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야기여서일까? 아니면 내가 환자가 된 것 같아서일까. 책을 다 읽은 지금. 썩 편치 않은 기분이다.
지루함을 견뎌야 할까
현대인은 사소한 불편조차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순간의 고통, 현재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저 놀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시스템 위에서 돌아간다. 그리고 자본이 부족할수록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자본이 있다면 뭐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단,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편하게 해결해야 한다. 좀 더 멀리, 좀 더 계획적으로 삶을 대하는 탓에 나는 내가 늙고 건강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본을 얻기 위해서는 더 나아져야만 한다.
스타트업 대표자로 살아가는 건 불편함 아니, 늘 불안감과 함께한다. 늘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앞으로 갈 수만은 없다. 만약 어제와 같거나 혹은 어제보다 못하다고 느껴질 때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휩싸인다. 스타트업은 늘 더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트업 대표자가 아닐 때도 나는 커리어 측면에서 이렇게 살아왔다. 한 번에 대단한 걸음을 하진 못하더라도 늘 더 나아지려 노력했다. 늘 더 나아진다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지만 사회 시스템을 인지하고 내 삶을 설계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 조급했다. 때문에 나는 지금부터라도 늘 더 나아지는 것으로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잡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이게 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스스로가 납득되지 않는 나태함을 보였을 경우에는 불안과 불편함이 찾아온다. 예를 들면 나는 주말마다 헬스장에 가는데 이걸 가지 않았다던가, 주말 모두를 집에서 쉬었다면 한 주를 나태하게 보낸 것 같아 불안해진다. 이미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잡으려면 뒤처진 나는 매일 같이 나아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죠. 뭔가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더 큰 문제 앞에 우리를 떠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도서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지루함이 발견과 발명의 기회라 말한다. 어쩌면 내가 피곤함을 무릅쓰고 늘 나아가려 했던 게 어떤 발견과 발명의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늘 계획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게 새로운 가능성을 지워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계획된 도전과 압박
어떤 온라인 퀴즈에서 내 성향을 ‘계획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 했다. 어디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별것 아닌 퀴즈였지만 결과 문구가 꽤 와 닿았다.
두 번째 창업이 어느새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여러 지표와 상황은 내 계획대로 됐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매출 지표가 내 예상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대표자로서 상당한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다. 할 수 있는 여러 행동을 취하는 중이지만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맡으며 종종 정신과 치료에 관해 떠올리곤 했다.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곤 했다.
팩실, 프로작, 셀렉사 같은 항우울제 사용률은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지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 10퍼센트 이상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아이슬란드(10.6퍼센트), 호주(8.9퍼센트), 캐나다(8.6퍼센트), 덴마크(8.6퍼센트), 스웨덴(7.9퍼센트), 포르투갈(7.8퍼센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5개국 중에 한국의 수치가 가장 낮다(1.3퍼센트)
본문에 따르면 항우울제 사용률이 25개국 중 한국이 가장 낮다고 한다.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한 지인에 따르면 주말 오후 기분 좋은 몽롱한 느낌이 유지된다던데, 종종 그 느낌을 받을 때도 한편으론 불안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약이 꼭 해결책일까 싶다.
매일 뭔가 해내면서도 ▲내게 능력이 없는 걸까 ▲좋은 방향이 아닌 걸까 ▲결국 나를 비롯해 우리 팀을 내게 힘들게 만드는 중인가? 등 상황에 관한 비관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리고 이 답답함을 속 편히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지 싶다.
나를 보고 그런 모습들을 짐작하는 이는 별로 없겠지만, 사실 나는 늘 불안하고 두렵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엄격한 스케쥴, 예측 가능한 루틴을 따르고 할 일 목록을 맹목적으로 고수한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내 의지와 목표에 따르도록 강요한다.
다행인 것은 이 모든 압박이 내 ‘계획’ 중 하나였다는 거다. 나는 늘 압박을 견뎌왔고 덕분에 강해졌다. 좋은 시점에 좋은 기회가 됐고 결국 나로서도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이 압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계획’했다.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물론 이 압박을 견디며 내가 무언가 얻는 만큼, 무언가 잃어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어쨌거나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은 요즘이다.
나도 조금은 즐기고 싶다
종종 지인들에게 말한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부럽다고. 그냥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부럽다고. 난 그게 안 되거든. 그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혹은 그 시간 중에도 이러면 안 되는데, 좀 더 나은 선택은 없나? 등 몸이 편한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불편하다.
누구나 얼마쯤은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어 한다.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종종 적용하는 불가능한 기준으로부터 나와 있길 바란다.
늘 성장을 외치고, 늘 더 나은 환경을 기대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은 하나도 성장하지 않은 것 아닐까.
한줄평
- 나도 조금은 즐기고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데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그 대상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이다. 중독을 일으키는 대상을 구하기 쉬울수록 시도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 오늘날의 대마초는 1960년대의 대마초보다 5~10배 더 가능하다. 쿠키, 케이크, 브라우니, 아기곰 젤리, 블루베리, 팟 타르트, 캔디, 오일, 향료, 팅크, 차 등 그 리스트는 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다. 고대에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축소형 성인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서구 문명에서 어린이는 선천적으로 악하다고 간주되었다. 부모와 보호자가 할 일은 아이들이 사회화를 통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훈육하는 것이었다.
