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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쓴 서평이 어느새 190개가 됐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200번째 서평을 달성한다. 그리고 그 중 2회 독은 딱 한 권이 있었다.

한국의 기획자들은 내가 2010년 대학생 때 읽고, 2016년에 다시 읽은 책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고, 서평을 쓴 것은 이게 유일하다.

6년 만에 읽은 이 책은 다 읽고 나서야 읽었던 책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읽은 내용을 많이 잊고, 그만큼 새롭게 읽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피엔스는 두 번째로 2회 독을 마친 책이다.

2회독, 변한 건 나다.

STEW 독서소모임에서 이 책이 결정되고 살짝 실망했다. 이미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를 읽고, 배우기 위해 나는 늘 새로움을 찾았다. 때문에 이미 읽은 책은 내게 흥미 없는 종이였다.

어쨌든 사피엔스를 다시 펼쳤지만, 1회 독처럼 역시나 속도가 나지 않아 짜증도 났다.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데 같은 내용을 다시 읽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사피엔스는 2017년에 전자책으로 읽었다. 3년 만에 다시 전자책을 열자 몇몇 밑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 밑줄이 얼마나 신경 쓰이던지, 내가 읽었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에 30분씩, 그렇게 며칠 읽었을까? 세상에, 내가 이 책을 읽었었다고?

밑줄을 의식해서인지, 아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왜 이 부분에 밑줄을 쳤는지, 또 다른 부분은 왜 밑줄을 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STEW 독서소모임의 장점으로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점’을 꼽는데, 3년 전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밑줄 친 분량 자체도 달랐는데, 3년 전에는 81개 밑줄을 친 반면, 이번에는 280개 밑줄을 쳤다. 3배가 넘는 곳에서 배웠으니 3년 전에 제대로 읽은 건가 싶었다. 분명 그때도 정독했는데 말이다.

글을 시작하며, 서평 190개를 자랑스럽게 적었는데 190권 중 과연 얼마나 소화했을까 싶다. 190권을 다시 읽어서, 190권 모두 새로움을 느낀다면 앞으로 책을 안 사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변한 내가 다행스럽기도 하다.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래, 그게 더 한심스러울 것 같다.

이 정도 깊이 책을 2회독 하는 건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시 3년 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내 변화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정독을 2회 하고 나니 책값이 정말 아깝지 않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등이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이 워낙 임팩트가 커서 인지혁명으로 많이 요약된다. 나 역시 1회 독 때는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2회 독에는 과학혁명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최근 관심을 두는 ‘자본주의’를 재밌게 봤는데 이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아무튼 사피엔스가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장해왔다는 것에 스스로를 되돌아봤고, 적절한 시기마다 과학의 힘이 성장을 증폭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지를 인정하고 성장한 점에서는 내 커리어가 떠올랐다. 3년 전 나는 꽤 무거운 도전을 했다. 내가 독립할 수 있을지, 내가 비즈니스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사람으로 홀로 설 수 있는지. 즉, 나는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했고, 싸웠다.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인류 역사의 6만 ~ 7만 년을 “그 시기에 살았던 인류는 중요한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일축하고 싶어질 수 있다.

현재 내 캐릭터를 만든 것은 3~4년 전이다. 그때 배움으로 현재 모습이 됐고, 꽤 괜찮은 커리어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니, 다시 무지를 인정하고 성장을 위해 몸을 던질 시기가 곧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지를 인정하려면, 무지해져야 한다. 때문에 나는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스스로를 무지의 늪으로 던진다. 새로운 사람을 보며 자극받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작아진다. 그렇게 늘 불편함으로 나를 몰며, 성장을 향해 걸어왔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경제용어로 번역되었다.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리적 발견, 기술적 발명, 조직의 발전이 인간의 생산, 무역, 부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스스로 ‘꽤 괜찮은 커리어를 만들고 있다’는 나태한 발언을 하는 지금, 사피엔스는 적절한 도서였다. 지금보다 무지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됐고, 지금 얻게 된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됐다.

성장을 위해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면, 지금이 꽤 적절한 시기다.

사피엔스 성장 동력, ‘자본주의’

최근 내 관심사 중 하나는 ‘돈’이다. 내 자산을 분배하고, 투자하는 등 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큰 자산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관심을 둬야 하는 것에 공감했다.

STEW에서 투자소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있다. 이제 어떤 사건을 보면, 자본주의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는 역사적으로 중요했다.

인류의 경제는 근현대 기간 내내 어찌해서든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이것은 오로지 과학자들이 몇 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발견이나 장치를 들고 나온 덕분이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 내연기관, 유전자 복제 양 같은 것을. 은행과 정부는 돈을 찍어내지만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과학자들이다.

사피엔스 역사에 자본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농업혁명으로 밀과 함께 정착하면서부터 인류는 자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일 걱정을 하지 않던 인류가 내일을 걱정하게 됐다는 것에서 자본의 함정에 빠졌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다. 난 산으로 들어가긴 싫거든.

자본주의를 깨닫고 나니, 지난 30여 년 간 어째서 늘 곁에 있던 이것을 몰랐을까 싶다. 심지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도 만 9년을 향해 가는데, 너무 늦었다 싶기도 하다.

18세기 내내 노예무역 투자에 대한 연간 수익률은 약 6퍼센트였다. 현대의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재깍 인정할 만한 엄청난 돈벌이였다. 이것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옥에 티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이윤이 공정한 방식으로 얻어지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분배되도록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어쨌든 사피엔스 역사는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더 행복한 방향으로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 답할 수 없는 게 슬프긴 하지만, 역사를 바꿀 수 없으니 미래를 만드는 것을 택해야겠다.

