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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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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 책을 읽고 별점 5점을 줬다. 첫 회사를 나와 창업한 시기였고, 길 없는 길을 걸으며 막막했던 시기다. 그 시기에 만났던 이 책은 앞서 내 길을 걸어간 선배의 이야기로 들렸다.

시간이 흘러 2020년 말에 이 책을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발제하며 다시 펼쳤다. 그동안 이 책을 길 없는 길을 걷는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했고, 스튜에서 다시 소개할 수 있어 꽤 뿌듯하다.

다시 펼쳐 든 이 책에 4점을 부여하는 건, 그동안 내가 많은 경험을 해서이기도 하고, 길 없는 길을 꽤 많이 걸어왔기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은 여전히 내가 길 없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욕심을 채우는 방법

사회에 나오고 나는 꽤 적극적인 삶을 살았다. 원하는 것을 대체로 얻은 편이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내 계획대로 된 것이 많으니 지난 9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꽤 괜찮은 시간이라 하겠다.

물론 여전히 내가 걷는 길은 흐릿하고, 내 많은 계획은 내 시야가 뚜렷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길을 걷는 건 아니, 걸을 수밖에 없는 건 이게 내 길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내 욕심을 말하자면, 이 서평 전체를 채울 수도 있겠다. ▲괜찮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것 ▲매력적인 비즈니스맨이 되는 것 ▲나아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 ▲좋은 매니저이자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 ▲훌륭한 비즈니스 감각을 갖는 것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며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 ▲때로 지칠 때 많은 이가 함께 해주는 행복한 사람으로 남는 것 ▲그보다 더 많은 이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결국, 그게 ‘오세용’이 되는 것

내가 여러 일을 하면서도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건, 내 욕심 때문이겠다. 무슨 짓을 해도 이어질 수 있는 많은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달려도, 걸어도, 멈춰도 내 욕심으로 이어지니 꽤 편한 전략이다.

여러 곳에 욕심을 심고, 여기저기 물을 뿌려대니 꽃이 필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 핀 꽃을 이어 어떤 별자리를 만들고자 하니, 피곤한 것은 내 업보겠다. 그래도 그게 나라고 생각하면, 이 무모한 방향성을 멈출 수 없다.

저자는 이런 내게 꽤 단호한 문장으로 위로한다.

자신의 존재에 자부심을 느껴라.

어젯밤 책을 다 읽고 침대에 누워 불을 껐는데, 저자가 위로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라. 그래도 이 추운 날씨에 내 몸 뉘일 따뜻한 방이 있으니, 내 열정과 사회의 필요 사이에 줄타기를 아직은 잘하고 있지 않나 싶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지만, 청년에게 역시 힘든 시기 아닌가.

내 주변 많은 사람이 내게 이야기한다. 욕심을 줄이고, 조금은 즐기라고. 욕심과 즐김을 나누지 못하는 걸 보면, 나는 욕심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욕심이 많아 행복한 걸 보면, 역시 그런 것 같다.

욕심 끝의 공허함

▲모바일 앱을 만들고 싶었고 ▲창업을 하고 싶었고 ▲유명해지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었으며 ▲다시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

사이사이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 욕심을 다루는 데 꽤 능숙한 편이다. 가장 중요한 욕심을 쫓아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끝을 보길 원하는 편은 아니다. 의미를 찾는 편이고, 가치를 찾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떤 일을 하던지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내 시간이 누군가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니, 이것 참 가치 있는 일 아닌가?

끔찍하게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있다면 며칠 혹은 몇 년 후 이를 재미난 강의 소재로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라.

하지만 때로는 어떤 것의 끝을 보고 싶기도 하다. ▲좀 더 기술적이고, 많은 이가 쓰는 모바일 앱 ▲더 성공적인 창업 ▲더 유명한 사람 ▲더 좋은 글 ▲더 많은 친구들 ▲더 기술적인 기술자.

그런데 어떤 것의 끝이 어디 있겠는가. 그마저도 그보다 끝이 있겠지.

여러 경험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다재다능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호기심이 될 수도 있다 ▲시작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작은 것에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욕심이 나는 건, 여러 경험이 ▲끈기 부족을 의미하기도 하고 ▲열정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근성도 부족하고 ▲어쩌면 분야 재능이 부족한 것을 뜻하기도 하겠다.

현재 내 자아는 어린 시절과 비교해 세 가지 큰 강점을 갖췄다. 하나, 나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둘, 내가 멍청할 때도 있다고 인정한다. 셋, 어느 쪽이든 나는 존재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욕심은 공허하다. 욕심 끝엔 또 다른 욕심이 있기에 비우려 할수록 채워지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채움이 비움을 가져오니, 마음 둘 곳을 모르겠다.

이런 일화를 스스로 말하다 보면 또 다른 교훈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로 내 인생에 가장 멋진 순간은 앞으로 10초 안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건, 그래도 내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내 이야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친구가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은 건 뭔가 싶다. 친구든 나든 누군간 변했단 건데, 도대체 누가 변했단 말인가.

연봉이 20배 많다고, 20배 행복한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연봉이 20배 많아야 2배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연봉을 20배 높이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런 속세에 휘둘리다 보면,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싶다. 애초에 연봉 20배는 누구 연봉 기준이며, 20배 행복 역시 누구 행복 기준인가. 내 행복에 필요한 건 따뜻한 집과 편안한 츄리닝 그리고 컴퓨터뿐인데 말이다.

자기 나름의 진로를 그리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다소 살기 불편한 곳이다.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이제야 이 책이 좋았던 이유가 생각났다. 꽤 성공한 버커니어 아재가 이 책에서 말하는 건 책 제목처럼 공부도, 열정도 아니고. 자신의 성공도 아니다. 독자를 향한, 새로운 시작의 부추김이다.

고흐, 클레멘스, 다윈 모두 결과를 모른 채 자신의 열정을 쫓았고, 이게 나의 길이 맞나 고심했으며,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자기 인생의 목적을 확신하지도 못했다. 나는 결국 이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들의 용기와 그 불안한 출발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시작이 있어야 새로운 이야기가 있음을 잠시 잊었다. 피할 수 없는 ‘비교’스러운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시작’임을 잠시 잊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이야기 속 내 모습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은 과거가 될 것이고, 내 시작이 미래가 될 터인데 과거에 묶여 달리지 못할 이유는 또 뭔가.

버커니어들이 ‘필히’ 해야만 하는 일은 인생의 항로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든 못 거두든 후회는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내디디면 시작이다. 그게 이야기 시작이고, 시작된 이야기 주인공은 나다. 무슨 상관인가,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나 뿐인데.

이제 비교는 내 이야기에서 하자. 등장인물이 나 뿐이니, 비교는 나와 하면 된다. 어제와 다른 내가 오로지 비교 대상이겠다.

쌀쌀한 연말, 변한 건 없지만 모든 게 변한 지금이다. 채우고 채워도 비워진 욕심 굴레에서 잠시 떠나도록 한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는, 내 이야기 때문이니까.

한줄평

제도권을 벗어나 자신의 길을 만든 선배의 소탈한 이야기

인상 깊은 문구

  • 명심하세요. 자기 의지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은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숙제’를 하게 됩니다.
  • 버커니어 학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로, 그 어떤 제도나 권위도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멍에를 지게 하고 족쇄를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여기저기 누비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 버커니어는 보물을 찾아 항해에 나섰다. 버커니어 학자들도 스스로 짠 커리큘럼에 따라 출항하는데, 항해 목적은 지식을 찾는 것이다.
  • 거대한 사슬은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정당화하는 데 성공했다. 버커니어들은 이런 체계를 거부했다. 버커니어 사회의 특징은 계급 질서가 없다는 점이었다.
  • 아이디어가 중요한 현대 직장에서는 위에서 흘려 주는 교육에만 의존할 수 없다. 유능한 관리자는 직원들을 단순하고 케케묵은 절차를쫓는 꽉 막힌 밥벌레처럼 다루지 앟ㄴ는다. 대신 하급 직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 그래서 조직에 필수적인 지식을 선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물론 관리자들도 가르치고 지도하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강력한 조직은, 다시 말해 강력한 사회는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창조적 잠재력을 맘껏 발산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이런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 누구든 버커니어가 될 수 있다. 버커니어는 특권층만 들어오는 클럽이 아니다. 이는 평생에 걸친 선택이다. 기본 조건이 하나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학습에 스스로 책임진다는 점이다. 나라는 존재는 다른 이의 손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내가 직접 만들어 가는 존재다.
  • 여유 시간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 여유 시간은 내가 허비해도 괜찮은 시간이다. 내가 이룬 최상의 작업 중 상당수는 빈둥거리고, 오락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등 이른바 시간 낭비를 하다가 건졌다.
  • 호기심은 우리처럼 순발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생존 기술이다. 복잡하고 개방된 세상에서 나중에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100퍼센트 예측 못하기 때문이다.
  •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고 싶은가? 실제 비행기를 조종해 보거나 시뮬레이터로 연습을 해 보라. 전기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고 싶은가? 저낮 장비를 사서 전기 회로를 만들어 보라.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도 이런 방법을 썼다. 컴퓨터에 대해 배워야 하는가? 컴퓨터를 한 대 사서 만지작거려라. 나는 처음으로 요트 수업을 받은 지 5분 만에 요트에 몸을 실었다. 10분 후에는 요트를 끌고 바다로 나갔다.
  • 적응력은 지식을 추구하는 버커니어에게도 필수다. 항해 초반부터 세심한 계획을 짜서 거기에 매달린다면, 나는 배움의 기회를 왕창 놓칠지도 모른다. 초반은 어떤 계획을 짜기에 매우 부적당한 시기다. 가장 무지몽매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 학습에서는 바다 멀리 나갔다가 마주친 기회를 잘 활용할 때에 가치 있는 것을 많이 건지게 되므로, 나는 뭔가 발견했다 싶으면 바로 배우기 시작한다.
  • 버커니어 학습에서 방황은 호사가 아닌 필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방황하려면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는 허비해도 좋은 시간이다. 나는 전혀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을 하도록 날 내버려 두다가, 결국에는 정말 값진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나도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여유 시간이 없으면 나는 내가 배운 사실만 고수하게 될 것이다. 또 호기심도 억누르게 될 것이다. 반면 여유 시간이 생기면 나는 강도 높은 모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종 예기치 못한 보물을 건진다.
  • 나는 동료 해적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내가 작업상 실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데, 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언하는 요령을 안다.
  • 훌륭한 버커니어는 단어 앞에서 위축되는 일이 거의 없다. 단어를 정복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는 그 단어를 대수롭지 않게, 또 그 단어가 쓰인 글을 형편없게 보는 것이다.
  • 나는 매일 내 감정에 충실하게 보낸다. 세세한 계획은 피한다. 대신 내 열정을 활용하고, 열저잉 시들해져도 나를 용서하며, 열정이 사라지면 편히 쉰다.
  • 네 가지를 한데 모아 놓고 보니, 내가 산책하며 딴청 피운 것이 오히려 근사한 결과를 낳았다.
  • 경험 분석에 능숙해지고 교훈 파악에 익숙해질수록 어떤 일을 겪든 많은 지식을 얻는다.
  • 끔찍하게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있다면 며칠 혹은 몇 년 후 이를 재미난 강의 소재로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라.
  • 나는 이제 행동 전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내 의식이 진저리 치는데도 공부를 끝마치겠다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또 이제는 이런 내 못브에 문제가 있다고 보거나 이를 잘못된 행동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되었다는 내 의식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 나는 수동적 수용보다는 능동적 ‘사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솟구치는 호시김의 밑바탕에는 영리한 지성이 깔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호기심은 내 의식의 사냥법 중 하나다. 그러자 문득 나의 ‘약한 집중력’이 실은 그리 약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집중력이 워낙 강해서 에고를 억누르지 못하는 것이다.
  • 목줄을 늘린다는 것은 내 의식이 방황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말이지만 10분 혹은 1시간마다 목줄을 잡아당겨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그러면 내 의식은 나와 잠시 일을 하고 그러다 또 방황을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 나는 원래 계획대로 공부하면서 동시에 우연히 배울 기회도 만든다.
  • 어떤 지식을 엄격한 순서에 따라 습득해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 멈추고 다른 일을 하다가. 점깐 멈출 수도 있고 몇 년을 쉴 수도 있다.
  • 현재 내 자아는 어린 시절과 비교해 세 가지 큰 강점을 갖췄다. 하나, 나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둘, 내가 멍청할 때도 있다고 인정한다. 셋, 어느 쪽이든 나는 존재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이해하지 못했어도 발전한 것이다.
  • 망각은 중요한 문제를 드러낸다. 나는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지우지는 않는다. 쓸모없는 것부터 잊고 핵심적인 사항은 머릿속에 남기는 편이다.
  • 자기 나름의 진로를 그리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다소 살기 불편한 곳이다.
  • 멘사 지역 총회의 슬로건이었던 “멍청하지는 않다는 증거”라는 문구가 이제야 이해됐다. 이는 지나친 겸손이 아니었따. 지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대수롭지 앟ㄴ게 여길 것이며 이를 잣대로 서로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 스스로 대단한 실력자라 자부해도 내가 펼치고 싶은 능력에는 관심 없는 고용주 밑에서 일할 때도 있다. 나는 대외적 평판이 자아 평가와 비례하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땐 두 가지를 일치시켜야 한다. 즉 일자리를 옮기거나 프로젝트를 변경해야 한다.
  • 1차원 기여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2차원 기여는 나로 인해 남들이 ‘더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 어린 시절 내가 저지른 실수는 포부가 높으면서 동시에 기대치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내가 모자란다고 느꼈다. 내가 넘어서야 할 선과 내가 바라고 추구하는 선 사이에 중간 지대가 없었다.
  • 나는 어려운 일을 배울 때 기대를 낮추고 포부는 높인다.
  • 체스 챔피언이 되려면 체스 규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백만 가지 게임이 있다. 나는 내게 맞는 게임을 찾는다.
  • 이런 일화를 스스로 말하다 보면 또 다른 교훈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로 내 인생에 가장 멋진 순간은 앞으로 10초 안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 내가 신참내기 버커니어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는 자신의 작업을 가급적 많이 드러내라는 것이다.
  • 자신의 존재에 자부심을 느껴라.
  • 나는 절대 나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 신종 산업은 버커니어들의 기질과 딱 맞다. 테스팅은 스페인 대해처럼 황량하지만 문이 활짝 열린 분야다. 따라서 어디에 손대야 할지 모르는 고용주는 버커니어처럼 순발력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
  • 나는 내가 1주일에 85시간씩 활기차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이고 그들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했다. 막연히가 아니라 확실히 감지되어야 했다. 애플사에서 주변 사람들은 내게 그런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내 정신은 인간적인 접촉으로 피어났다. 그것은 달콤한 정신적 연료였다.
  • 아무리 사소해도 내 일이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없으면 내 열정은 사라진다.
  • 나는 저녁과 주말을 주로 공부하며 보냈다.
  • 대다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
  •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바로 과부하이다. 알아야 할 유용한 지식이 산더미인 데다 계속 불어나기까지 한다. 공부할 내용도, 숙달해야 할 유용한 기술도 너무 많다. 많기도 하거니와 시시각각 변한다. 다들 머리에 일부만 쑤셔 넣을 수 있을뿐더러 그마저도 금세 한물간다.
  • 지식 노동자의 성공은 현재 아는 사실이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좌우한다.
  • 버커니어에게는 모든 게 배움의 재료다. 우리는 직접 탐색한다. 교사나 정식화된 학습 계획서를 통해 배울 수 있음에도 우리 방식에 따라 필요하다고 느낄 때 배운다.
  • 버커니어에게 성공이란 평생 자아 발전 프로젝트에 즐겁게 몰입하는 것이다.
  • 버커니어들이 ‘필히’ 해야만 하는 일은 인생의 항로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든 못 거두든 후회는 없다.
  • 고흐, 클레멘스, 다윈 모두 결과를 모른 채 자신의 열정을 쫓았고, 이게 나의 길이 맞나 고심했으며,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자기 인생의 목적을 확신하지도 못했다. 나는 결국 이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들의 용기와 그 불안한 출발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1. 저자가 정의한 버커니어는 제도권을 떠나 스스로 배우는 인생을 살아 갑니다. 버커니어로서 인생에 관한 느낌을 간단히 나눠봅시다.
  2. 현 시대 제도권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나눠 봅시다.
  3. 내가 극복한 제도권과 언젠가 극복하고 싶은 제도권을 이야기 합시다.
  4. 당신은 버커니어입니까? 자신의 성격 중 버커니어스러운 것과 버커니어로부터 가져오고 싶은 장점을 나눠봅시다.
  5. 이른 성공으로 4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6. 그런 삶을 위해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7. 자신만의 학습 비법이 있다면, 스튜 멤버들에게 나눠줍시다.