- 개인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데이비드와 케빈 같은 환자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든든한 가족, 질 높은 교육, 재정적 안정성, 양호한 건강 등 인생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도한 불안감, 우울감, 신체적 고통을 스스로 키우는 듯한 이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침에 침대에서도 겨우 빠져나온다.
- 고통을 둘러싼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알약을 대량 처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미국 성인 25퍼센트 이상, 미국 어린이 5퍼센트 이상이 매일 정신 치료제를 먹는다.
- 팩실, 프로작, 셀렉사 같은 항우울제 사용률은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지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 10퍼센트 이상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아이슬란드(10.6퍼센트), 호주(8.9퍼센트), 캐나다(8.6퍼센트), 덴마크(8.6퍼센트), 스웨덴(7.9퍼센트), 포르투갈(7.8퍼센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5개국 중에 한국의 수치가 가장 낮다(1.3퍼센트)
- 현대인은 사소한 불편조차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순간의 고통, 현재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저 놀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다.
-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받으러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듣지 말고 생각이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제가 왜요?” 입이 떠 벌어진 채 그녀가 물었다. “음,” 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거든요.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펼치는 거죠. 전자 기기만 붙잡고 지내는 게 소피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거예요. 매번 자신을 피하는 건 정말 지치는 일이죠. 소피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경험하는 일이 새로운 생각과 기분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게 할 거예요.”
-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 “그렇죠, 맞는 말이에요.” 나는 말했다.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죠. 뭔가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더 큰 문제 앞에 우리를 떠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 그다음 한 주 동안, 소피는 아무것도 귀에 꽂지 않고 다녀봤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익숙해지더니 좋아지기까지 했어요. 주변에 나무들이 있는 걸 알기 시작했죠.”
-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 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씹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내성은 중독의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 자체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성과 관련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박을 유도하는 것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보상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 상담을 하면서 나는 심각한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수년 동안 의존을 멈추고도 단 한 번의 노출로 다시 강박적인 의존에 빠진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중독 대상’을 갖고 있다.
-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 이러한 기준 변화는 개인 수준뿐 아니라 국가 수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끌어 낸다. 우리가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자녀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는 21세기 인간으로서 어떠한 사고와 행동 방식을 가져야 할까?
-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년이다.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의존의 결과로 나타나는 단점이 장점보다 강해져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 신체적 금단 증상은 중독 대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비디오 게임은 증상이 경미할 수 있겠지만, 알코올과 벤조디아제핀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 그래서 중독 대상을 끊는 행위는 반드시 주의해서 결정해야한다. 나는 갑자기 사용을 멈췄다가는 생명을 위협하는 금단 증상을 겪을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 도파민을 막으라고 하지 않는다. 특히 알코올, 벤조디아제핀, 혹은 오피오이드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중독 대상을 끊어선 안 된다. 그런 환자들은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면서 사용량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
- 마음 챙김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마음챙김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하는 동안 뭘 하고 있는지를 재지 않고 관찰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 자기 구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전략(공간), 순차적 전략(시간), 범주적 전략(의미)
- 날트렉손은 알코올과 오피오이드 중독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인데 도박부터 과식, 쇼핑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독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날트렉손은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여 다른 보상 행동의 강화 효과를 감소시킨다.
- 자기 구속의 또 다른 형태는 시간제한과 결승선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 등으로 기준을 잡아 일정 기간으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시간적 기회를 줄이고 사용에 한계를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휴일에만 쓸 거야, 주말에만 쓸 거야, 목요일 전에는 절대 안 쓸 거야, 오후 5시 전에는 절대 안 쓸 거야 하면서 다짐하는 식이다.
-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연구 참가자들은 미래를 평균 9일로 나타냈고, 건강한 대조군은 미래를 평균 4.7년으로 나타냈다. 이 현저한 차이는 우리가 중독성 있는 물질에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시간적 시야’가 얼마나 좁아지는지를 보여준다.
- 1965년 미국에선 교육을 덜 받은 사람과 더 받은 사람 모두 같은 양의 여가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고등학교 학위가 없는 성인들은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성인들보다 42퍼센트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갖는다. 이런 차이는 주중에 생기는 여가 시간 때문이다.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 중에 불완전 고용 상태인 경우가 많아서 여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일단 대마를 피우기 시작하면 이성은 마비되고 오롯이 쾌락-고통 저울의 지배를 받게 된다. 마리화나 한 개비조차 이성과 합리를 마비시킬 수 있다.
