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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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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살다가 문득 ‘이게 다 뭔 소용일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번아웃이 오고, 손에 쥔 많은 것을 놓아버리게 된다. 다시 주워 담을 것을 알면서도, 힘없이 누워있던 시간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당시 무기력함은 이겨내기 쉽지 않다.

한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우울함엔 한계가 있거늘, 최근 내 상황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내 욕심에서 비롯된 갈망, 그것을 위한 노력이기에 욕심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무기력의 속도는 겉잡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공간을 하찮게 만들고, 내가 사는 시간을 하찮게 만들어버린. 이 모든 것을 ‘지리’로서 풀어낸 이 책을 읽었다. 우울함이 밀려온다.

시야.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기를 김포에서 보냈다. 성인이 돼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지금의 캐릭터로 살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중 지금이 가장 좋다.

‘지금이 가장 좋다’는 가볍게 생각하면, 참 행복한 말이다. 하지만 이 명제는 쉽게 무너질 수 있는데, 우울한 일이 생기거나, 안 좋은 일을 겪게 되면 굉장히 쉽게 무너진다. ‘지금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내 시야는 늘 미래를 향했다. 과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현재를 살아내면 금세 과거가 되기에 나는 늘 미래를 향해야 했다. 때문에 과거를 붙잡지 않아야 했고, 미래는 늘 더 나아야만 했다. 이게 내가 과거를 잊는 방법이었고, 지금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보이는 것 중 최적의 선택을 하고, 선택지를 더 넓히고, 이 주기를 빠르게 하는 것이 성장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날 막는 것을 떨쳐냈고, 이 과정이 내 시야를 넓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시야를 넓혔고, 이 과정에서 나를 믿어야만 했다.

하지만, 최적은 끝이 없었다. 늘 공부해도, 공부할 것은 끊이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그다음 공부할 것이었다. 이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종종 즐겁기도 했지만, 어떤 특이점이 오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세상의 중심인양 생각하고 판단했지만, 그저 작은 나라, 작은 도시에 사는 한 생명체임을 깨달았을 땐, 무기력해졌다. 무기력증이 <지리의 힘>을 읽던 요즘에 온 것은 우연일까 싶기도 하다. 내가 익힌 지식과 판단하는 알고리즘은 과연 지구의 역사,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지. 거대한 이야기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

양껏 넓히던 시야가. 깜깜해졌다.

미국

일단, 미국 얘기를 해보자.

최근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등을 읽으며 미국이 만든 거대한 금융 앞에서 막막함을 읽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이야기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직시하는 게 답일지 모르는 이 거대한 이야기 앞에서 미국이란 거대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리. 가끔 온라인에서 미국을 두고 ‘밸런스 안 맞는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나는 미국이 지리마저 축복받은 지 이제야 알았다.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을 즐기지도 않고, 그다지 여러 곳을 다니지도 않는다. 그제야 내가 지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맞다, 나는 5분 거리 마트도 내비게이션 찍고 운전했었지.

미국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책 전체에 걸쳐 나온다. 비단, 미국 파트 뿐만 아니라 모든 파트에 나오는 국가 중 한다. 가히 사기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 하나를 꼽으라면 <위대한 백색 함대>를 꼽고 싶다.

1907년 12월에 대서양 부대의 전함 16척이 미국에서 출발했다. 해군의 평상시 제복 색깔인 흰색으로 선체 전부를 칠해서 <위대한 백색 함대>라고도 불렸던 이들의 항해는 하나의 강렬한 외교적 시그널이었다. 백색 함대는 수개월에 걸쳐 브라질,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일본,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망라한 전 세계 20여 항구를 방문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서양 함대가 궁극적으로 태평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혼재된 이 항해는 군사 용어로 일종의 세력 투사 전 단계라 할 만한 것이었지만 전 세계 모든 강대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결국은 세력 투사인 셈이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이 정도면 너무 갔다고 할 지경이다. 미국의 시대를 살며, 이 세계관 최강자 미국에 어쩜 이리 관심을 두지 않았나 싶었다.

역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중국

판타지 소설로 치면, 중국은 1위 미국에 대항하는 악당이 되겠다. 우리나라가 미국 동맹국이어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글쎄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매일 5백여 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량 실업이나 대규모 기아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그 횟수나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중국이란 나라를 저평가하고 있었다. 얼마나 눈을 감고 살았던 걸까?

중국이 세계 전역을 이렇게도 들쑤시고 다니는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된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중국은 케냐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앙골라에는 철도를,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용 댐도 건설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광물과 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다.

IT 기자시절 더 이상 미국은 IT 약소국이 아니다. 한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하지만 경제, 국방력 등 전 분야에 걸쳐 이 정도로 중국이 강력한지는 몰랐다.

분석가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쓴 것을 보면 대다수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며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장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본 이유로 인해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1세기는 걸릴 거라고 본다.

미국 동맹국이면서, 중국에 관한 인사를 멈출 수 없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이게 현재로선 최선이거란 생각에 심히 씁쓸한 마음이다.

러시아

소련 시절 러시아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기에, 러시아는 그저 ‘불곰국’, ‘푸틴’ 등 키워드로 인식했다. 그저 건드려서 좋을 것 없는 성격 있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대단했다.

발트 해 3국에 대한 나토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나라들이 동맹국으로 있는 한 러시아의 어떠한 무력 공격에도 나토의 창립헌장 5조가 발동된다. 5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유럽 혹은 북미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학창 시절 한 번쯤 외웠던 단어들이다. 나토, 북대서양 조약기구 따위 말이다. 이런 기구들은 러시아라는 악당에 대항하기 위한 착한 국가들의 모임인 줄만 알았다. 원래 악당이 더 세지 않나?

러시아에게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 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 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쯤 되면 참 자연이 신비롭단 생각이 든다. 현대 문명이 참 놀랍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이렇게 얽힌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찌 선진국 반열에 올랐나 싶고 말이다.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다.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동안 시야를 많이 넓혀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모르는것 투성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막막했을 과거 우리나라 리더들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아내는 내가 우리나라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국

나는 우리나라가 좋다. 돈을 많이 벌면, 해외에 별장 하나쯤은 짓고 싶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넓은 마당에 진돗개 키우면서 말이다.

세계 전체를 들여다보면, 한국이란 나라는 정말 ‘후’ 불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나라가 경쟁력을 보이고, 그런 나라가 내 나라라는 게 이쯤 되면 자랑스럽다.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단국가라는 건 너무 아쉽지만, 그럼에도 잘 견뎌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예비군도 마쳤지만 지금은 사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잊을 만큼 내 인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것에는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총성이 오가고, 먹을 것을 걱정한다. 나 역시 매일이 치열해 잊곤 하지만, 시야를 넓히려는 나로서는 잊어선 안 되는 부분이다.

통일에 드는 대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며 이럴 경우 독일 통일 이후처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동독의 경우 서독보다 뒤처져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와 산업 기반 그리고 교육 받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거의 맨땅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어쩌면 정말 우리 세대에 통일이 될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북한이 돌발행동을 보이곤 있지만, 누가 아는가? 훗날 ‘그랬었지’ 라며 술안주로 삼을지.

마무리

위에 언급한 국가 외에도 아프리카, 중동 등 여전히 혼돈 속에 사는 많은 이들을 활자로 접했다. 지도 외 이미지 하나 없는 이 책을 읽으며 무수히 많은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지만, 얼마나 근접한 그림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워낙 거대한 이야기이기에 놓칠 수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에 살고, 앞으로도 살아야 함을 떠올리면, 넓혀야 할 시야가 아직도 많다.

깜깜했던 시야를 걷어내고, 조금 더 넓어진 시야를 확인하며. 오늘도 가장 좋기 위해, 내일을 상상해본다.

읽게 된 동기

2020 STEW 독서소모임 7월 도서

한줄평

인류의 하찮음을 지리로 풀어내다.

인상 깊은 문구

  • 지구라는 행성의 70억 인구에게 주어진 선택들은 늘 우리를 제약하는 강과 산, 사막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 의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고, 자녀를 길러내는 땅이 중요하다.
  •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 아프리카와 유럽 간의 발전의 차이는 <배를 띄울 수 있는 강>들의 유무에서 시작되었다.
  • 북중국평원은 정치, 문화, 인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농업의 중심지다. 이 지역에 무려 10억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면적은 3억 2천 2백만 명이 사는 미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데 말이다.
  • 만리장성이 처음 축조되기 시작한 것은 진 왕조 시대였다. 현재 우리가 지도상에서 인정하는 중국이라는 형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지만 오늘날의 국경선이 확정되기까지는 무려 2천 년은 더 걸렸다.
  • 18세기에 중국은 남쪽으로는 미얀마와 인도차이나 지역까지 진출했다. 또한 중국 내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서북부의 신장 지역을 이 시기에 정복했다. 바위들이 주름져 있는 산악지대와 황량한 사막지대가 대부분인 신장 지역은 그 넓이가 166만 제곱킬로미터로 텍사스 주의 약 세 배에 달한다. 달리 표현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까지 몽땅 집어넣고도 덤으로 룩셈부르크와 리히텐슈타인까지 넣을 만한 면적이라고 보면 된다.
  • 히말라야는 중국에게는 훌륭한 <천연의 만리장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도의 뉴델리 쪽에서 봤을 때는 <인도판 만리장성>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두 나라는 히말라야를 가운데 두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 정확한 수치를 얻기는 힘들지만 자유티베트운동에 따르면, 오늘날 보다 넓은 티베트 문화권에서 티베트인은 이미 소수로 전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테비트 자치구에서 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티베트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양측의 주장 모두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좀 더 과장하고 있다는 근거는 있다.
  • 예나 지금이나 신장 지역은 잠잠할 날이 없다. 위구르족은 1930년대와 1940년대 두 번이나 동투르케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독립국가를 선포한 적이 있다.
  • 티베트 독립운동에도 자극을 받은 이들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외치고 있다.
  • 한편 독일에 본부를 둔 세계위구르족회의와 더불어 터키에서도 동투르케스탄 해방기구가 출범했다. 그런데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에게는 달라이 라마처럼 해외 언론의 주목을 끌 만한 상징적 인물이 없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도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중국은 신장 지구의 독립운동 보급선이나 후방 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인접국들과 되도록 좋은 관계를 다지는 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신장을 붙들어두고 있다. 이와 함께 베이징 정부는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가들에게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색을 입힌다.
  • 국가나 한족을 대상으로 한 총기나 폭발물, 칼을 이용한 공격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된다면 전면적인 저항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매일 5백여 건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량 실업이나 대규모 기아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그 횟수나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 미국은 1979년에 맺은 대만관계법에 의거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을 수호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만약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포하고 중국이 이를 전쟁행위로 받아들일 경우엔 미국은 대만을 구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그 선언이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될 경우에는 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 중국은 케냐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앙골라에는 철도를,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용 댐도 건설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광물과 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다.
  •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지만 오히려 28개 주권 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은 결코 이루지 못할 방식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대다수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주들보다 훨씬 강하고 분명한 민족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사람을 예로 들면, 그는 첫째가 프랑스인이요 유럽인은 그 다음이다. 유럽이라는 개념에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 프랑스 사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반면 미국인은 유럽인과는 달리 합중국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 1803년, 미합중국은 프랑스로부터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다. 이 지역은 멕시코 만에서 시작해서 북서쪽으로 로키 산맥의 미시시피 강 지류들의 상류까지 뻗어 있다. 이 땅의 면적은 오늘날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통일 독일을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 1835년부터 이듬해까지 벌어진 텍사스 혁명으로 백인 정착민들이 멕시코인들을 몰아냈지만 전세는 대접전이었다. 새 정착민들이 패했고 멕시코군이 뉴올리언스를 향해 진군해서 미시시피 강의 남단을 지배할 수 있는 형국이 돼버렸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어땠을까? 이것이야말로 근대 역사상 가장 엄청난 가정의 하나다.
  • 하지만 역사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의 돈과 무기, 사상의 수혜를 받은 텍사스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는 1845년 미합중국에 귀속되었고 1846년부터 2년간 벌어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는 미국과 힘을 합쳐 싸웠다. 두 연합군은 남쪽의 이웃을 제압했고 멕시코는 결국 리오그란데 강의 남쪽 제방 모래밭에서 끝나는 영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다. 이 일은 당시 이 거래를 성사시킨 국무장관 윌리엄 슈어드의 이름을 붙어 <슈어드의 미친 짓>이라고까지 조롱을 받았다. 그는 총 720만 달러를 주고 알래스카를 샀는데 1에이커당 2센트를 쳐준 셈이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눈만 한 보따리 산 꼴이라고 비아냥댔지만 1896년 이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그 얘기는 쏙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더 흐른 뒤 이번에는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다.
  • 1907년 12월에 대서양 부대의 전함 16척이 미국에서 출발했다. 해군의 평상시 제복 색깔인 흰색으로 선체 전부를 칠해서 <위대한 백색 함대>라고도 불렸던 이들의 항해는 하나의 강렬한 외교적 시그널이었다. 백색 함대는 수개월에 걸쳐 브라질,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일본,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망라한 전 세계 20여 항구를 방문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서양 함대가 궁극적으로 태평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혼재된 이 항해는 군사 용어로 일종의 세력 투사 전 단계라 할 만한 것이었지만 전 세계 모든 강대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결국은 세력 투사인 셈이었다.
  • 오늘날에는 두 종류의 미국 지도가 있다. 익히 알려진 것은 태평양 연안의 시애틀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와 사르가소 해의 좁고 긴 돌출부까지 뻗어있는 형태의 지도다.
  • 개념적인 지도는, 다시 말해 B라는 지역에서 A라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C라는 국가가 미국 편에 의지할 수 있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만약 강대국이 어딘가에서 힘을 행사하고 싶다면 그 나라는 미국의 개입 여부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선택한다. 마침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등장한 것이다.
  • 분석가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쓴 것을 보면 대다수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며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장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본 이유로 인해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1세기는 걸릴 거라고 본다.
  • 일본, 태국,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경우 미국은 일찌감치 문을 열고 있다. 이 나라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이웃에 불안해하며 워싱턴과 관계 맺기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나라들 또한 제각기 이런저런 문제로 엮여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의 패권 아래 차례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는 한 그 문제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이 한국을 향해 발포를 하면 한국이 맞대응을 하지만 현재 미국은 그러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군대의 경계 태세를 높이는 것 같은 공식적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만약 상황이 악화된다면 북한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한 다음 직접 발사를 할 것이다. 이는 선전포고 없이도 전쟁으로 확대되는 과정이다.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분석가들은 주눅이 들거나 체면이 손상당하는 것을 기피하는 일부 문화권의 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 영어에도 이런 사고를 깊이 담고 있는 두 격언이 있다. “1인치를 주면 1마일을 얻을 것이다.”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00년에 한 말로 오늘날 주요 정치 어록에 들어간 “말은 부드럽게 하되 힘을 과시하라!”이다.
  •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국이 정치적으로 이념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굳이 공산주의를 전파할 생각이 없다. 냉전시대 러시아처럼 보다 넓은 땅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지도 않는다. 중국은 자국의 상품들이 전 세계로 전달되는 항로 대부분의 경비를 미국이 담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에 지나치게 근접하지 않는 선에서의 얘기다.
  • 연안 해역에서 벌어지는 해양 굴착과 광범위한 지하 시추 작업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 2020년 무렵에는 에너지 수출국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그 외의 지역에서 미국은 약소국들과 부족들의 정신력과 지구력을 과소평가한 감이 있다. 물리적 보안과 통합이라는 자국의 역사 때문인지 미국은 자신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의 힘을 과대평가했다. 그래서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아랍, 또는 무슬림이 됐든 기독교도가 됐든, 타협과 각고의 노력, 심지어 투표를 통한 인간 본연의 뿌리 깊은 타인에 대한 역사적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은 사람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싶어 한다고 전제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경험적으로 떨어져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도 말이다.
  • 베어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북유럽평원 지역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지리적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일 것이다. 유럽에서 북쪽과 남쪽을 전부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은 프랑스 말고는 없다.
  • 1871년 이래 베네치아와 로마까지 포함한 통일 국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국의 북부와 남부의 균열에서 오는 중압감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그 어느 때보다 이탈리아를 짓누르고 있다. 중공업과 관광업, 금융의 중심지인 북부는 오래도록 높은 생활수준을 누려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부에 대한 국고 보조금 삭감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창설되더니 아예 남부와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그리스의 중심부는 산맥의 수호를 받고 있지만 섬들 또한 1천4백여 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섬은 대략 2백 개 정도다. 이 섬들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만큼 강한 세력들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단지 이 정도의 영해만을 순찰하는 데도 적잖은 해군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는 그리스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어마어마한 액수의 방위비로 나타난다.
  • 덴마크는 이미 나토에 가입했고, 최근 스웨덴에서는 근 2세기 동안 이어온 중립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을 촉발한 계기는 2013년 한밤중에 러시아 제트기들이 스웨덴에 모의 폭탄을 투하한 사건이었다. 당시 스웨덴 방공망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제트기들의 출현을 감지하는 데 실패했다. 정작 러시아 전투기들의 궤적을 감시하고 영공을 지킨 측은 덴마크였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는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 논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모스크바는 스웨덴이든 핀란드든 어느 쪽이든 나토에 가입할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프랑스는 독일을 두려워하고, 독일은 프랑스를 두려워한다. 1907년 프랑스가 러시아, 영국과 손을 잡고 3자동맹을 맺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독일이 이 세 나라 모두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 유럽연합의 설립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더 이상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하도록 서로를 꼭 끌어안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았고 이윽고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아우르는 드넓은 지리적 공간이 태어났다.
  • 지리적으로 보면 영국의 조건은 훌륭한 편이다. 질 좋은 농지, 훌륭한 하천들, 최적의 해양 접근성, 유럽 대륙과 교역하기에 부족함 없는 어획량이 있다. 게다가 섬나라 민족이라는 덕도 본다. 유럽의 이웃들이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동안 영국은 그 지리적 조건에 고마워했던 때가 수 차례는 있었다.
  • 지리적 입지는 영국에게 여전히 일정한 전략적 이점을 보장해 주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해상 항로의 요충지인 이른바 GIUK 갭이다.
  • 이 형국은 특히 프랑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프랑스는 독일을 유럽연합의 틀 안에 묶어두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프랑스는 독일이 재통일되자 독일과 함께 유럽을 움직이는 쌍발 엔진의 하위 파트너라도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문제는 프랑스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러시아는 넓다. 가장 넓다. 아니 넓다 못해 광활하다 면적이 무려 1천7백9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표준시간대 또한 무려 11개나 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다.
  • 대양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항의 부재>는 늘 러시아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북유럽평원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러시아는 지리적 약점을 지녔지만 그나마 석유와 천연가스 덕분에 더 약한 나라로의 추락만은 모면했다.
  • 러시아에게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 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 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 발트 해 3국에 대한 나토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나라들이 동맹국으로 있는 한 러시아의 어떠한 무력 공격에도 나토의 창립헌장 5조가 발동된다. 5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유럽 혹은 북미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인구의 4분의 1이 러시아계이며 리투아니아의 경우 전체 인구의 5.8퍼센트를 러시아계 주민이 차지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공직 진출에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수천 명이 된다고 한다.
  •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다.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 2014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러시아는 큰 고통을 겪었다. 유가가 1달러씩 떨어질 때마다 러시아 수입은 대략 20억 달러씩 줄어든다고 보는데 예상대로 러시아 경제는 타격을 입었고 특히 일반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역사학자 돈 오버도파 교수는 38도선에 따라 이 나라를 남북으로 임의로 분할한 것은 여러 모로 불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1945년에 미국 정부는 8월 10일의 일본 항복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반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 소련군의 이동이 포착되자 미 백악관은 한밤중에 다급하게 회의를 열었고 오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자도만을 지참한 두 명의 하급 관리는 북위 38도선을 손으로 찍었다. 즉 이 나라를 반쯤 내려온 소련군의 남하를 중단시킬 지점으로 북위 38도선을 찍은 것이다.
  • 통일에 드는 대부분의 경제적 비용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며 이럴 경우 독일 통일 이후처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동독의 경우 서독보다 뒤처져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일정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와 산업 기반 그리고 교육 받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거의 맨땅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 언제 그 많은 섬들의 무리가 일본이라는 나라가 되었는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기 617년 중국의 황제에게 한 일본 고관이 보냈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편지가 하나의 단서가 되어 준다.
  • “태양이 떠오른 곳의 황제인 내가 태양이 지는 곳의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오. 건강하신지요?”
  • 헌법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는 입장도 정해졌다. 그리하여 자위대는 조금씩 현대식 전투 부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현상은 중국의 부상이 점점 더 가시화되면서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동시에 현재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동맹이 더욱 절실해진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받아들일 채비가 되어 있다.
  • 하지만 일본 국방장관은 “이것을 항공모함으로 이용할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오토바이를 사놓고 오토바이처럼 타지 않을 것이니 자전거라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일본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 마약이 없다면 이 나라 멕시코는 대량의 외화 유입이 막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해질 것이다. 또한 마약이 있음으로 해서 이 나라는 훨씬 폭력적이 된다.
  • 텍사스에 있는 지정학 정보회사인 Stratfor.com은 브라질의 최대 항구 일곱 개의 물동량을 합쳐도 미국 뉴올리언스 항구 하나가 일년 동안 처리하는 양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 콩고민주공화국은 산업화된 현대 세계의 일부가 아닌 나라들을 표현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가 왜 지나치게 포괄적인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 나라는 개발 중이지도 않거니와 발전을 이룰 일말의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제껏 한 번도 단결해본 적이 없다.
  • 이집트가 거대한 나라이기는 하나 8천4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 대다수가 나일 강에 불과 반경 십여 킬로미터 이내에 살고 있다.
  • 대다수 역사에서 나무가 귀한 나라치고 세력을 과시할 만한 강한 해군력을 구축한 나라는 없었다.
  •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초기에 외부 세계에 알려진 이들의 이름은 ISIL이었다. 그러다가 레반트의 아랍어가 알 샴인 까닭에 차츰 ISIS가 되었다. 그러다 2014년 여럼,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넓은 지역에서 독립을 선언하면서 <IS>로 자처하기 시작했다.
  • 이란은 그 지리적 특성으로 보호를 받는 나라다. 3면은 산맥이, 나머지 한 면은 습지대와 물이 지켜준다. 1219년부터 1221년까지 몽골군대를 마지막으로 이 나라 영토에 발을 들여본 외부 세력은 없었다.
  • 터키는 1970년대부터 이제는 유럽연합이 된 유럽 기구의 회원국이 되기 위해 부단히 도전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 나라 국토의 5퍼센트 미만만이 유럽에 속해 있다.
  • 1947년 6월 3일, 하원 의사당에서 성명 하나가 발표됐다. 영국이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인도는 인도와 파키스탄이라는 두 개의 독립국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 북극 접경 국가인 이른바 북극연안 5개국은 캐나다,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를 말한다. 여기에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웨덴이 합세해 북극이사회가 탄생한다.
  • 현재 우주 공간에는 작동하고 있는 위성이 대략 1천1백 개가 있으며 작동하지 않고 있는 위성들 또한 적어도 2천 개는 된다. 러시아와 미국이 쏘아올린 수만도 거의 2천4백 개에 육박한다. 일본과 중국이 100여 개씩, 이 외에도 더 작은 수를 쏘아올린 여러 나라들이 있다.
  •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내 첫 회사는 은행을 고객사로 하는 IT 회사였다. 은행이 IT 서비스를 발주하면, 이를 수주해 만드는 ‘을’사에 해당했다. 덕분에 나는 지난 6년간 은행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로 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은행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6년 중 2년은 프리랜서로 일했다. 당연히 은행 직원들과 친분도 생겼고, 그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다. 친구도 자주 만나면 단점이 보이는 법, 6년여 매일 같이 은행과 일하다 보니 은행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이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눈에 보였고, 나는 홀로 큰 결단을 내리며 업계를 떠났다. 나는 사실 은행이 곧 망할 줄 알았다.

