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분야도 규제가 심하다. AI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영역도 “판단”이라는 느낌이 들면 적용이 불가하다. 예를 들어, 눈다래끼가 생겼을 때 사진을 찍어서 “이건 눈다래끼다” 라고 판단하면, 의료 관련 공식 협회에서 제제가 걸린다. “니가 뭔데?” 라는 식으로.
이런 걸 보면 의료 쪽에서도 자동화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것 같다. 2023년 8월,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자료에 의하면 의사들의 평균 오진률은 11%로 추정된다. 잘 만들어진 AI 모델의 경우 95%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 경우도 많아서 이런 오류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자동화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게 가능할까?”를 넘어서 받아들이고 말고 하는 “인식” 또는 “수용”의 문제인 것 같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요즘 유튜브나 쓰레드를 보면, “커서 AI”로 비전공자도 개발을 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셋 중에 하나는 커서 AI 강의를 파는 사람들이다. 막상 이렇게 AI 도구에 의존해서 개발하다 보면 오류가 발생해도 스스로 고치기가 힘들다. 본인이 그 로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발 분야는 특히 기본적인 룰을 이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형식으로 가야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
정말 인간이 노동을 거의 안하는 시대가 올까?
17년 전 자료에 의하면 월 평균 노동시간은 193시간, 현재는 157시간이다. 월 36시간이 줄었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유용한 프로그램들로 단순 반복 업무를 많이 줄였으니. 확실히 10년 전에 비해서도 주변에 야근이 거의 없거나 근무 환경이 좋은 회사들이 많아졌다. 노동시간이 줄고 노동 환경이 좋아진 건 맞다.
그렇지만 노동을 안한다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먼 얘기인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도 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사람들이 본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생산성을 올리는 데는 이미 AI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다.
독서모임을 하며 3개월간 노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런 책은 평소에 표지도 안볼 것 같은데 읽게 돼서 좋은 점도 있었다. 자동화에 대한 생각, 특히 AI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정리하게 됐다. 얼떨결에 최근에 퍼플렉시티 같은 툴을 잘 사용하게 돼서 도움이 많이 됐다. 반면 디자인 쪽으로는 아직 AI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이런 기술들도 활용해보고, 부족한 점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는 이런 시대에 더 잘 대비하고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