의 이야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를 안고 태어나는데, 개인주의자처럼 나를 과거와 분리하려는 시도는 내가 맺은 현재의 관계를 변형하려는 시도다.’ 312p
  • 만약 도덕적 행위자로서 서사적 개념에 더 끌린다면, 정의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을 고민할 때 우리 정체성의 근거지인 공동체의 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 중립을 갈망하는 태도는 잘못되었을 수 있다. 좋은 삶을 생각해보지 않고 정의를 고민하기란 불가능하거나 어쩌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336p

읽은 책 :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10월 25일

< 읽게 된 동기 >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나온 책.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 ‘섬에 부쳐서’ 때문에.

(생략) 나는 아직도 그 독자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될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14p

< 한줄평 및 별점 > ★★☆☆ ( 3점/ 5점 )

옛사람의 소소한 이야기. 시대는 흐르지만 생각은 비슷하다.

<서평>

집에서 전에 다니던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면 1시간이 걸렸다. 만원 지하철에 책을 들고 읽을 수가 없어서 선택한 방법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듣는 것이었다. 저작권 때문에 책을 모두 읽어주지는 못하지만, 책 소개를 듣고 지하철에서 내릴 때면 그 책을 다 읽은 기분이었다. 그때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를 듣고서 이 책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는 스승인 ‘장 그르니에’에 대한 아부성 멘트가 아니었을까.

‘섬’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알베르 카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이다. 책은 총 여덟 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추억, 낯선 도시로의 여행기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쉽게 놓치는 일상의 것들을 예민한 감각으로 잡아내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다만,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건강에 좋은 음식처럼 꼭꼭 씹어 먹어야 제맛을 내는 책이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물루’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행운의 섬’ 첫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대만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더 내 마음에 꽂혔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p

마음 편하게 도착해서 중요 관광지만 빠르게 보는 패키지 여행에 익숙한 나로서는 자유여행은 굉장한 모험이었다. 대만에 도착해서 이때까지 일상에서 써본 적 없던 영어를 쓰고 구글 맵으로 길을 찾고 우버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 오는 날은 갑자기 일정을 바꾸는가 하면 예정에 없던 만남에서 현지인의 맛집을 찾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고서도 타이페이라는 도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을 하고서 새로운 곳에 가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1년간 고전 문학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왜 그렇게 많이 읽었는가 생각해봤더니 그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에서 ‘나가사와’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흥미를 느끼고 말을 건넨다.

나가사와라는 사내는 알면 알수록 기묘한 남자였다. 나는 살아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이한 사람과 만나고, 서로 알고, 스쳐 지나왔지만, 그처럼 기이한 사람은 아직 만난 적이 없다. 그는 나 따위는 따라잡지도 못할 정도의 굉장한 독서가였는데, 죽은 지 삼십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원칙적으로 손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책밖에는 믿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현대문학을 믿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걸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야. 인생은 짧아.”

쓰여진 지 30년이 훨씬 넘은 ‘섬’이라는 책을 읽고서 고전이라고 해도 현대보다 더 우월하거나 깊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이나 21세기에 태어난 사람이나 훌쩍 떠나는 여행을 바라고 고양이!를 좋아하니 말이다. 이제 지적 허영심을 버리고 현대 문학(혹은 최근 쓰여진 책)에서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보며 더 열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은 현재 이 땅에 발을 내디디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인상 깊은 문구 >