- 한때 중독 대상으로 금기시되다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상품의 예는 이것 말고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담배는 전자 담배와 진 파우치가 되었고, 헤로인은 옥시콘틴이 되었다. 대마초는 ‘의료용 마리화나’가 되었다. 이처럼 예전에 쓰던 약물이 우리가 마음먹고 끊자마자 어이! 이건 괜찮아. 난 이제 너한테 좋아, 하면서 멋진 포장에 알맞은 가격의 신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은 1960년대 후반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윌터 미셸이 지휘한 일련의 지연 보상 연구를 말한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100명의 어린이 중에 3분의 1이 15분을 참고 기다려서 두 번째 마시멜로를 얻어냈다. 중요한 결정 요인은 나이였다. 나이가 많을 수록 지연 능력이 좋았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두 번째 마시멜로를 위해 참고 기다릴 수 있었던 아이들은 성장해서 상대적으로 좋은 SAT 점수와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고, 대체로 인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응력이 좋은 청소년이 됐다.
- 이 실험과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지 않은 세부적인 사실이 있다. 아이들이 15분 동안 첫 번째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보인 행동이 그것이다. 아이들의 행동은 말 그대로 자기 구속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리거나 쟁반을 못 보게 등을 돌렸으며… 책상을 차기 시작하거나, 땋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마시멜로를 마치 작은 박제 동물인 양 쓰다듬었다.”
- 오피오이드를 간헐적으로 사용하면서 크리스는 다시 한 번 스탠퍼드의 문을 두드렸다. 이렇게 이뤄진 네 번째 시도는 2009년 가을 복학으로 이어졌는데, 이제 그 시기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동료 학부생들에게 멀디먼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2학년 평균보다 다섯 살이 더 많았다.
- 부프레노르핀으로 안정을 되찾은 2년 후, 크리스는 스탠퍼드에 마지막으로 복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습관성’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항우울제도 내성과 의존성을 일으켜서 장기간에 걸친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지발성 불쾌감이라고 한다.
- 어떤 환자는 항우울제 덕분에 조울증의 고통에서 해방됐다고 기뻐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올림픽 광고를 보고도 더 이상 울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격 중 감성적인 부분을 기꺼이 희생하고 있었다.
- 지금의 나는 다소 불안하고 살짝 의기소침한 회의론자로 지내는 데 적응했다. 나는 마찰이나 도전, 아니면 일할 거리나 싸워서 이겨낼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다. 난 세상에 맞추려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 설상가상으로 향정신성 약물은 가난하고 직업이 없으며 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 정신 치료제는 가난한 아이들을 비롯한 빈곤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자주 다량으로 처방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보건 통계센터에서 진행한 2011년 국민건강인터뷰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6~17세 어린이 가운데 7.5퍼센트가 “감정적·행동적 문제”로 약을 처방받았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이 더 컸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비히스패닉계 백인들은 유색인들보다 복용 가능성이 더 컸다.
- 연구를 종합해보면 도파민은 ‘저걸 원해’라는 동기 부여 신호를 주어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알약보다 기분, 불안, 인지, 활기, 수면에 더 깊고 일관성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 ‘워커홀릭’은 실리콘밸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보통 주당 100시간씩 연중무휴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그랬다.
- 2002년 당시 소득 상위 20퍼센트가 하위 20퍼센트보다 두 배 더 오래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됐는데,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거짓말에 관한 한 인간에 비할 동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
- 친밀함은 그 자체가 도파민의 원천이다.
-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관계의 애착을 강화한다.
- 나를 보고 그런 모습들을 짐작하는 이는 별로 없겠지만, 사실 나는 늘 불안하고 두렵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엄격한 스케쥴, 예측 가능한 루틴을 따르고 할 일 목록을 맹목적으로 고수한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내 의지와 목표에 따르도록 강요한다.
- 나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테레사 수녀처럼 갑자기 우리 집에 나타나 내 남편과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보살펴 주기를 바랐다.
- 나는 엄마와 할머니라면 꼭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으로 엄마가 살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단점만 보았지 엄마의 좋은 특성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재능있는 예술가다. 매력적이다. 재미있고 엉뚱한 면이 있다. 비판받거나 외면 당한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따뜻한 마음씨와 베풀 줄 아는 본성을 갖고 있다.
- 주변 사람들이 나와 약속을 지키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세상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된다.
- 반면에 주변 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약속도 안 지킬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해 믿음을 잃게 된다.
- 도파민 과부하는 보상을 미루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소셜 미디어의 과장과 ‘탈진실’의 정치는 우리의 결핍감을 키운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 속에 있으면서도 빈곤함을 느낀다.
- 수치심이 우리 자신을 나쁘게 느끼게 하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긍정적인 자아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인정하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부적응적 감정, 죄책감은 적응적 감정인 셈이다.
- 로리는 학생으로는 평범했고, 운동선수로는 평균 이상이었다. 100미터 허들에서 중학교 신기록을 세우면서 올림픽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허들을 뛰다가 발목 골절을 당했다. 수술을 하면서 달리기 경력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 “유일하게 잘하던 게 사라진 거예요. 그때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맥도날드에 들르면 빅맥 두 개는 기본이었죠. 그게 자랑스러웠어요.”
- 누구나 얼마쯤은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어 한다.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종종 적용하는 불가능한 기준으로부터 나와 있길 바란다.
-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당장 기댈 수 있는 기분 좋은 도피라면 무엇에든 마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