망하지 않은 은행, 레거시의 힘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내게 은행은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내가 짠 코드가 은행 서비스가 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실제 악성코드를 심었던 개발자가 실형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내가 투입된 첫 프로젝트에서 나는 실제 돈이 오가는 ‘이체 기능’을 개발하게 됐다. 악성코드를 심을 생각은 없었지만 살 떨리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생긴 뒤, 한 프로젝트에서 내가 만든 코드에서 보안이 취약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이는 프로젝트가 엎어질 수 있는 큰 위기였다. 다행히 사내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리더가 문제를 해결해줬지만, 모두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몇몇 고비를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니 맡는 일들이 다소 시시해졌다. 나보다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내 입김이 세졌다. 나는 은행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한편으로 무시했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가지 못하는 그들의 안일함을 탓했다. 분명 더 나은 환경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점이 보였다.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내 위치에서 누군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보내는 신뢰만큼 나는 시스템을 무시했다.

은행에 속한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 그들이 가질 수 없는 무언가, 그들로 이뤄진 그 시스템에 나는 실망했고 더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내 한심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은행과 함께 일했음에도 나는 은행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은행에서 일하면서도 나는 은행을 이해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하던 일을 조금 잘하게 됐다며, 시스템을 무시했다.

내가 은행과 일하지 않은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이용하고, 은행이 만드는 자본주의에 살아간다.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은행들이 여전히 막강한 것을 보며, 내가 힘들게 만들어 둔 서비스들이 너무도 쉽게 대체되는 것을 보며, 자본의 힘 앞에서 내가 알았던 모든 지식이 그 누구에게도 의미 있게 쓰일 수 없게 된 것을 보며.

비로소 나는 은행이란 레거시 시스템에 관심이 생겼다.

30대 직장인에게 경제란

거창한 인트로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모른다. 어느새 9년 차 사회인이자 30대 직장인이 됐지만, 은행은커녕, 자본주의는커녕, 귀여운 내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끼리끼리 논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동료 중 경제 지식이 뛰어나 자본주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몇몇 금융인도 그랬다. 은행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은행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더라.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커리어가 쌓이고, 조금씩 내 경제력에 안정이 생기며 한 달 뒤, 반년 뒤, 혹은 1년 뒤 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또, 그동안 기록된 내 통장 내역을 보며 이렇게만 살아서는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자, 나는 조급해졌다. 아니, 그동안의 삶이 그토록 바보 같을 수 없었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머리를 굴리고 싶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잉여 시간이 나는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자본을 굴려야 할지, 기회를 찾아야 할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쌓아야 할지, 기회를 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맥을 넓혀야 할지, 건강에 투자해야 할지, 아니 그저 내 행복을 좇아야 할지.

하지만 머리를 굴리려 해도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식보다 더 큰, 내가 가져보지 못한 거대한 자금이 내 선택지를 막았다. 만약 내가 부자라면, 재정적 자유를 얻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얼마가 필요할까?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돈이 필요할까?

결국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만 하게 될 것이고, 평생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늘 하던 것을 하며, 추가로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렇게 주위에 경제 공부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고,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만났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오랜만에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다큐멘터리 제작이 주가 된 작업이라 후속작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이 팀이 경제 관련 책을 또 쓴다면, 구매는 물론 약간의 투자를 할 생각도 있다. 그만큼 나는 이 책과 팀에 감사를 표한다.

사실 이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은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경제 입문서로 적절하며, 2020년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2018년 기자 시절, 블록체인을 취재하며 미국 연준을 욕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연준이 정부 기관이 아니며, 그냥 돈을 만들고 싶을 때 만들 수 있는 사설 조직이란 말에 헛웃음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도 나는 연준이란 것이 뭔지 몰랐다.

그나마 블록체인을 만나고 난 뒤 삼바 분식회계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라던가, 기준금리 인하, 통화 스왑 등 경제 관련 뉴스에 관심을 두게 됐다. 온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몇몇 사건을 따라갈 수는 있게 됐다.

몇몇 주위 친구들과 경제 이야기도 나누기 시작했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목돈을 모을 기회가 없었다. 학자금을 갚고, 월세를 살고, 창업을 해 불안정한 시기를 겪는 바람에 늘 한 달살이 인생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전세를 시작하며 조금씩 재정 상태가 안정됐다. 덕분에 친구들과 나누는 경제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특히, 저축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저축을 하느니 나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며, 영어 수업을 듣거나 책을 사고, 차라리 주위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 년 동안 일해도 내 재정 상태가 특별해지지 않고, 늘 이렇게 유지된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1~2% 단위 이자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1~2% 단위 이자도 받지 못한다면, 내 자산이 매년 1~2% 이상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여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바보같이 쳐다보지 않았던 많은 상품들. 그들이 바로 옆에서 하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게 된 내 지난 날이 참 바보 같았다.

어쨌거나, 이제서라도 나는 경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마냥 어려웠던 단어들도 조금씩 익숙한 단어를 늘리고 있다. 내 재정 상태는 조금씩 나아질테고, 그렇게 1%, 2% 나아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눈을 뜨기 전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확연히 다른 사람이 돼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든.

언젠가 다시 창업을 꿈꾸는 내게 경제란

2016년 창업 시절, 한 기관에 가서 뉴스 사용권 관련 회의를 할 때였다. 당시 나와 대화하던 팀장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대표님. 이거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해두신 거죠? 당연히 생각하셨으니까 이렇게 오셨겠죠?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없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내 창업 아이템이었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 없는 비즈니스라니,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창업을 커리어로 바꿨고, 상당한 경험치를 먹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맨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STEW 경영소모임을 만들어 경영 공부를 시작했고, 비즈니스 이야기를 전하는 STEW 와레버스를 만들어 매주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비즈니스를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른다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좋은 아이템을 찾아도 돈을 모르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때문에 나는 기술적 성장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준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취약성에 관해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올해를 기점으로 미루던 경제 공부를 시작했고, 돈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경험치를 쌓고 있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참 적절했던 경제 입문서라 생각한다.

마무리

은행과 일했지만, 은행을 몰랐고. 9년 차 사회인이지만 경제를 몰랐다. 창업을 했음에도 돈을 몰랐으니 참 한심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간 쌓인 경험이 앞으로 내 경제 공부에 큰 속도를 더해줄 거라 생각한다. 돈만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진 않다만, 비즈니스에 돈이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으니, 어떻게 채울지는 훨씬 쉬울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한줄평 ★★★★☆

