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에 대한 감상
먼저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고전인데 재밌다” 였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시초인 아내의 유혹을 본 느낌이었다.
과거에는 아내의 유혹도 막장이라고 많은 비판을 했으나 지금은 어떤가? 아내의 유혹은 애송이로 보일만큼 일일연속극, 주말연속극, 아침드라마 할 것 없이 모두 막장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제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벅찬데 연일 나는솔로, 환승연애 등의 연애프로그램은 갈수록 독해지고 리얼함을 추구하며 사람들을 도파민 폭풍 속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잔잔한데 그 내용은 매우 파격적이다. 특히 이 책이 세계 문학 전집에 꽂히는 책임을 가만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긴 했는데, 계속 읽을 수록 빠져들었고 다음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그야말로 처음으로 막장드라마를 접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2. 사랑에 대한 고찰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이 어떤 형식으로 발현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그 상대방이 누군지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등 매우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누굴 만나든 같은 사랑을 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은 도발적이다. 폴은 결국 시몬이 아닌 로제에게 돌아갔는데, 이를 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로제에게 돌아간 폴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사람이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폴은 로제에게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초라는 시대적 배경과 폴이 이미 한번 이혼 사실이 있는 39세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폴의 선택을 평가해야 타당한 평가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편에 폴의 선택은 사랑일까, 무엇이 사랑일까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한다.
3. 누구나 계기는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는 가는 다른 문제이다.
브람스는 프랑수에서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음악가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는 의미를 넘어 시몽이 폴에게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시몽의 폴에 대한 수줍은 마음을 고려하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기재하고 물음표를 넣거나 마침표 3개를 생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도 한다. 또한 브람스는 평생 열네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책에서 브람스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계기인 동시에 전제 스토리의 맥락 이루는 중요한 소재라 하겠다.
시몽과 폴은 브람스를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은 결국 헤어지고, 다시 브람스 이전으로 돌아간다. 아마도 폴과 로제 사이에도 브람스와 같은 계기는 있었을 것이다. 누구든간에 어떤 사이든 간에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러나 로제와 시몽의 차이에서 보듯이 계기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는 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어떻게 발전 시키는 게 중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그렇게 단순화 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고 내가 예상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아 선택에 많이 망설임을 가지고 있는게 요즘의 나이다. 그렇다보니 이 책의 폴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그 금기라 할 수 있는 그 선을 넘어갔을 떄의 일이 어떨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결국 어떤 일이든 내가 행동하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이 인생아니겠는다.
4. 외로움의 계절 가을에 맞는 책
개인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이 책을 읽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맞물려 이 책의 내용과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보다 자세히 생각해볼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 사색에 빠지기에는 이 책이 사랑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