돈에 관한 많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지난해 중고차를 구매하기도 했고, 최근 아이맥 구매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한 탓에 할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도서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하라면 역시 아쉬움이 먼저다.

초보자를 위해서일까?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너무 많다. 그 이유는 역시 하급 개그 덕분이다. 맥락과 관련 없는 하급 개그를 한 탓에 말이 길어졌다. 굳이 이 책이 400페이지가 넘어가야 하나 싶다.

360페이지부터 3부 부의 감각을 키우는 법이 시작되는데, 역시 짜증이 났다. 세상에. 3부에 이 책을 요약해뒀다. 사실상 이 책은 3부를 읽고, 정 궁금하다 싶은 것을 들춰보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각 파트에 관한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많다. 다시 말하지만, 하급 개그는 이 책 평점을 깎기에 충분했다.

짜증을 머금고, 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지식 노동자의 공정함과 노력

지식 노동자 시대다. 나 역시 프로그래밍이라는 지식 노동을 하고, 내 주변에도 지식 노동자가 많다. 기술은 많은 것을 보완하며, 앞으로는 더욱 지식 노동이 일반화될 것이다.

본문에 내가 경험한 것과 같은 류 이야기가 나와 공유하려 한다.

컴퓨터 수리 기술자를 생각해보자. 그는 당신 회사의 핵심 서버가 고장 났을 때 구성파일 하나만 수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때 당신 회사가 이 기술자에게 수리비를 지불하는 근거는 겨우 5초밖에 안 걸리는 그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어떤 파일을 바꿔야 하는지 알고 그 방법을 알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처음 투입된 신입 개발자 시절 이야기다. 리더가 버그를 발견해서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슬쩍 봤더니 간단한 버그였다. 슉, 수정해서 리더에게 수정했다고 보고했다.

리더 : 어라? 벌써 고쳤네? 어떻게 했어?

나 : 아, 그냥 간단히 한 줄 수정했어요.

리더 : ?? 그리 간단한 걸 왜 이렇게 만들어놨었어?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할 거 아냐?

나 : …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뒤부터 나는 내가 한 작업을 가벼이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리더가 또 다른 버그를 제보했고, 역시 간단히 고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답했다.

리더 : 이 버그는 어떻게 고쳤어?

나 : 아, 그게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고민하다가 적절한 방향으로 수정을 했습니다. 아마 이제 발생하지 않을 거에요.

리더 : 오!! 고생했어.

사실 내가 한 일은 비슷하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그렇다. 조금만 잘못되면 크게 어긋날 수도 있다. 반대로 조금만 수정하면 정상이 된다. 때문에 어느 곳에 어떤 수정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가벼이 전달하는 건 내 몫이다. 이후 나는 내 작업을 명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전달하는 데 내공을 쌓았다. 어쨌든 내 작업을 평가하는 사람이 내 일을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이는 돈과도 이어지는데, 내 일에 관해 적절한 방패를 가지고 있을 때 내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내 몸값을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있는가? 내 가치가 정해져 있다면,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비즈니스다. 나에 관한 비즈니스 말이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언어’ 관점에서도 적절하다.

언어는 비록 와인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우리가 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그냥 버그를 수정하는 것과 적절한 설명을 하며 수정하는 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공대생이 인문학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겠다. 또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 하나라고도 말하겠다.

돈에도 이 기법이 적용된다고 하니, 이해는 쉬웠다.

비교. 모든 것의 시작

비교는 내가 요즘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일을 늘 벌이는 편인데, 종종 막다른 길에 서서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그 고통은 늘 무겁다.

상대성은 사람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손꼽히는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잘 처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성공한’ 최고 수준의 동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업무능력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저자는 상대성에 빠지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비교는 가장 쉬운 것 중 하나다. 단순히 친구와 비교, 동료와 비교 등은 때로는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동력은 얻기도 쉽지만, 잃기도 쉽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것의 적정 가격을 전혀 모를 때 보통은 지나치게 비싼 고급품이나 너무 싸구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간 지대에 놓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중간 지대에 놓인 제품이야말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설정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애초부터 팔고자 한 제품인 경우가 흔하다.

돈에 관해서도 그렇다. 지난해 중고차를 샀는데,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해 1천만 원으로 구매했다. 당시엔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통이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더 좋은 차를 추천하는 못된 아재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

결국 내 자금 사정에 맞춰 1천만 원 중고차를 샀지만, 현재는 무척 만족한다. 처음엔 내 차가 생겨서 좋았고, 친구 만나는 용도로 모자람이 없어 좋았다. 점차 주변 차가 눈에 익고, 내 차와 비교를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당장 차에 큰 욕심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차를 살 때는 주위에서 ‘그럴 바엔 이 차를, 그 돈이면 이 차를’ 등 많은 공격이 들어온다. 하지만 막상 차를 사고 나니 나는 차가 앞으로 가고, 멈추는 등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 만족했다.

나는 이 차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 시간을 아끼는 등의 역할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갖고 싶은 멋진 차가 있고, 지금 차와 비교하면 빨리 새 차를 사고 싶다. 하지만, 차에 관한 용도를 떠올리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비교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고통의 시작이다. 때로는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꺼질 동력이라면 막아두는 것도 괜찮다.

이 돈으로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다면?

책을 읽으며 빠진 부분이 있어 저자에게 묻고 싶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당장 마시멜로를 받아먹을 지, 일주일 뒤 마시멜로를 두 배 받아먹을 지 묻는다. 그리곤 저자는 이 시간을 1년 뒤에 받을지, 1년 하고도 1주일 뒤에 받을지에 접목해 첫 번째 선택이 ‘자제력이 없다’ 평한다.

글쎄, 이 실험에서 1년 뒤와 1년하고도 1주일 뒤로 시간을 옮기는 건 원래 마시멜로 실험과 전혀 달라진다. 이 지문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물으면 당장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선택과 1년 뒤 선택이 같을까? 전혀 다른 질문지를 들고 자제력이 없다 평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마시멜로를 당장 선택해 1주일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계산하지 않는다. 철저히 마시멜로를 언제 가져가느냐에 따라 자제력을 평가한다.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만일 마시멜로를 당장 받아 마시멜로 3배 값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과연 자제력이 부족한 걸까?

단순히 마시멜로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는 당장 돈을 사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반쪽짜리 연구라 할 순 없겠지만, 그 절반 혹은 그 절반의 절반 정도 부족한 책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돈에 관한 심리학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은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하찮은 개그를 줄이고, 더 수익을 내는 내용 등을 실험했다면 별점을 더 올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마무리

수익이 한정된 직장인에게 이 책은 적절할 수 있다. 좀 더 돈을 관리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야를 확장할 때다. 수익을 더 늘리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보면 부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소비에 관한 방어들이 병행돼야 하겠지만, 수익을 더 내는 방안도 병행돼야 하겠다.

정말 그 하찮은 개그만 뺐어도 좋은 책일 텐데. 아쉬움이 크다.

한줄평 ★★★☆☆

돈 심리학. 과연 돈에만 적용될 이야기일까?

인상 깊은 문구

  • 카지노는 우리를 돈에서 분리시키는 기술을 철저하게 연마해왔다.
  • 여기서 돈의 최종적이며 가장 중요한 특성이 생성된다. 바로 공동선이라는 특성인데, 이는 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어떤 것의 가치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왜 더 복잡할까? 바로 기회비용 때문이다.
  •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 JC페니와 론 존슨은 가격책정의 심리학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보자면, JC페니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이성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면 성공하리라는 진리를 학습한 셈이다. 헨리 루이스 멩켄도 “미국인의 지능을 낮게 평가한 사람들 가운데서 망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 우리는 왜 세일에 신경을 쓸까? 왜 어떤 물건에 붙어 있던 예전 가격에 신경을 쓸까? 과거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아야 마땅하다. 왜냐면 그것은 현재의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 두 경우에서 우리는 제시된 절대적인 가치, 즉 5분 동안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서 절약하는 20달러라는 금액의 절대적인 가치를 바라보지 못한다. 60달러에 대한 20달러와 1,060달러에 대한 20달러로만 바라본다는 말이다.
  • 가격 할인은 멍청함을 부르는 독약이다.
  • 우리는 어떤 것의 적정 가격을 전혀 모를 때 보통은 지나치게 비싼 고급품이나 너무 싸구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간 지대에 놓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중간 지대에 놓인 제품이야말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설정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애초부터 팔고자 한 제품인 경우가 흔하다.
  • 상대성은 사람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손꼽히는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잘 처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성공한’ 최고 수준의 동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업무능력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 너무 깊이 철학적으로 들어가지는 말자.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말자. 후회나 걱정 같은 감정을 잘 갈무리 해서 작은 상자에 넣어둬라. 그런 감정을 완전히 격리해둬라.
  • 우리는 예컨대 ‘재량지출’이라는 폭넓은 범주에 속하는 항목의 한도를 얼마로 정하고 싶은지 결정하라고 제안한다. 한 주 단위의 재량지출 한도액을 정한 다음에는 이 돈을 선불카드에 넣어둬라. 그러고 이 선불카드로 재량지출을 하고 월요일마다 다시 한도액을 충전하면 된다.
  • 사람들이 돈을 범주화하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이 있는데, 돈을 벌어들인 방식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 돈을 바라볼 때의 느낌이 돈을 지출하는 방식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 사람들은 자기가 지출한 돈을 모호하게 분류하거나 제각기 다른 심리적 계정에 창의적으로 할당하면서 바로 이런 융통성을 발휘한다.
  • 예를 들어서 복권에 당첨됐다거나 바르셀로나에서 강연을 했다거나 해서 뜻하지 않게 제법 많은 돈이 생겼다고 치자. 이런 횡재를 하면 평소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보너스 계정의 좋은 기분이, 늘 긴장하며 사용하던 여러 계정으로 스며들어서 생각하지 않고서 이 돈을 쉽게 써버린다.
  • 지불의 고통이란 자기가 가진 돈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할 때 우리가 느끼는 통증이다. 이 고통은 지출 자체가 아니라 지출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 가격도 물론 고통을 야기하지만, 어떤 것을 포기할 때도 사람들은 고통을 느낀다.
  • 고통은 아프지만 중요하기도 하다. 고통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 현금 지불은 구매의 부정적인 측면과 돈이 자기 수중에서 떠나갈 때의 부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데 비해서, 신용카드는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유도한다.
  • 공짜는 이상한 가격이다. 그렇다. 공짜도 가격은 가격이다.
  • 비용이 공평하게 나눠질 때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최상의 지불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계산하게 한다고 청므부터 공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가장 즐거움을 많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일까? 고통에서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선택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이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어쩌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치판단을 할 때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기 자신이 탁월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의존한다.
  • 판매가격은 수요공급이라는 틀 바깥에 존재하는 고려사항이지만 우리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즉, 음료수 한 캔이 통상적으로 1달러쯤에 팔리기 때문에 거기에 기꺼이 1달러를 지불할 마음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앵커링 효과다.
  • 이 실험은 우리가 뭔가의 가치를 알지 못할 때 자신에게 제시된 어떤 것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 어떤 사람이 라테 한 잔을 4달러에 마신다거나 엔진오일을 50달러 내고 교환할 때, 그는 나중에도 이 가격에 라테를 마시거나 엔진오일을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는 그런 의사결정을 과거에 내렸고, 또 그것을 기억하며, 자기가 내린 의사결정이 잘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단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앵커링이 시작된다.
  • 머그컵을 손에 30초 이상 들고 있었던 피실험자 집단은 10초 이하로 들고 있었거나 전혀 만지지 않았떤 피실험자 집단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그 머그컵을 사겠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단 30초 만에 보다 높은 수준의 소유의식, 어떤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왜곡할 정도로 강력한 수준의 소유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 1. 당신은 현재 수입의 80퍼센트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2. 당신은 현재 수입의 20퍼센트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 두 질문의 내용은 수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 혹은 슈퍼컴퓨터적으로 동일하고, 따라서 대답 역시 마땅히 동일해야 한다. ‘당신은 은퇴생활을 하며 현재 수입의 80퍼센트로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 두 질문의 내용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두 번째 질문보다 첫 번째 질문에 더 많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두 번째 질문은 어떤 상황의 손실 측면, 즉 20퍼센트의 손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 우리 저자들은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1년에 딱 한 번만 본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비이성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며, 그 비이성적인 특성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워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 싸움을 회피한다.
  •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 투자한다. 그런데 어떤 일이나 정책, 집 혹은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미 얼마를 투자햇는지 돌이켜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하는 투자가 미래에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가져다줄지 하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며,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도 않다.
  • 인생의 많은 측면에서, 자신이 과거에 어떤 투자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걸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 인간의 두뇌는 불공정함을 싫어하며,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행동을 한다. 어리석기 짝이 없으며 제정신이 아닌 두뇌다.
  • 만일 콜라 자동판매기에 온도기가 장책돼서 기온이 높을수록 가격이 높게 부과되도록 설정된다면 어떨까? 기온이 섭씨 35도일 때 이런 콜라 자동판매기를 보며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온도기가 장착된 자동판매기는 코카콜라 CEO인 더글러스 아이베스터가 콜라 매출을 높이려고 제안했던 발상이다. 그러나 이 발상에 소비자가 분노하고 경쟁사인 펩시가 코카콜라를 기회주의자라고 공격하자, 실제로 이런 자동판매기가 생산되지도 않았음에도 아이베스터는 결국 사임해야 했다.
  •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것을 때로 공정하거나 불공정하게 바라보도록 만들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관통하는 요소는 바로 ‘노력’이다.
  • 온 아미르와 댄은 사람들에게 데이터 복구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물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둘은 복구된 데이터의 양에 비례해서 돈을 지불하지만, 기술자가 들인 시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데이터 복구 작업이 몇 분 만에 끝났을 때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의지가 낮았지만, 동일한 양을 일주일 이상 걸려서 복구했을 때는 보다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려 들었다. 그러니까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동일한 결과물을 두고 속도가 느린 서비스에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려 든다는 말이다.
  • 컴퓨터 수리 기술자를 생각해보자. 그는 당신 회사의 핵심 서버가 고장 났을 때 구성파일 하나만 수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때 당신 회사가 이 기술자에게 수리비를 지불하는 근거는 겨우 5초밖에 안 걸리는 그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어떤 파일을 바꿔야 하는지 알고 그 방법을 알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 사람들은 저작권이 있는 음악이나 영화를 인터넷 공간에서 공짜로, 즉 불법으로 내려 받을 때도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음악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노력은 과거에 이미 투입됐으며 그걸 내려 받는다고 해서 제작자에게 추가의 노력이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어떤 금액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심리를 추동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노력이라기보다 노력의 외양이다.
  • 혀를 놀리는 것은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제시한다.
  • 언어는 비록 와인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우리가 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 보건 분야와 금융 분야 그리고 법률 분야의 전문가들을 놓고 생각해보자.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그드이 구사하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며, 심지어 그들이 쓴 손 글씨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언어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전문가임을 암시한다. 이 언어는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들이 그 모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노력했고, 또 이제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복잡한 언어를 사용해서 그 지식과 기술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함을 상기시킨다.
  •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톰 소여의 위대한 후계자 중 한 명이다.(<허핑턴포스트>는 자기 매체에 기사를 쓴 사람에게 원고료를 주지 않는 정책을 유지한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언론 매체를 통해서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언어가 구사하는 마법의 힘을 입증했다.
  • 대부분의 제의는 종교에서 비롯됐다. 유대교에서는 남자들이 야물커를 쓰고, 이슬람에서는 사람들이 구슬을 세고, 또 기독교에서는 십자가에 키스를 한다. 그렇다. 이 모든 제의는 특정한 절차(과정)와 묘사가 덧붙여진 행동이다.
  • 기대 시간대에서는 기대치가 사람이 행하는 모든 구매에 가치를 보태거나 혹은 뺀다. 만일 긍정적인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경험을 준비한다. 이때 우리는 기대에 찬 미소를 띠거나 엔도르핀을 분비하거나 혹은 주변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부정적인 기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만일 부정적인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면 우리 신체가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 긴장을 하거나 으르렁거리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기 신발만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혹은 주변에서 전개될 그 참혹한 일에 대비한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거의 성과나 성적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를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치에 대입해보라. 과거에 어떤 것이 잘됐다는 단지 그 이유로 미래에도 잘되리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 어떤 흥미로운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재무설계사 가운데 46퍼센트가 본인의 은퇴설계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정말 실제 사실이다. 저축하도록 남들을 독려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사실은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운을 빌어야 할 세상이다.
  • 미래의 자기 실체를 상상할 때 사람들은 현재와 다르게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실체는 온갖 세부적인 사항과 상황과 감정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하지만 미래는 그렇지 않다. 미래에 우리는 멋진 사람이 돼 있을 수도 있다.
  • 이치에 맞든 아니든 높은 가격은 그것의 품질이 좋다는 신호를 발산한다. 건강, 음식, 의류 등 중요한 것에 있어 높은 가격은 싸구려가 아니라는 신호를 발산한다.
  • 돈의 이상한 점은 그게 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측정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연봉 8만 5천 달러로 회사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회사에서 연봉 최고액은 아니지만 9만 달러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라. 아마도 사람들은 모두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납득이 되는가? 아마 그럴 것이다.
  • 돈은 인생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최종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돈은 행복이나 복지나 인생의 목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궁극적이며 보다 의미 있는 이런저런 목표가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이런저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 돈은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다. 돈을 교환 수단으로 갖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앞에서도 살펴봤듯 돈은 흔히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이끌며 잘못된 일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그러므로 가끔씩 행하는 돈을 배제한 기회비용 분석은 예방과 해독 차원에서 유용하다.
  • 신분이나 지위가 어떻든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돈이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생 그 자체를 놓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저자들은 믿는다.
  • 다른 사람이 책정한 가격에는 당연히 의심을 품어야 하지만, 자기 스스로 설정한 가격에도 의심을 품어야 한다. 어떤 것에 늘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 사람은 눈을 감고 있는 로봇처럼 인생을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대치 덕분에 우리가 와인에서 느끼는 기뿜이 실제 객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평가절해하서는 안 된다.
  •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매우 흥미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 기술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지점말이다.
  • 우리는 인간의 심리적 결점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똥고집을 부리지 마라. 자신은 충분히 똑똑해서 이런 종류의 속임수가 다른 사람한테는 다 통해도 자기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함부로 장담하지 마라.

