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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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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storming)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견해는 무엇이었나요?

  1. 작가는 우리의 의식과 제도에 스며있는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경계합니다.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고,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보아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로 가족구성원을 지배하는 세태를 비판하는데요, 이 견해에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또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녀의 수가 줄어든 요즘에도 교육을 중심으로 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 자녀의 보답’을 아름다운 관계로 바라는 오래된 가족주의의 경향은 약해진 것 같지가 않다. 되레 가족이 더욱 응집돼 자녀를 두고 ‘너의 성공=우리의 성공’이라고 바라보는 등식이 더 심해진 듯하다.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부모의 헌신’과 ‘자식의 보답’ 구조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부채의식을 갖도록 만든다. 헌신과 보답의 도덕적 의무로 서로에게 짐을 지우는 이 가족주의의 구조 안에서 행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p184

스웨덴의 이상적 가족이란 부부가 각자 일을 하며 서로에게 경제적으로도, 양육의 부담으로도 의존적이지 않은 성인들, 그리고 가능한 한 이른 나이에 독립하도록 고무되는 아이들, 서로가 서로의 신체적 온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다. 이는 ‘가족적 가치’를 갉아먹는다기보다 사회적 제도로서 가족이 현대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p221

2. 작가는 한국이 유달리 배타적 가족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로 한국의 가족이 압축적 근대화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 없이 복지와 교육, 의료, 부양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를 오롯이 떠안으면서 각자도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는데요, 이 견해에 동의하시나요?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연한 멸시, ‘정상가족’의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미혼모,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서슴지 않는 심성도 이처럼 내 가족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배타적 가족주의에서 비롯됐다. – p199

‘정상가족’의 안팎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의 문제들을 지켜보며 내가 한국 가족주의에 대해 가졌던 의문들, 즉 가족 안에서는 개별성, 가족 밖에서는 다양성이 왜 존중받지 못하는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본 답은 이렇다. 첫째, 가족의 생활을 지원하는 공공의 역할 부재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 없이 사적 안전망인 가족에게 모든 ‘보호’를 떠넘겼고 당장의 생존이 목표인 가족이 구성원의 개별성을 고려할 리는 만무하다. 둘째, 치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가족 단위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개별성과 다양성의 설 자리는 없다. 셋째, 자기 집단만 중시하는 가족주의가 사회로 확대되면서 배타적인 태도가 굳어졌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p203

3. 당신이 생각하는 “체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러한 체벌을 찬성하시나요 혹은 반대하시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녀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는데 오직 아이들만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리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p28

미숙한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체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열등한 상대에 대한 교정 목적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오래된 논리다. 그러나 수많은 경험적 연구는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없고 되레 폭력의 내면화를 통해 뒤틀린 인성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에게도 반성보다 공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p29

4. 부모의 친권은 부모의 “권리”인가요 “의무”인가요? 그리고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요? 예컨대, 자녀의 통장개설부터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친권과 자녀의 기본권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 설정이 필요할까요?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긴급보호조치로 집을 떠나 시설에서 살게 된 아이의 경우 국가에게서 수급자로 지정받아 의복비, 식비 등 필수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수급비를 받기 위한 통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미성년자인 아이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려면 친권자인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이를 학대에 결국 격리를 당하기까지에 이른 부모가 통장 개설에 순순히 동의해줄 리가 없다. -p102

5. “가족”이라는 영역은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할까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허용될 수 있을까요? 국가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국가는 어린이를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가 아니라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으로 간주하여 보호제도를 운영한다. 국가가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일정 부분 떠맡으며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부모 뜻을 거스르면서까지도 강제한다. 아이들의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전통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던 가정 내에 개입해 ‘투명한 가족’을 창출한다. -p215

어른의 책무는 아이들에게 폭력이나 협박, 위협에 기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며, 정부의 책무는 비폭력적으로 아이를 키우는게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p217

아이들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모-자녀는 생애의 가장 일차적 관계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부모의 친권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 이 경우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부모의 권리보다 우월하고 정당하다. 이게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이자 약자의 편을 들어줘야 할 공공의 역할이다. – p248

6. 작가는 개인과 가족, 국가의 관계 설정에서 이상적인 모델로서 스웨덴을 제시합니다. 개인의 자율을 보장하되, 국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그 자율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하면서 차가운 신뢰 cool trust를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러한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발표자들은 이처럼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가 중심에 있는 스웨덴 식의 사회적 계약방식을 국가주의적 개인주의 statist individualism 라고 불렀다. 여기서는 개인의 자율에 대한 강조가 국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신뢰와 상반되지 않는다. 되레 국가는 시민들의 동맹으로서 개인의 자율성을 수호하는 조력자다. 오히려 개인들 사이에 위계와 불평등이 심한 전통적인 가족의 가부장제가 국가주의적 개인주의자들이 맞서야 할 상대다. -p223

7. (자유토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느낌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인류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통해, 단순한 역학관계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보편화된 인권이나 도덕, 윤리와 같은 가치 아래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진보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예를 살펴볼수록, 지리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지정학적 안보, 힘의 논리가 현재 인류의 상황을 결정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향방 역시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실감하면서 약간의 무력감, 두려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서유럽의 이야기가 그나마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일 흥미로웠다. 서유럽은 유럽연합(EU)을 결성하면서 지금까지 유사 이래로 벗어날 수 없었던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가장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비록 프랑스와 독일의 생존게임과 같은 전략들이 어느 정도 숨어있기는 하지만,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 인류애를 회복하려는 매우 고무적이고 담대한 첫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08년 그리스의 구제금융위기, 시리아 난민 수용의 문제, 영국의 브렉시트로 견고할 것 같았던 연합이 흔들리면서 – 역시나 – 지리의 법칙에 굴복할 것인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인류의 변화는 ‘지리’라는 원초적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마도 그 사실을 가감없이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축적해 놓은 인간의 존엄성, 인류애와 같은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인 것 같다.

한줄평

지리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도록 하는 책

인상깊은 문구

“당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문화에서 당신들의 가치가 먹힐 거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