내가 원했던 경제 입문서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

인상 깊은 문구

  •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이다. 빚이 없으면 새로운 돈이 더 이상 창조되지 않고, 돈이 창조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 자장면 값이 게속해서 오르기만 한다는 것은 결국 50년 전부터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왔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수요(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급이 정말 부족할까.
  • 1970년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금 28온스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2월 현재 금 시세는 1온스당 1천 738달러.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어봐야 1온스도 되지 않는 0.58온스의 금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가격이 무려 48배 이상 올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곧 돈의 가치가 48배나 떨어졌다는 말과 동일하다.
  •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 은행이 100원의 예금을 받으면 10%만 남기고 다시 90원을 대출해도 된다고 정부가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허락과 약속은 1963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인 FRB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인 <현대금융원리 : 은행 준비금과 수신 확대 지침서>에도 나와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10%의 돈을 ‘부분지급준비율’로 은행에 준비해 둬야 한다. 이는 ‘예금한 고객이 다시 돈을 찾아갈 것을 대비해 은행이 쌓아둬야 하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이를 간단하게 ‘지급준비율’이라고 말한다. 실제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있는 것은 이러한 ‘지급준비율’ 때문이다.
  •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렇게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내고 의도적으로 늘리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신용창조’, ‘신용팽창’ 등의 용어로 부른다.
  •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 금세공업자는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의 금고에 금화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있다고 하면서 마음대로 금보관증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은 금세공업자가 금고에 없는 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 “금세공업자들은 금고의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했습니다. 아마 그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은 없었을 거예요.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10%의 금만 찾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10%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됩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죠.”
  • 상인들은 은행을 설립하고, 2백만 파운드의 자금을 댔습니다. 1696년엔 정발 큰 돈이었죠. 그리고 이 돈을 왕에게 빌려줬어요. 단지 돈을 갚겠다는 약속에 불과한데, 그게 은행의 자신이 되죠. 이 자신을 기반으로 잉글랜드 은행은 2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새로 발행해요. 잉글랜드은행 지폐의 가치는 왕이 이 돈을 갚을 거라는 약속에 기반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은행업이죠.”
  • 중앙은행은 재정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불황을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입니다. 현대 경제에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관리합니다. 경제에 돈이 더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통화량을 줄이고 싶으면 중앙은행은 돈을 가져갑니다. 이게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작동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중앙은행이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돈을 찍어낸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이자’ 때문이다.
  •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물가 상승이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한 해에 최고 2억 3천100만%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것이다. 40여 년을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의 무지한 정책이 그 원인이었다. 극심한 실업률을 극복하고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나무나 많은 화폐를 찍어낸 나머지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태가 온 것이다. 0이 모두 14개가 붙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는 당시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기록적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심지어 밥을 먹을 당시와 밥을 먹은 후의 밥값이 달라질 정도였다고 한다.
  • 독일은 할 수 없이 중앙은행을 통해 발행하는 화폐의 양을 크게 늘렸고 국채를 발행해 외국에 헐값에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 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5천 원 하던 김치찌개의 가격이 3조 7천5백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문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돈이 돌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생산과 투자, 일자리를 동시에 줄이기 시작하고,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 시민 B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1만 500원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실제 섬에 있는 1만 500원을 모두 벌어서 빚과 이자를 다 갚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500원을 빌린 시민 D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한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매일 ‘돈, 돈, 돈’하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슨 일을 하는 게 일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경험, 제시간에 나가는 것,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서 승진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 루스벨트 정권 당시 FRB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지냈던 매리너 애클스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해, 그리고 빚에 대해서 너무도 순진하게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빚 지지 말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빚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로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 미궁에서는 개인에 대한 신용 등급을 ‘프라임prime, 우수’, ‘알트A Alternative-a, 중간’, ‘서브프라임Subprime, 저신용’ 순으로 나누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줬던 것이다.
  • 모든 것이 돈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한 은행에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이 모든 것이 은행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 즉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은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저신용자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처음 달러가 기축통화로 결정된 것은 1944년 7월이었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44개 연합국의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을 맺었다.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킨 것이다. 바로 이때가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시점이다.
  • 1971년은 달러가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역사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거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 조치를 통해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고 원하는 대로 빚을 질 수 있게 되었다. 금의 보유량과 전혀 무관한 화폐 발행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침내 금융업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의 출현이었고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 FRB의 건물 간판에는 Fedreal Reserve Bank로 되어 있지만 공식 명칭은 the Federal Reserve System이다.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약 4천800개의 일반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된 곳으로, 용어만 Federal이라고 사용했을 뿐 정부기관이 아닌 순수한 민간은행에 불과하다.
  •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 1929년 금융 자본가들은 또다시 그동안 빌려준 대출금을 무지막지하게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했던 은행과 개인들은 줄도산을 했다. 하지만 이미 록펠러, 모건, 버나드 버럭 등의 여러 큰손들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고 난 후였다. 이 사태로 인해 1만 6천여 개가 넘는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금융 자본가들은 거의 헐값이나 다름 없는 가격으로 은행들을 집어 삼켰고 주식으로 막대한 부를 챙겼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사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 마음대로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면서 FRB는 소규모 금융회사와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FRB는 수천 개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축통화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가 세계 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둘째, 국제 거래에서 거부감 없이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 셋째, 안전성이 있어야 한다.
  •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라는 부분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다. 물론 ‘재테크’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고 조금씩 돈을 모으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1990년대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세계 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2년 ‘금융자율화 및 개방시행 계획’이 발표되고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되었다. 그때부터 국내에는 외국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과 선진 금융회사들의 휘황찬란한 금융상품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금융자본주의 세상은 급박하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화량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환율은 오르락내라락했고 주가는 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2000년대가 되자 은행은 본격적으로 펀드와 보험을 팔고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하면서 금융자본주의의 한가운데에 서기 시작했다.
  • 사실 은행원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7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수는 1만 4개. 놀랍게도 이는 ‘세계 1위’의 수준이다. 금융상품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일개 은행원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들을 다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복잡하고 어려운 1만여 개의 상품을 모조리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 즉, BIS가 5% 아래로 내려가면 감독기관으로부터 개선권고나 요구, 명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만약 은행이 예금을 빼서 후순위채권으로 돌리면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해서 BIS가 높아지면 ‘자산이 건전하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펀드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후, 이 돈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펀드는 저축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이다. 투자라는 말은 한마디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자산운용회사가 우리가 모아준 100억 펀드로 주식을 다 샀다가 그대로 팔면 매매회전율은 100%이다. 두 바퀴를 돌면 200%가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이 100% 정도인데, 200% 정도만 돼도 미국 펀드 관련업자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펀드 중 매매 회전율이 1400%, 1500%인 것이 허다하다. 심지어 6200%인 것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회전을 할 때마다 고객이 그 매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전율이 높다면 당연히 수수료가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온다. 따라서 펀드를 살 때에는 곡 매매회전율을 따져봐야 한다.
  • 제일 앞에 있는 ‘M에셋’이라는 것은 자산운용사를 가르키는 말이다. 즉 ‘이 펀드의 자금은 M에셋에서 운용한다’라는 것을 표기한 것이다. 그 다음에 ‘디스크버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종의 투자전략을 의미한다. 디스커버리란 ‘유망기업을 발굴해 내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주식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지 나타낸다. 이 경우에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 뒤에 붙은 4라는 숫자는 이 펀드의 시리즈 번호라고 할 수 있다. 즉, 1이라고 씌어 있으면 해당 펀드의 첫 번째 시리즈이고 2라고 씌어 있으면 두 번째 시리즈라는 의미다. 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모집금액이 1조 원이 넘었을 때에만 다음 시리즈가 허용되기 때문에 3이라고 씌어 있으면 이미 그전의 시리즈에서 2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모집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씌어 있는 A는 수수료의 체계를 의미한다. A라고 씌어 있으면 선취, B라고 씌어 있으면 후취, C는 둘 다 없는 경우이다.
  • ‘지금 제일 잘 나가는 펀드다’라는 것은 이미 꼭대기에 있어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고수익 상품은 곧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상품’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검진 없이 심사 없이 가입’이라고 해도, ‘명품 부모님보험’이라며 효도하라고 해도 흔들리면 안 된다.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소비자 쪽에서 뭔가 손해 볼 게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 정액보장 상품으로 1억짜리 암보험 세 개를 든 후 암에 걸렸다면 중복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각 1억씩, 총 3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장 상품은 말 그대로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해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험을 세 개나 들었어도 손해액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돈은 딱 1억 원뿐이다.
  • 2011년 전 세계 주요 파생상품의 거래량을 보면 우리나라의 거래량은 약 38억 건, 전 세계 거래량의 27%에 달하면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파생상품은 한마디로 ‘성한 사과와 썩은 사과’를 섞어서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자신만은 성한 사과만 골라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일확천금’의 망상은 당장 버려야 한다.
  • 주목할 만한 점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아이들의 경우 금융지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아 용돈 관리를 하는 아이들은 금융이해력이 굉장히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돈에 대해서 스스로 접촉하다 보니 돈에 대한 관리능력도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바람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금융이해력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빚을 지면 안 된다는 태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고, 또한 금융이해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부채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 문제는 금융에 사고가 났을 때 그 위험성이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금융 덕분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제는 사람들이 금융의 기본 원리를 얼만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 증권회사 직원도 본사에서 나온 교육자료 팸플릿 보니가 그럴듯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뭉칫돈 모아놨다가 투자한 거죠. 그런데 그 상품이 잘못되어서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그 증권회사 직원이 어느 날 조용히 저희 사무실에 전화를 한 거죠. ‘저 이 펀드 판매한 직원인데 저도 손실을 봤습니다. 저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직원이 팔고 난 다음 너무 후회가 돼서 본인이 권유해서 그 상품을 구매한 고객 분들을 모시고 와서 소송을 하라고 저희한테 권유한 경우도 있습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상담사, 즉 ‘독립재정상담사’이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이해관계와는 독립해서 따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문 대상인 고객이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 홍콩에서는 이미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은행가가 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선서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죠.
  •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보면 아주 재밌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맥주를 좋아하게 되었죠. 참 이상하죠? 아이에게 맥주를 주면 처음엔 좋아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게 되죠. 위스키도,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안 좋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선호를 형성하는 것들이 무척 많이 있죠.
  • 마케터들이 키즈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부모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로 조르기의 힘이라고 하죠.
  • 결국 성인이 된 우리의 소비 습관과 성향은 이미 수십 년간 진행된 ‘키즈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을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가 있어요. 여성이 감정적으로 훨씬 더 약하죠. 이 말을 듣는 여성들이 화낼 것 같아 두렵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나약합니다.
  • 여성들은 크림을 사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다 곧 별로 효과가 없다며 잡지에서 새 광고를 찾죠. 신상품이 나온 걸 보고 달려가서 사요. 몇 주 써보고 또 별로라고 하죠. 60대가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합니다.
  • 사람들은 아이패드3를 아이패드5로 업그레이드 하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더 똑똑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죠. 사실 이것도 ‘화장품 병 속의 희망’과 똑같아요. 남자들의 방식이죠. 반대로 여성들은 ‘버전4’, ‘버전5’라는 크림을 사지 않겠죠. 남성들은 성품이 추가됐고 더 어려 보인다는 화장품을 안 사고요. 이 남녀간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 나면의 차이지만 배교해 보면 마케터가 공략하기에 훨씬 편리한 대상은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광고의 논리에 쉽게 넘어가고, 신상품에 민감하고, 가정의 모든 소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여성 마케팅을 ‘마케팅의 꽃’이라 부르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여성 마케팅’이란 곧 ‘소비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 더 집중공략하라’는 자본주의의 주문일 뿐이다.
  • 잉여생산물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외로움입니다. 이 외로움을 메워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또래집단이죠. 또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짐으로써 같은 소속감을 가지게 됩니다.
  • 사실 과소비를 하면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돼요. 하지만 뇌 중추에서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쾌를 느끼죠. 순간적으로 이 쾌는 중추가 움직이지만 결국 돌아서서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와 가은 고통을 낮추어주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큰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현찰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눈앞에서 현찰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소비를 하게 된다는 거죠.
  • 사람들은 자신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실연이나 슬픈 감정을 느낄 때면 평소보다 더 간절히 물건을 갖고 싶어지고,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전혀 의식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공허함 때문인데, 슬픔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바로 상실입니다. 상실감은 매우 상처가 큽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루는 사이에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죠.
  • 이제까지의 모든 실험을 정리해 보면 소비는 결코 이성적으고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쇼핑은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다.
  • 영국의 정치가였던 찰스 타운센드 공작이 그의 양아들 헨리 스코트의 대륙 여행에 동행하며 가정교사를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는 당시 귀족 가문에서 유행했던 자녀 교육 방법 중의 하나였다. 자신도 여행을 할 수 있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아담 스미스는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프랑스 툴루즈, 남프랑스, 몽블랑, 제네바, 파리로 이어지는 3년간의 긴 여행을 하게 됐다.
  • 스미스는 ‘국부’는 ‘모든 국민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의 양’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 아담 스비스가 빋었던 자유시장 경제는 부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큰 공헌을 했지만, 그것이 이상적으로 분배되는 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고, 부자인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 즉,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평균 노동시간’으로 결정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6시간 동안 6켤레의 신발을 만든다면 신발의 가치는 ‘1노동시간’인 것이다.
  • 노동자가 빵 3개를 손으로 만들 때 드는 시간은 3시간, 하지만 기계를 쓸 때는 1시간이면 된다. 그래서 더 좋은 기계를 들여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필요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잉여노동시간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결국 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내려가고 자본가는 그만큼 이윤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생긴 이윤을 ‘특별 잉여가치’, ‘또는 ‘상대적 잉여가치’라고 했다.
  • 칼 마르크스는 최초로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해한 칼 마르크스는 착취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하는 자본가의 이기심 때문에 기계가 계속 노동을 대신하면, 실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일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금은 더 낮아지고, 상품은 쏟아져나올 수 있지만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나중에는 기업도 자본가도 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때부터 자본주의의 위기인 공황이 시작되고,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환율은 1달러당 4조 2천억 마르크가 되기도 했다.
  • 케인스는 공황의 원인을 수요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수요가 똑같이 늘어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수요량을 ‘유효수요’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소득과 수요가 거의 같아야 하는데, 덜 쓰다 보니 경기가 침체되어 공황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역할에 관한 케인스의 새로운 이론은 ‘거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그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로 나눌 수 있다. 미시경제학은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시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 거시경제학은 국민소득, 이자율, 환율 등 국가 전체와 세계에 관한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부의 계획적인 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렇게 완전고용이 이루어지면 현실적인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매력이 없는 수요자가 일자리를 구해 구매자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케인스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자본주의는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첫째, 좋은 수준의 고용률, 둘째, 더 평등한 사회, 정부는 완전고용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최상의 고용률과 생산율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 케인스의 이론은 맨 먼저 하버드대학 경제학부의 젊은 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이어 미국 정부의 경제 각료들까지 설득시켰다. 그에 따라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뉴딜 정책을 만들었다. 실업자와 굶주린 사람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댐, 고속도로 등을 건설해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방안을 실시했다.
  • 1944년 7월, 케인스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 자격으로 브레튼 우즈 협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독일과 미국 모두에게 불황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돈을 빌려 전쟁에 쏟아부으느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살아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군수산업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며 활력소가 되었다.
  • 1970년대에 들어서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호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때의 위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졌다. 바로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현상은 케인스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은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불완전한 지식에 기초합니다. 가장 똑똑한 인간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한 부분일 뿐 상대적으로 무지합ㄴ디ㅏ. 이 기본적인 통찰에서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이 나옵니다. 그의 주요 이론은 ‘계획자의 부족한 지식 때문에 중앙경제 계획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 영국 국민들은 대처의 보수당 정부를 선택했고,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대처는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대처리즘을 표방했다. 대처리즘은 곳곳에서 국가와 정부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켰다. 그간 국가에 의해서 운영되던 상당수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고 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을 삭감했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제한 것이다.
  • 모두가 잘살게 될 거라는 아담 스미스의 예언도 틀렸고,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가 무너질 것이라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도 틀렸다. 정부가 규제 해야 한다는 케인스도, 시장을 믿어야 한다는 하이에크도 이제 더 이상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심혈을 기울여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는 온갖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우리가 만나본 석학들 중 자본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한 공산주의를 다시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다. 방법은 하나, 고장 난 자본주의를 고쳐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버는 돈이 38조 4천790억 원. 상위 1%가 국민소득 16.6%를 가져가는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OECD 국가 중 미국 17.7%에 이어 2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소득불균형 상태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 복지 문제는 그저 동정심에 기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복지를 해야만 자본주의가 붕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슬럼프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2020년 3월은 엉망이었다. 코로나, 시작은 그 녀석 때문이었지만 나는 안다. 결국 내가 나태했다는 것을.

나를 유지하던 그것들

나를 유지하던 그것들이 하나, 둘 무너졌다.

시작은 독서소모임이었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만나는 독서소모임은 코로나로 인해 만날 수 없게 됐다. 지난 몇 년 간 나를 유지하던 큰 그것 중 하나였다. 매달 책을 읽게 하고, 서평을 쓰게 하고, 의견을 정리하게 하고, 말하게 한 그것 말이다.

경영소모임도 만날 수 없게 됐다. 분기별로 경영 마인드를 일깨워준 그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고, 직장인 마인드를 부수고, HBR을 읽게 하고, 쓰게 한 그것 말이다.

공식모임도 흐지부지됐다. 2020년에는 새로운 공식모임을 출범할 계획이었는데, 운영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니,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

굵직한 그것들이 하나, 둘 무너지더니 작은 그것들마저 무너졌다. 간헐적으로 만나던 영감을 주는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이벤트가 됐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그들에게 신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준비하던 콘텐츠를 놓을 이유는 충분했다. 들려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만날 수 없으니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하지 않게 됐다. 내 이야기를 뿌리고 싶지도 않아졌다. 어차피 만날 수 없지 않는가? 철저히 고립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게 됐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게 되자,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사라진 그것들

솔직히 귀찮았다.

매일 아침 외우는 영어문장 10개. 업무시간 뒤 펼치는 개발 서적. 매달 읽어야 하는 독서소모임 지정도서. 매달 읽고 써야 하는 IT 칼럼. 또 매달 쓰는 와레버스. 분기별로 읽고 준비하는 HBR 경영소모임. 연 5회 공식모임. 내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친구들과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 새로운 제안과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성장에 관한 욕심.

나태할 틈 없이 몰아치는 그것들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내가 온전히 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밤 EPL 경기를 틀고 치킨을 먹을 때였다. 그마저도 늘어나는 뱃살을 쳐다보며 스트레스받았다. 나태해져선 안 된다는 욕심은 이때도 날 괴롭혔다.

물론 하루아침에 믿기지 않는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아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날부터 전미대학 대표선수에 선출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극적인 전환점이란 없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전환점이었다. 자잘한 승리들과 사소한 돌파구들이 모여서 점진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그다지 대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내 위치는 수년 전 내가 바랬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갖게 된 것 보다 갖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때문에 늘 불만족스러웠고, 갖고 싶었다. 그렇게 또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불편함은 나를 귀찮게 했고, 그런 불편함을 갖지 않은 이들이 한편으론 부러웠다. 그저 편함을 느끼는 그들이 부러웠다. 불편함이 한편으론 자랑스럽고 한편으론 귀찮았다.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바이러스가 내 귀찮음을 지워줬다. 사라졌으면 했던 귀찮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더 생각지도 못한 것이 귀찮음의 자리를 메웠다. 당혹감이었다.

내 시간을 메우던 그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나는 마치 내 삶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텅 비어버린 시간은 마치 내 마음과 같았다. 텅 비어버린 공간에 홀로 남겨진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귀찮음과 불편함이 사라진 그 공간에 불안감이 채워졌다.

나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주변 모든 것에 불만이 생겼다. 짜증이 솟구쳤고, 화가 났다. 내가 망가지게 둔 모든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분노는 분노를 불렀고, 텅 빈 공간은 더 넓어졌다. 그리고 넓어진 그 자리엔 더 큰 불안감이 채워졌다.

화가 나거나 고통스럽거나 고갈되었거나 기타 등등의 일이 일어났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집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나는 악몽을 꿨다. 분노를 퍼내고 퍼내도 계속 채워졌다. 악으로 가득 찬 방 안에서 나는 웅크렸다. 악은 점점 커졌고, 나를 집어삼켰다.

며칠이 흘렀고, 역시나 난 혼자였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더 이상 웅크렸다간 돌이킬 수 없게 망가질 것 같았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읽고 쓰며 살았던 내가 왜 읽고 쓰지 않게 됐을까. 고작 몇 주 놓았을 뿐인데, 나는 왜 망가져 버렸을까. 그것들이 내게 단순히 그것이 아니었음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상에서 한 달은 짧은 기간일 수 있겠지만, 어둠 속에서 한 달은 결코 짧지 않았다. 텅 비어버린 무료함 속에서 나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곳은 마치 현실 중력의 몇 배는 되는 듯했다.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를 공격하던 불안감이 있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뭔가를 계속 말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정말 그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

다시 움직일 시간이 됐다.

습관,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그것.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저자는 작은 습관에 관해 이야기 한다. 작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 작은 습관이 바꿀 수 있는 것, 작은 습관을 크게 만드는 방법, 작은 습관을 유지하는 방법.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여러 고민을 봤다. 내 고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규범적인’ 사람들은 영웅적 의지나 자제력이 없이도 삶을 더 낫게 설계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유혹적인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언젠가 동료가 내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느냐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좋아하고, 게임도 안 하고.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나는 내 삶도 재밌다 답했지만, 정말 재밌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난 그렇게 되는 게 무서웠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즐기고, 게임만 하는 그런 인생이 되는 게 무서웠다. 여전히 그런 인생이 될까 봐 무섭다.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그대로 머무를 것 같아서다.