아쉽다는 말로 서평을 시작한다. 좋은 주제, 좋은 접근이 좁은 시야와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문제도 단순히 감정을 내세워 해결될 수는 없다.

여기에 사상을 더했다. 다양한 해법이 있을 터인데, 어째서 한 방향으로 결론 짓는지 모르겠다. 정해진 답을 향해 문제를 만들고, 풀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훌륭한 문제 제기

책은 훌륭한 문제 제기로 시작한다. 나는 매일 아침 30분씩 이 책을 읽었고, 5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보름 정도 걸린 셈이다.

5시간 만에 현 가족공동체의 단점과 아쉬운 정부 정책, 선진국 사례와 소외된 계층에 관해 빠르게 인식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저자 기본 커리어인 ‘기자’가 어떤 능력치를 갖는지 알 수 있었다.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체벌’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이다.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에 아이들이 맞았던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난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체벌을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손을 든 적이 없으며, 내 실수에 몇 차례 나무란 것을 제외하곤 큰소리를 친 적도 손에 꼽는다. 때문에 나는 체벌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 논리라면 나는 어머니에게 체벌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몇 차례 회초리를 맞은 기억이 있다. 전혀 괴로운 기억이 아닌 내게 저자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그런데 저자는 체벌도 ‘학대’라고 한다. 때문에 일단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조사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체벌’이라는 게 굉장히 넓은 범위를 말한다는 것, 그리고 적어도 나는 더 나은 방법으로 육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곳곳에서 내 배경지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혼외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느니, 해외 입양 자체를 부정하는 등 좀 더 정보가 있어야 고개를 끄덕일 만한 큰 덩어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기한 ▲가정폭력 ▲친권 ▲미혼모 등 문제를 인식하는 데는 탁월한 글이었다. 한 번쯤 이 문제에 관해 생각하고, 더 나은 방안은 없을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문제 제기를 왜 이렇게 풀었을까?

길을 잃은 문제…방향은 사상으로

어떤 문제에 관한 정답은 학교에서나 찾을 수 있다. 어떤 정답에 관한 문제를 찾고, 그 문제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에 관한 문제를 찾으며 인류는 발전해왔다.

어떤 문제에 관한 정답 따위는 없다. 정답이 있었다면 인류사에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인류는 늘 선택을 했고, 승자는 선택을 정답을 만들기 위한 승자독식 사회를 만들어왔다. 어떤 문제에 관한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정답을 강요한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마치 개인의 정답을 논하기 위함으로 보일 정도다.

사회학자 김혜영은 이를 가족을 통한 국가의 통치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발전과정에 노동력, 특히 값싼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는 핵가족을 찬양하면서 농촌 자녀의 도시 이주를 장려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 산아제한을 골자로 한 가족계획을 장려했다. 그러다가 산업화의 진전으로 농촌의 공동화 및 노령화가 문제가 되고 노인 부양의 필요가 제기되자 이번에는 핵가족을 비판하고 전통적 가족 부양의 윤리를 찬양했던 것이다.

국가 통치 이데올로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저자는 모든 문제를 정치와 엮는다. 저자가 주장하는 정답은 ‘큰 정부’다. 대부분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가 말한 ▲가정폭력 ▲친권 ▲미혼모 등 문제를 꼭 큰 정부로 풀어야만 할까?

이런 저자의 주장이 무섭기까지 한 점은 큰 정부라는 선택을 논하기까지 현재가 갖는 장점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는 것은 ‘문제 파악’이다. 이 문제 파악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만 논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상용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문제 해결도 아니오, 정확한 문제 해결도 아니다. 기존 정상 기능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문제 A를 해결하겠다고, 문제없던 B, C, D를 문제로 만드는 게 주니어 개발자가 흔히 하는 실수다.

저자는 ▲가정폭력 ▲친권 ▲미혼모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정상 기능을 부숴버리려 한다. 과연 현재 구조가 무조건 나쁜 것만 있을까? 현재 구조를 없앴을 경우 또다시 누군가는 소외될 가능성은 없을까? 왜 그런 언급은 없을까?

2017년 12월 국회가 이듬해 9월부터 소득 하위 90%의 만 0~5세를 대상으로 월 10만 원 아동수당을 선별 지급하기로 합의한 내용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동수당을 선별 지급하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 데 들어갈 행정 비용과 사회적 갈등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제도의 근본 취지도 심각하게 훼손된다.

아동수당을 모든 아이들에게 지급하고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 될 일을 정치적 흥정에 붙여 선별 지급하겠다는 것은 양육을 가족 책임에서 사회 책임으로 가져오자는 아동수당의 근본 취지를 저버리는 것이다.

고소득자 기준은 어떻게 정하는가? 100억 원 자산가의 소득이 0원이라면, 이는 상위 10%로 들어가지 않는가? 소득 상위 10%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경우엔 사회적 갈등이 생기지 않는가? 이번 통신비 지원 2만 원을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다.

큰 정부에 관한 이중잣대는 본문에서도 슬쩍 드러난다. 결국 정부가 많은 것을 보장하면, 행정 비용과 이를 행하기 위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은 어디서 갑자기 떨어지는 게 아니다. 현 정부 정책처럼 기존 민간 인력을 활용하게 된다.

창업 정책 중 팁스(TIPS)가 있다. 팁스는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정책으로 민간 투자기관이 1억을 투자하면 이를 신뢰하고 정부가 총 10억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민간 투자기관이 좋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 이 정책에서 핵심은 민간 투자기관의 역량이다.

큰 정부를 논하며, 기존 기관에 관한 불신을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세 미혼모가 생계를 꾸리며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아이를 24시간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는데, 보육료가 벅차 부담이 덜한 고아원에 딸을 맡겼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죽었다.

은비 엄마는 17세에 미혼모가 되어 홀로 생계를 꾸리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 딸을 24시간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보육료가 벅차 전전긍긍하던 그는 하는 수 없이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고아원에 딸을 맡겼다. 은비 엄마도 본인도 외할머니에게 자랐기 때문에 딸이 시설에서 자라는 걸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입양을 보내면 아이가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해서 은비 엄마는 입양을 결심한다. 그러나 결국 딸은 싸늘한 주검으로 엄마에게 돌아왔다.

아이가 왜 죽었는지는 본문에 없다. 소름 돋게도 저자는 아이가 죽은 이유를 사회적 지원으로 꼽는다. 고아원이 아이를 죽이는 곳인가? 고아원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면 미혼모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한 것은 미혼모의 선택이었다. 미혼모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고아원에 아이를 맡긴 것이지, 검정고시를 위해 아이를 죽인 게 아니다. 여기서 잘못은 고아원에서 아이가 죽은 것이지,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도록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이쯤 되니 저자 논리 핵심이 보였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저자 논리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저자 논리에는 ‘감정’이 들어있다. 17세 미혼모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국가 지원이 적어 고아원에 딸을 맡기는 이야기에 미혼모 본인이 외할머니에게 자라는 이야기가 왜 들어가는가?

그저 ‘이렇게 슬픈 이야기니, 너는 여기서 마음을 아파해야 해’라고 들린다.

보육료 부담이 적어 고아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보육료를 더 주고 24시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큰 정부인가? 24시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죽지 않는가? 24시간 어린이집에서도 아이가 죽으면, 아이는 어디로 보내야 할까?

만약 24시간 어린이집을 ‘아이가 죽지 않는 곳’이라 정의한다면,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고아원에서도 아이가 죽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책 아닌가? 사회적 지원을 더 주면, 아무도 고아원에 가지 않는가?

▲감정에 호소하는 것 ▲정해진 답을 향해 논리를 푸는 것 ▲큰 정부를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것 등에서 나는 저자가 ‘기자 출신이 맞구나’ 싶었다.

저자는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8년간 동아일보 기자, 6년간 국제구호 개발단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 등 커리어를 보냈다. 나는 저자 커리어 중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기자는 비즈니스를 모른다. 한국에 기자 출신 손꼽히는 창업가는 없다. 현시대는 자본주의다. 자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현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글을 쓰고, 구호단체에서 일하고, 정책을 만들며 저자는 얼마나 비즈니스를 이해했을지 의문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마치 기사처럼 썼다. 기사는 한 가지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결국 사상이라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촛불집회에서 또 하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장면은 대거 참여한 청소년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촛불을 든다”라는 어른들에게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 촛불을 드는 광장에선 ‘아이’가 존중받는 시민으로 설 틈이 없다.’

많은 시민이 참여해 비폭력 시위를 지킨 것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몇몇 학생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 억지다.

집회에 참여하는 시점에도 미혼모는 검정고시와 고아원 사이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고민 자체를 없애주는 것 아닐까?

여러 선택지가 있음에도 마치 기사처럼 자신이 정한 주제를 위한 자료를 나열하고, 명사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심지어 주제를 위해서라면 근거 없는 트위터 글까지 나열하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

자신의 주장을 위한 자료만 나열한 저자에게 저자가 적어둔 글로 서평을 마치려 한다.

사람들은 외집단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으며 내집단보다 덜 도덕적이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공감의 한계 때문에 심리학자 폴 블룸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방식의 공감력 향상보다는 되레 한발 물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도덕에 근거해 판단하는 이성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아니, 인류 역사가 지속하는 한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열린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 특히, 권력을 쥔 많은 정치인이 그래 주길 바란다.