  • [공의 매혹] 저 자신 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문득 수의를 밀어붙이며 나사로처럼 일어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의외라는 듯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사실은 그 수의란 다름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배내옷이었던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바로 그러했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을 체험했으니 말이다. 26p
  • [고양이 물루] (고양이를 보며) 조금만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순간 그는 제 행동 섹에 흠뻑 몰두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그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접시에서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그의 눈에 가득 찬 욕망은 치열하다못해 벌써 음식 위로 튀어올라가 앉은 것만 같다. 그가 무릎 위에 몸을 옹크릴 때도 제가 가진 모든 애정을 남김없이 쏟아가며 옹크린다. 행동에 빈틈이라곤 찾아볼 도리가 없다. 그의 행위는 몸놀림과 일치하고 몸놀림은 식욕과,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야말로 끝없는 연쇄 조직처럼 일사불란하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44p
  • (고양이가 집을 나간 후) 이렇게 종적을 감춘 고양이는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배를 연상시킨다. 우리들의 배의 난파 쪽에 더 그럴싸한 시적 후광을 곁들여 상상하게 되는 까닭은 그것이 인간에게 생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루가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범우주적으로 삶에다가 그네들의 향기를 깃들이게 하는 저 유랑하는 고양이들의 종족을 생각하곤 했다. 56p
  • (고양이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서) 이처럼 부질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학해진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61p
  • [케르겔렌 군도]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인다거나, 나의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에서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77p
  • 이태리의 어느 오래된 도시 교외에 살고 있을 적에 나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포석이 고르지 못하며 매우 높은 두 개의 담장 사이에 꼭 끼여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곤 했다(<시골 바닥에> 그처럼 높은 담장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는 사월이나 오월쯤이었다. 내가 그 골목의 직각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를 때면 강렬한 재스민과 리라꽃 냄새가 내 머리 위로 밀어닥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꽃 내음을 맡기 위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84p
  • [행운의 섬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p
  • [부활의 섬] 그는 나에게, <공부를 많이 한> 나에게 어린아이처럼 내세에 대한 질문을 했던 날은 그래도 내 고통이 덜했다. 그때의 그는 벌써 가장 어려운 고비를 지나버린 모양인지 죽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은 후의 일로 마음을 쓰고 있었다. 아마 절망 때문인 듯했지만 그는 마침내 질문을 하면서 조건에 대한 흥정을 하는 참이었다. 나는 비겁하게도 몇 가지 희망적인 말로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 이야기가 그다지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119p
  • [상상의 인도] 어느 흰교도의 말: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 꿈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그저 꿈에서 깨어날 뿐이다. 149p

읽은 책 : 프랭크 세스노, 『판을 바꾸는 질문들』, 중앙books

다 읽은 날짜 : 2019년 9월 27일

< 읽게 된 동기 >

독서모임 10월 지정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3점/ 5점 )

질문하는 일을 가진 나에게 도움이 된 책. 질문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서평 >

대한민국에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아래와 같은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마디)질문 있는 사람 손!

강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면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에게로 달려간다.

우리는 질문을 불편해한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꼴이고, 질문을 받는 사람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길 때도 있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질문에 익숙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질문을 잘하고 잘 받을 수 있다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의 내가 그렇다. 시작은 질문이었다.

팀장님, A 회사 어떤지 아세요?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타부서 개발 팀장님이 혹시 아실까 해서 물어봤다. 단순히 A 회사에 내게 적합한 채용 공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 팀장님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A 회사 동종업계인 B 회사 팀장님에게 물어봤고, 그 팀장님은 “그냥 우리 회사 지원하지?”라고 해서 추천 형식으로 B 회사에 지원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질문. 나는 갑과 을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나도 그 영화를 좋아하면 우리는 같은 집단으로 묶이고 갑이 다른 영화를 좋아하면 나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그렇게 집단의 정확성을 높여서 집단의 추천을 통해 나의 취향을 맞춰나간다 정도로 대답했다. 신사업부서여서 신사업에 필요한 여러 방안을 물어보셨다.

친구와 가장 크게 싸운 적은 언제고 어떻게 화해했냐고 물어봤을 때는 최근에 친구와 게임 영상을 찍었는데 이때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던 친구와 촬영이나 편집 방향에 대해 싸운 적이 있고, A4용지를 꺼내 ‘앞으로 할 일과 하지 말 일’을 적어서 지키자고 하며 화해했다고 말했다. 조직의 갈등을 어떻게 풀지를 친구와의 싸움을 통해 물어본 셈이다.

1시간 동안의 압박 면접이었다. 몸살감기까지 겹쳐서 가장 힘들었던 면접으로 기억된다. 결과는 불합격. 내가 했던 업무와는 같았지만, 완전히 다른 업계에 있었기에 동종업계의 더 적합한 지원자가 뽑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이후 몇 번의 면접을 더 보았고 현재의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합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내가 했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회사의 실무자 면접 때 팀장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개인보다 팀과 일할 때 더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팀은 어떻습니까?