난 게임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엔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였다. 늘 게임만 했다. 그래서 난 맥을 쓴다. 맥에선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 게임이 안 되거든. 술을 마시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다음날 허탈감에 천정을 바라보는 게 무섭다. 그렇게 며칠간 속이 부대끼는 걸 느끼는 게 무섭다. 그래서 며칠간 아무것도 못 하는 게 무섭다. 그래서 술을 즐기지 않는다. 계속 즐길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만들었다. 매달 독서모임을 만들고, 주말에 나태하지 않도록 일요일 아침에 모임을 진행했다. 개발을 하면서도 경영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경영소모임을 만들었고, 기자를 떠나면서 글쓰기 능력을 잃기 싫어 와레버스를 만들어 계속 글을 썼다. 집에 가면 퍼지기 때문에 업무시간 뒤 부족한 개발 공부를 했고, 이유 없는 술자리를 피했다. 뭔가 얻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을 곁에 뒀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친구들을 멀리했다. 그렇게 만든 그것들은 내 습관이 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결국, 그것들이 곧 나였다.

이 책을 쓰는 1년 내내 나는 새로운 시간 관리 전략을 실험했다. 매주 월요일에 내 어시스턴트는 내 SNS 계정들의 비밀번호들을 리셋해서 나를 각종 기기에서 로그아웃시켰다. 한 주 내내 나는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 되면 어시스턴트가 새로운 비밀번호를 보내주었다. 그러면 나는 주말부터 그녀가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는 월요일 오전까지 SNS에 올라온 것들을 신나게 즐겼다.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불안감이 뭔지 이제야 알게 됐다. 불안감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늘 내 곁에 있었다. 단지, 불안감과 나 사이 그것들이 나를 보호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지자, 나는 다시 불안감에 갇혔다.

나는 불편함을 괴로워했지만, 불편함은 나를 지켜왔다. 불편함 덕에 나는 글을 썼고, 읽었다. 공부를 하고, 나눴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다가갔다. 내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늘 조금씩 나아졌다.

1퍼센트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잘하고 있었다. 내가 휘청거린 이유는 내가 뭘 잘하고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내가 만든 불편함이 날 무엇으로부터 보호했는지 이젠 안다.

다시 내가 만든 불편함 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불편해지겠지만, 불안감은 사라질 것이다. 꽤 적절한 시기를 엉망으로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시기는 상관없다. 불편함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된 것이 중요하다.

목표는 우리가 얻어내고자 하는 결과이며, 시스템은 그 결과로 이끄는 과정이다.

내가 만든 불편함이란 시스템이 이제는 썩 편할 것 같단 생각도 해본다.

슬럼프는 끝났다.

한줄평 ★★★☆☆

나를 만든 것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 그것들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하기 좋고, 정리된 생각을 전달하기 좋다. 매일 글을 쓰지만, 때때로 글이 신기하기도 하다. 몇 자 안 되는 모음과 자음이 만나 무한한 표현을 한다.

기자로 일하며 글을 편집할 때는 무한한 새로움을 느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필자들이 보내는 글에 담긴 색채는 너무도 달랐다. 때론 간결함에 놀라기도 했고, 때론 흥미로운 이야기에 손뼉을 치기도 했다. 그저 문자의 나열인데, 어찌 이렇게 다를까?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청년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온다. 크게 다를 것 없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토록 다를 수 없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다르기에 때로는 같기에 상처를 받는다. 어떤 이는 평생 상처 속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인간은 태어나 늙고, 죽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 삶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왜, 살아야 할까?

타인에게서

책 <인생 수업>에서는 저자가 만난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을 미워했던 친구를 용서하는 이야기. 가족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자신을 용서하는 이야기.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등. 친구의 친구에게 들을 법한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준다.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는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내 어떤 결핍을 용서해야 할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혼자일 때 고통받는 인간이, 왜 함께일 때도 고통받아야 하는지. 그런데도 왜 우리는 함께해야 하는지.

타인의 이야기에서 저자와 나는 함께 공감했다.

죽는 이에게서

저자는 죽는 이를 참 많이 만났다. 책 <인생 수업>을 읽으며 몇 차례 내 죽음을 상상해봤다. 지금 죽으면 누가 슬퍼할지부터 시작해, 무엇이 남을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삶인지. 그리고 죽은 뒤 나는 어떻게 될지까지. 죽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내가 죽으면 어떨까? 글쎄, 일단 나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현재도 즐기며 하는 일이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의 다음 열매를 더 맛보고 싶다. 내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충분한 보답을 못 하기도 했고, 내게 도움을 바라는 이에게도 더 큰 도움을 주고 싶다. 어쩌면 이 아쉬움은 내가 노인이 돼서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난 욕심이 많거든.

마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얻고 싶은 것을 향한 내 욕심은 삶의 원천이며, 얻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내 삶이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내 몸부림이 안쓰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갈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내 영혼이 안쓰러워 보일 것이다.

죽음은 확실하지만, 때론 죽음을 잊고 사는 것도 필요하다.

내게서

최근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봤다. 수퍼카를 10여 대 가진 의사, 억대 연봉을 올리는 온라인 사업자. 그들의 부가 부럽기도 했지만, 수퍼카에 앉아 시동을 거는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땐 마냥 행복한 내가 없었다. 내가 본 모습은 시동을 걸며 다음 목표를 떠올리는 나였다.

동기부여를 하겠다며 자극적인 말을 뱉는 이들이 왜 내게 큰 자극을 주지 못하는지 생각해봤다. 문제는 결핍. 나는 그들이 말하는 자극에 큰 결핍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함께 하고 싶은 이들과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필요한 것을 산다. 물론 더 대단한 일을 하면 좋겠고, 더 비싼 것을 사면 좋겠지만, 그건 결핍이 아니다. 그냥 더 좋은 것 뿐,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내게 물었다. 이대로 만족하느냐고, 더 얻어야 할 것은 없냐고. 더 원하는 것은 없냐고. 있더라. 하지만 그게 수퍼카는 아니었다. 그게 억대 연봉은 아니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이다. 더 맛있는 물, 더 영양가 높은 물을 마시면 좋겠지만 일단은 물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더 맛있는 물도, 더 영양가 높은 물도 결국 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인생 수업>은 좋은 명상 도구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명상이었다. 좋은 도구였지만, 도구가 없이도 명상을 할 수 있는 내게 반복되는 도구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늘 배우고 있는 내게 복습은 필요했겠지만, 다시 한 번 ‘수업’이 필요하진 않았다.

마무리

문자의 나열인 책처럼, 호흡의 나열인 하루. 눈 깜빡임의 나열인 하루가 때론 간결하고, 때론 화려하고, 때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호흡을 나열하고, 눈 깜빡임을 나열한다. 그게 어떤 모습을 만들지는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호흡이 꽤 만족스럽게 나열된다면, 더 이상 좋은 도구는 필요 없을 것이다. 호흡 자체가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줄평 ★★★☆☆


명상하는 기분이 드는 책.

인상 깊은 문구


  • 지금까지 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손바닥 위에 부드러운 깃털이 놓인 것처럼 평화롭게 손을 편 채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 내 삶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즐겁다.”라고 누군가는 말했듯이, 삶의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삶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보고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실수, 잘못, 질병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전에는 그것들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제는 오직 ‘그 사람’ 만이 보일 뿐입니다.
  • 평생에 걸쳐 진정한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 왔기 때문에 나는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것을 ‘냄새 맡는다’ 고까지 표현합니다.
  • 어떤 인간관계는 잘 풀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언제나 의견 충돌과 실망이 있게 마련입니다.
  •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인정할 때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역할을 잃는 것이 슬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전정한 모습에 가까워지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본래의 당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늘 같은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 본래의 자신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맡은 역할들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우리는 대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엄격한 조건을 내세웁니다. 우리는 거의 조건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건적인 사랑에 익숙해졌기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 대부분은 어렸을 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은 자기 도취나 이기주의와 종종 혼동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잘 맞는 짝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당신은 자신의 영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사랑할 때는 스스로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로 삶을 채우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 일입니다.
  • 사랑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면요? 만일 사랑이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이라면요?
  • 나는 남편이 내게 잠시 동안 맡겨진 선물일 뿐, 영원히 내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어요.
  • 관계는 우리의 삶을 치유해 줄 수도 없고 치유해 주지도 않습니다.
  • 완전한 삶은 당신 자신 안에서부터 나와야만 합니다. 특별한 누군가를 발견한다고 해서 인간관계나 책임감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것을 언제까지나 소유하고 있으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 옛 유대 격언에도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 10년 전에 당신이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요청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이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입니다.
  •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 헬렌 켈러
  • 화를 내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며 알맞은 시간과 장소에서 적절하게 표현할 때는 매우 쓸모가 있습니다.
  • 화를 내면 주위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그럼으로써 주위 환경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의 삶에 알맞은 경계선을 설정해 줍니다.
  •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항상 생산적이고 성공적이어야 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립니다.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일하는 법을 알지만 존재하는 법은 잘 모릅니다.
  • 이제 나는 오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베토벤 교향곡 제6번을 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그것이 내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니까요. 그리고 기쁨의 중요성을 인정할 줄 아는, 그래서 내가 음악을 들었다고 얘기하면 ‘잘했어’.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었어요.
  • 엠마는 다른 사람을 이긴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뿐입니다. 친구가 이기면 자신이 진다는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노는 것이 즐거운 것입니다.
  • 우리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통제하려 들며, 학생과 같은 자세로 다른 사람들의 발 아래 앉아 있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 읽게 된 동기 ]

12월 STEW 지정 도서


[ 한줄평 ]

도덕과 정의, 그리고 이들의 적용의 50가지 그림자


[ 서평 ]

올해 2월 첫 STEW 독서 소모임 정기 모임에서 도덕성을 주제로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에 내가 했던 발언 중 하나는, 옳은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또는 그런 사람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에 들었던 예시다. 한 부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일반성을 잃지 않고, 한 쪽은 상대방을 죽을 때가지 매우 사랑하며 절대적으로 헌신했으며, 다른 쪽은 한 번도 들키거나 심지어 의심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사랑꾼 행세하며 지속적으로 바람을 폈다고 가정하자. 헌신한 쪽은 자연사할 때까지 동반자 덕분에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았다 느끼며 행복했다면, 바람핀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잘못했다고 할 수가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내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로마인들의 공리주의부터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고향 마을 공습까지, 저자 마이크 샌델은 다양한 견해들이 맞부딪치는 사례들을 제시하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안다고 믿는 이들에게 다시 생각해보길 제안한다.

기술의 발전과 도덕성

몇 년 전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재조명받은 역사적 난제가 있다. 바로 ‘트롤리 딜레마’다. 선로를 따라 달리는 열차가 있는데, 선로 중간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열차의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전환기가 있는데, 바뀔 선로에는 인부 한 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도덕적으로 맞을까?

“자율 주행 자동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 (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 논문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현되기 위해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앞에 갑자기 여러 사람이 끼어드는 등 피치 못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치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꿔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중 선택을 해야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율 주행 기술이 나와도 상용화하기는 어렵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라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은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한 가지 예시 답안을 제시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가 날 것을 판단하는 순간, 해당 차량은 탑승자와 주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각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가치값이 작은 쪽을 치도록 알고리즘이 짜여져 있다.

이는 사람의 가치를 타인이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상대방의 가치를 판단하는 권한은 누가 쥘 수 있는 것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미리 범죄를 예견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범죄자들을 잡는 사회를 그린다. 실제로 범죄율은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얼핏 들으면 치안이 좋은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 헛점이 있거나 생길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주인공에게 함정으로 작용한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서 억울한 소수가 생겨도 괜찮은 것일까? 이러한 시스템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의 졸라 알고리즘처럼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을까?

드론 배송을 한다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몇 년 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서비스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이 기존 산업과 흥미로운 접점을 만들어내기도, 이전엔 없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적용에는 필연적으로 위와 같은 윤리적 딜레마들이 따른다.

앞으로의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처럼 다양한 관점들을 고려하고 생각을 서로 맞부딪치며 확장해나가야 할 것이다.

– 읽게 된 동기 – 

STEW 독서소모임 10월 지정도서

– 한줄평 – 

질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질문이 가지고 있는 힘을 현명하게 끌어내자.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해 주기적으로 읽을 것 같은 책

 – 책을 읽고 나서 –

“ASK MORE” 제목에서부터 저자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고, 또한 굉장히 오랜만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11가지의 질문법을 소개하면서 질문을 통해 학습하고, 관계를 맺고, 관찰하고, 창의력을 발휘한다 에 많은 공감을 했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 바탕으로 질문법을 여러가지 유형에 맞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가이드로써 책을 읽고 바로 현명한 질문을 하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나한테는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좀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게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경종을 울려는 책이다.

  내가 이해한 질문의 본질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과연 내가 최근에 “질문”을 하고 있었고, 그걸 통해 배움을 얻었을까? 나는 “질문”을 하고 있는가? 

  나는 질문도 많이 하고 경청을 하는 타입이다. 호기심도 많았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는 평소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체험하게 하여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동안의 회사생활은 나로 하여금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경청”의 울타리에 가둬 둔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질문하는 개수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적어졌고, 생각과 고민이 없는 “경청”을 많이 하게 되었다.

   IT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나는 대부분의 시간은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컴퓨터와의 작업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궁금한 포인트는 질문을 한다기 보단 검색엔진을 통한 정보 습득이 전부였고, 그걸 통해서도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 거의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문도 줄어든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질문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용기가 없었던 거 같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질문을 하게 되었을 때 나의 무지, 지식의 한계가 드러났을 때 그 부끄러움을 이겨낼 마음이 부족했었다. 더 정확히는 새로운걸 배웠을 때 느끼는 희열보다 감정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싫음이 더 컸던 거 같다.

  아는 마음만큼 보인다고 나의 수준이 낮은 질문들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 거 같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질문을 던져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섰다. 그래야 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작성한 논문을 가지고 해외 학회에 발표한적이 있었다. 다른 석박사들이 나의 발표자료를 보고 질문을 많이 할 때 나는 반대로 학회에서 질문 하나 한적이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올랐고, 만약 그때 기회의 소중함을 느끼고 전문가 또는 전문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질문이라도 했었으면 추후 연구할 때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든다. 회사 다니고 있으면서 생각보다 학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고, 옛날 학생시절처럼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로 인해서 한층 깊은 탐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없게 되었다. 

  회사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 주위에 있는 사람들 챙기기에 바쁘다는 핑계, 지금 벌여놓은 일도 수습 하는 여유가 없다는 핑계 등등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거에 대해 게으름을 피웠던 것 같다. 변명거리를 만들면서 먼가 새로운 것을 계속 도전하지 않는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누굴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나는 그 속에서 모두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추후 직면하게 되는 상황에서 기회의 소중함을 다시금 인지하고,  현명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는 다양한 질문 유형을 나열하였고, 그에 맞는 다양한 사례들을 집합하였으나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질문을 하는 나의 능력이 갑자기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현명하게 질문을 하려는 마음 가짐을 가졌고,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질문을 하려고 한다.

  변하려는 마음이 중요하고, 그걸 깨우쳤을 때 실천하는 추진력 또한 필요하다. 그 자그마한 실천의 시작으로 하루에 최소 두 번, 아침 시작 및 잠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가져보려 한다. 

  서평의 마지막으로 보다 더 나은 생활, 지금 보다 더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다음엔 어떤 Action Item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 인상 깊은 문구 – 

  • 우리는 타인이 내게 무엇을 해줄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타인에게 무성르 해줄 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넓은 도량으로 인생을 살게 된다. 
  • 훌륭한 전략형 질문은 지극히 어려운 결정앞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반대로 적절한 질문을 제때 하지 못하면 대실패를 초래한다.
  • 소신껏 용기를 발휘하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예리하게 묻는다면 우리는 한층 무시무시한 적수가 될 수 있다.
  • 창조성이 강물처럼 흐르게 하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그들이 상상하고, 시선을 높이 두고,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하자.
  • 우리의 질문에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으면, 어떻게 교류하는지가 반영된다.
  •  질문은 우리가 학습하는데 도움이 되고 사람들을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질문은 지원을 끌어내고 동참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 무엇을 어떻게 묻느냐 에서 내 지식, 관심, 열의가 드러난다. 영리한 질문 10개를 작성하고 묻는 연습을 하자.
  • “나는 인터뷰에 들어갈 때 두가지를 가정합니다. 하나는 내가 안 물으면 아무도 안 물을 거라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그 사람과 앞으로 두 번 다시 대화를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우리가 만나는 전문가는 의사나 지붕기술자, 몸값 비싼 컨설턴트는 물론이고 동네 친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가도 못 따라갈 정도로, 그들이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진단에 질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 대의를 생각하면 투지가 생긴다.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면 권위가 생긴다. 주의 깊게 들으면 기회가 생긴다.

[읽게 된 동기]

독서모임 10월 지정도서

[한줄평]

질문학개론을 꿈꿨지만 질문유형이 분류된 책으로 끝났다.

[서평]

이 책은 질문에 대한 수많은 유형을 분류한 후 각 유형별로 어떤 흐름으로 질문을 구상하고 진행할 지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분류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목차를 읽으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유형을 분석하여 분류하고 설명하는 것에는 성공했을지라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서술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책 한 권으로 질문의 묘를 담긴 어렵겠지만 굳이 질문유형을 11가지로 나눠서 모두 다룰 필요가 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각 유형별로 중복되는 내용이 조금씩 보여서 너무 무리하게 유형을 세분화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형 질문, 창조형 질문, 유희형 질문 그리고 유산형 질문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창조형 질문은 읽으면서 내 생각의 한계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작가이자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에드가 작가진을 자극하는 사례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늦게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악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작정 짜내라고 하지 않고 위와 같이 에드가 ‘~이렇게 하면 어때?’ 라는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가진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머리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최근 기획하고 있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어떤 틀 안에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실마리를 잡은 기분이었다. 에드는 ‘선 밖에 색칠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깨야만 한다. 등간격으로 가로 3개, 세로 3개씩 놓인 총 9개의 점을 끊어지지 않는 4개의 선으로 잇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처음 들어보는 문제라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유희형 질문과 유산형 질문(그리고 에필로그 부분까지)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해서 답을 찾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지금 당신의 세상에서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는가?’