한줄평 ★★☆☆☆

대의 속에 감춘 개인 사상…좁은 시야가 신념을 가지면

인상 깊은 문구

  •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집에서 일어났다.
  •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지난해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은 ‘가족・공동체’ 영역이었다.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국민 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국민의 절반가량은 아동, 청소년을 체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조사에서 체벌에 찬성한 절반의 국민도 거의 다 학대에는 반대할 거라고 확신한다. 체버로가 학대 사이의 경계를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때린다는 주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괴롭히는 항변 1순위다. 상담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가면 “내 자식 내가 가르치는데 웬 참견이냐”라며 상담과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대 신고를 받아도 “부모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조사에 불성실한 경찰들도 많다.
  • 평소 체벌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극도의 양육 스트레스를 겪을 때 이 스트레스가 촉매제가 되어 학대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양육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도 학대로 치닫는 경우가 없었다. 도구를 갖고 엉덩이를 자주 때리는 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부모에 비해 학대를 할 가능성이 9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체벌’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이다.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에 아이들이 맞았던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 서양에서 체벌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1900년대 초반 어린이도 개별적 존재로서 인권을 갖고 있다는 자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으로 아동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졌다.
  • 협약이 정한 체벌의 범위는 몸에 국한되지 않늗나. 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인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6년 발행한 논평에서 체벌을 “아무리 정도가 가볍다 해도 물리적 폭력이 사용되고 이로 인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나 불편을 야기하는 모든 벌”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는 “손이나 채찍, 막대기, 벨트, 신발, 나무주걱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아이를 때리는 것”이 포함되며 “무시하기, 창피주기, 비난하기, 책임 전가하기, 협박하기, 겁주기, 조롱하기” 등도 비신체적 체벌의 예로 제시됐다.
  • 2017년 5월 현재 가정 내 체벌을 포함하여 아이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명백히 폭력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전면 금지한 나라는 전 세계 52개에 달한다.
  •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답신을 받은 직후에는 가정 내 체벌 금지를 법에 이렇게까지 명시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우리가 자문한 변호사들 중에서도 법원이 해석을 잘하면 되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안 된다’라는 조항을 넣은 <아동복지법>이 시행된 지 2년여 동안 사회적 규범과 인식 변화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성인 간의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위는 이유가 무엇이든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보호와 교양 목적의 징계’라는 말로, 상대에게 의도적인 해를 끼쳐도 된다고 법이 허용하는 유일한 대상이 아이들이다.
  • 친부모라고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당시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시술을 해서 세쌍둥이를 얻은 부부가 둘째를 학대로 숨지게 한 사례가 있었다. 극심한 양육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첫째와 셋째는 건강이 안 좋은데 혼자 건강한 둘째가 왠지 얄미워 자주 학대했고 결국 숨지게 만들었다. 아빠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이들을 방치했다.
  •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중산층 가정의 학대도 종종 신고되는데 체벌과 학대의 원인은 대부분 성적이다. 아들의 학업성적이 계속 좋지 않고 말을 듣지 앟ㄴ는다는 이유로 자기가 운영하는 병원 직원을 시켜 산에 데려가 묶어놓고 때리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된 의사도 보았다.
  •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낮은 자존감과 우울로 인해 무기력하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아이들일스록 강한 아이들의 공격 표적이 되기 쉽다. 폭력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 2013년 보건복지부의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하루에 30분 이상 놀지 못했다. 절반의 아이들이 방과 후 하고 싶은 활동으로 ‘친구들과 놀기’를 꼽았지만 실제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는 아이는 5.7%에 그쳤다.
  • 2015년 나와 동료들이 ‘잘 노는 우리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인터뷰를 할 때 열두 살의 한 여학생은 어디서 노냐는 질문에 ‘화장실’이라고 대답했다.
  • 더 이상 ‘동반자살’ 또는 ‘일가족 집단자살’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그러한 사건을 보도할 경우 언론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라고 써야 합니다.
  • 가족 살해자의 전형적 특징은 대체로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충실해 보였지만 친구가 별로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던 중년 남성들이라고 한다.
  • 다른 사람들이, 사회가 남겨진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 대접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근대화의 전 과정에 걸쳐 이를 불행하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 흥미로운 점은 같은 유교문화권 중 일본, 한국, 대만, 홍콩은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모두 ‘가족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며 마치 가족 구성원 전체의 자발적 결정인 양 다루지만 중국 본토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 한국과 일본에서는 ‘가족’ 윤리가 우위지만 중국에서는 ‘개인’ 윤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 이 사건을 알리는 기자들은 죄다 ‘무정한 계모’ ‘아직도 팥쥐 엄마가’ 등의 제목으로 비정한 계모를 부각시켰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계모뿐 아니라 함께 아이를 폭행한 친아버지도 같이 입건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부가 함께 입건됐다는 것을 알리는 제목은 없었다.
  •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것이 아이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해 더 낫다고 판단할 때 국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국가의 아동보호제도다.
  • 친권 때문에 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의 위탁양육만 불편한 게 아니다. 자녀를 데리고 살지만 친권이 없는 한부모도 마찬가지다. 취학통지서도 직접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병원 진료도, 여권 발급도 어렵다. 겨우 먹이고 재우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 한국 사례는 부모가 종교적 신념 때문에 신생아 수혈을 거부하자 병원이 의료진의 수혈행위를 부모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한 동부지방법원의 판결이다.
  • 법원의 결정이 나자 부모는 병원을 옮겨버렸고 결국 안타깝게도 아이는 1주일 뒤 사망했다.
  • 흔히들 해외입양이 한국전쟁 직후 오갈곳 없던 전쟁고아들을 대거 선진국으로 보낸 일이라고들 알고 있는데, 해외입양은 한국의 경제가 초고속으로 발젛나던 1980년대에 가장 많았다. 그 대다수는 미혼모의 자녀들이다.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에 따르면 파트너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절반가량의 미혼부들이 그 사실을 부정하거나 소식을 감춘다고 한다.
  •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저소득 미혼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떨까. 정부는 아이(만 13세 미만)를 홀로 키우는 저소득 미혼모에게 월 12만원(엄마가 청소년일 경우 17만 원)의 양육비를 준다.
  • 2009년 유엔총회 결의를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은 아이를 원래의 가정에서 분리하는 것은 모든 방법을 다 써본 뒤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아이를 직접 키우는 미혼모보다 아이를 버렸을 때 그 아이를 대신 키우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한국 사회는 어떤가.
  • 최근 자주 거론되는 저출산과 연계해 보아도 미혼모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일이 시급하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혼외출산 비율이다. 한국의 혼외출산 자녀 비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OECD에 따르면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혼외출산이 전체 출산의 절반이 넘지만 한국은 1.9%(2014년)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제일 낮았다.
  • 해외입양 맥락에서 한국은 희한한 나라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2016년에도 해외입양된 아이는 334명으로 거의 매일 아기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갔다. 이만큼 발전한 나라에서 부모가 돌보지 못하게 된 300명 안팎의 아이들을 보호할 시스템조차 없어 여태 해외로 입양을 보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유일한 나라이다. 중앙입양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까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사람은 총 16만 6,512명에 이르며, 이는 같은 기간 국내입양(7만 9,088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 1980년대의 무분별한 해외입양 러시는 88올림픽 전후 해외 언론으로부터 ‘고아수출 세계 1위’라는 거센 질타를 받았다. 거기에 해외입양 중개기관 4곳의 수익이 연 30억 원에 이르는 등 영리 목적 입양 알선이 도마에 오르자 정부는 또 1996년부터 해외입양을 전면중단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 방침도 1994년에 백지화하고 대신 “앞으로 국외 입양을 3~5% 줄여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안가 IMF 경제위기로 유보하고 만다.
  • 입양되는 아이들의 90% 이상은 미혼모의 자녀다.
  • <헤이그협약>은 해외입양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말인즉슨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이의 경우 국내에서 가정위탁, 국내입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보호할 방법을 찾아본 뒤 정 방법이 없거든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해외입양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 국내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대략 2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체류기간이 만료됐거나 외국인등록을 하지 못해 미등록 상태인 이주아동의 경우 아마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처지,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일 것이다.
  • 무수한 비판 중 일상생활에서 이주민에게 실제로 피해를 당한 경험에 근거한 주장은 찾기 어려웠다. 대개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불법체류 아동을 돕느냐’는 논리였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남을 돕는 사회보장제도는 비난하지 않는 자칭 ‘민주주의자’들이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세금이 아깝다’는 논리를 들이밀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부모들도 한국에서 일하며 사는 이상 지역 경제의 한 부분을 맡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금을 낸다는 것도, 간접세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한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생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안중에 없었다.
  • 자기가 살아가는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위험을 타자와 관련짓는 반응은 근대 이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어온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헬렌 조페의 <위험사회와 타자의 논리>에 따르면 매독이 유럽을 휩쓸던 15세기에 매독은 영국에선 ‘프랑스 두창’으로, 프랑스에선 ‘독일병’으로, 플로렌스인들에겐 ‘나폴리병’, 일본인에겐 ‘중국병’으로 불렸다. 매독뿐 아니라 콜레라, 흑사병, 나병에 이르기까지 집단적인 불치의 질병은 늘 ‘타자’와 연관되어왔다.
  • 위기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개인을 받쳐줄 사회적 보호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개인이 부여잡을 지푸라기는 뭐였을까.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었다.
  • 전근대사회에서 가족주의가 지배적이었던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한국 사회의 특이한 점은 흔히들 가족주의가 약해지기 마련인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더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근대화 과정 내내 국가가 ‘선 성장, 후 분배’의 논리하에 거의 모든 사회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 그나마 공공의 사회적 보호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7년 민주화 대항쟁 이후의 일이다. 미뤄뒀던 국민연금이 1988년 시행됐고 같은 해 의료보험이 5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확대됐다. 이듬해에는 의료보험이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됐고 <모자복지법>(1989년), <영유아보육법>(1991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 1990년대의 개인화가 더 발전하지 못하고 가족주의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지층을 뒤흔든 IMF 경제위기의 영향이 크다. 국가 경제가 파탄 나면서 모두 불안해졌다. 개인의 자유로운 성장은커녕 가족이 뭉쳐 살아남거나 흩어져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 취업이 어려우니 연애와 결혼, 출산은 유예 혹은 기피 대상이 됐다. 비혼의 급증은 개인화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정해진 삶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결혼을 해도 삶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모든 것을 일터에 바쳐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에겐 ‘저녁이 없는 삶’이 일상화됐다. 시간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는 커녕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자기계발’이 시급했다.
  • 사실 핵가족은 근대의 발명품이 아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전근대 사회에서도 확대가족, 대가족은 드문 현상이고 부부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수명이 짧아 3대 이상이 공존하는 게 드문 일이었고 확대가족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줄곧 핵가족 체제였는데도 핵가족을 이상화했다가 10년도 지나지 않아 비판하는 담론이 출몰했던 이유는 뭘까.
  • 사회학자 김혜영은 이를 가족을 통한 국가의 통치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발전과정에 노동력, 특히 값싼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는 핵가족을 찬양하면서 농촌 자녀의 도시 이주를 장려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 산아제한을 골자로 한 가족계획을 장려했다. 그러다가 산업화의 진전으로 농촌의 공동화 및 노령화가 문제가 되고 노인 부양의 필요가 제기되자 이번에는 핵가족을 비판하고 전통적 가족 부양의 윤리를 찬양했던 것이다.
  • 남들이 다 하니까 안 하면 늦는다는 ‘공포마케팅’으로 돌도 되기 전의 아이들이 학원에 떠밀려 간다. ‘3세에 뇌 발달이 끝난다’는 식의 근거도 불투명한 ‘3세 뇌발달’ 마케팅이 번지면서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0세 사교육’도 등장했다.
  • 일터에서 가족주의는 1970, 1980년대 고도성장의 시기에 자주 호출되어왔다. 기업은 ‘가족 같은 기업’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의 한없는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 법인과 사인의 계약 대신 가족의 논리를 일터에 끌어들여 권위적, 수직적 인간관계로 노동자들을 통제해왔다.
  • 2015년 EBS가 서울의 한 자치구를 골라서 관내 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를 조사했더니 전체 32개 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300명이 안 되는 미니 학교는 모두 여섯 곳이었다. 이 학교들의 위치를 조사해보니 하나같이 임대아파트나 임대 단지 바로 옆에 있는 학교들이었다고 한다.
  • 법으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스웨덴 국내에서도 그렇고 국제적으로도 매우 논쟁적 이슈였다. 법이 제정됐을 때 유럽의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는데 당시 한 프랑스 신문은 “미쳐버린 스웨덴인들” 같은 헤드라인을 붙여 보도하기도 했다.
  •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시절 젊은 엄마였던 그 여성은 어느 날 어린 아들이 말을 듣지 않자 매로 가르치려고 아들에게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 그런데 이 소년은 회초리를 찾으러 나갔다가 한참 만에 울면서 돌아와 작은 돌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초리로 쓸 만한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에 이 돌을 저한테 던지세요.” 아이는 ‘엄마가 나를 아프게 하길 원하니까 회초리 대신 돌을 써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스웨덴 정부는 법 통과 이후 이를 알리기 위해 대대적 캠페인을 펼쳤다. <체벌금지법>과 함께 체벌 대신 사용 가능한 훈육 방법을 설명하는 16쪽짜리 설명서를 자국어뿐 아니라 독일어, 영어, 불어, 아랍어 등 여러 언어로 만들어 아이가 있는 전국의 모든 가정에 배포했다. 또 두 달간 <체벌금지법>에 대한 설명을 우유병에 붙이도록 했다. 아동병원과 산전클리닉들도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 결과 법안 통과 2년 후인 1981년엔 스웨덴 전체 가구의 99%가 이 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 2011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스웨덴 역사학자 라르스 트래가르드가 발표한 ‘스웨덴식 사랑 이론’이 그런 논리다.
  • 이 이론은 진정한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이지 않는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율적이고 평등한 개개인 사이에서만 사랑과 우정 같은 인간적 교류가 이루어진다. 심지어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서로 의존적이고 굴욕을 강요하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한 진정한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국가는 이런 굴욕감에서 개인을 해방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 <세계가치관조사>에서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로 꼽힌다. 개인의 자기실현을 가장 중시하면서도 낯선 이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응답도 50% 이상이었다.
  • 부모휴가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가사 분담이 자연스러워졌다. 한국에선 육아휴직의 부담 때문에 고용주가 여성 채용을 꺼리지만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스웨덴에선 굳이 여성의 채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 스웨덴 아이들의 거의 절반은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난다.
  • 출산율이 회복된 나라들에는 혼외출산을 ‘정상가족’에 대한 도전이나 일탈로 간주하며 차별하는 배타성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웨덴이 그 대표적 경우다.
  • 사람들은 외집단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으며 내집단보다 덜 도덕적이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이런 공감의 한계 때문에 심리학자 폴 블룸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방식의 공감력 향상보다는 되레 한발 물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도덕에 근거해 판단하는 이성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 책을 읽었던 약 7시간을 무척 아깝게 느끼는 것을 밝힌다.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펼쳤지만, 이 책을 덮은 지금도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내 귀한 7시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7시간 동안 뭔가 얻어야만 했다. 이게 내 독서 방식이고, 내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7시간 동안 이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다. 하지만, 도대체 이 글을 왜 썼는지 하물며 왜 이 책이 4판 15쇄까지 찍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한 것은, 내 서평을 읽으면 내가 왜 이 책에 별점 0점을 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거다.

독서 방법론

지금껏 내 블로그에 200개 가까운 서평을 썼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추구하는 독서, 독서 방법론에 관해 논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또한, 독서에 관한 취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 이 책은 책이 아니다. 내게 책이란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만 한다. 또한 그 정보는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내 삶과 닿아야 한다. 정보 전달, 내가 원하는 정보, 내 삶과 닿아야 하는 등 이 3가지 관점 중 이 책은 그 무엇도 갖추지 못했다.

첫 번째, 정보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 주인공이 각자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정보라면, 내가 생각하는 정보와 개념이 다르다. 주인공이 겪는 사상 전쟁에서의 갈등이 정보라면, 글쎄. 이는 내가 생각하는 책의 관점 중 두 번째에 해당하겠다. 현재로서는 관심이 없다.

2개 정보 외 다른 것이 숨어있다면, 내 문해력이 부족한 탓이겠다. 내 문해력을 탓하면 된다. 나는 내 문해력을 탓하는 만큼 작가의 필력을 탓하겠다.

두 번째, 내가 원하는 정보다. 이 책은 공산주의 사상 전쟁이 나오는 시대로 내 시대와 거리가 멀다. 이는 내 세 번째 개념과도 일치하는데, 내 삶과 닿지 않는다. 더불어 내가 원하는 정보도 아니다.

주인공의 방탕한 삶은 그다지 내 눈에 담고 싶지 않았다. 여자 200명과 잤으며, 매일 저녁 머리카락에 스며든 다른 여자 성기 냄새를 부인이 맡게 한다는 것 자체는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라 평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내 삶에 1cm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인물이다.

세 번째, 내 삶과 닿아야 하는 것. 체코 전쟁, 주인공 4명의 사랑 이야기 등에서 내 삶에 뭘 엮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독자에게 뭘 원했을까?

내 독서 관점 중 가장 큰 것은 정보 전달이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고, 때문에 이 책은 내게 책이 아니다.