팀장님은 “AI가 99% 일을 대체하더라도 이 일은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팀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며 나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히 답변해주셨다. 그때 나는 이 회사에 정말 붙고 싶었다. 나는 임원 면접까지 진솔하고 편안하게 답변했다. 이 면접 전에 굉장히 긴장하거나, 가상의 나를 만들어 꾸며냈던 면접들이 다 떨어지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합격하고 나서 들은 바로는 실무자 면접 때 전원 찬성은 내가 유일했다고 한다.

—-

책의 ‘유산형 질문’ 단락에 저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이런 대화를 해야 했다고 말한다.

어머니 평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게 뭐예요?

증손주들에게 어머니 얘기를 할 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언젠가 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 본인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써두신 공책을 보여주셨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을 거쳐 88올림픽까지. 할머니 인생에서 한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냥 묻히는 것이 아까워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글을 수집하여 ‘삼대잡설’이란 에세이를 1인 출간했다.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바늘꽂이를 모아 ‘봉화 닭실댁의 손길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도 했다.

별세한 어머니를 기리는 유품전 ‘봉화 닭실댁의 손길전'(영남일보)

할머니께 더 많이 물어볼걸…. 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할머니가 남기신 글과 공예품은 내 곁에 남아 할머니의 삶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하는가?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쓰고 일을 한다. 열심히 쓰다 보면, 일하다 보면 훗날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 스티브 밀러는 CEO라면 한밤중에도 깨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묻고 또 물을 정도가 돼야 진짜 중대한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 우리가 사업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 – 앞날을 내다보고 있는가? – 우리 앞에 있는 문제와 기회를 제대로 예측하고 있는가? – 올바른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가? –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있는가? 54p
  • 2차 이라크전에 앞서 그는 더 큰 목소리를 내며 그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껄끄러운 전략형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누가 그 말을 듣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금 그는 그때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그가 얻은 교훈이자 우리 모두에게 주는 교훈이다. 77p
  • 연구 결과를 보면 공감 능력이 풍부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의사도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치료를 잘한다. 다양한 연구에서 공감 능력이 치료 효과 향상, 스트레스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88p
  • “난 인간관계, 가족의 구성 요소를 넓게 정의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내담자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내담자에게서 자발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서 질문을 던진다. – 어디가 아픈가요? – 뭐가 고민입니까? – 무엇을 시도해봤나요? 베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명확히 알도록 돕고 인도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녀는 사람들을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이끄는 것이 목표라며 “그럴 때 치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107p
  • 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내게 무엇이든 물어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터뷰하는 사람은 대부분 공인이나 유명인이다. 그들은 질문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만약 상대방이 도를 지나치면 지나친다고 요령껏 일러준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의 공적인 삶이나 공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이 아닌 한, 질문을 삼가는 것들이 있다. 나는 정당한 이유가 없이 그들의 사생활을 캐묻지 않는다. 112p
  • 배리는 요원들에게 상대방의 뇌를 되도록 시스템1 상태, 저속 기어에 놓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먼저 상대방이 편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그 질문이 당면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어도 괜찮다. 보편적인 경험이나 상대방의 인생에서 잘 알려져 있고 별로 논란이 되지 않는 부분을 묻는 것이다. 125p
  • 어떻게 그 모델로 결정한 거야? 이 질문은 다른 유형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질문은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한 편의 이야기가 나오게 한다. 배리는 FBI와 비밀경호국 훈련생들에게 인간의 뇌는 본성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학습하고 기억한다. 이야기를 통해 대화에서 자신의 경험과 이력을 전달한다. 동굴벽화도 이야기였다. 성경과 코란과 토라도 이야기다. 우리가 아이들을 재울 때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리바이와 자백도 이야기다. 127p
  • 그는 추측이나 심증만으로 대립하는 인터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 봤자 계속 같은 말만 반복돼서 끝내 속 시원히 풀리지 않아요. 반면 상대방의 말에 반대되는 사실 근거가 있어서 그것을 보란 듯이 내밀면서 반박하는 인터뷰,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한 말을 근거로 맞서는 인터뷰, 저는 그런 인터뷰를 좋아하고 또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면서 그런 인터뷰는 사전에 준비를 무척 많이 해야 하고 “진실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인터뷰”라고 했다. 쿠퍼는 꾸준히 그 기술을 연마해왔다. 143p
  • 암스트롱은 그 인터뷰가 자신에게 적당히 면죄부를 주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논증에 빈틈이 없고, 심문자가 잘 훈련되어 있으며, 질문이 믿을 만한 정보에 근거해 예리하게 만들어졌을 경우 예/아니오 질문, 유죄/무죄 질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똑똑히 볼 수 있다. “이건 예술이고, 심리전이고, 두뇌 싸움이고, 커뮤니케이션이고, 공연입니다.” 164p
  • 절대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193p
  •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시민들은 무엇을 하라고 나를 당선시켰는가? 195p
  • 나는 내 반향실이 되어 내 아이디어에 동조하고 내 논리를 인정해줄 가상과 현실의 친구와 동료로 주위를 똘똘 에워쌀 수 있다. 나는 모든 구성원이 내게 동의하는 미디어 세상에 살 수 있고, 내가 속한 소셜미디어 부족이 내 확신을 더욱 공고하게 뒷받침해준다. –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속단을 피하는가? – 우리는 우리가 틀리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 – 우리는 다른 식으로 질문할 수 있는가? 228p
  • 페도로프의 말에 따르면 과학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반복된 관찰, 반복 가능한 실험 결과와 연관 짓는다. 과학자들은 ‘좋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고 말한 뒤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증하지? – 내 아이디어가 어떤 면에서 틀릴 수 있지? 243p
  • – 역대 최악의 실패는 무엇이었습니까? 진은 “그 질문을 피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예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그것도 좋은 자산이 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했다. 265p
  • – 나한테 뭘 묻고 싶으세요? 홀랜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원자가 미리 알아볼 것을 다 알아봤는지, 열정과 호기심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저는 지원자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어요”라고 했다. 275p
  • – 어머니 평생에 가장 자랑스러운 게 뭐예요? – 증손주들에게 어머니 얘기를 할 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310p
  • – 나는 무엇을 성취했는가? –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는가? 311p
  • – 손자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그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인생을 즐겨라. 배짱 있게 살아라. 재미있게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좋은 사람이 돼서 즐겁게 살아라. 남한테 상처주지 마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봐라.” 그리고 자기 삶의 원칙을 압축해서 적어놓았으니,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친절한 사람이 돼라”라고 했다. 325p