‘열아홉 살의 자신과 점심을 같이 먹게 된다면 눈 앞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을까요?

최근에 혼자 여행을 다녀오면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가져야 할 목표나 나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던질 질문들이 구체적으로 될 수 있었다. 질문하는 방법보다는 각각의 예시가 더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책에 있는 다양한 질문 유형들에서 저자가 공통되게 강조한 ‘경청하기’는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공감한다. 저자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말의 속도 그리고 말 사이의 공백까지 집중하는 것이 경청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했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서 아닐까?

‘질문은 우리가 타인과 이어지는 길이다.’

책 후반부에 나온 인상적인 문구이지만,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할 때 이어지는 대상을 타인으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탐험할 수도 있으며, 질문의 대상을 국가, 세계 및 우주(진리)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던질 많은 질문들을 얻었다. 그에 대한 대답들을 빠르게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상깊은 문구]

· 질문은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

· 모름지기 전략이란 불확실성 속에서 중대하고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며 복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 말 이상의 것을 듣는다.

·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 사람의 관점을 취하는 것”

· 의도적으로 나 자신에게 벗어나 상대방 안에 들어가야 한다.

· 공감은 “나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기분일까?”가 아니라 “저 사람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기분일까?”라고 묻는 것

· “나는 다친 사람에게 어떤 느낌인지 묻지 않는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어본다.”

· “나는 저세상이니 내세니 하는 건 안 믿으니까 이 생이 다예요. 그러니까 죽은 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는 거지. 영영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그 자리에는 공백만 남아요, 공백, 공백만.”

· “이제 난 저 나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있어요. 그 아름다움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단 말이죠. 그게 늙음의 축복이에요.”

· 절대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 지금 바로 세계 어느 나라든 가서 저녁을 먹을 수 있따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겠습니까?

·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있다면요?

· 그레그는 그가 원하는 때에 인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줄 약물 혼합물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고통을 견딜 수 없거나 인생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는 아니라고 했다. 진짜 이유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였다.

· 평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은 무엇이었습니까?

· 질문은 우리가 타인과 이어지는 길이다.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지정 도서. 내가 발제자로 이 도서를 지정했다. 기자 시절 인터뷰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질문의 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한줄평


요즘 삶에 질문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왜 질문이 없어졌을까? 질문을 시작해본다.

서평


질문이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잘 벼려진 질문은 칼보다 무섭고, 적시에 파고드는 적절한 질문은 분위기를 바꾼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하고, 꼼짝 못 하게 만들기도 한다. 보이는 만큼 던질 수 있고, 단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도 있다.

사회에 나오기 전 여러 교육 기관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배움을 놓지 않았다. 새로움 앞에 설 때면 가끔 눈앞의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말 그대로 ‘명함도 못 내민’ 적도 많다. 차마 얕은 질문을 던지기 부끄러워 입을 닫을 수밖에 없던 적도 많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던져야 한다. 성장의 시작은 현재 바닥을 인지하면서 시작된다. 그다음은 인정 그 후 비로소 어떤 행동이든 취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껄끄럽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STEW 독서소모임 친구들과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지난해 IT 기자로 일하던 때 집었던 책이다. 당시 나는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의 개발자 인터뷰’ 일명 <개터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었다. 온갖 핑계 속에서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사색을 했더라면 이후 개터뷰는 좀 더 농익었을 거라 생각한다.

<ASK MORE, 판을 바꾸는 질문들> 잃어버린 내 질문력을 ‘인지’하고, ‘인정’하게 해준 이 책,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 그래서 왜? 왜? 왜?

책을 읽으며 과거 치열했던 내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저 귀여운 질문이지만, 당시엔 꽤 진지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뭘 해도 되는지, 뭘 하면 좋을지. 딱히 근거 없는 질문만 던졌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만 무슨 수든 쓸 수 있다.”

당시 내 질문에 깊이를 더한 것은 책이었다. 방향을 잃을 땐 책이 최고였다. 책은 늘 옳은 방향을 가리키진 않지만, 어떤 방향이든 가리킨다. 방향을 잃어 어디도 가지 못할 땐, 어디든 가는 게 도움이 됐다. 그러려면 어디든 가리키는 책이 꽤 안정감을 줬다.

책을 고르는 것도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이다. 딱히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즐기던 방법은 있다.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중고서점에 꽂힌 책은 누군가 돈을 내고 산 책이다. 누군가 돈을 주고 살 만큼 눈에 띄었다는 것이고, 나는 누군가의 선구안에 기대어 숟가락을 얹으면 된다. 내게 ‘누군가 샀다가 판 책이잖아?’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내가 운이 좋다는 것이다. 중고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고른 책들이 꽤 성공률이 높았다. 여기서 성공률이란, 내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때때로 적절한 인물이 나타나 내게 동기부여를 했다.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이다. 에너지가 떨어질 때면 적절한 인물이 나타났다. 평소 만날 수 없는 거대한 인물이 나타나기도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 나타나기도 했다. 나와 무척 비슷해 내 말이면 함께하는 인물을 만나기도 했고, 내게 큰 힘을 주는 인물도 만났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나던 인물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던 친구다. 그래서 내가 운이 좋다는 것이다.

나와 한방을 썼던 룸메이트를 나는 ‘집사람’이라 불렀다. 법대를 나온 집사람은 내 첫 회사 동기였다. 나는 개발자, 그는 법무 담당으로 입사했다. 공감대가 없을 것 같았던 집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꽤 잘 맞았다. 2년 정도 한 집에서 생활했는데, 치킨을 먹으며 주고받던 질문이 떠오른다.

나 : “저 사람 멋진 것 같아.”

집사람 : “왜?”

나 :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을 발표하잖아? 인사이트도 좋다고.”

집사람 :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 발표하는 게 멋있어?”

나 : “멋있지. 안 멋있어?”

집사람 : “세용이는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 발표하는 게 멋있구나.”

나 : “? 그게 안 멋있어?”

집사람 : “응. 난 별로.”

나 : “왜?”

집사람 : “? 세용이는 그게 왜 멋있는데?”

나 : “?? 어… 책도 많이 읽은 것 같고, 저거 준비도 많이 했을 거야. 아마, 글도 잘 쓸 거야. 이야기가 잘 정제돼 있거든.”

집사람 : “응. 세용이는 책 많이 읽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멋있나 보네. 너도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나 : “그러네”

적고 보니 참 재미없는 대화 같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수도 없이 나눴다. 서로 놀라는 식이었다. 우리는 한 가지 장면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했고, 존중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이 때로는 당연했다.

“헬런은 내게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 사람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집사람과 대화를 통해 ‘나’를 배웠다. 내가 멋있어하는 사람은 꽤 일관됐다. 그들이 보이는 모습, 행동, 말투 등을 나는 선망했다. 그리고 집사람은 그들의 캐릭터를 잘 파악했다.

집사람은 내게 자주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꼭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그 이유가 뭐냐?” 마치 소크라테스인 양 묻고, 또 묻는 집사람 덕분에 내가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깨닫게 됐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소크라테스를 대화에 좀 더 초대해볼 만 하다.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쟁점이나 껄끄러운 결정을 논할 때 말이다.”

집사람이 이직하고, 나는 기숙사를 혼자 쓰게 됐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홀로 묻고 답하는 것을 시작한 것 말이다. 책에서 묻고, 내 질문의 꼬리를 무는 시간은 홀로 쓰는 기숙사 방 안에서 계속됐다.

어쩌면 나는 책이 아닌 ‘나’를 따라왔는지도 모른다.

◆ 내가 개발자를 그만둔 이유 그리고 다시 개발자가 된 이유.

2015년 12월. 4년 2개월간 개발자 생활을 마치고, 퇴사했다.

스타트업이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대표가 되고 싶었다. 그동안 틈틈이 연습한 아이템을 살려 <도밍고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아이템도 있고, 기술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 안됐다.

밥은 먹어야 했다. 정신을 차리니 프리랜서 개발자로 밥을 먹고 있었다. 몇몇 팀원을 구하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생존할 수 없었다. 스타트업 대표라곤 하지만, 실상은 그저 프리랜서 개발자였는지도 모른다.

기회가 왔다. 내 경험을 지켜보던 사람이 IT 기자로 일할 기회를 줬다. 고민이 됐다. 커리어를 바꾸는 압박감은 가볍지 않았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나는 내게 물었다. 왜 망설이는지, 내 선택으로 잃는 것은 뭔지, 얻는 것은 뭔지. 1시간, 2시간. 나는 가만히 앉아서 질문을 던지고, 적었다. 몇 가지 이유, 몇 가지 이유에 관한 시나리오를 적었다. IT 기자에 도전하기로 했다. 도전의 근거는 내 질문과 답변에 다 적혀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IT 기자가 된 지 1년이 흘렀다. 나는 다시 내게 물었다.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에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얻을 거라 생각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 내가 잃을 거라 생각했던 것을 잃지 않았다. 바둑판 위 바둑알을 봤다. 막연했던 상황이 정리됐다. 내가 다음에 놓아야 할 바둑알 위치가 눈에 보였다.

나는 다시 개발자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 됐다. 내가 물었던 질문에 관한 답을 찾기도, 찾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때로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답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개발자로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 사색 노트

내 현재를 만든 수훈 갑은 단연 <사색 노트>다. 2011년 에버노트가 핫했는데, 딱히 적을 게 없던 나는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감성을 넣고 싶어 일기장 대신 <사색 노트>라 정했다.

내게 사색 노트는 내 삶의 많은 굴곡을 기록한 역사서다. 내 분노, 슬픔, 기쁨 등을 모두 적으려 노력했다. 내 성장기가 온전히 담겨있고, 누구도 보여줘선 안되는 비밀 노트다. 누군가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권’ 따위의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사색 노트를 가져간다고 말하겠다. 그러면 왠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사색 노트>가 뜸했다. 방금 펼쳐보니 무려 한 달간 작성하지 않았다.

사색 노트를 붙잡고 씨름한 수많은 밤이 떠오른다. 사색 노트가 나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사색 노트를 쓰지 않은 나는 내가 아닐까? 사색 노트를 쓰지 않고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어쩌면 내가 더 이상 사색 노트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라면, 어쩌면 더 이상 사색 노트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면.

더 이상 가지고 놀 수 없게 된 장난감이 생각난다. 마치 영화 <토이 스토리>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장난감 없는 놀이를 알게 돼 실컷 즐기다, 문득 장난감의 존재를 떠올린 소년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갑자기 즐겁지 않은 기분이랄까?

◆ 다시 소년으로, 그래서 왜?

올해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직을 했고, 이사를 했다. 전에 없던 많은 소비로 인해 통장이 비워졌고, 새로운 도전이 눈앞에 쌓여있다. 함께하던 많은 친구가 주변을 비웠고, 그보다 더 많은 친구가 주변을 채웠다. 많은 것을 얻었고, 잃었다. 잃은 만큼 얻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하다. 잃어버린 장난감은 어쩌면, 내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많은 것을 가졌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만 무슨 수든 쓸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면, 내가 가지게 된 많은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그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따라가던 것은 ‘나’ 였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껄끄럽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다시 나로 돌아간다. 나로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까? 잃어버린 내가 돌아올 수 있게 기다리면 될까? 잃어버린 내게 북극성은 뭘까? 나는 내 북극성이 될 수 있을까?

“절대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질문을 다시 시작한다. 어쩌면 너무 멀리 와버린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왜 ‘나’를 찾아야 할까? 내가 아닌 ‘나’는 뭘까? 놓았던 내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

어디서 잃어버린 지 모를 나를 찾기 위해, 수 없이 읽은 책들을 뒤로 한 채, 수 없이 쓴 사색 노트를 뒤로 한 채 그저 내게 묻고 싶다.

어디로 갈까?

인상 깊은 문구


  •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만 무슨 수든 쓸 수 있다.
  • 문제를 해결하려면 껄끄럽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 진단형 질문을 잘하고 싶으면 누구나 외면하기만 하는 것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나쁜 소식’이다.
  • ‘무엇이 잘못됐는가?’ 물으려면 나쁜 소식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 먼저 상황을 진단한 후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법이다.
  • 내 앞에 어떤 과제나 기회가 있는지 밝히자. 그게 왜 중요한지 묻자. 목표를 분명하게 표현하자. 거기에 내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는가?
  • 내가 무엇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 하지만 훗날 실제 전쟁을 통해 밝혀졌다시피 후세인에게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 첩보가 틀린 것이었다. 미국 전부가 마땅히 질문해야 할 사람들에게 질문하지 않은 탓이었다.
  • 그는 그 일에 열정이 없었다. 그리고 가족들도 반대였다. 특히 수년 전부터 한 번씩 우울증이 도지는 부인 알마가 그랬다. 선거운동도 고생길일 게 뻔했다. 만약 그가 당선되어 그녀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된다면 대중 앞에서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시달릴 텐데, 도저히 그런 희생을 부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파월이 후보로 나서는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 연구 결과를 보면 공감 능력이 풍부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의사도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치료를 잘한다. 다양한 연구에서 공감 능력이 치료 효과 향상, 스트레스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 헬런은 내게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 사람의 관점을 취하는 것” 이라고 했다.
  • 집중하는 경청자와 공감하는 질문자가 되기 위해 특별한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배리는 노벨상 수상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심리 이론을 따른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의 뇌가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시스템1’은 일종의 저속 기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어디서든 작동하며 우리가 쉽게 결정을 내리고 즉답을 도출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뇌의 자동항법장치라고 보면 된다. 이것은 주변 환경과 기준점이 우리에게 익숙할 때 작동한다. 예를 들어 누가 2 더하기 2는 얼마냐고 물으면 무심코 4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 물음표 없는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위협받고 심문받는 느낌이 덜할 수 있다.
  • 내가 사용하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 중에는 물음표가 분명히 있는 질문도 있다. 나는 이를 ‘메아리 질문’이라 부른다.
  • 대의를 생각하면 투지가 생긴다.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면 권위가 생긴다. 주의 깊게 들으면 기회가 생긴다.
  • “나는 인터뷰에 들어갈 때 두 가지를 가정합니다. 하나는 내가 안 물으면 아무도 안 물을 거라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그 사람과 앞으로 두 번 다시 대화를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우리 모두 힘 있는 사람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질 권리가 있고 또 그럴 책임이 있습니다.”
  • 창조형 질문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상상하게 한다. 창조형 질문은 황당한 아이디어를 환영하고, 뻔한 아이디어를 묵살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 창조형 질문의 핵심은 미래다. 그러니 미래로 가보자. 미래의 시점에서 질문하고 사람들에게 함께 미래로 가자고 청하자.
  • “이제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미래입니다. 방금 전국 대학 순위가 발표됐습니다. 우리 학교가 최상위권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미래에 대해 현재 시제로 묻자. 미래를 뚜렷이 밝혔으면 이제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찾자. 물론 생각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서는 앞으로 기준점을 통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역경을 이겨내야 할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물을 수 있다.
  • 한번은 에드가 일부러 엉망으로 쓴 대본을 제작진 회의에 가져가서 혹시 지적하는 사람이 있나 봤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는 팀원들이 무작정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진정으로 창조적인 작업을 하게 하려면 그들을 이끄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통치며 명령할 게 아니라 질문을 던져야 했다.
  • 출판사를 운영하는 내 친구 제이가 고위 편집자들과 워크숍을 떠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먼저 한 가지 활동을 제안했다. 가상 상황을 설정해서 그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는 출판사에 위기가 닥쳐서 모든 잡지의 예산을 50퍼센트 삭감해야만 한다고 가정했다. 직원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삭감합니까?”, “당신은 무엇을 합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합니까?” 편집자들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산을 해가면서 직원, 비용, 페이지 수를 줄이고 종이 품질과 마케팅에서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강구했다. 판매 부수와 관리운영비를 검토했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그냥 워크숍 활동일 뿐이었으나 모든 사람이 동조해서 진재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반전이 생겼다. 뜻밖에도 제이가 편집자들에게 방금 삭감한 돈을 돌려준 것이다. 단돈 1 센트도 빠짐없이. 하지만 그는 편집자들에게 조금 전에 줄였던 예산액을 새로운 기준점으로 삼으라고 했다. 그들이 ‘절감한’ 비용은 어디든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었다. “무엇을 만들겠습니까?”, “어떻게 투자하겠습니까?” 그 대답을 토대로 이 출판사는 현실에서 잡지 5종을 쇄신하고 내셔널 매거진 어워즈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회사의 순이익도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 맥킨지 집필진은 “뇌가 정보를 재분류하여 습관적 사고 패턴을 초월하도록 강제할 때만 진정으로 참신한 대안을 상상할 수 있다”고 썼다.
  • 절대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 “고객을 만족시켰다는 건 그냥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켰다는 것밖에 안 돼요. 이 업계에서는 그 정도로는 부족해요. 기대를 초월해야죠.”
  • 손님을 대하는 직원은 누구나 ‘뒷수습이나 손님의 즐거움’을 위해 하루 2,000달러 내에서 재량껏 지출하거나 외상이나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직원들이 조직 문화에 물들게 하려면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 자신이 어떤 유형의 경청자인지 알면 타인의 말을 더 잘 듣고 이어서 던져야 할 질문이나 탐색해야 할 영역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해버리기 일쑤다.
  • 과학에 완전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왜?’에 대한 답이 다시 무수히 많은 ‘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연구하고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한다.
  • 현실에서는 이런 유의 질문을 동반하는 사고방식을 굳이 생활과 업무에 적용하게 할 유인책이 별로 없다. 상사 앞에서 “저한테 신제품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면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
  • 여기 요술 지팡이가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 역대 최악의 실패는 무엇이었습니까?
  •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소크라테스를 대화에 좀 더 초대해볼만 하다.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쟁점이나 껄끄러운 결정을 논할 때 말이다.
  • 말기 간호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인생과 자기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고 믿는다.
  • 한 49세 여성은 “내가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삶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종이에 적어놓으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뤘는지 보는 눈이 열렸다.”고 밝혔다.
  • 어떤 사회에서는 질문을 노골적인 위협으로 여긴다.
  • “질문이 너무 많습니다. 데리고 다니기가 좀 힘든 분이군요.”라고 북한 측 보호관이 그녀에게 말했다.
  • 내 질문 앞에서 열다섯쯤 된 아이들은 지친다는 듯이 눈을 굴리기도 했다. 아들은 “아빠, 저녁 먹을 땐 기자 일 좀 그만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 이제껏 내 인생이 모든 단계에서 풍요로웠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질문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읽게 된 동기 ]

작년 11월, 광안리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때 인테리어 소품으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갔을 때 우연히 눈에 띈 책이다. 에어비앤비를 정돈하며 초반부를 읽었는데, 포커 얘기가 나오길래 의아했었다. 결정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에 포커가 무슨 상관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후 해당 에어비앤비를 그만두며 서울로 갖고 올라왔고, 최근에 쭉 읽을 기회를 잡았다.