타인에 관한 관심

나는 이 책을 책이라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별점을 0개 부여한다.

하지만, 책이 아닌 어떤 글이라 생각하며 조금은 느낀 것을 말해보겠다. 타인에 관한 내 관심이다.

나는 술자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굳이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필터 없는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술기운을 빌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거나, 속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하거나, 술 취해서 그랬다며 방패를 만드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술자리를 이런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내 삶에서 추방한다.

또한, 내 시간을 안주 삼는 것을 혐오한다. 그저 넋두리를 늘어놓는 거라면 나를 찾지 않길 바란다. 나는 타인의 넋두리를 듣고 싶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이란 내가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 생각하는 내 사람을 제외한 모두다.

나는 많은 이와 어울리지만, 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빠듯하다. 이는 그들이 덜 중요해서기 보다는, 더 중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지키고 싶은 사람이 명확하고, 내 능력이 미천하기에 그 범위를 한정한다.

늘 부족함을 느끼고, 시간에 허덕이는 내게 하찮은 넋두리 따위로 내 시간을 안주 삼는 것을 혐오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은 내 삶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편이다.

나는 철저히 내게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것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이 들어올 수 있는 내 범위를 한정한다. 그 범위에 있는 타인에게만 한정된 관심을 둔다. 다시 말하지만, 내게는 더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것 그리고 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니 이 글은. 내게 넋두리를 늘어놨고, 나를 술안주 삼았다. 때문에 나는 이 글을 혐오한다.

내가 학창 시절 공부를 못했던 이유

난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내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느낀 적은 드물었고, 딱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게 내가 어떤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충분한데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왜 학창 시절 공부를 못 했는지, 아니 안 했는지 느꼈다. 나는 이런 게 재미가 없다. 또한, 나는 재미가 없으면 하고 싶지 않다. 난 학창 시절에 내가 재미있는 것을 찾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나를 학창 시절로 돌려놨다. 매일 아침, 이 글을 읽으며 시간이 아까웠다. 그저 그 생각뿐이었다. 어떤 등장인물의 불륜 이야기를 내가 왜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불륜 대상을 사랑한다며, 잡아두는 인물은 더 한심했다.

이런 한심스러운 삶을 아침마다 읽는 것은 굉장한 곤욕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모임에서 정한 지정도서이기에 억지로 읽긴 했다만, 아마 학창 시절 과제였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류 이야기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일까?

마무리

이 책이 많이 읽힌다는 사실을 들었다. 영화화가 되기도 했고, 우리 모임에서 이 책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작가도 유명하다.

책을 다 읽고 그동안의 7시간이 아까워 유튜브에서 책 해설을 찾아 틀었다. 1분 정도 보다가 껐다. 이 책이 이해되버릴까 두려워서다. 7시간을 할애해 읽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고작 10분 영상으로 이해한다면, 내 문해력에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책 속 주인공 4명이 각자 인생을 살았듯, 나도 내 인생을 살련다. 내 인생에 한동안 이런 류 글이 들어올 자리는 없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읽으며 음미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어림없다.

다음 주 STEW 독서소모임에서 부디 내가 어떤 깨달음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한줄평 ☆☆☆☆☆

3류 아침 막장 불륜 드라마.

인상 깊은 문구

  •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 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테레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 인간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이름을 붙이고 난 후부터 육체에 덜 불안해했다. 또한 이제는 영혼이란 뇌의 피질부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차이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 앞은 파악할 수 없는 거짓이었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
  • 그들이 만난 직후 처음 호감을 드러낸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그는 미남이며 학계에서도 출세가도의 정상에 서 있어서 심지어 전문 학자들 사이의 논쟁에서 그가 보여 주었던 고차원 지식과 자기주장은 동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왜 매일 되풀이 해야만 할까?
  •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오로지 섹스에서뿐이다. 왜냐하면 섹스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란 CEO는 직원에게 인색하다(p.26 ~ 27)

  • 우리나라 기업 면접 시 이제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를 물으면 최대 5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HBR 아티클은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데요. CEO 성향을 블루칼라 집안인지 아닌지로 평가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 나눠봅시다.
  • 이런 류 연구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이야기 나눠봅시다.

“화이트칼라 가정에서 자라는 건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라는 것과 매우 다릅니다. 블루칼라 부모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별다른 복지혜택 없이, 비정기적으로, 고된 육체노동을 합니다.”

“회사의 CEO가 블루칼라 출신에서 화이트칼라 출신으로 바뀌면 노동정책이 개선됐습니다.”

2. 미래에서 배우기…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탄탄한 전략을 세우는 방법(p.37 ~ 51)

  • 퓨저스전략그룹의 철학을 자신의 커리어에 매칭해봅시다. 자신의 커리어 20년 뒤를 봤을 때 가능한 먼 미래 16개, 그 중 가장 그럴듯하면서도, 되도록 서로 다른 것 5개를 골라 나눠봅시다.
  • 미래에 관한 생각은 현재 행동을 취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현재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 의도적으로 취한 행동이 있는지, 현재 미래에 관한 생각으로 인해 취하는 행동이 있는지 나눠봅시다.

“FSG(퓨처스전략그룹)에 따르면,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예상’은 해야 한다.”

“해안경비대는 FSU와 협력해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네 가지 변화 요인을 파악했다. 즉 (1)연방정부의 역할, (2)미국 경제의 강점, (3)미국 사회에 대한 위협의 심각성, (4)해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 등이다. 경비대·FSG 팀은 이를 탐구하고 20여 년 뒤를 내다보면서, 해안경비대가 활동해야 할 수도 있는 16개의 가능한 ‘먼 미래 세계’ 시나리오를 고안했다. 해안경비대 리더들은 이 중 그럴듯하면서도, 되도록 서로 다르고, 경비대가 실제로 직면할 수 있는 환경에 속하는 다섯 개를 골랐다.”

“각 미래 세계에는 그 본질을 포착할 수 잇는 이름을 붙였다.

▲점진적 침몰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환경 악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미래를 묘사했다.

▲팍스 아메리카나에서는 미국이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재앙으로 갈라진 세계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했다.

▲플래닛 엔터프라이즈는 거대한 초국가적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판아메리칸 하이웨이는 달러와 유로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블록이 특징이다.

▲발칸화된 미국은 테러리즘이 무서운 빈도로 점점 더 미국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분열된 세계에 대해 사전 경고한다.”

“인간은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동하며, 각 시간 프레임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경험하고, 내일을 기대한다. 그러나 최고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시간이 직선적이지 않다는 개념을 받아들인다. 롱 뷰와 에버그린이 그랬다. 이들 프로그램은 현재 트렌드를 점검하고, 미래로 몇 년을 뛰어넘고, 그 원동력이 만들어낸 실현 가능한 세계를 묘사했다. 그런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야기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작업하고, 탄탄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업했다. 이 모델에서 시간은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피드백 사이클로서 순환한다. 한마디로, 원처럼 둥글게 이어진 루프다.”

3. 새 직장이 맘에 안 들 때, 손절하고 떠나야 할까?(p.152 ~ 158)

  • 본문 주인공 미아 리치는 더 나은 연봉을 받으며 이직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대우에 이른 퇴사를 고민하는데요.
  • 퇴사 경험을 떠올리며, 퇴사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미아 리치가 퇴사를 해야 할지 버텨야할지 등에 관해 나눠봅시다.

2009년부터 쓴 서평이 어느새 190개가 됐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200번째 서평을 달성한다. 그리고 그 중 2회 독은 딱 한 권이 있었다.

한국의 기획자들은 내가 2010년 대학생 때 읽고, 2016년에 다시 읽은 책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고, 서평을 쓴 것은 이게 유일하다.

6년 만에 읽은 이 책은 다 읽고 나서야 읽었던 책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읽은 내용을 많이 잊고, 그만큼 새롭게 읽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피엔스는 두 번째로 2회 독을 마친 책이다.

2회독, 변한 건 나다.

STEW 독서소모임에서 이 책이 결정되고 살짝 실망했다. 이미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를 읽고, 배우기 위해 나는 늘 새로움을 찾았다. 때문에 이미 읽은 책은 내게 흥미 없는 종이였다.

어쨌든 사피엔스를 다시 펼쳤지만, 1회 독처럼 역시나 속도가 나지 않아 짜증도 났다.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데 같은 내용을 다시 읽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사피엔스는 2017년에 전자책으로 읽었다. 3년 만에 다시 전자책을 열자 몇몇 밑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 밑줄이 얼마나 신경 쓰이던지, 내가 읽었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에 30분씩, 그렇게 며칠 읽었을까? 세상에, 내가 이 책을 읽었었다고?

밑줄을 의식해서인지, 아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왜 이 부분에 밑줄을 쳤는지, 또 다른 부분은 왜 밑줄을 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STEW 독서소모임의 장점으로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점’을 꼽는데, 3년 전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밑줄 친 분량 자체도 달랐는데, 3년 전에는 81개 밑줄을 친 반면, 이번에는 280개 밑줄을 쳤다. 3배가 넘는 곳에서 배웠으니 3년 전에 제대로 읽은 건가 싶었다. 분명 그때도 정독했는데 말이다.

글을 시작하며, 서평 190개를 자랑스럽게 적었는데 190권 중 과연 얼마나 소화했을까 싶다. 190권을 다시 읽어서, 190권 모두 새로움을 느낀다면 앞으로 책을 안 사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변한 내가 다행스럽기도 하다.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래, 그게 더 한심스러울 것 같다.

이 정도 깊이 책을 2회독 하는 건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시 3년 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내 변화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정독을 2회 하고 나니 책값이 정말 아깝지 않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등이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이 워낙 임팩트가 커서 인지혁명으로 많이 요약된다. 나 역시 1회 독 때는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2회 독에는 과학혁명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최근 관심을 두는 ‘자본주의’를 재밌게 봤는데 이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아무튼 사피엔스가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장해왔다는 것에 스스로를 되돌아봤고, 적절한 시기마다 과학의 힘이 성장을 증폭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지를 인정하고 성장한 점에서는 내 커리어가 떠올랐다. 3년 전 나는 꽤 무거운 도전을 했다. 내가 독립할 수 있을지, 내가 비즈니스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사람으로 홀로 설 수 있는지. 즉, 나는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했고, 싸웠다.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인류 역사의 6만 ~ 7만 년을 “그 시기에 살았던 인류는 중요한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일축하고 싶어질 수 있다.

현재 내 캐릭터를 만든 것은 3~4년 전이다. 그때 배움으로 현재 모습이 됐고, 꽤 괜찮은 커리어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니, 다시 무지를 인정하고 성장을 위해 몸을 던질 시기가 곧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지를 인정하려면, 무지해져야 한다. 때문에 나는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스스로를 무지의 늪으로 던진다. 새로운 사람을 보며 자극받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작아진다. 그렇게 늘 불편함으로 나를 몰며, 성장을 향해 걸어왔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경제용어로 번역되었다.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리적 발견, 기술적 발명, 조직의 발전이 인간의 생산, 무역, 부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스스로 ‘꽤 괜찮은 커리어를 만들고 있다’는 나태한 발언을 하는 지금, 사피엔스는 적절한 도서였다. 지금보다 무지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됐고, 지금 얻게 된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됐다.

성장을 위해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면, 지금이 꽤 적절한 시기다.

사피엔스 성장 동력, ‘자본주의’

최근 내 관심사 중 하나는 ‘돈’이다. 내 자산을 분배하고, 투자하는 등 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큰 자산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관심을 둬야 하는 것에 공감했다.

STEW에서 투자소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있다. 이제 어떤 사건을 보면, 자본주의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는 역사적으로 중요했다.

인류의 경제는 근현대 기간 내내 어찌해서든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이것은 오로지 과학자들이 몇 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발견이나 장치를 들고 나온 덕분이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 내연기관, 유전자 복제 양 같은 것을. 은행과 정부는 돈을 찍어내지만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과학자들이다.

사피엔스 역사에 자본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농업혁명으로 밀과 함께 정착하면서부터 인류는 자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일 걱정을 하지 않던 인류가 내일을 걱정하게 됐다는 것에서 자본의 함정에 빠졌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다. 난 산으로 들어가긴 싫거든.

자본주의를 깨닫고 나니, 지난 30여 년 간 어째서 늘 곁에 있던 이것을 몰랐을까 싶다. 심지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도 만 9년을 향해 가는데, 너무 늦었다 싶기도 하다.

18세기 내내 노예무역 투자에 대한 연간 수익률은 약 6퍼센트였다. 현대의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재깍 인정할 만한 엄청난 돈벌이였다. 이것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옥에 티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이윤이 공정한 방식으로 얻어지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분배되도록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어쨌든 사피엔스 역사는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더 행복한 방향으로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 답할 수 없는 게 슬프긴 하지만, 역사를 바꿀 수 없으니 미래를 만드는 것을 택해야겠다.

마무리

책을 읽는 내내 유발 하라리는 나를 무수히 많은 역사 속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내게 묻는다. 뭘 원하냐고. 아니, 뭘 원하고 싶냐고.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3년 전 그 물음에 ‘내 이야기’를 만들겠다 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내 이야기’를 만들었냐고 물으면, 만들고 있다고 답하겠다.

이제 무엇을 원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더해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물을 차례다. 원했던 것을 얻었냐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해야겠다.

이제 나는 나에 관한 무지를 인정할 수 있다.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했던 것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나는 나를 몰랐다 인정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장했다. 이제 나는 다시 성장할 자격을 갖췄다.

3년 뒤 내게 다시 묻고 싶다.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3년 뒤에도 무지를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줄평 ★★★★☆

사피엔스의 성장 동력은 ‘자본주의’다.

아등바등 살다가 문득 ‘이게 다 뭔 소용일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번아웃이 오고, 손에 쥔 많은 것을 놓아버리게 된다. 다시 주워 담을 것을 알면서도, 힘없이 누워있던 시간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당시 무기력함은 이겨내기 쉽지 않다.

한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우울함엔 한계가 있거늘, 최근 내 상황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내 욕심에서 비롯된 갈망, 그것을 위한 노력이기에 욕심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무기력의 속도는 겉잡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공간을 하찮게 만들고, 내가 사는 시간을 하찮게 만들어버린. 이 모든 것을 ‘지리’로서 풀어낸 이 책을 읽었다. 우울함이 밀려온다.

시야.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기를 김포에서 보냈다. 성인이 돼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지금의 캐릭터로 살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중 지금이 가장 좋다.

‘지금이 가장 좋다’는 가볍게 생각하면, 참 행복한 말이다. 하지만 이 명제는 쉽게 무너질 수 있는데, 우울한 일이 생기거나, 안 좋은 일을 겪게 되면 굉장히 쉽게 무너진다. ‘지금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내 시야는 늘 미래를 향했다. 과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현재를 살아내면 금세 과거가 되기에 나는 늘 미래를 향해야 했다. 때문에 과거를 붙잡지 않아야 했고, 미래는 늘 더 나아야만 했다. 이게 내가 과거를 잊는 방법이었고, 지금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보이는 것 중 최적의 선택을 하고, 선택지를 더 넓히고, 이 주기를 빠르게 하는 것이 성장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날 막는 것을 떨쳐냈고, 이 과정이 내 시야를 넓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시야를 넓혔고, 이 과정에서 나를 믿어야만 했다.