읽은 책 : 조지 오웰, 『1984』, 문학동네

다 읽은 날짜 : 2019년 8월 24일

< 읽게 된 동기 >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원작이자 언젠가 읽고 싶던 문학 고전.

< 한줄평 및 별점 > ★★★★ ( 5점 / 5점 )

1948년 조지 오웰 쓴 마지막 대작. 2019년 그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서평 >

‘1984’라는 책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 소설.

거대한 얼굴의 포스터가 벽에서 그를 응시했다. 포스터는 아주 교묘하게 고안되어서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그 눈초리가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빅 브라더(Big Brother)는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표제가 그 밑에 적혀 있었다.(8p)

무표정한 얼굴의 절대자 ‘빅 브라더’는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생각도 선택도 할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은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될 뿐이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1984년쯤 펼쳐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원작이자, 영화 ‘이퀼리브리엄’이나 가이 포크스의 가면으로 더 유명한 ‘브이 포 벤데타’를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내용을 대강 알 수 있다. ‘1984’와 그 속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수세기 동안 수많은 문화에 파생되어 재생산되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당을 위해 일하는 외부당원이다. 그는 역사의 기록을 조작하고 조작한 증거를 불태우는 ‘진리부’라는 곳에서 일한다. 그로 인해 빅 브라더는 절대 틀릴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비교할 과거의 대상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윈스턴은 풍부부*의 숫자를 고쳐 쓰면서, 사실상 이건 위조라고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단지 되지 않은 소리를 다른 종류의 되지 않은 소리로 바꿔놓는 일에 불과했다. 우리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자료는 현실세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노골적인 거짓말만큼도 상관이 없었다.(55p)