[ 한줄평 ]

우리는 최고와 결과와 최고의 의사결정을, 그리고 최악의 결과와 최악의 의사결정을 구분할 수 있는가?


[ 서평 ]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인지심리학 석사, 박사 과정을 밟다 20년에 걸친 전문 포커 플레이어 경력을 쌓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포커를 통해 의사결정을 배우게 됐다. 한 포커 게임이 시작하기부터 끝나기까지 각 플레이어들은 대략 2분의 짧은 시간 동안 스무 번 남짓의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이는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연구하기에는 훌륭한 연구소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베팅하듯 사고하는 것이 우리 미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지를 흥미롭게, 그렇지만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의사결정의 질과 결과의 질을 동일시하는 사고 방식, ‘결과로 판단하기’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결과론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수익이 나면 잘했고, 손해를 봤다면 못했다고 본다.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상권을 분석하거나 사업 전략을 짜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도 결과가 안 좋다면 우리는 쉽게 후회하며 자책한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사고 방식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는 사후확증편향, 즉 결과와 의사결정 사이의 과도하게 밀접한 관계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을 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더라도, 이는 좋은 의사결정이었다고 볼 수 없다. 결과가 좋아도 의사결정의 질이 나빴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인생은 체스가 아니라 포커다.

운의 개입이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체스와 달리, 우리 삶에서의 모든 결과는 실력과 운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이었어’ 또는 ‘결과가 좋았으니 잘했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기꺼이 내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음주운전을 했지만 집에 잘 들어왔으니, 앞으로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의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믿음을 돌이켜봐야 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 중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았던 점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무언가를 들었을 때 이에 대해 판단을 하고 믿음을 형성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무언가를 들었을 때 이게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우리의 기본값은 ‘믿는다’인 셈이다. 심지어 어떤 정보가 거짓이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어도 말이다. 또한 우리는 한 번 믿음을 형성하고 나면 접하는 근거를 이 믿음에 맞추는 경향이 있으며,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을 명확한 정보를 접해도 처음의 믿음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 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할 때 그 친구가 사과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저녁에 사과 먹으면 독이라던데?”라고 나는 말했다. 그 친구는 처음 듣는다며 왜 그런지를 물었고, 나는 그냥 어머니께서 그렇게 얘기하셨다고 답했다. 심지어 그 친구가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구글링을 해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보여줬음에도, 나는 이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내 의견에 부합하는 블로그 검색 결과들을 보여주며 “봐봐”를 연발할 뿐이었다. 저녁에 먹는 사과에 대한 내 믿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정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2000년대에 한국에서 선풍기 사망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도 이를 쉽게 믿지 못하고 선풍기를 조심스러워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스스로의 그릇된 믿음을 깨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내기하기’가 있다. 내 발언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내기할래?”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맹목적으로 믿고 있던 사실의 출처, 정보의 최신성 등을 그제서야 돌이켜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내기할래?”라고 물을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나의 경우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친구가 “저녁에 먹는 사과가 독인지 뭘 걸 수 있어?”라고 물어봤다면, 나는 사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조금 더 빨리 인지했을 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의 믿음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옳다’와 ‘틀리다’의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의도적 합리화를 피할 수 있으며, 믿음에 어긋나는 정보를 접해도 더욱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확신에 차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비교적 어려운데, 불확실성을 표현함으로서 그들의 협력을 유도한다는 점 또한 하나의 혜택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나는

저자의 오빠가 2004년에 토너먼트 결승전의 해설을 맡은 날 우승한 프로 선수 필 아이비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아이비는 자신의 승리를 축하하기보다 저자의 오빠에게 각각의 전략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우선 나부터) 성취를 거둔 날 자기만족보다 의사결정을 되돌아보는 것을 우선시한 경우를 본 적이 없기에 매우 인상깊은 경험담이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인생을 봤을 때, 당장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결과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결과물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우리가 어떠한 점을 배울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결과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ㅡ 아니면 아예 배울지 말지 ㅡ 알아내는 것은 또다른 베팅이 된다. 결과물이 나올 때 그것이 운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우리가 내린 특정한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한 결과물이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후에 엄청난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또다른 베팅이다.

결과물로부터 유의미한 배움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이 실력의 영향이고 무엇이 운의 영향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좋은 결과는 실력이며 나쁜 결과는 운을 탓하려는 자기위주편향의 영향 때문이다.

저자는 자아상을 긍정적으로 업데이트할 근거를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타고난 경향을 다르게 활용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주변 사람들보다 타인의 실력 또는 내 실수를 더 잘 인정하거나,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얻어보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을 베팅처럼 인식해보는 것을 권한다. 베팅을 한다고 생각하면 믿음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며 암묵적으로만 고려하던 것을 명시적으로 짚어본다. 이 과정에서 대안적인 가설을 시험해보며 우리는 비교적 심적 부담을 덜 겪으며 기존 믿음에 합리적인 수정을 가할 수 있게 된다.

발전적인 지식공동체가 되기 위한 조직의 특징

스타트업 예비창업가인 내 입장에서, 가까운 미래의 가장 큰 과제는 조직 문화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어떠한 규칙들을 세우고, 어떠한 분위기를 장려해야 우리가 바람직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뚜렷한 하나의 해답이 없기에 더욱 어려운 과제로 다가온다. 다행히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에는 나에게 이 과제에 있어 꽤나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준 단비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특정 시각을 합리화하는 경향인 확증적 사고를 피하고 대안들을 공평하게 고려하는 탐색적 사고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규율을 명시해야 한다.
(1) 그룹 내 진실 추구와 객관성, 열린 마음을 보상하며 정확성(확증성말고)에 집중.
(2)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설명할 책임(사전에 회원들에게 고지되어야 함)
(3) 다양한 생각에 대한 개방성

조금 더 풀어쓰자면, 정확성과 솔직함에 사회적 인정이라는 보상을 하여 조직원들의 내적 동기부여를 이끌어야 한다. 동시에 ‘운이 나빴어’와 같은 확증적, 편향적 사고를 만류하며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분위기를 장려해야 한다. 동시에 서로 의견, 행동, 믿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토론을 장려해야 한다. 어떠한 전략의 방향성을 정하고자 할 때, 해당 전략에 대한 반대 의견도 현명한 결론 도출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발전적인 지식공동체가 되기 위한 CUDOS 모델에 대한 설명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인즉슨,
Communism 공유주의: 데이터는 개인이 아닌 전체에 귀속된다.
Universalism 보편주의: 주장과 증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이든 보편적인 잣대를 적용하라.
Disinterestedness 무사무욕주의: 그룹이 하는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갈등을 경계하라.
Organized Skepticism 조직화된 회의주의: 소통과 반대 의견을 장려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토론하라.

공유주의의 관점에서, 그룹이 생산적인 진실 추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부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토론할 때에는 일부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의식해야 하며, 서로 세부적인 내용을 뽑아내기 위해 활발하게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현실 평가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

보편주의 규범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와 메시지 전달자를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특정 내용의 출처가 우리가 훨씬 중요하게, 또는 훨씬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출처라고 상상해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그룹과 소통할 때에는 특정 메시지의 출처를 밝히지 않음으로서 메시지 전달자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의견을 서로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출처와 마찬가지로 결과물을 그룹원들이 미리 알면 의사결정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렇기에 결과물을 보지 못하게 하면 무사무욕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의 일환으로, 결과가 알려지기 전에 의사결정을 해석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조언을 구할 때에도 결과를 미리 얘기하지 않고, 의사결정 그 자체만으로 판단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상적 이해관계 상충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논쟁 시 상대의 입장을 주장해보며 가치를 찾아내는 조직원에게 보상을 하는 것도 그룹의 편향을 없앨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룹의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소통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국무부의 디센트 채널처럼 건설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시각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포인트들은 원론적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등 세부 방침들은 내가 앞으로 어떠한 조직을 이끌거나 속하든 끊임없이 고민하며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 효과적으로 이러한 규율들을 살려 생산적이며 성장 위주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도 더욱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인상 깊은 문구 ]

우리가 늘 놓쳐온 결정에 대한 첫 번째 전제

  • 사후확증편향어떤 결과가 나온 후에 그 결과가 필연적이었던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 (p. 23)
    이러한 생각은 결과와 의사결정 사이의 과도하게 밀접한 관계로부터 만들어진다.
  • 숙고 체계에서 의사결정을 더 많이 처리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의 심사숙고하는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p. 29)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숙고 체계가 의도한 방향으로 반사 체계가 움직이게 만드는 것 (p. 33)
  • 훌륭한 의사결정은 건전한 사고 과정의 결과물이며,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의 지식 상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려는 시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 지식의 상태는 ‘잘 모르겠다’부터 ‘확실하지 않다’까지 여러 형태를 띤다. (p. 51)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객관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우리가 실행해야 할 첫 번째 단계
    모든 의사결정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시하면 단기적으로는 안심이 될지 모르지만 의사결정의 품질에 가해지는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p. 83)
  •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더 나은 의사결정자가 될 수 있는 까닭 … 두 가지 (p. 53)
    첫째, ‘확실하지 않다’는 그저 이 세상을 좀 더 정확히 묘사한 말일 뿐이기 때문
    둘째, 확실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면 흑백논리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
  • 의사결정은 미래에 대한 베팅이다. 그리고 특정한 반복 회차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맞다’거나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의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p. 59)

흔들림의 정체를 알아야 중심을 잡는다

  • 삶의 기술 중 일부는 믿음을 세심히 고쳐나가는 방법, 즉 경험과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믿음이 세상을 더욱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얻어진다. (p. 87)
  • 우리가 듣고 읽는 것을 믿도록 기본값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 (p. 90)
    심지어 어떤 정보가 거짓임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어도 여전히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우리가 가진 다른 많은 비합리성과 마찬가지로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 역시 정확성보다는 효율성의 방향으로 발달되어 만들어진다. (p. 91)
    우리는 대부분 조사해보지도 않고 어떤 사실을 믿으며, 심지어 그 사실을 바로잡을 명확한 정보를 손에 넣은 뒤에도 처음의 믿음을 유지한다. (p. 96)
  • “우리는 어떤 일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 우리는 스스로 그 사건에 대해 내린 결론에 따라 행동한다. (p. 99)
  • 어떤 믿음이 자리잡으면 … 우리로 하여금 믿음을 확인시켜줄 증거들을 찾아내게 만들고, 그 증거의 정당성은 거의 의심하지 않게 한다. 또 믿음과 모순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한다. 이렇게 무한히 순환하는 비이성적인 정보 처리 패턴의도적 합리화라고 한다.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우리가 가진 믿음에 이끌려가고, 그러한 방식은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단단해진 믿음은 또다시 더 많은 정보의 처리 방식을 이끈다. (p. 102)
  •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우리를 우리가 이미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현상 (p. 104)
  • 똑똑한 사람들이 더 심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p. 106)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줄 이야기를 구성하는 실력이 좋고, 데이터를 자신의 주장이나 시각에 부합하도록 짜맞출 수 있다.
  • 맹점편향 … 남들의 편향된 논리는 잘 알아보면서 자신의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비합리성 (p. 107)
    똑똑한 사람일수록 맹점편향이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 “자신의 편견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것을 더 잘 극복하지는 못했다.” (p. 107)
  •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맞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미래의 자신을 상대하는 것이다. (p. 110)
  • 우리의 믿음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키는 데는 많은 혜택이 뒤따른다. 자신이 믿는 것에 자신감의 수준을 덧붙여 표현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게 된다. (p. 118)
    자신의 믿음에 대한 생각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키면 생각이 개방되고, 자신의 생각에 불일치하는 정보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옳은 것’을 ‘틀린 것’으로 무지막지하게 깎아내리는 대신 확실성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만 하면 기분이 덜 나빠지기 때문에 의도적 합리화에 무릎 끓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자신의 믿음이 불확실함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더욱 믿을 만한 대화 상대로 만들어준다. (p. 119)
    자신감의 수준을 표현하는 건 또한 다른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협력하도록 유도한다.

결정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 어떤 결과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ㅡ 아니면 아예 배울지 말지 ㅡ 알아내는 것은 또다른 베팅이 된다. 결과물이 나올 때 그것이 운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우리가 내린 특정한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한 결과물이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후에 엄청난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또다른 베팅이다. (p. 132)
  • 결과물은 무엇이 우리의 잘못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려주지 않는다. (p. 143)
    결과물을 통한 학습은 꽤 무계획적인 과정이 된다. 부정적인 결과물은 다시 돌아가 우리의 의사결정을 살펴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는데, 그 결과물 또한 의사결정과 관계없는, 불운에 의한 것일 수 있다.
  • 자기위주편향 (p. 147)
    좋은 일은 자신의 실력이라 여기고, 나쁜 일은 불운을 탓한다.
    자기위주편향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에 즉각적이고도 명백한 영향을 미친다. 나쁜 결과물의 상당 부분을 불운 탓으로 돌리다 보면 우리의 의사결정을 살펴보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낼 기회를 놓치게 된다. (p. 151)
  • 사실상 거의 모든 결과물에 운과 실력의 요소가 함께한다. (p. 155)
  • 자아상을 긍저적으로 업데이트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기위주편향의 기저를 이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편향을 극복할 해결책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p. 155)
  • 관찰을 통한 학습에도 편향이 수두룩하다. (p. 158)
    우리의 결과물을 생각할 때와 똑같은 흑백논리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완전히 반대로 적용한다. 자신의 나쁜 결과물은 불운 탓으로 보는 반면, 타인의 나쁜 결과물은 당연히 그들의 잘못이다. (p. 159)
  •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 다른 사람의 불운을 기뻐하는 마음 (p. 166)
    행복에서 대부분의 변수를 차지하는 건 바로 우리가 남과 비교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느냐였다. (p. 168)
  • 자신에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을 바꿈으로써 결과를 더욱 이성적으로 판독하고, 타인을 더욱 연민 어린 시선으로 대할 수 있다. (p. 169)
  •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야말로 자기만족에 젖은 축하의 저녁식사보다 더 중요했다. 그는 그날 50만 달러를 벌었고 세계적 수준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길고 긴 포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가 원한 것은 자기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는 동료 프로 선수와의 토론이었다. (p. 173)
  • 습관은 하나의 신경학적 고리를 통해 작동하는데 그것은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p. 173)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습관의 고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p. 174)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전의 신호를 지키고, 예전의 보상을 제공하되 새로운 반복 행동을 집어넣어야 한다”
    두히그는 습관을 바꾸려면 시간과 준비, 연습, 그리고 반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p. 184)
  • 우리의 두뇌는 긍정적인 자아상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남들과 비교해 경쟁하면서 스스로를 바라보도록 만들어졌다. 거기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설치할 수는 없다. (p. 174)
    자기 삶에 있어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반복 행동과 남과 비교할 때의 기준을 바꾸는 편이 낫다 (p. 175)
    반복 행동을 바꾸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럴 때 남과 비교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려 하는 타고난 경향을 이용하면 좋다. (p. 177)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잘하고 있다는 느낌의 보상을 유지하되 그 ‘잘하는 일’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른 사람보다 타인의 실력을 더 잘 인정하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실수를 더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 열린 마음으로 어떤 결과물 속에서 가능한 이유들을 더 잘 탐색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특히 그것이 당신을 안 좋게 보이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경우에도 말이다.
  •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어떤 결과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본다. (p. 176)
    “많은 사람들이 나더러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 선수라고 합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생각덕분에 언젠가는 내가 정말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미아 햄
  • 우리가 결과를 판독하는 방식을 두고 누군가 중요한 내기를 걸어온다면 우리는 곧장 자기위주편향을 넘어설 것 (p. 180)
    결과 판독 방식을 분명하게 베팅으로 인식하면 전보다 훨씬 다양한 대안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 (p. 181)
  • 베팅하듯 생각하면 또한 관점을 바꾸어 자신의 결과를 판독하는 방식과 남의 결과를 판독하는 방식 사이 차이점을 이용해 객관적인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 베팅할 때에는 그 결과물이 내 것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p. 182)
  • 대안적인 가설을 시험해보고 관점을 바꾸는 훈련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고 나면 결과물이 100퍼센트 운 혹은 100퍼센트 실력 덕분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뚜렷해진다. 이건 곧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의문조차 품지 않고 기존의 믿음을 재확인하거나 믿음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것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가능한 범주 속에서 믿음에 수정을 가할 수도 있다. (p. 182)
  •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고치고 싶은 마음의 습관과 그것을 고치는 방법을 규명하는 것이다. 첫 단계는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두 번째는 우리가 이 과정을 홀로 감당하지 않을 때 변화를 일으키기가 더 쉽다는 것을 인지하는 단계다. (p. 187)