하지만, 최적은 끝이 없었다. 늘 공부해도, 공부할 것은 끊이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그다음 공부할 것이었다. 이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종종 즐겁기도 했지만, 어떤 특이점이 오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세상의 중심인양 생각하고 판단했지만, 그저 작은 나라, 작은 도시에 사는 한 생명체임을 깨달았을 땐, 무기력해졌다. 무기력증이 <지리의 힘>을 읽던 요즘에 온 것은 우연일까 싶기도 하다. 내가 익힌 지식과 판단하는 알고리즘은 과연 지구의 역사,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지. 거대한 이야기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

양껏 넓히던 시야가. 깜깜해졌다.

미국

일단, 미국 얘기를 해보자.

최근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등을 읽으며 미국이 만든 거대한 금융 앞에서 막막함을 읽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이야기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직시하는 게 답일지 모르는 이 거대한 이야기 앞에서 미국이란 거대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리. 가끔 온라인에서 미국을 두고 ‘밸런스 안 맞는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나는 미국이 지리마저 축복받은 지 이제야 알았다.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을 즐기지도 않고, 그다지 여러 곳을 다니지도 않는다. 그제야 내가 지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맞다, 나는 5분 거리 마트도 내비게이션 찍고 운전했었지.

미국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책 전체에 걸쳐 나온다. 비단, 미국 파트 뿐만 아니라 모든 파트에 나오는 국가 중 한다. 가히 사기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 하나를 꼽으라면 <위대한 백색 함대>를 꼽고 싶다.

1907년 12월에 대서양 부대의 전함 16척이 미국에서 출발했다. 해군의 평상시 제복 색깔인 흰색으로 선체 전부를 칠해서 <위대한 백색 함대>라고도 불렸던 이들의 항해는 하나의 강렬한 외교적 시그널이었다. 백색 함대는 수개월에 걸쳐 브라질,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일본,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망라한 전 세계 20여 항구를 방문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서양 함대가 궁극적으로 태평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혼재된 이 항해는 군사 용어로 일종의 세력 투사 전 단계라 할 만한 것이었지만 전 세계 모든 강대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결국은 세력 투사인 셈이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이 정도면 너무 갔다고 할 지경이다. 미국의 시대를 살며, 이 세계관 최강자 미국에 어쩜 이리 관심을 두지 않았나 싶었다.

역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중국

판타지 소설로 치면, 중국은 1위 미국에 대항하는 악당이 되겠다. 우리나라가 미국 동맹국이어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글쎄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매일 5백여 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량 실업이나 대규모 기아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그 횟수나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중국이란 나라를 저평가하고 있었다. 얼마나 눈을 감고 살았던 걸까?

중국이 세계 전역을 이렇게도 들쑤시고 다니는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된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중국은 케냐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앙골라에는 철도를,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용 댐도 건설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광물과 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다.

IT 기자시절 더 이상 미국은 IT 약소국이 아니다. 한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하지만 경제, 국방력 등 전 분야에 걸쳐 이 정도로 중국이 강력한지는 몰랐다.

분석가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쓴 것을 보면 대다수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며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장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본 이유로 인해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1세기는 걸릴 거라고 본다.

미국 동맹국이면서, 중국에 관한 인사를 멈출 수 없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이게 현재로선 최선이거란 생각에 심히 씁쓸한 마음이다.

러시아

소련 시절 러시아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기에, 러시아는 그저 ‘불곰국’, ‘푸틴’ 등 키워드로 인식했다. 그저 건드려서 좋을 것 없는 성격 있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대단했다.

발트 해 3국에 대한 나토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나라들이 동맹국으로 있는 한 러시아의 어떠한 무력 공격에도 나토의 창립헌장 5조가 발동된다. 5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유럽 혹은 북미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학창 시절 한 번쯤 외웠던 단어들이다. 나토, 북대서양 조약기구 따위 말이다. 이런 기구들은 러시아라는 악당에 대항하기 위한 착한 국가들의 모임인 줄만 알았다. 원래 악당이 더 세지 않나?

러시아에게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 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 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쯤 되면 참 자연이 신비롭단 생각이 든다. 현대 문명이 참 놀랍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이렇게 얽힌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찌 선진국 반열에 올랐나 싶고 말이다.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다.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동안 시야를 많이 넓혀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모르는것 투성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막막했을 과거 우리나라 리더들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아내는 내가 우리나라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국

나는 우리나라가 좋다. 돈을 많이 벌면, 해외에 별장 하나쯤은 짓고 싶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넓은 마당에 진돗개 키우면서 말이다.

세계 전체를 들여다보면, 한국이란 나라는 정말 ‘후’ 불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나라가 경쟁력을 보이고, 그런 나라가 내 나라라는 게 이쯤 되면 자랑스럽다.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단국가라는 건 너무 아쉽지만, 그럼에도 잘 견뎌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예비군도 마쳤지만 지금은 사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잊을 만큼 내 인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것에는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총성이 오가고, 먹을 것을 걱정한다. 나 역시 매일이 치열해 잊곤 하지만, 시야를 넓히려는 나로서는 잊어선 안 되는 부분이다.

통일에 드는 대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며 이럴 경우 독일 통일 이후처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동독의 경우 서독보다 뒤처져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와 산업 기반 그리고 교육 받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거의 맨땅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어쩌면 정말 우리 세대에 통일이 될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북한이 돌발행동을 보이곤 있지만, 누가 아는가? 훗날 ‘그랬었지’ 라며 술안주로 삼을지.

마무리

위에 언급한 국가 외에도 아프리카, 중동 등 여전히 혼돈 속에 사는 많은 이들을 활자로 접했다. 지도 외 이미지 하나 없는 이 책을 읽으며 무수히 많은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지만, 얼마나 근접한 그림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워낙 거대한 이야기이기에 놓칠 수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에 살고, 앞으로도 살아야 함을 떠올리면, 넓혀야 할 시야가 아직도 많다.

깜깜했던 시야를 걷어내고, 조금 더 넓어진 시야를 확인하며. 오늘도 가장 좋기 위해, 내일을 상상해본다.

읽게 된 동기

2020 STEW 독서소모임 7월 도서

한줄평

인류의 하찮음을 지리로 풀어내다.

인상 깊은 문구

  • 지구라는 행성의 70억 인구에게 주어진 선택들은 늘 우리를 제약하는 강과 산, 사막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 의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고, 자녀를 길러내는 땅이 중요하다.
  •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 아프리카와 유럽 간의 발전의 차이는 <배를 띄울 수 있는 강>들의 유무에서 시작되었다.
  • 북중국평원은 정치, 문화, 인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농업의 중심지다. 이 지역에 무려 10억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면적은 3억 2천 2백만 명이 사는 미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데 말이다.
  • 만리장성이 처음 축조되기 시작한 것은 진 왕조 시대였다. 현재 우리가 지도상에서 인정하는 중국이라는 형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지만 오늘날의 국경선이 확정되기까지는 무려 2천 년은 더 걸렸다.
  • 18세기에 중국은 남쪽으로는 미얀마와 인도차이나 지역까지 진출했다. 또한 중국 내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서북부의 신장 지역을 이 시기에 정복했다. 바위들이 주름져 있는 산악지대와 황량한 사막지대가 대부분인 신장 지역은 그 넓이가 166만 제곱킬로미터로 텍사스 주의 약 세 배에 달한다. 달리 표현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까지 몽땅 집어넣고도 덤으로 룩셈부르크와 리히텐슈타인까지 넣을 만한 면적이라고 보면 된다.
  • 히말라야는 중국에게는 훌륭한 <천연의 만리장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도의 뉴델리 쪽에서 봤을 때는 <인도판 만리장성>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두 나라는 히말라야를 가운데 두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 정확한 수치를 얻기는 힘들지만 자유티베트운동에 따르면, 오늘날 보다 넓은 티베트 문화권에서 티베트인은 이미 소수로 전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테비트 자치구에서 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티베트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양측의 주장 모두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좀 더 과장하고 있다는 근거는 있다.
  • 예나 지금이나 신장 지역은 잠잠할 날이 없다. 위구르족은 1930년대와 1940년대 두 번이나 동투르케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독립국가를 선포한 적이 있다.
  • 티베트 독립운동에도 자극을 받은 이들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외치고 있다.
  • 한편 독일에 본부를 둔 세계위구르족회의와 더불어 터키에서도 동투르케스탄 해방기구가 출범했다. 그런데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에게는 달라이 라마처럼 해외 언론의 주목을 끌 만한 상징적 인물이 없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도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중국은 신장 지구의 독립운동 보급선이나 후방 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인접국들과 되도록 좋은 관계를 다지는 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신장을 붙들어두고 있다. 이와 함께 베이징 정부는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가들에게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색을 입힌다.
  • 국가나 한족을 대상으로 한 총기나 폭발물, 칼을 이용한 공격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된다면 전면적인 저항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매일 5백여 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량 실업이나 대규모 기아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그 횟수나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 미국은 1979년에 맺은 대만관계법에 의거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을 수호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만약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포하고 중국이 이를 전쟁행위로 받아들일 경우엔 미국은 대만을 구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그 선언이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될 경우에는 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 중국은 케냐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앙골라에는 철도를,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용 댐도 건설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광물과 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다.
  •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지만 오히려 28개 주권 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은 결코 이루지 못할 방식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대다수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주들보다 훨씬 강하고 분명한 민족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사람을 예로 들면, 그는 첫째가 프랑스인이요 유럽인은 그 다음이다. 유럽이라는 개념에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 프랑스 사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반면 미국인은 유럽인과는 달리 합중국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 1803년, 미합중국은 프랑스로부터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다. 이 지역은 멕시코 만에서 시작해서 북서쪽으로 로키 산맥의 미시시피 강 지류들의 상류까지 뻗어 있다. 이 땅의 면적은 오늘날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통일 독일을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 1835년부터 이듬해까지 벌어진 텍사스 혁명으로 백인 정착민들이 멕시코인들을 몰아냈지만 전세는 대접전이었다. 새 정착민들이 패했고 멕시코군이 뉴올리언스를 향해 진군해서 미시시피 강의 남단을 지배할 수 있는 형국이 돼버렸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어땠을까? 이것이야말로 근대 역사상 가장 엄청난 가정의 하나다.
  • 하지만 역사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의 돈과 무기, 사상의 수혜를 받은 텍사스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는 1845년 미합중국에 귀속되었고 1846년부터 2년간 벌어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는 미국과 힘을 합쳐 싸웠다. 두 연합군은 남쪽의 이웃을 제압했고 멕시코는 결국 리오그란데 강의 남쪽 제방 모래밭에서 끝나는 영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다. 이 일은 당시 이 거래를 성사시킨 국무장관 윌리엄 슈어드의 이름을 붙어 <슈어드의 미친 짓>이라고까지 조롱을 받았다. 그는 총 720만 달러를 주고 알래스카를 샀는데 1에이커당 2센트를 쳐준 셈이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눈만 한 보따리 산 꼴이라고 비아냥댔지만 1896년 이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그 얘기는 쏙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더 흐른 뒤 이번에는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다.
  • 1907년 12월에 대서양 부대의 전함 16척이 미국에서 출발했다. 해군의 평상시 제복 색깔인 흰색으로 선체 전부를 칠해서 <위대한 백색 함대>라고도 불렸던 이들의 항해는 하나의 강렬한 외교적 시그널이었다. 백색 함대는 수개월에 걸쳐 브라질,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일본,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망라한 전 세계 20여 항구를 방문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서양 함대가 궁극적으로 태평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혼재된 이 항해는 군사 용어로 일종의 세력 투사 전 단계라 할 만한 것이었지만 전 세계 모든 강대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결국은 세력 투사인 셈이었다.
  • 오늘날에는 두 종류의 미국 지도가 있다. 익히 알려진 것은 태평양 연안의 시애틀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와 사르가소 해의 좁고 긴 돌출부까지 뻗어있는 형태의 지도다.
  • 개념적인 지도는, 다시 말해 B라는 지역에서 A라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C라는 국가가 미국 편에 의지할 수 있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만약 강대국이 어딘가에서 힘을 행사하고 싶다면 그 나라는 미국의 개입 여부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선택한다. 마침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등장한 것이다.
  • 분석가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쓴 것을 보면 대다수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며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장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본 이유로 인해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1세기는 걸릴 거라고 본다.
  • 일본, 태국,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경우 미국은 일찌감치 문을 열고 있다. 이 나라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이웃에 불안해하며 워싱턴과 관계 맺기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나라들 또한 제각기 이런저런 문제로 엮여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의 패권 아래 차례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는 한 그 문제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이 한국을 향해 발포를 하면 한국이 맞대응을 하지만 현재 미국은 그러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군대의 경계 태세를 높이는 것 같은 공식적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만약 상황이 악화된다면 북한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한 다음 직접 발사를 할 것이다. 이는 선전포고 없이도 전쟁으로 확대되는 과정이다.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분석가들은 주눅이 들거나 체면이 손상당하는 것을 기피하는 일부 문화권의 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 영어에도 이런 사고를 깊이 담고 있는 두 격언이 있다. “1인치를 주면 1마일을 얻을 것이다.”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00년에 한 말로 오늘날 주요 정치 어록에 들어간 “말은 부드럽게 하되 힘을 과시하라!”이다.
  •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국이 정치적으로 이념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굳이 공산주의를 전파할 생각이 없다. 냉전시대 러시아처럼 보다 넓은 땅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지도 않는다. 중국은 자국의 상품들이 전 세계로 전달되는 항로 대부분의 경비를 미국이 담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에 지나치게 근접하지 않는 선에서의 얘기다.
  • 연안 해역에서 벌어지는 해양 굴착과 광범위한 지하 시추 작업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 2020년 무렵에는 에너지 수출국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그 외의 지역에서 미국은 약소국들과 부족들의 정신력과 지구력을 과소평가한 감이 있다. 물리적 보안과 통합이라는 자국의 역사 때문인지 미국은 자신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의 힘을 과대평가했다. 그래서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아랍, 또는 무슬림이 됐든 기독교도가 됐든, 타협과 각고의 노력, 심지어 투표를 통한 인간 본연의 뿌리 깊은 타인에 대한 역사적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은 사람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싶어 한다고 전제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경험적으로 떨어져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도 말이다.
  • 베어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북유럽평원 지역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지리적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일 것이다. 유럽에서 북쪽과 남쪽을 전부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은 프랑스 말고는 없다.
  • 1871년 이래 베네치아와 로마까지 포함한 통일 국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국의 북부와 남부의 균열에서 오는 중압감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그 어느 때보다 이탈리아를 짓누르고 있다. 중공업과 관광업, 금융의 중심지인 북부는 오래도록 높은 생활수준을 누려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부에 대한 국고 보조금 삭감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창설되더니 아예 남부와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그리스의 중심부는 산맥의 수호를 받고 있지만 섬들 또한 1천4백여 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섬은 대략 2백 개 정도다. 이 섬들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만큼 강한 세력들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단지 이 정도의 영해만을 순찰하는 데도 적잖은 해군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는 그리스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어마어마한 액수의 방위비로 나타난다.
  • 덴마크는 이미 나토에 가입했고, 최근 스웨덴에서는 근 2세기 동안 이어온 중립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을 촉발한 계기는 2013년 한밤중에 러시아 제트기들이 스웨덴에 모의 폭탄을 투하한 사건이었다. 당시 스웨덴 방공망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제트기들의 출현을 감지하는 데 실패했다. 정작 러시아 전투기들의 궤적을 감시하고 영공을 지킨 측은 덴마크였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는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 논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모스크바는 스웨덴이든 핀란드든 어느 쪽이든 나토에 가입할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프랑스는 독일을 두려워하고, 독일은 프랑스를 두려워한다. 1907년 프랑스가 러시아, 영국과 손을 잡고 3자동맹을 맺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독일이 이 세 나라 모두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 유럽연합의 설립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더 이상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하도록 서로를 꼭 끌어안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았고 이윽고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아우르는 드넓은 지리적 공간이 태어났다.
  • 지리적으로 보면 영국의 조건은 훌륭한 편이다. 질 좋은 농지, 훌륭한 하천들, 최적의 해양 접근성, 유럽 대륙과 교역하기에 부족함 없는 어획량이 있다. 게다가 섬나라 민족이라는 덕도 본다. 유럽의 이웃들이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동안 영국은 그 지리적 조건에 고마워했던 때가 수 차례는 있었다.
  • 지리적 입지는 영국에게 여전히 일정한 전략적 이점을 보장해 주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해상 항로의 요충지인 이른바 GIUK 갭이다.
  • 이 형국은 특히 프랑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프랑스는 독일을 유럽연합의 틀 안에 묶어두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프랑스는 독일이 재통일되자 독일과 함께 유럽을 움직이는 쌍발 엔진의 하위 파트너라도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문제는 프랑스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러시아는 넓다. 가장 넓다. 아니 넓다 못해 광활하다 면적이 무려 1천7백9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표준시간대 또한 무려 11개나 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다.
  • 대양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항의 부재>는 늘 러시아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북유럽평원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러시아는 지리적 약점을 지녔지만 그나마 석유와 천연가스 덕분에 더 약한 나라로의 추락만은 모면했다.
  • 러시아에게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 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 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 발트 해 3국에 대한 나토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나라들이 동맹국으로 있는 한 러시아의 어떠한 무력 공격에도 나토의 창립헌장 5조가 발동된다. 5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유럽 혹은 북미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인구의 4분의 1이 러시아계이며 리투아니아의 경우 전체 인구의 5.8퍼센트를 러시아계 주민이 차지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공직 진출에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수천 명이 된다고 한다.
  •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다.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 2014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러시아는 큰 고통을 겪었다. 유가가 1달러씩 떨어질 때마다 러시아 수입은 대략 20억 달러씩 줄어든다고 보는데 예상대로 러시아 경제는 타격을 입었고 특히 일반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역사학자 돈 오버도파 교수는 38도선에 따라 이 나라를 남북으로 임의로 분할한 것은 여러 모로 불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1945년에 미국 정부는 8월 10일의 일본 항복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반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 소련군의 이동이 포착되자 미 백악관은 한밤중에 다급하게 회의를 열었고 오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자도만을 지참한 두 명의 하급 관리는 북위 38도선을 손으로 찍었다. 즉 이 나라를 반쯤 내려온 소련군의 남하를 중단시킬 지점으로 북위 38도선을 찍은 것이다.
  • 통일에 드는 대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며 이럴 경우 독일 통일 이후처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동독의 경우 서독보다 뒤처져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와 산업 기반 그리고 교육 받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거의 맨땅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 언제 그 많은 섬들의 무리가 일본이라는 나라가 되었는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기 617년 중국의 황제에게 한 일본 고관이 보냈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편지가 하나의 단서가 되어 준다.
  • “태양이 떠오른 곳의 황제인 내가 태양이 지는 곳의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오. 건강하신지요?”
  • 헌법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는 입장도 정해졌다. 그리하여 자위대는 조금씩 현대식 전투 부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현상은 중국의 부상이 점점 더 가시화되면서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동시에 현재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동맹이 더욱 절실해진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받아들일 채비가 되어 있다.
  • 하지만 일본 국방장관은 “이것을 항공모함으로 이용할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오토바이를 사놓고 오토바이처럼 타지 않을 것이니 자전거라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일본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 마약이 없다면 이 나라 멕시코는 대량의 외화 유입이 막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해질 것이다. 또한 마약이 있음으로 해서 이 나라는 훨씬 폭력적이 된다.
  • 텍사스에 있는 지정학 정보회사인 Stratfor.com은 브라질의 최대 항구 일곱 개의 물동량을 합쳐도 미국 뉴올리언스 항구 하나가 일년 동안 처리하는 양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 콩고민주공화국은 산업화된 현대 세계의 일부가 아닌 나라들을 표현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가 왜 지나치게 포괄적인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 나라는 개발 중이지도 않거니와 발전을 이룰 일말의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제껏 한 번도 단결해본 적이 없다.
  • 이집트가 거대한 나라이기는 하나 8천4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 대다수가 나일 강에 불과 반경 십여 킬로미터 이내에 살고 있다.
  • 대다수 역사에서 나무가 귀한 나라치고 세력을 과시할 만한 강한 해군력을 구축한 나라는 없었다.
  •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초기에 외부 세계에 알려진 이들의 이름은 ISIL이었다. 그러다가 레반트의 아랍어가 알 샴인 까닭에 차츰 ISIS가 되었다. 그러다 2014년 여럼,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넓은 지역에서 독립을 선언하면서 <IS>로 자처하기 시작했다.
  • 이란은 그 지리적 특성으로 보호를 받는 나라다. 3면은 산맥이, 나머지 한 면은 습지대와 물이 지켜준다. 1219년부터 1221년까지 몽골군대를 마지막으로 이 나라 영토에 발을 들여본 외부 세력은 없었다.
  • 터키는 1970년대부터 이제는 유럽연합이 된 유럽 기구의 회원국이 되기 위해 부단히 도전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 나라 국토의 5퍼센트 미만만이 유럽에 속해 있다.
  • 1947년 6월 3일, 하원 의사당에서 성명 하나가 발표됐다. 영국이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인도는 인도와 파키스탄이라는 두 개의 독립국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 북극 접경 국가인 이른바 북극연안 5개국은 캐나다,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를 말한다. 여기에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웨덴이 합세해 북극이사회가 탄생한다.
  • 현재 우주 공간에는 작동하고 있는 위성이 대략 1천1백 개가 있으며 작동하지 않고 있는 위성들 또한 적어도 2천 개는 된다. 러시아와 미국이 쏘아올린 수만도 거의 2천4백 개에 육박한다. 일본과 중국이 100여 개씩, 이 외에도 더 작은 수를 쏘아올린 여러 나라들이 있다.
  •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발제자 : 한정훈