*풍부부 :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부서

진리부 슬로건인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이다. 조지 오웰은 1984년 빅 브라더가 현재를 지배하기 때문에 과거를 지배하고, 결국엔 미래까지 지배하는 세계가 올 거라 경고했다. 대한민국도 80년대 무렵 빅 브라더 같은 독재정권 속에서 민주화를 부르짖은 수많은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빅 브라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민주주의 국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책에서 보았던 1984년과 대한민국의 2019년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다. ‘1984’에서 당은 무산자(당원이 아닌 자)는 그저 주어지는 대로 살 뿐이고 그들을 겁주고 괴롭히면 절대로 반기를 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 세대는 꽃피는 청춘에 80년대 독재에 대항했고, 우리는 2017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힘을 간과한 것이다. 시대가 흘러도 우리 안에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그런 힘이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당은 빅 브라더에게 불만을 품고 사상죄를 저지른 윈스턴 스미스를 잡고 고문하고 세뇌한다. 내부당원은 윈스턴에게 손가락 4개를 보여주고 당이 5개라고 말한다고 하면 몇 개라고 답할지 물어본다. 윈스턴 스미스는 4개라고 대답한다. 당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고문은 계속된다.

무엇이든 진실일 수 있다. 소위 자연 법칙이라는 것은 엉터리다. 중력의 법칙도 엉터리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 윈스턴은 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그가 바닥에서 떠오른다고 생각을 하고, 그와 동시에 나도 떠오르는 그를 본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이루어지는 것이다.'(342p)

이것이 철학에서 나오는 칸트의 ‘인식론’이다. 칸트 이전에는 저기 돌이 ‘존재’하는 것을 내가 본다는 ‘존재론’이 대세였다면 칸트는 그 반대로 ‘내가 저 돌을 ‘인식’하기에 저 돌은 거기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철학의 전환점을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라고 말한 지동설과 비유된다. 개인적으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시절 신체검사를 하면서 누구는 색각검사표에 색으로 그려진 숫자를 읽고 누구는 읽지 못한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 둘이 보는 색깔은 조금 다를 것이다. 우리는 같은 색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미술 그 자체의 미와 함께 그 미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새로운 미가 창조된다는 해석이 책을 읽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의미 없어 보이는 추상화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에서 나의 마음을 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기에 자신의 서명을 하고 ‘샘’이라 칭한 마르셀 뒤샹도 우리에게 예술적 충격을 주어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가라고 평할 수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서는 맹인에게 대성당이 어떻게 생긴 지 가르쳐주려는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은 열심히 설명하지만, 맹인에게 ‘대성당’의 모습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다. 맹인은 주인공에게 대성당을 같이 그려보자고 제안한다.

이제 눈을 감아보게나.” 맹인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그가 말한 대로 눈을 감았다.

“감았나?” 그가 말했다. “속여선 안 돼.”

“감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계속 눈은 감고.” 그가 말했다. “이제 멈추지 말고. 그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게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해낸 것 같아.” (중략)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내가 보는 이 물체는 존재하는 걸까? 내가 없다면 이 물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나는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다르게 본다고 생각한다. ‘빅 브라더’가 4개의 손가락을 5개라고 말한다면, 나는 4개로 보이지만 5개일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4개라고 말해도 나는 고문을 당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나의 윤리적, 논리적 판단에 따라 사물을 판단하는 ‘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빅 브라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2019년에 사는 내가 ‘2184’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아래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했던 상상이다.

텔레비전의 발전과, 한 번에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의 발명으로 개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 적어도 감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인물들은 하루 24시간 경찰의 시선 아래 있어야 하며, 다른 모든 통신망은 다 봉쇄된 채 정부 선전만 듣게 된다. 그래서 국가가 하자는 대로 완전히 복종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사를 획일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출현하게 되었다.(251p)

빅 브라더는 사람들의 집 벽면에 설치된 흐린 거울 모양의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구로 24시간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 브라더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지켜본다. 우리는 잠자는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다. 빅 브라더를 부정하는 잠꼬대를 하는 순간 사상죄로 재판 없이 증발해 버린다. 그가 존재했던 과거 또한 사라지며 그는 태어난 적도 없는 사람이 된다. 빅 브라더와 같은 독재자는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싹을 자르려 노력한다. 과거에는 첩자를 통해, 지금은 해킹을 통해 말이다. 과학의 발전은 곧 감시의 발전이다. 자 다른 예를 들어보자.