그 결정 칭찬합니다

  • 우리와 함께 진실 추구를 위한 그룹을 형성하고 그에 관련된 힘든 일을 도와줄 사람을 몇 명이라도 찾아낸다면 분명 상황은 변할 것이다. (p. 198)
    의사결정을 베팅으로 여기는 데 초점을 맞춘 그룹을 만들거나 그런 그룹에 가입한다는 건, 사회적 통념을 수정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열린 태도를 보이고, 타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두 가지 유형의 그룹 논리 스타일 (p. 204)
    확증적 사고(confirmatory thought) … 특정 시각을 합리화하려고 일방적인 시도
    탐색적 사고(exploratory thought) … 대안적 시각을 공평하게 고려
  • 반향실(echo chamber) …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쪽에 치우친 주장을 확산시키는 현상 (p. 205)
  • 그룹 내에서 확증적 사고를 피하고 탐색적 사고를 독려하기 위해 일원들끼리 합의해야 할 점들 (p. 205)
    의사결정자가 어떤 의견을 내기 전에, 그 의견을 향후 특정 청자들에게 해명하게 될지 모른다는 책임감을 가지면 복합적이고 개방적인 사고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그 청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져야 한다.
    (a) 그들의 시각이 공개되지 않았다.
    (b) 정확성에 관심을 가진다.
    (c)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 수준까지 갖추고 있다.
    (d) 의사결정자의 판단 근거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다.
  • 각 개인을 올바른 방법으로 모아놓는다면, ‘바람직한 논리’라는 사회 체계를 새로이 생산해내는 그룹을 만들 수 있다. 올바른 논리란 어떤 구성원이라도 자신의 논리성을 이용해 나머지 구성원의 주장의 부당함을 증명할 수 있고, 모든 일원이 정중히 행동하도록 하는 유대감이나 숙명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진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그룹 내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p. 206)
  • 진실 추구라는 규율의 청사진 (p. 206)
    (1) 그룹 내 진실 추구와 객관성, 열린 마음을 보상하며 정확성(확증성말고)에 집중
    (2)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설명할 책임(사전에 회원들에게 고지되어야 함)
    (3) 다양한 생각에 대한 개방성
    그룹의 규율은 회원들에게 명확하게 공지 (p. 207)
  • “난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네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건 아니지만 어떤 패에 대한 질문이라면 하루종일 쏟아내도 좋아. 그렇지만 불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포커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p. 207)
    그는 내게 그와 같은 그룹에 속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운이 나빴어’ 같은 확증적 혹은 편향적 사고를 만류했다. 그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걸 찾고 그 일들에 대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것을 권장했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상호작용을 통해 그 일들에 대해 내게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알려주었다.
  •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너무나 갈망하는 나머지, 난생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생산적인 의사결정 그룹은 정확성과 솔직함에 사회적 인정이라는 보상을 내림으로써 이런 욕구를 잘 이용한다. (p. 209)
    이때 주어지는 보상은 그룹 내 다른 회원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나를 포커 전략의 세밀한 부분으로 끌어당기는 심도 깊은 분석이었다. 또한 똑똑하고 잘 나가는 포커 플레이어들이 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점점 자주 내게 의견을 묻기 시작한다는 것 또한 큰 보상이 되었다. 반대로 규율과 반하도록 나의 불운에 대해 투덜거릴 때나 단순히 이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칭찬받고 싶어할 때면 그들은 못마땅함을 표시했다. (p. 210)
  • 이긴 경기에서 실수를 찾아내는 행동을 결과물과 의사결정의 질을 서로 분리시키는 습관을 발달시켰다. (p. 211)
  • 책임 연습 … 우리의 행동이나 믿음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해명할 용의나 의무 (p. 214)
    언제나 내기의 가능성이 도사리는 환경에 있다보면 의도적 합리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환경은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는 정보를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바꾸고, 진실 추구 그룹이 장려하는 시각 변화를 촉진시킨다. 우리가 가진 믿음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라도 더이상 유해한 시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더 나은 베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어 오히려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내기에서의 승리는 곧 자아상의 긍정적인 업데이트를 불러온다.
  • 자기위주편향을 피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손실 한계’를 미리 정해둘 것을 추천 (p. 215)
  • 스스로 정한 선을 넘을 경우 그 이유에 대해 나중에 그룹 사람들에게 해명해야 함을, 즉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 (p. 215)
  • 디센트 채널과 레드 팀은 상대 의견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일의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밀의 원칙을 훌륭하게 실행에 옮긴 본보기 (p. 220)
  • 의견의 다양성에 충실한 행동은 우리 의사결정 그룹에도 적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p. 221)
    반대했던 사람을 그 그룹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이유를 고려하게 함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이 결론에 더욱 현명하게 접근하도록 도울 수 있다.
  • 판사들의 판단도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성향을 따른다 (p. 223)
    판사진이 정치 성향 면에서 다양하게 구성된 경우 다양성이 판결의 질을 높여준 분야가 서너 군데 있었다. (p. 224)
  • 우리 자신이 반향실에 들어가 있을 때에는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에 푹 빠진 나머지 그것이 언제나 합리적이고 옳게만 들리기 때문이다. (p. 228)
  •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반대 의견을 얻고 독려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베팅 시장을 마련하고 있다. (p. 235)
    같은 회의실 안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내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일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더욱 잘 개진하게 된다.

새로운 결정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들

  • 발전적인 지식공동체의 이상형 모델, 즉, CUDOS (p. 239)
    Communism 공유주의: 데이터는 개인이 아닌 전체에 귀속된다.
    Universalism 보편주의: 주장과 증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이든 보편적인 잣대를 적용하라.
    Disinterestedness 무사무욕주의: 그룹이 하는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갈등을 경계하라.
    Organized Skepticism 조직화된 회의주의: 소통과 반대 의견을 장려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토론하라.
  • 우리가 불편하게 여긴다는 단순한 사실이 바로 그 정보가 온전하고도 균형 잡힌 설명을 제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신호다. (p. 243)
    우리 그룹 내에서 어떤 의사결정의 질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세부 내용을 공유하겠다는 합의는 생산적인 진실 추구 규범의 일부 (p. 244)
  • 어떤 의사결정을 토론에 부칠 때에는 우리가 일부 정보를 누락시킬 수 있음을 늘 의식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관련될 수 있는 정보는 뭐든 추가하는 식으로 만전을 기해야 한다. 평가할 때에도 필요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까지 뽑아내기 위해 서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p. 245)
  • 기업의 성공 요소 중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현실 평가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직원들은 이 점에서 성취를 거두고자 서로 경쟁을 벌일 것이다. (p. 248)
    데이터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는 데 합의하고,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보상을 내려보자.
  • 어떤 개념을 내놓은 사람이나 단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p. 250)
  • 메시지와 메시지 전달자를 분리시키는 또다른 방법은 그 메시지가 우리에게 훨씬 중요하게, 혹은 훨씬 덜 중요하게 여기는 출처로부터 왔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p. 253)
  • 정보를 선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 아이디어를 누구에게서 혹은 어디에서 들었는지 출처를 빼놓아라. (p. 253)
    처음에는 출처를 밝히지 말자. 메시지 전달자에 대한 의견(전달자의 전문성, 신용도와는 별개로)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쏘는(혹은 감사히 받아들이는) 일 없이 첫인상을 남길 기회를 그룹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
  • 결과물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사무욕을 더욱 강화시킨다 (p. 257)
    그룹이 결과물을 모른다면 의사결정 품질에 대해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물이 알려지기 전에 의사결정을 해체해보는 것이다. (p. 258)
    조언을 구할 때 결과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 그룹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모를 때, 사상적 이해관계의 상충에 무릎 꿇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p. 259)
  • 그룹이 회원들의 편향을 없애줄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반대되는 시각과 논쟁을 벌이면서 상대 의견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회원에게 보상을 내리는 것 (p. 259)
    논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만 확인하는 쪽으로 편향되어 있어 종종 교착 상태에 빠지기 때문
    두 사람이 충돌할 때 심판은 누가 논쟁을 가장 잘하는지를 목표로 서로 상대의 입장을 주장하게 만들 수 있다. 상대편의 주장을 강력하게, 믿을 만하게 주장하지 못하면 그 논쟁에서 이길 수 없다. (p. 260)
    이때 그룹에서 해야 할 일은 대안적 가설을 객관적으로 고려하는 행위에 보상을 내리는 규범을 마련하는 것
  • 진정한 회의주의는 정중한 태도와 예의바른 대화, 친근한 의사소통과 의미를 같이 한다. (p. 263)
    어떤 일들이 진실인 이유보다 진실이 아닐 수 있는 이유를 물으면서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
  •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룹과 소통하는 방식에 녹여넣으면 ‘대립만 일삼는 반대’는 눈 녹듯 사라진다. (p. 264)
  • 기업은 익명의 반대 채널을 설치해 구내 우편물실에 근무하는 말단 직원부터 중역 회의실의 간부들까지 두려움이나 파급 효과 없이 기업의 기존 시각에 반대되는 의견과 대안적 전략, 참신한 아이디어, 다양한 시각을 제안하게 할 수 있다. … 이러한 건설적 반대에 보상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각의 다양성이 절대 강화되지 않을 것이다. (p. 265)
  • 조언을 구할 때는 우리가 틀릴 수 있는 이유를 알아내기 쉽도록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좋다. (p. 265)
  • 누구와도 진실 추구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화시키는 의사소통 방법 (p. 267)
    첫째, 불확실성을 표현하라. 불확실성은 그룹 내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속도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 모두가 유용한 정보와 반대 의견을 공유하도록 격려한다. (p. 268)
    둘째, 찬성하는 말로 시작하라.동의할 수 있는 말에 귀를 기울여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뒤 ‘그런데’가 아니라 ‘그리고’로 다음 말을 이어라. … “네, 그리고 ……”라고 대답하라는 것이다.
    셋째, 진실 추구에 참여하겠다는 동의를 구하라. 누군가 당신에게 온갖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것인지, 조언을 청하는 것인지 명확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초점을 맞춰라. … 이미 벌어진 일들을 새삼 다시 이야기하는 대신, 앞으로 일이 더 잘 풀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

오늘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 의사결정자로서 우리는 오히려 과거와 미래의 자신과 만나야 한다. (p. 277)
    의사결정의 순간에 그것에 대해 그룹 사람드로가 함께 나눌 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잠시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욱 합리적인 길에 머물게 된다.
    정신적으로 시간여행을 함을 뜻하는 용어 크로네스테시아(chronesthesia) (p. 278)
    숙고 체계에서도 온갖 비합리성이 나타난다. 그러나 반사 체계에서 벗어나면 감정적인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낮추고, 자기반성과 경계를 통해 편향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유용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정신적 시간여행 전략을 이용하는 것이다. (p. 281)
  • 미래의 자신을 희생시켜가면서도 현재의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려하는 이러한 경향시간 할인(temporal discounting) (p. 281)

읽게 된 동기


STEW 경영소모임 3/4분기 지정도서

한줄평


내가 만약 1인 기업이라면, 어떤 분야에 특화된 기업일까?

서평


지난 5월 조직을 옮기고, 어느새 만 4개월이 지났다. 웹사이트 2개를 오픈했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사회생활 8년 차. 시작부터 지금의 모습을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꽤 다양한 경험과 능력치를 갖게 됐다. 이제는 이 능력치들을 잃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는 게 부담이 될 정도다.

HBR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만약, 아니 다시 1인 기업이 된다면 어떤 곳에 특화됐을까? 그리고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할까? 새로운 조직에서 내 경험치를 검증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업일까?

프리랜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발주사 프로젝트에 투입돼 상주하는 SI 프로젝트였고, 수주 사가 친정 회사였기에 아는 사람도 많긴 했다. 그럼에도 약 2년 동안 이뤄진 프리랜서 경험은 내가 홀로서기를 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사실 첫 회사를 4년간 다니며 ‘나는 절대 프리랜서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났던 많은 프리랜서 개발자에게서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며 창업한 개발자에게 돈을 벌어본 경험이라곤 개발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독립 컨설턴트는 또한 회사 소속 컨설턴트보다 일과 삶의 균형에 훨씬 만족했다. 이들은 사내 정치 등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 고객을 위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개발자는 꽤 혼자 노는 종족 같지만, 실상은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치에 따라 개발자의 평가가 극으로 갈린다. 나는 기술력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은 개발자였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부차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부차적인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십수 개 자바(Java) 클래스보다 한마디 말이 더 강한 법이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2년 동안 일하며, 역시 내가 원하던 길이 아니리라 느꼈다. 퇴근 후(에너지가 남았던 날에는) 카페에서 맥북을 펼쳐 내 비즈니스를 만들 때는 ‘이게 바로 디지털 노마드구나!’ 하며 내 직업에 자부심이 뿜어져 나왔다. 어디든 노트북만 펼치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업의 장점이다. 특히, 혼자서 일한다면 시간과 장소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큰 매력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그것도 개발자로 일하며 아니, 기술력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나은 개발자로 일하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전문 프리랜서는 혼자다. 회사에 소속됐을 때는 다른 부서나 직원이 담당하던 행정적, 조직적 ‘지원업무’를 혼자 해야 한다.”

내가 혼자라는 것이다. 혼자일 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빛을 잃는다. 함께 할 때는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일을 덜어낼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는 일이 혼자일 때는 쉽지 않았다.

협업 플레이어로 치우친 나는 프리랜서로의 삶이 즐겁지 않았다. 나는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 혼자 히죽히죽 웃음이 나올 정도로 협업을 좋아한다. 한 팀으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게 동기부여를 주지 못했다.

긱 라이프스타일은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혼자 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독립 컨설턴트는 프리랜서 생활이 “가끔은 외롭다”고 고백한다.

우연한 기회에 예스24 채널예스에 칼럼(오세용의 IT 이야기)을 기고하고 있다. 어쩌면 여전히 프리랜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감을 찾기 위한 과정은 너무도 외로운 시간이기에 혼자서 하면 즐겁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칼럼 제출일이 다가오면 다소 예민해진다.

혼자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내 방향과 다르다는 것.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지만, 이후 내 선택에 힘을 실어준 경험이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그렇게 홀로 일했던 프리랜서 포지션을 던지고, 기자로 일했다. 기자 역시 독립적 성향이 강한 포지션이다. 회사 사무실에 내 고정석이 없을 정도니 때로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 팀원들과 매일 온라인 대화를 하고, 종종 오프라인 회의를 하기도 했지만, 내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강한 것은 역시 ‘월급’이었다.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대표자를 겸했고, 이후 기자 생활까지 합치면 3년여 시간을 독립적으로 보냈다. 일하면서 외로운 만큼 일의 결과에 나만 돋보이긴 했지만, 나는 혼자보다 함께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첫 회사 인연을 다시 만났다. 새로운 회사에서 팀을 꾸렸고, 지난 4개월간 10명이 한 팀으로 일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나는 지금의 장점이 마음에 든다.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꽤 많은 시간, 이 습관과 함께 했더니, 이제는 사람의 특성을 꽤 잘 잡아낸다. 팀원들은 기자 생활을 해서 그렇다 하지만, 기자이기 전에 이게 원래 내 캐릭터다.

10명은 꽤 큰 팀이다. 각자 포지션은 물론, 능력치가 다 다르다. 10개 파트를 커버할 수 있다면,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처음 팀에 합류하고, 언제나처럼 분위기와 특성을 파악했다. 한 달여 시간 동안 내 눈에 보이는 팀의 구멍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프리롤을 부여받고, 내 다재다능을 뽐냈다. 덕분에 팀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었다.

처음엔 서비스 분석을 하다가,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했다. 설계한 아키텍처를 간단히 검증하는 코드를 짰고, 이후 문서 작업을 시작했다. 문서 작업을 하며, 기존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웹사이트를 검증해줄 테스터가 필요했다. 도구를 사용해 검증을 시작했고, 이후 전사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가이드 했다. 수정사항이 쌓여 간단한 기능을 수정했고, 틈틈이 우리 서비스를 알리기 시작했다. 서비스의 전반적인 부분을 검토하다 보니 기획적 결함도 발견했고, 이 역시 내가 할 일이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기술적 레벨을 올리고 싶어 합류했지만, 우선 팀의 방향성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늘 나보다 나은 팀원이 곁에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다른 팀원보다 나은 기술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도메인과 경험치 등 다양한 능력치가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야 한다.

“파크와 고어 모두 초창기부터 혁신과 회복 탄력성을 뒷받침해온 문화 규범들을 통합한다. 문화 규범 중 다수는 회사 초창기부터 계승해 온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규범은 ‘리더십’이 직함과 관계없이 이를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공통된 신념이다.”

조직으로서 10명은 작지만, 같은 프로젝트 팀으로서 10명은 크다. 그리고 팀의 크기와 반비례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각자가 방어막을 치고, 일을 미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어쩌면 그동안의 내 독립적 경험치가 강한 시너지를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내 핵심 가치는


2018년 규모 있는 콘퍼런스에서 꼭 나오는 단어가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디스트럽션.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단어다. 나는 이런 마케팅 단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때문에 회사의 존재 이유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회사가 초점을 둬야 할 기술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디지털 파괴를 하려면 핵심 사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은 결국 사업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만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등 커리어의 깊이보다 너비에 중점을 둔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경험을 원했고, 다양한 능력치를 원했다. 어떤 포지션 하나로 나를 정의하는 게 싫었다. 나는 나인데 말이다.