마케팅과 미션이 만나다

1. 신발 회사 탐스와 같이 사업의 목적이 아닌 하나의 전략으로서, CSR (비영리 추구) 속 비즈니스 모델 (영리 추구)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2. 투자 목적의 CSR 사업 전략이 비용으로만 보일 때도 있습니다. 분명 비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투자가 된 적,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있을까요?

전략적 외부활동

1. 회사 복지로 직원의 외부활동을 지원해줄 경우, 회사 방향(업무 연관성)과 일치하는 활동만 지원해줘야 할까요?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2. 야근하면서 회사 일에 몰두하는 직원 VS 회사 일 잘 하고 칼퇴하며 외부직원 활동하는 직원. 경영자에겐 누가 더 좋을까요? (모두 퇴사 안한다는 가정)

리더에게 비서실장이 필요한 이유

1. COS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문화 구성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리더쉽, 신뢰로 시작하라

1. 리더쉽은 곧 신뢰. 신뢰의 핵심 동력 세 가지 중 본인이 자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2. 자신 있는 동력을 이용하여 리더쉽을 발휘해본 경험

3. 자신 없는 동력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과 해결책

내 첫 회사는 은행을 고객사로 하는 IT 회사였다. 은행이 IT 서비스를 발주하면, 이를 수주해 만드는 ‘을’사에 해당했다. 덕분에 나는 지난 6년간 은행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로 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은행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6년 중 2년은 프리랜서로 일했다. 당연히 은행 직원들과 친분도 생겼고, 그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다. 친구도 자주 만나면 단점이 보이는 법, 6년여 매일 같이 은행과 일하다 보니 은행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이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눈에 보였고, 나는 홀로 큰 결단을 내리며 업계를 떠났다. 나는 사실 은행이 곧 망할 줄 알았다.

망하지 않은 은행, 레거시의 힘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내게 은행은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내가 짠 코드가 은행 서비스가 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실제 악성코드를 심었던 개발자가 실형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내가 투입된 첫 프로젝트에서 나는 실제 돈이 오가는 ‘이체 기능’을 개발하게 됐다. 악성코드를 심을 생각은 없었지만 살 떨리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생긴 뒤, 한 프로젝트에서 내가 만든 코드에서 보안이 취약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이는 프로젝트가 엎어질 수 있는 큰 위기였다. 다행히 사내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리더가 문제를 해결해줬지만, 모두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몇몇 고비를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니 맡는 일들이 다소 시시해졌다. 나보다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내 입김이 세졌다. 나는 은행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한편으로 무시했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가지 못하는 그들의 안일함을 탓했다. 분명 더 나은 환경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점이 보였다.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내 위치에서 누군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보내는 신뢰만큼 나는 시스템을 무시했다.

은행에 속한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 그들이 가질 수 없는 무언가, 그들로 이뤄진 그 시스템에 나는 실망했고 더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내 한심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은행과 함께 일했음에도 나는 은행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은행에서 일하면서도 나는 은행을 이해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하던 일을 조금 잘하게 됐다며, 시스템을 무시했다.

내가 은행과 일하지 않은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이용하고, 은행이 만드는 자본주의에 살아간다.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은행들이 여전히 막강한 것을 보며, 내가 힘들게 만들어 둔 서비스들이 너무도 쉽게 대체되는 것을 보며, 자본의 힘 앞에서 내가 알았던 모든 지식이 그 누구에게도 의미 있게 쓰일 수 없게 된 것을 보며.

비로소 나는 은행이란 레거시 시스템에 관심이 생겼다.

30대 직장인에게 경제란

거창한 인트로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모른다. 어느새 9년 차 사회인이자 30대 직장인이 됐지만, 은행은커녕, 자본주의는커녕, 귀여운 내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끼리끼리 논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동료 중 경제 지식이 뛰어나 자본주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몇몇 금융인도 그랬다. 은행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은행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더라.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커리어가 쌓이고, 조금씩 내 경제력에 안정이 생기며 한 달 뒤, 반년 뒤, 혹은 1년 뒤 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또, 그동안 기록된 내 통장 내역을 보며 이렇게만 살아서는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자, 나는 조급해졌다. 아니, 그동안의 삶이 그토록 바보 같을 수 없었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머리를 굴리고 싶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잉여 시간이 나는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자본을 굴려야 할지, 기회를 찾아야 할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쌓아야 할지, 기회를 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맥을 넓혀야 할지, 건강에 투자해야 할지, 아니 그저 내 행복을 좇아야 할지.

하지만 머리를 굴리려 해도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식보다 더 큰, 내가 가져보지 못한 거대한 자금이 내 선택지를 막았다. 만약 내가 부자라면, 재정적 자유를 얻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얼마가 필요할까?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돈이 필요할까?

결국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만 하게 될 것이고, 평생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늘 하던 것을 하며, 추가로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렇게 주위에 경제 공부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고,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만났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오랜만에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다큐멘터리 제작이 주가 된 작업이라 후속작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이 팀이 경제 관련 책을 또 쓴다면, 구매는 물론 약간의 투자를 할 생각도 있다. 그만큼 나는 이 책과 팀에 감사를 표한다.

사실 이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은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경제 입문서로 적절하며, 2020년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2018년 기자 시절, 블록체인을 취재하며 미국 연준을 욕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연준이 정부 기관이 아니며, 그냥 돈을 만들고 싶을 때 만들 수 있는 사설 조직이란 말에 헛웃음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도 나는 연준이란 것이 뭔지 몰랐다.

그나마 블록체인을 만나고 난 뒤 삼바 분식회계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라던가, 기준금리 인하, 통화 스왑 등 경제 관련 뉴스에 관심을 두게 됐다. 온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몇몇 사건을 따라갈 수는 있게 됐다.

몇몇 주위 친구들과 경제 이야기도 나누기 시작했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목돈을 모을 기회가 없었다. 학자금을 갚고, 월세를 살고, 창업을 해 불안정한 시기를 겪는 바람에 늘 한 달살이 인생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전세를 시작하며 조금씩 재정 상태가 안정됐다. 덕분에 친구들과 나누는 경제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특히, 저축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저축을 하느니 나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며, 영어 수업을 듣거나 책을 사고, 차라리 주위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 년 동안 일해도 내 재정 상태가 특별해지지 않고, 늘 이렇게 유지된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1~2% 단위 이자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1~2% 단위 이자도 받지 못한다면, 내 자산이 매년 1~2% 이상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여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바보같이 쳐다보지 않았던 많은 상품들. 그들이 바로 옆에서 하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게 된 내 지난 날이 참 바보 같았다.

어쨌거나, 이제서라도 나는 경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마냥 어려웠던 단어들도 조금씩 익숙한 단어를 늘리고 있다. 내 재정 상태는 조금씩 나아질테고, 그렇게 1%, 2% 나아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눈을 뜨기 전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확연히 다른 사람이 돼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든.

언젠가 다시 창업을 꿈꾸는 내게 경제란

2016년 창업 시절, 한 기관에 가서 뉴스 사용권 관련 회의를 할 때였다. 당시 나와 대화하던 팀장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대표님. 이거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해두신 거죠? 당연히 생각하셨으니까 이렇게 오셨겠죠?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없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내 창업 아이템이었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 없는 비즈니스라니,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창업을 커리어로 바꿨고, 상당한 경험치를 먹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맨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STEW 경영소모임을 만들어 경영 공부를 시작했고, 비즈니스 이야기를 전하는 STEW 와레버스를 만들어 매주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비즈니스를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른다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좋은 아이템을 찾아도 돈을 모르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때문에 나는 기술적 성장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준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취약성에 관해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올해를 기점으로 미루던 경제 공부를 시작했고, 돈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경험치를 쌓고 있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참 적절했던 경제 입문서라 생각한다.