2184년 서울. 나의 수면 주기를 파악한 AI(인공지능)가 나를 적절한 시간에 깨워준다. AI는 오늘 내가 할 일을 알려주고 입을 옷을 추천해준다. 집을 나서면 무인 자동차가 내 앞에 대기해있고, 나는 그 차를 타고 회사를 간다. 어쩌면 회사에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로봇이 나 대신 일을 할지도 모르니.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이 미소를 떠올렸다면 다시 읽어보자. AI를 빅 브라더로 바꿔서 말이다. AI 서비스가 나에게 정확한 정보를 추천하려면 나의 개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동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선택의 고민을 AI에게 맡기고 자유를 스스로 박탈당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애플 “‘시리’와 나눈 대화, 계약업체 직원들이 들은 것 사과”(mbc)

우리가 흩뿌린 데이터가 곧 나를 말해준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쓴 글을 텍스트 마이닝(글자를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하면 내가 어떤 말을 많이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내가 검색한 가전제품은 곧 검색 사이트 잘 보이는 곳에 광고되고 나는 그 제품을 별 고민 없이 산다. 쇼핑몰에서는 내가 산 제품을 많이 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제품도 나에게 추천한다. 나의 데이터를 많이 가질수록 나의 행동력과 구매력을 얻는다. 그 말은 고객의 데이터를 많이 가질수록 회사는 제품을 많이 알리고 팔 수 있다.

은행은 나의 금융 데이터를 독점한다. 내가 친구에게 100만 원을 송금하면 은행 서버의 내 계좌에 있던 100만 원의 데이터가 차감되고 친구 계좌에 100만 원의 데이터가 추가된다. 내가 100만 원을 송금했다고 해서 실제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데이터가 움직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은행에 100만 원을 요구하면 은행은 나의 데이터를 보고 돈을 주지 않고, 친구가 100만 원을 요구하면 은행은 친구의 계좌 데이터를 보고 돈을 준다. 우리는 은행을 신뢰한다. 아니 은행의 데이터를 신뢰한다. 은행의 데이터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우리는 믿을 것인가?

‘블록체인’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다. 블록체인을 쉽게 설명하면 내가 너에게 100만 원을 보낸 거래 기록을 나도 너도 그리고 다른 사람도 가진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기록을 일정 주기마다 암호화시켜서 블록으로 압축시키고 앞의 블록에 연결한다. 이처럼 거래 기록을 담은 블록을 체인처럼 잇는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블록체인을 한마디로 풀자면 ‘암호화된 분산 장부’이다. 내가 100만 원을 보냈다고 주장하면 받는 사람의 장부나 다른 사람의 장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거래 내역을 위조하려면 장부의 51%를 위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이 접목된 기술이 ‘비트코인(bitcoin)’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비트코인의 핵심 철학은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 창출’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화폐. 이것은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인 ‘신뢰’를 온라인상에서 구현해낸 엄청난 발견이다. 간혹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고 말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책 ‘만화로 배우는 블록체인’에서 벌 이야기가 나온다. 꽃은 벌을 통해서 꽃가루를 옮기고 생식한다. 벌은 단지 꿀을 얻기 위해 일할 뿐이지만 그로 인해 꽃의 생태계가 이루어진다. 블록체인 거래를 확인해주는 ‘마이닝’ 작업을 완료하면 벌에게 꿀을 주듯 ‘비트코인’을 주어야 블록체인 생태계가 완성된다.

금융권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익명의 통제할 수 없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암호화폐 규제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내놓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필자가 비트코인 예찬론자인가 싶을 것이다. 허나 나는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술일 뿐이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블록체인이 세상을 단번에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빨라지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이미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인터넷’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가 필요하다.

2184년은 나의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일까?