포지션이 중요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주요 비즈니스 파트에 속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해당 비즈니스에서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보다 얼마나 권한을 부여 받는지, 어떤 자유도를 받는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가 내 관심사다.

“샤프가 보기에 럭셔리란, 건물과 인테리어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접객 서비스에까지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타지에 머무르는 투숙객과 집과 직장을 대신하는 서비스, 따뜻함과 정중한 환대로 가득한 서비스, 이렇게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현장 스태프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방향에서 볼 때 더 부각되는 포지션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도 독립적일 때 모든 면에서 빛나지 않는다. 어떤 포지션을 고를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조직 관점에서 볼 때는 찬란한 빛 사이 불량 화소가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불균형적인 구조는 내가 기피하는 팀이다.

한 개 팀에 한 개 목표를 부여하는 것이 내 이상이다. 마치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이 유일한 골인 축구처럼, 간결한 팀이 좋다.

“지난 수십 년간 대가족, 종교 공동체, 정부 기관과 같은 전통적인 지원 시스템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직장은 사람들이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됐다. 회사는 직원에게 단순히 월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과 공동체 의식을 약속한다. 일은 우리 정체성의 핵심이고, 일생 동안 직장에서 도움을 받으며 의지한다.”

핵심 가치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계속 찾아야 할 숙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뿐이다.

인상 깊은 문구


  • 만약 어떤 기업이 현재 자원과 인력의 80%를 기존 제품 라인에 할애하고 있다면, ‘혁신 문화를 만들자’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 매우 불안한 시장침체기에 투자하는 피험자의 경우, 투자 전문가든 단순한 동료든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그들이 내린 결정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게 막았다. 중요한건, 실제로 대화 버튼을 사용한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소비자대출 신청자 238명이 참가한 실제 실험에서는, 상담원과 연결할 수 있는 선택권이 대출 이용률을 16%까지 끌어올렸다.
  • “기업이 이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인력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고객이 ‘다른 고객들’과 좁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고객의 선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 비언어적 방식으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은, 호감 가는 상대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즉, “당신에게 관심 있어요”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보다, 미소를 짓고 눈을 마주치는 편이 더 안전하다. 이런 비언어적 표현 방법이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을 받으면 전반적으로 성과가 악화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의 경우 하락 폭이 비교적 적었어요. 목표에 미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운전자들의 성과도 떨어졌지만, 목표를 달성했거나 초과한 운전자들의 하락 폭이 더 컸거든요. 또, 점수가 떨어지고 있는 걸 알게 된 운전자는 계속해서 피드백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보다 부족하다는 걸 아는 게 더 동기 부여가 되는 듯합니다.
  • 35%의 결혼이 온라인 만남으로 시작된다. 내가 여기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 수치는 3%에 불과했다.
  • 자녀나 손주와 같은 데이트 플랫폼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 최근 업워크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프리랜서 인력은 지난 5년간 370만 명이 늘어났다. 2018년에 미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어떤 방식이든 독립적으로 일했다는 의미다.
  • 유럽과 북미의 독립 컨설턴트 307명, 기업소속 컨설턴트 94명을 대상으로 업무 경험 및 더 큰 성공과 만족을 위해 필요한 능력에 대해 질문했다. 설문에 참여한 독립 컨설턴트들은 프리랜서 생활을 통해 커리어, 삶, 경제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 독립 컨설턴트는 또한 회사 소속 컨설턴트에 비해 일과 삶의 균형에 훨씬 만족했다. 이들은 사내 정치 등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 고객을 위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 약 67%가 연간 근로시간이 단축됐음에도 정규직으로 근무할 때와 동일하거나 더 많은 금액을 번다고 밝혔다.
  • 전문 프리랜서는 혼자다. 회사에 소속됐을 때는 다른 부서나 직원이 담당하던 행정적, 조직적 ‘지원업무’를 혼자 해야 한다.
  • 긱 라이프스타일은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혼자 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독립 컨설턴트는 프리랜서 생활이 “가끔은 외롭다”고 고백한다.
  • 만족도가 높고 성공적인 독립 컨설턴트는 긱 이코노미에서 일하는 특수한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세 가지 능력을 개발했다. 진취성, 심리적 탄력성, 정신적 민첩성이다.
  • 설문 참가자들의 경우, 독립 컨설턴트의 진취성 수준이 높을수록 커리어 만족도와 성공률이 높게 나타났다. 진취성이 높다는 것은 의식적, 지속적으로 커리어 계획이나 인간관계 관리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는 의미다.
  • 타인의 관점을 취하고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방법을 탐구함으로써 전문직 종사자들은 정신적으로 민첩해질 수 있다. 그 전략 중 하나는 다양한 청중에게, 다양한 포럼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아는 리더는 더 유능하고, 자신감 있고, 존경받으며, 승진 가능성도 크다.
  • 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감성지능(EQ는 핵심 리더십 기술이다)에 대한 자기평가는 남녀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상사가 그들의 EQ를 어떻게 평가할지 예측해 보라고 했을 땐 여성의 예측이 남성보다 세 배나 더 낮았다.
  • 멸종과 기후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글로벌한 이슈이며, 엄청난 수준의 협력과 신뢰를 요구한다. 미국, 브라질, 헝가리, 폴란드 등 여러 국가가 국수주의적 리더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행동과 멀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일부 단기 세금 감면 때문에 이런 글로벌 비상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리더를 지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우리가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의 대가는 바로 우리의 생존이라는 냉엄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글로벌 청소년운동을 시작한 스웨덴의 열여섯 살 현자,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전 세계 리더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인기를 잃는 게 너무 두려워서 영원한 녹색경제 성장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우리를 지금의 엉망진창 상황에 몰아넣은 그 나쁜 생각을 고수한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만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비상 브레이크를 밟는 게 상식적인 유일한 행동인 때에도 말입니다. 저는 인기에 관심 없습니다. 제 관심사는 기후정의와 살아 있는 지구입니다.”
  • 2018년 PwC가 7228개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49%가 전년도에 경제 범죄와 사기를 경험했다. 이는 2009년 조사한 30%보다 높은 비율이다. 범인은 절반 이상이 ‘내부인’이었다. 한편, 언론에는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기에 연루됐고, 도이체방크가 고객이 범죄행위로 번 돈을 조세피난처로 옮기도록 도왔고, 에어버스가 부패한 계약 관행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 널리 알려진 위법행위로 어려움을 겪은 회사의 고위임원 대부분은, 이런 사건을 그들이 감당해야 할 개인적 책임이나 조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썩은 사과 몇 개’가 일으킨 극히 드문 사건으로 봤으며, 예방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 설상가상으로, 의심스러운 사업 관행을 본 체하거나 학연에 속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다 들켰을 때 너그럽게 대한 리더도 아주 많았다.
  • 3877개 기업 가운데 608개 기업이 그해에 직원들이 저지른 화이트칼라 범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각 기업에서 보고한 가장 심각한 범죄를 살펴보니, 주범자의 42%가 해고되거나 조직을 떠나 법적 조치에 처해졌다. 46%는 해고됐지만 법적 조치는 없었고, 13%는 전출이나 경고 대상으로 되거나 그런 조치 없이 조직에 그대로 남았다.
  •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모든 조직에는 청렴성의 틈새가 존재한다. 즉,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이 그 조직의 리더가 설정한 규범에서 벗어나는 영역이다.
  • 최근 민형사상 고발을 당한 적 없는 혁신적인 포천 100대 기업 세 곳의 수많은 내부보고자료 데이터를 살펴본 뒤, 나는 각 회사에서 보통 사흘에 한 번꼴로 뇌물이나 재무 부정처럼 규제기관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위법행위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당시 1500명이던 우리 직원의 대다수가 사실 부패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바꿔야 할 잠재된 문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늘 이런 식으로 해왔고,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지름길을 택하는 문화였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기업가정신과 책임감 사이의 균형입니다.
  • 자진신고기간이 끝나고 18개월이 지나자 영업부서 최고관리자 70명 가운데 44%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정상적인 이직률은 15% 수준이죠. 대부분 자발적으로 그만뒀지만, 일부는 고용계약이 해지됐습니다. 게다가 본사와 사업부의 지원부서 최고관리자 절반 정도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제가 CEO가 됐을 때 고위 경영진에 속했던 여덟 명 가운데 여전히 NG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두 명밖에 없습니다.
  • 우리에게는 매우 박식하고 회사 입정에서 중요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거나 은퇴날이 가까워진 고령직원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욕이 넘치고, 분석적이고, 다른 산업에서 얻은 기술을 보유한 젊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그런 직원들의 보조로 일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몇 년 뒤 그들의 지위를 맞바꿨죠.
  • 협회에서 우리를 몰아내겠다고 협박한 직후, 우리는 혼자서는 산업을 정화할 수 없으며,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대형 경쟁업체 세 곳의 CEO와 개인적으로 접촉했습니다. 모두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었고, 존경할 만한 기업 같았습니다. 그들 중 두 사람을 개혁운동을 지지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것이 역동관계를 바꿔 놨고, 그런 다음 더 작은 규모의 경쟁업체들이 합류했습니다.
  • 우리는 본사에 걸려오는 협박전화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나와 통화가 안 되자 부하 직원 중 한 사람에게 접근했고, 그의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죠. “당신 아들은 좋은 아이고 학교에 다니고 있군. 그 애를 신경 써서 돌봐야 할 거야.”
  • 우리는 보안회사를 고용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기업 리더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AI가 도입 즉시 즉각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종의 플러그앤드플레이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AI는 다양한 능력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다기능 팀에 의해 개발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 AI가 폭넓게 도입되면 직원들은 알고리즘 추천으로 스스로의 판단과 직관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 AI 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 완전한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데에는 12~18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 기업 어느 부분에 AI와 애널리틱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첫째, 중심 ‘허브’ 내에 AI와 애널리틱스 역량을 구축한다. 둘째, AI기능을 분산시켜서 각 사업부에 대부분 배치한다.(‘스포크’). 셋째, 허브와 스포크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모델(‘허브 앤드 스포크’)을 활용한다.
  • AI로의 전환은 통상 18~36개월이 걸리며, 길게는 5년까지도 소요된다.
  • 애널리틱스 직원이 AI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애널리틱스는 그저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반드시 사업부가 이끌어야 한다.
  • 창업가형 리더는 일반적으로 조직의 하위직급에 몰려 있으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창출한다. 이들은 조직을 미개척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집단이다. 조력가형 리더는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며 창업가형 리더들이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설계자형 리더는 조직의 상층부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주시하며 조직문화와 거시전략, 조직구조를 감독한다.
  • 파크와 고어 모두 초창기부터 혁신과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해온 문화규범들을 통합한다. 문화규범 중 다수는 회사 초창기부터 계승해 온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규범은 ‘리더십’이 직함과 관계없이 이를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공통된 신념이다.
  • 파크와 고어의 리더에게는 팔로어들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리더들은 알아서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
  • 종합하면, 리더가 자신감, 전략 마인드,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 등의 자질을 발휘할 때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탄생해 하의상달식으로 자유롭게 발전해 나간다. 이런 자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지켜오 ㄴ세 가지 문화적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직무 자율성이다. 두 번재는 작은 시도를 여러 번 하며 적시에 자원을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세 번째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원칙이다.
  • 창업가형 리더보다 경험이 많고 수평적 조직 내에서 서열도 높은 편에 속하는 리더들은 프로젝트 리더들이 개인으로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 코칭이 창업가형 리더의 개인적 성장을 지원한다면, ‘연결’은 그들이 ‘창조적인 충돌’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조력가형 리더는 팀 리더들에 비해 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넓은 시야로 바라본다. 덕분에 가치 창출 기회를 포착하고 메워야 할 ‘구조적 공백’을 찾는 데 능하다.
  • 고어는 대부분 직원에게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조직 전반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파키는 세계 최초로 전 직원을 전산망으로 연결한 회사다.
  • 설계자형 리더는 외부 위협과 기회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내부 운영의 돌봄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조직 하부에서 시작된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 설계자형 리더는 조직 내 평판이 훌륭해야 성공할 수 있다.
  • 조사 결과,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독특하고 영감을 주는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사업의도와 고객관계, 직원경험이다.
  • 나와 인터뷰한 사람들이 기업에 합류하도록 이끈 요소 중에는 궁극적으로 돈벼락을 바라는 욕구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역사를 만들고’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높은 욕망을 품고 있었다.
  • 나이키는 초창기에 에킨스라고 불리는 영업사원을 미국 전역에 파견했다. 에킨스는 나이키(Nike)를 반대로 써서 만든 말인데 회사 제품을 앞뒤로 잘 알아야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 직원이 500명 이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의 설립자들은 모든 신입사원을 5인 팀에 배정하고 각 팀에게 3개월 동안 회사의 기존 사업 중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라고 요청한다. 이 회사가 시작한 많은 신규 사업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 디지털 전환은 전혀 새로운 도전과제는 아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이 기술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 다시 말하지만 아에로플로트의 존재 이유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에로플로트는 변함없이 여러 목적지로 가는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객 항공사다. 단지 디지털 툴을 이용한 덕분에 효율성과 사용자 친화성을 높였을 뿐이다.
  • 디지털 전환 때문에 회사의 존재 이유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회사가 초점을 둬야 할 기술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디지털 파괴를 하려면 핵심 사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은 결국 사업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만다.
  • 스마트한 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큼 강하면서도 스타트업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지 않을 만큼 느슨한 하이브리드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이들은 스타트업의 소유권을 쥐더라도 준독립적인 경영을 허용한다.
  • ING는 PIE라는 일련의 내부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프로젝트(project)를 나타내는 P는 이니셔티브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 스쿼드 프로젝트를 위해 본업을 떠난 직원들이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립성(independence)을 나타내는 I는 스쿼드 멤버마다 각자의 자원이 있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격려(encouragement)를 나타내는 E는 스쿼드가 성공을 거둘 경우에 스쿼드의 성과를 전사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들웨어 인터페이스의 연계 역할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015년 유럽연합 의회는 새로운 결제서비스규율지침(PSD2)을 도입했다.이 법의 목적 중 하나는 제3의 개발자가 금융기관 주변에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 전략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모든 조직은 전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 지원 부서가 최우선이다. 이 전략은 하인형 전략으로 실패한 경영지원 부서장이 흔히 취하는 히인형과 정반대되는 방식이다. 지원 부서에 사업 부서와 대등한 수준의 권력과 중요성을 부여하는 현상인데 특히 대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우리는 이를 ‘황제형 전략’이라고 부른다.
  • 경영지원 부서장들은 사내 부서 가운데 첫째 본사 전략에 가장 중요한 사업 부서로 어디들 중점적으로 지원할지, 둘째 기업 경쟁력과 연관해 무엇으로 지원할지. 셋째 지우너한다면 어떤 부분을 외부에 맡기고 어떤 부분을 직접 맡을지 파악해야 한다.
  • 서비스 기반 사업이 대개 그러하듯 호텔 업계 인건비는 현재 전체 운영비용의 약50%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호텔 체인 대부분이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할 항목으로 취급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조사한 결과 2018년 호텔업계 종사자 이직률이 73.8%인 것도 당연한 결과다.
  • 샤프가 보기에 럭셔리란, 건물과 인테리어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접객 서비스에까지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타지에 머무르는 투숙객과 집과 직장을 대신하는 서비스, 따뜻함과 정중한 환대로 가득한 서비스, 이렇게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현장 스태프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구글 인사담당 최고책임자이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후무(Humu)의 설립자 라즐로 복은 구글에서 일할 때 독특한 인사정책을 수립해 죽음을 금기시하는 직장문화를 직접 개선해 보려 했다. 직원이 사망한 경우, 역할이나 근무연수와는 관계없이 배우자에게 10년간 급여의 50%를 지급하며 학령기 자녀가 있으면 매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고 복은 말한다.
  • 지난 수십 년간 대가족, 종교 공동체, 정부기관과 같은 전통적인 지원 시스템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직장은 사람들이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됐다. 회사는 직원에게 단순히 월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과 공동체 의식을 약속한다. 일은 우리 정체성의 핵심이고, 일생 동안 직장에서 도움을 받으며 의지한다.
  • 22개 마블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170억 달러로, 역사상 그 어떤 프랜차이즈도 이렇게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파브로는 “두 편 정도 만들고 나면 프랜차이즈 영화는 기가 빠지게 마련이죠. 영화사를 돌아보면 2편 이후에는 저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픽사 CEO인 에드 캣멀도 동의하는 것 같다. 그는 시리즈 영화를 일종의 ‘창의적 파산’이라고 묘사한다.
  • 15명의 마블 시리즈 감독 중 슈퍼히어로 장르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그 대신 이 감독들은 다른 장르, 즉 셰익스피어, 공포물, 첩보물, 코미디 등에 식견이 뛰어났다. 독립영화 출신도 있었다. 이들의 경험은 각 마블 영화에 독특한 비전과 색체를 불어넣었다. <토르: 다크월드>는 셰익스피어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엔트맨>은 도둑질 영화였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스파이물이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시끌벅적한 우주 오페라였다.
  • 핵심제작팀(영화마다 30명 가량)에 속하는 스태프가 반복해서 영화 제작에 참여한 비율과, 전체 인력(약 2500명)이 반복 참여한 비율을 비교했다. 평균적으로 핵심제작팀 25%가 한 편을 끝내고 다른 편에 재참여했고(범위는 14~68%), 이에 비해 전체 평균 재참여율은 14%였다(범위는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