마무리

은행과 일했지만, 은행을 몰랐고. 9년 차 사회인이지만 경제를 몰랐다. 창업을 했음에도 돈을 몰랐으니 참 한심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간 쌓인 경험이 앞으로 내 경제 공부에 큰 속도를 더해줄 거라 생각한다. 돈만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진 않다만, 비즈니스에 돈이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으니, 어떻게 채울지는 훨씬 쉬울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한줄평 ★★★★☆

내가 원했던 경제 입문서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

인상 깊은 문구

  •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이다. 빚이 없으면 새로운 돈이 더 이상 창조되지 않고, 돈이 창조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 자장면 값이 게속해서 오르기만 한다는 것은 결국 50년 전부터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왔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수요(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급이 정말 부족할까.
  • 1970년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금 28온스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2월 현재 금 시세는 1온스당 1천 738달러.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어봐야 1온스도 되지 않는 0.58온스의 금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가격이 무려 48배 이상 올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곧 돈의 가치가 48배나 떨어졌다는 말과 동일하다.
  •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 은행이 100원의 예금을 받으면 10%만 남기고 다시 90원을 대출해도 된다고 정부가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허락과 약속은 1963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인 FRB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인 <현대금융원리 : 은행 준비금과 수신 확대 지침서>에도 나와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10%의 돈을 ‘부분지급준비율’로 은행에 준비해 둬야 한다. 이는 ‘예금한 고객이 다시 돈을 찾아갈 것을 대비해 은행이 쌓아둬야 하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이를 간단하게 ‘지급준비율’이라고 말한다. 실제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있는 것은 이러한 ‘지급준비율’ 때문이다.
  •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렇게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내고 의도적으로 늘리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신용창조’, ‘신용팽창’ 등의 용어로 부른다.
  •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 금세공업자는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의 금고에 금화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있다고 하면서 마음대로 금보관증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은 금세공업자가 금고에 없는 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 “금세공업자들은 금고의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했습니다. 아마 그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은 없었을 거예요.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10%의 금만 찾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10%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됩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죠.”
  • 상인들은 은행을 설립하고, 2백만 파운드의 자금을 댔습니다. 1696년엔 정발 큰 돈이었죠. 그리고 이 돈을 왕에게 빌려줬어요. 단지 돈을 갚겠다는 약속에 불과한데, 그게 은행의 자신이 되죠. 이 자신을 기반으로 잉글랜드 은행은 2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새로 발행해요. 잉글랜드은행 지폐의 가치는 왕이 이 돈을 갚을 거라는 약속에 기반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은행업이죠.”
  • 중앙은행은 재정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불황을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입니다. 현대 경제에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관리합니다. 경제에 돈이 더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통화량을 줄이고 싶으면 중앙은행은 돈을 가져갑니다. 이게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작동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중앙은행이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돈을 찍어낸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이자’ 때문이다.
  •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물가 상승이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한 해에 최고 2억 3천100만%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것이다. 40여 년을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의 무지한 정책이 그 원인이었다. 극심한 실업률을 극복하고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나무나 많은 화폐를 찍어낸 나머지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태가 온 것이다. 0이 모두 14개가 붙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는 당시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기록적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심지어 밥을 먹을 당시와 밥을 먹은 후의 밥값이 달라질 정도였다고 한다.
  • 독일은 할 수 없이 중앙은행을 통해 발행하는 화폐의 양을 크게 늘렸고 국채를 발행해 외국에 헐값에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 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5천 원 하던 김치찌개의 가격이 3조 7천5백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문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돈이 돌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생산과 투자, 일자리를 동시에 줄이기 시작하고,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 시민 B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1만 500원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실제 섬에 있는 1만 500원을 모두 벌어서 빚과 이자를 다 갚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500원을 빌린 시민 D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한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매일 ‘돈, 돈, 돈’하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슨 일을 하는 게 일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경험, 제시간에 나가는 것,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서 승진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 루스벨트 정권 당시 FRB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지냈던 매리너 애클스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해, 그리고 빚에 대해서 너무도 순진하게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빚 지지 말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빚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로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 미궁에서는 개인에 대한 신용 등급을 ‘프라임prime, 우수’, ‘알트A Alternative-a, 중간’, ‘서브프라임Subprime, 저신용’ 순으로 나누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줬던 것이다.
  • 모든 것이 돈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한 은행에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이 모든 것이 은행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 즉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은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저신용자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처음 달러가 기축통화로 결정된 것은 1944년 7월이었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44개 연합국의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을 맺었다.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킨 것이다. 바로 이때가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시점이다.
  • 1971년은 달러가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역사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거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 조치를 통해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고 원하는 대로 빚을 질 수 있게 되었다. 금의 보유량과 전혀 무관한 화폐 발행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침내 금융업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의 출현이었고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 FRB의 건물 간판에는 Fedreal Reserve Bank로 되어 있지만 공식 명칭은 the Federal Reserve System이다.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약 4천800개의 일반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된 곳으로, 용어만 Federal이라고 사용했을 뿐 정부기관이 아닌 순수한 민간은행에 불과하다.
  •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 1929년 금융 자본가들은 또다시 그동안 빌려준 대출금을 무지막지하게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했던 은행과 개인들은 줄도산을 했다. 하지만 이미 록펠러, 모건, 버나드 버럭 등의 여러 큰손들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고 난 후였다. 이 사태로 인해 1만 6천여 개가 넘는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금융 자본가들은 거의 헐값이나 다름 없는 가격으로 은행들을 집어 삼켰고 주식으로 막대한 부를 챙겼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사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 마음대로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면서 FRB는 소규모 금융회사와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FRB는 수천 개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축통화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가 세계 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둘째, 국제 거래에서 거부감 없이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 셋째, 안전성이 있어야 한다.
  •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라는 부분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다. 물론 ‘재테크’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고 조금씩 돈을 모으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1990년대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세계 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2년 ‘금융자율화 및 개방시행 계획’이 발표되고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되었다. 그때부터 국내에는 외국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과 선진 금융회사들의 휘황찬란한 금융상품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금융자본주의 세상은 급박하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화량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환율은 오르락내라락했고 주가는 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2000년대가 되자 은행은 본격적으로 펀드와 보험을 팔고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하면서 금융자본주의의 한가운데에 서기 시작했다.
  • 사실 은행원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7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수는 1만 4개. 놀랍게도 이는 ‘세계 1위’의 수준이다. 금융상품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일개 은행원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들을 다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복잡하고 어려운 1만여 개의 상품을 모조리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 즉, BIS가 5% 아래로 내려가면 감독기관으로부터 개선권고나 요구, 명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만약 은행이 예금을 빼서 후순위채권으로 돌리면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해서 BIS가 높아지면 ‘자산이 건전하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펀드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후, 이 돈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펀드는 저축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이다. 투자라는 말은 한마디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자산운용회사가 우리가 모아준 100억 펀드로 주식을 다 샀다가 그대로 팔면 매매회전율은 100%이다. 두 바퀴를 돌면 200%가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이 100% 정도인데, 200% 정도만 돼도 미국 펀드 관련업자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펀드 중 매매 회전율이 1400%, 1500%인 것이 허다하다. 심지어 6200%인 것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회전을 할 때마다 고객이 그 매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전율이 높다면 당연히 수수료가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온다. 따라서 펀드를 살 때에는 곡 매매회전율을 따져봐야 한다.
  • 제일 앞에 있는 ‘M에셋’이라는 것은 자산운용사를 가르키는 말이다. 즉 ‘이 펀드의 자금은 M에셋에서 운용한다’라는 것을 표기한 것이다. 그 다음에 ‘디스크버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종의 투자전략을 의미한다. 디스커버리란 ‘유망기업을 발굴해 내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주식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지 나타낸다. 이 경우에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 뒤에 붙은 4라는 숫자는 이 펀드의 시리즈 번호라고 할 수 있다. 즉, 1이라고 씌어 있으면 해당 펀드의 첫 번째 시리즈이고 2라고 씌어 있으면 두 번째 시리즈라는 의미다. 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모집금액이 1조 원이 넘었을 때에만 다음 시리즈가 허용되기 때문에 3이라고 씌어 있으면 이미 그전의 시리즈에서 2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모집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씌어 있는 A는 수수료의 체계를 의미한다. A라고 씌어 있으면 선취, B라고 씌어 있으면 후취, C는 둘 다 없는 경우이다.
  • ‘지금 제일 잘 나가는 펀드다’라는 것은 이미 꼭대기에 있어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고수익 상품은 곧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상품’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검진 없이 심사 없이 가입’이라고 해도, ‘명품 부모님보험’이라며 효도하라고 해도 흔들리면 안 된다.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소비자 쪽에서 뭔가 손해 볼 게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 정액보장 상품으로 1억짜리 암보험 세 개를 든 후 암에 걸렸다면 중복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각 1억씩, 총 3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장 상품은 말 그대로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해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험을 세 개나 들었어도 손해액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돈은 딱 1억 원뿐이다.
  • 2011년 전 세계 주요 파생상품의 거래량을 보면 우리나라의 거래량은 약 38억 건, 전 세계 거래량의 27%에 달하면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파생상품은 한마디로 ‘성한 사과와 썩은 사과’를 섞어서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자신만은 성한 사과만 골라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일확천금’의 망상은 당장 버려야 한다.
  • 주목할 만한 점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아이들의 경우 금융지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아 용돈 관리를 하는 아이들은 금융이해력이 굉장히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돈에 대해서 스스로 접촉하다 보니 돈에 대한 관리능력도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바람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금융이해력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빚을 지면 안 된다는 태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고, 또한 금융이해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부채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 문제는 금융에 사고가 났을 때 그 위험성이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금융 덕분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제는 사람들이 금융의 기본 원리를 얼만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 증권회사 직원도 본사에서 나온 교육자료 팸플릿 보니가 그럴듯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뭉칫돈 모아놨다가 투자한 거죠. 그런데 그 상품이 잘못되어서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그 증권회사 직원이 어느 날 조용히 저희 사무실에 전화를 한 거죠. ‘저 이 펀드 판매한 직원인데 저도 손실을 봤습니다. 저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직원이 팔고 난 다음 너무 후회가 돼서 본인이 권유해서 그 상품을 구매한 고객 분들을 모시고 와서 소송을 하라고 저희한테 권유한 경우도 있습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상담사, 즉 ‘독립재정상담사’이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이해관계와는 독립해서 따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문 대상인 고객이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 홍콩에서는 이미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은행가가 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선서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죠.
  •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보면 아주 재밌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맥주를 좋아하게 되었죠. 참 이상하죠? 아이에게 맥주를 주면 처음엔 좋아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게 되죠. 위스키도,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안 좋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선호를 형성하는 것들이 무척 많이 있죠.
  • 마케터들이 키즈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부모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로 조르기의 힘이라고 하죠.
  • 결국 성인이 된 우리의 소비 습관과 성향은 이미 수십 년간 진행된 ‘키즈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을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가 있어요. 여성이 감정적으로 훨씬 더 약하죠. 이 말을 듣는 여성들이 화낼 것 같아 두렵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나약합니다.
  • 여성들은 크림을 사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다 곧 별로 효과가 없다며 잡지에서 새 광고를 찾죠. 신상품이 나온 걸 보고 달려가서 사요. 몇 주 써보고 또 별로라고 하죠. 60대가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합니다.
  • 사람들은 아이패드3를 아이패드5로 업그레이드 하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더 똑똑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죠. 사실 이것도 ‘화장품 병 속의 희망’과 똑같아요. 남자들의 방식이죠. 반대로 여성들은 ‘버전4’, ‘버전5’라는 크림을 사지 않겠죠. 남성들은 성품이 추가됐고 더 어려 보인다는 화장품을 안 사고요. 이 남녀간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 나면의 차이지만 배교해 보면 마케터가 공략하기에 훨씬 편리한 대상은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광고의 논리에 쉽게 넘어가고, 신상품에 민감하고, 가정의 모든 소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여성 마케팅을 ‘마케팅의 꽃’이라 부르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여성 마케팅’이란 곧 ‘소비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 더 집중공략하라’는 자본주의의 주문일 뿐이다.
  • 잉여생산물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외로움입니다. 이 외로움을 메워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또래집단이죠. 또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짐으로써 같은 소속감을 가지게 됩니다.
  • 사실 과소비를 하면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돼요. 하지만 뇌 중추에서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쾌를 느끼죠. 순간적으로 이 쾌는 중추가 움직이지만 결국 돌아서서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와 가은 고통을 낮추어주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큰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현찰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눈앞에서 현찰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소비를 하게 된다는 거죠.
  • 사람들은 자신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실연이나 슬픈 감정을 느낄 때면 평소보다 더 간절히 물건을 갖고 싶어지고,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전혀 의식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공허함 때문인데, 슬픔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바로 상실입니다. 상실감은 매우 상처가 큽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루는 사이에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죠.
  • 이제까지의 모든 실험을 정리해 보면 소비는 결코 이성적으고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쇼핑은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다.
  • 영국의 정치가였던 찰스 타운센드 공작이 그의 양아들 헨리 스코트의 대륙 여행에 동행하며 가정교사를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는 당시 귀족 가문에서 유행했던 자녀 교육 방법 중의 하나였다. 자신도 여행을 할 수 있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아담 스미스는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프랑스 툴루즈, 남프랑스, 몽블랑, 제네바, 파리로 이어지는 3년간의 긴 여행을 하게 됐다.
  • 스미스는 ‘국부’는 ‘모든 국민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의 양’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 아담 스비스가 빋었던 자유시장 경제는 부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큰 공헌을 했지만, 그것이 이상적으로 분배되는 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고, 부자인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 즉,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평균 노동시간’으로 결정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6시간 동안 6켤레의 신발을 만든다면 신발의 가치는 ‘1노동시간’인 것이다.
  • 노동자가 빵 3개를 손으로 만들 때 드는 시간은 3시간, 하지만 기계를 쓸 때는 1시간이면 된다. 그래서 더 좋은 기계를 들여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필요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잉여노동시간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결국 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내려가고 자본가는 그만큼 이윤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생긴 이윤을 ‘특별 잉여가치’, ‘또는 ‘상대적 잉여가치’라고 했다.
  • 칼 마르크스는 최초로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해한 칼 마르크스는 착취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하는 자본가의 이기심 때문에 기계가 계속 노동을 대신하면, 실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일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금은 더 낮아지고, 상품은 쏟아져나올 수 있지만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나중에는 기업도 자본가도 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때부터 자본주의의 위기인 공황이 시작되고,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환율은 1달러당 4조 2천억 마르크가 되기도 했다.
  • 케인스는 공황의 원인을 수요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수요가 똑같이 늘어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수요량을 ‘유효수요’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소득과 수요가 거의 같아야 하는데, 덜 쓰다 보니 경기가 침체되어 공황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역할에 관한 케인스의 새로운 이론은 ‘거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그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로 나눌 수 있다. 미시경제학은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시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 거시경제학은 국민소득, 이자율, 환율 등 국가 전체와 세계에 관한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부의 계획적인 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렇게 완전고용이 이루어지면 현실적인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매력이 없는 수요자가 일자리를 구해 구매자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케인스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자본주의는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첫째, 좋은 수준의 고용률, 둘째, 더 평등한 사회, 정부는 완전고용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최상의 고용률과 생산율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 케인스의 이론은 맨 먼저 하버드대학 경제학부의 젊은 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이어 미국 정부의 경제 각료들까지 설득시켰다. 그에 따라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뉴딜 정책을 만들었다. 실업자와 굶주린 사람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댐, 고속도로 등을 건설해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방안을 실시했다.
  • 1944년 7월, 케인스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 자격으로 브레튼 우즈 협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독일과 미국 모두에게 불황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돈을 빌려 전쟁에 쏟아부으느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살아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군수산업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며 활력소가 되었다.
  • 1970년대에 들어서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호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때의 위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졌다. 바로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현상은 케인스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은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불완전한 지식에 기초합니다. 가장 똑똑한 인간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한 부분일 뿐 상대적으로 무지합ㄴ디ㅏ. 이 기본적인 통찰에서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이 나옵니다. 그의 주요 이론은 ‘계획자의 부족한 지식 때문에 중앙경제 계획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 영국 국민들은 대처의 보수당 정부를 선택했고,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대처는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대처리즘을 표방했다. 대처리즘은 곳곳에서 국가와 정부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켰다. 그간 국가에 의해서 운영되던 상당수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고 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을 삭감했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제한 것이다.
  • 모두가 잘살게 될 거라는 아담 스미스의 예언도 틀렸고,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가 무너질 것이라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도 틀렸다. 정부가 규제 해야 한다는 케인스도, 시장을 믿어야 한다는 하이에크도 이제 더 이상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심혈을 기울여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는 온갖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우리가 만나본 석학들 중 자본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한 공산주의를 다시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다. 방법은 하나, 고장 난 자본주의를 고쳐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버는 돈이 38조 4천790억 원. 상위 1%가 국민소득 16.6%를 가져가는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OECD 국가 중 미국 17.7%에 이어 2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소득불균형 상태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 복지 문제는 그저 동정심에 기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복지를 해야만 자본주의가 붕괴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