< 인상 깊은 문구 >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그러나 빅 브라더의 얼굴은 화면에 몇 초 동안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눈에 와 닿은 충격이 생생하면 금방 씻어버릴 수 없듯이. 자그만 갈색머리 여자는 자기 앞쪽에 있는 의자 등판으로 몸을 굽혔다. 그러고는 떨리는 소리로 “나의 구세주여!” 하고 중얼거리며 화면을 향해 팔을 벌렸다. 그런 다음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기도를 중얼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25p)

독재자 빅 브라더의 출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

일기장은 재가 되어버릴 것이고, 자신은 증발돼버릴 것이다. 사상 경찰만이 그가 쓴 기록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거 전에 읽어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종이쪽지에 끼적거린 필자불명의 글씨마저 쥐도 새도 모르게 꺼져버리는데 무슨 방법으로 미래에 화소연할 수 있단 말인가?

텔레스크린이 14시를 쳤다. 10분 안에 떠나야만 한다. 그는 14시 반까지는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희한하게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의 마음에 새로운 기분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그는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진실을 말하는 고독한 유령이었다. 그렇지만 좀 애매한 표현을 쓰는 한 그 발언은 지속될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은 그의 진실을 들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을 지니고 있게도 하는 것이다. 그는 책상으로 다시 돌아가 펜을 들고 써나갔다.

미래에게 혹은 과거에게, 사상이 자유롭고 인간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서로 고립되어 살지 않는 시대에게 – 그리고 진실이 죽지 않고, 이루어진 것은 짓밟혀 없어질 수 없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 축복이 있기를!(39p)

일기장을 통해 세계의 진실을 말하려는 고독한 주인공 .

(빅 브라더의 위엄을 높인 오길비 동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든 뒤) 윈스턴은 오길비 동무에게 특별훈장을 줄까 하고 생각을 거듭했다. 그런데 주게 되면 쓸데없이 까다로운 대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주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또 한 번 맞은편 집무실에 앉은 자신의 적수를 힐끗 보았다. 웬일인지 틸롯슨이 자기와 똑같은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판에 누구의 원고가 채택될지는 알 길이 없으나 자신의 것이 뽑히리라는 확신이 섰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오길비 동무의 존재가 이제는 사실이 되었다. 죽은 사람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산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충격을 주었다. 현재까지 존재한 일이 없던 오길비 동무가 이제는 과거 속에 존재하고, 일단 날조 행위가 망각되면 그는 샤를마뉴 황제나 줄리어스 시저처럼 똑같은 증거 위에 확실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63p)

과거는 현재에 의해 창조되고, 날조된 현재마저 이중사고로 잊혀진다.

(당이 쓰는 ‘신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주인공 친구의 말) “신어의 완전한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려는 데 있다는 걸 자넨 모르겠나? 결국에 가서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해놓자는 걸세. 왜냐하면 그걸 나타낼 낱말이 없으니까 말이야.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하게 단 한 마디로 표현될 거고, 그 의미는 정밀하게 뜻을 나타내고 다른 보조적 의미는 지워져 잊게 될 테니까 말이야. 벌써 제 11판에는 그만큼 되고 있거든. 그렇지만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고난 뒤에도 오래 이어질 거야. 해가 갈수록 낱말은 자꾸 그 수가 줄고 그러면서 의식의 범위도 계속 좁아지는 거지. 지금도 물론 사상죄를 범하는 데 이유나 구실은 붙일 수 없어. 그건 단지 자기 수련이나 현실 통제의 문제거든.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런 것마저 필요 없게 될 거야. 언어가 완성될 떄 혁명은 완수될 걸세. 신어는 영사고, 영사는 바로 신어야.” 그는 알 수 없는 만족감으로 덧붙여 말했다. “늦어도 2050년까지 우리가 지금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있을 것 같은가?”(69p)

언어가 인간의 생각을 만들기 때문에 언어를 장악하여 인간을 통제하려 한다.

당은 눈이나 귀로 잡은 증거는 거부하라고 요구한다. 그것은 당의 최종적이며 가장 본질적인 명령이다. 그는 어마어마한 위력이 자기 앞에 가로놓여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당에서 지성인이라고 하는 작자들은, 그가 대답은 고사하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묘한 문제를 끄집어내 논쟁을 벌여 그를 손쉽게 굴복시키고 말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믿는 것은 옳다! 그네들이 틀렸고 그는 옳다. 명백한 것, 순박한 것, 그리고 진실한 것은 지켜져야만 한다. 자명한 것은 진실하며 그것은 사수되어야 한다! 세계는 굳건히 존립하며 그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돌은 단단하고, 물은 축축하며, 허공에 뜬 물체는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진다.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말하는 기분으로, 또한 중요한 공리( 公理 )를 내세우는 기분으로 다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 자유가 허락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여기에 따른다.(103p)

자유가 있다면 둘 더하기 둘이 다섯이라고 해도 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백은 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결국은 하게 될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하는 거니까요. 당신도 별수 없어요. 놈들이 고문을 하니까요.”

“내가 말하려는건 자백이 아니야. 자백은 배신이 아니니까. 당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아. 감정이 문제일 뿐이야. 놈들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건 정말 배신이지.”

줄리아는 그것을 거듭 생각했다. “놈들은 그럴 수 없어요.” 그녀가 결정적으로 말했다. “놈들한테 유일하게 불가능한 게 그 일이에요. 당신에게 무엇이고 자백하게 할 순 있어요. 무엇이든지요. 그렇지만 당신이 그 말을 믿게 할 수는 없어요. 당신 속까지 파고들 수는 없다고요.”

“그래.” 그는 약간 희망에 차서 대꾸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놈들이라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진 못해. 만약 인간으로 머무르는 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비록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도 놈들을 때려 부수는 격이 돼.”(207p)

양심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불가침의 본질적인 자유.

새로운 귀족 정치는 대부분 공무원, 과학자, 기술자, 노동 운동가, 선전 전문가, 사회학자, 교사, 언론인 및 직업 정치인 등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그 출신이 중류층 봉급생활자와 노동 계급의 상류층으로서, 독점산업과 중앙집권으로 인해 세계가 황폐해지자 한데 모여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과거 그들의 반대 세력과 비교해 그들은 덜 탐욕스럽고 덜 사치하는 반면 순수한 권력에의 갈망이 더 크고, 반대 세력을 타도하는 데도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 마지막 차이점이 주가 된다. 오늘날 존재하는 전제자와 비교해보면 과거의 그들은 열의가 낮고 비능률적이다. 과거 모든 지배집단들은 언제나 어느 만큼은 자유사상에 감염되어 있고, 어디에나 엉성한 면이 남아 있고, 명백한 행동만을 문제 삼고, 자기네 국민들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된 것은 과거에는 어떤 정부도 국민을 계속해서 감시할 힘은 없었다는 데 약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인쇄술의 발명은 국민 여론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고 영화와 라디오가 그것을 한층 더 진전시켰다. 텔레비전의 발전과, 한 번에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의 발명으로 개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 적어도 감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인물든은 하루 24시간 경찰의 시선 아래 있어야 하며, 다른 모든 통신망은 다 봉쇄된 채 정부 선전만 듣게 된다. 그래서 국가가 하자는 대로 완전히 복종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사를 획일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출현하게 되었다.(251p)

새로운 귀족 정치의 시작,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통한 감시!

(윈스턴을 고문하는 내부당원의 말) “두번째로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이란 인간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라는 사실이야. 인간의 육체 위에 군림하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권력이지. 물질에 대한 권력, 그러니까 자네가 말했던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가 않아.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배는 이미 절대적이니까.”

잠시 동안 윈스턴은 다이얼을 잊어버렸다. 그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앉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고통스럽게 몸을 조금 뒤틀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물질을 지배할 수 있습니까?” 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은 날씨나 인력의 법칙도 지배를 못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질병과 고통과 죽음이 있는데 말입니다.”

오브라이언은 손짓으로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을 지배하는 걸세. 실재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거야. 윈스턴, 차차 알게 될 걸세.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없어.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공중을 날게 할 수도 있고 무엇이건 할 수 있어. 또 내가 원하기만 하면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 그러나 나는 원치 않네. 당이 그걸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야. 자연 법칙에 대해선 저 19세기 식 사고방식을 버랴야 하네. 우리가 자연 법칙을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야.”(325p)

물질은 인식에서 시작하고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면 물질을 지배한다(인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