마무리

책을 읽는 내내 유발 하라리는 나를 무수히 많은 역사 속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내게 묻는다. 뭘 원하냐고. 아니, 뭘 원하고 싶냐고.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3년 전 그 물음에 ‘내 이야기’를 만들겠다 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내 이야기’를 만들었냐고 물으면, 만들고 있다고 답하겠다.

이제 무엇을 원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더해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물을 차례다. 원했던 것을 얻었냐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해야겠다.

이제 나는 나에 관한 무지를 인정할 수 있다.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했던 것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나는 나를 몰랐다 인정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장했다. 이제 나는 다시 성장할 자격을 갖췄다.

3년 뒤 내게 다시 묻고 싶다.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3년 뒤에도 무지를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줄평 ★★★★☆

사피엔스의 성장 동력은 ‘자본주의’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경제이고 돈이다. 우리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눈 뜨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예전에 STEW 독서모임에서 ‘모피아’라는 경제 소설을 읽고 썼던 서평의 마무리 멘트다. 이 소설에서는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금융 마피아 일당과 이를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렇게 나와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쩐의 전쟁’이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문구가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후, 누구 한 명 잘못했다고 나섰던 사람이 있고, 누구 한 명 감옥에 간 사람이 있는가?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감옥에 간 사람은 물론이고, 사과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때, 실업으로 자신의 경제적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가 그렇게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을까? 착하디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제로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나 자신들을 그렇게 방치한 사람 대신,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버텨낸다.”

대다수 국민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외환위기가 터지자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수많은 가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금융 자본의 힘 싸움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항상 금융에 취약한 서민들이라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고 불편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금융위기를 겪어왔다. 1998년 외환위기 사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최근의 코로나 사태까지. 책에서 설명하는 콘드라티예프 파동처럼 우리는 수많은 금융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뉴스에는 온통 ‘양적완화’니, ‘연방준비은행’이니 ‘제로금리’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한다. 사실 경제에 무지할 때는 이런 용어에 관심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당장 내 할 일 하기도 바쁜데 그런 어려운 용어들을 공부할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설 ‘모피아’를 읽은 뒤 자본주의를 알아야겠다 생각이 바뀌었고,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들의 음모’를 보면서, 그리고 이번에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읽으며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이번에 추천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이상 세상이 돌아가는 핵심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책은 바로 그 시스템의 핵심인 ‘빚’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책에서 설명한 내용이 우리 현실 세계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는 주가 지수.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스피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지수 1일 차트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현재 전 세계가 현재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실물 경제는 멈춰 섰지만, 주식 시장은 V자 반등을 시작하더니 어느덧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예전 같았으면 사실 별 관심도 없었을 내용인데, 이제는 ‘내 자산을 어떻게 지키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를 욕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가 금융 지식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우리가 큰 그림 안에서 돈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지갑 속 돈이 사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통화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그 첫 번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빚으로 만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우리의 잘못도 크다. 분명한 건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통화량이 늘어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월급이 들어오면 꼬박꼬박 은행에 돈을 넣는 서민들이다. 부자들은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정 부분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기도 하겠지만, 대다수 부자들은 부동산, 금, 원유 등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해서 돈이 돈을 벌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얼마 전 하나은행에서 연 5% 적금이 나오자 전국 하나은행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물론 나도 가입을 했다…대안이 없…)

하지만 5% 적금이 정말 5%를 보장해줄까? 적금은 매달 돈을 넣는 개념이기 때문에 첫 달에 넣은 금액에 대해서만 온전히 연 5% 이자가 붙지 그다음 달에 넣는 돈에는 11개월 치 이자만 붙고 마지막 납입금에는 1달 치 이자만 붙는다. 그래서 금리 5% 적금이라고 해봐야, 연 환산해보면 수익률이 2.72%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고 나면 2.3%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런 이벤트성 적금은 월 적립 한도는 물론, 기간 역시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짧은 시간 은행에서 근무해보니 연이율 5%라고 하면, 내 납입 원금에 5%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은 것 같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대 금융 지식은 무기다. 책에서 나오듯 각종 마케팅 상술이 우리를 유혹하고, 이러한 마케팅 기법들은 각종 기술이 개발되면서 점점 더 불가항력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전 세계가 통화량을 늘려 강제로 경기를 부양시키고 있기 때문에 물가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제 비주류로 취급받던 소위 ‘현대통화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책에서도 나오듯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그 어떤 체제도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내게 분명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살아남기 위해 금융 지식으로 무장하라.’

은행 첫 지점에 배치받고 일하게 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주의의 핵심 기관인 ‘은행’에서 일하는 만큼 책에서 은행을 비판할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동안 근무하며 고객에게 금융 상품에 대해 쉽게 설명했는지, 불필요한 상품을 권하진 않았는지 등등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금융계의 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덕 관념이 전혀 없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요.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은행가가 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선서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죠.” –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미국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들었던 내용인데, 자본주의 시대 금융인들 역시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윤리 선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예외로 치더라도 그동안의 경제 위기는 대부분이 금융권의 탐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저금리를 넘어서 제로금리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은 더 이상 예대마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따라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팔아야 할 유인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그 타겟은 결국 우리를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책의 말처럼, 우리는 반드시 자본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본주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었다.

초반에 비해 뒷 내용이 다소 부실했던 건 아쉽지만, 자본주의의 본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그간의 고전 경제학 이론 등 굉장히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현재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책이었던 것 같다. 특히 STEW 독서 모임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어서 더욱더 뜻깊었던 책이었다.

2020년 6월 지정도서

  1. 일시 : 2020년 6월 7일 오전 10시
  2. 장소 : 강남역 부근(예정)
  3. 도서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4. 저자 : EBS 자본주의 제작팀
  5. 발제자 : 이윤석

발제문

  • (Brainstorming) 이 책을 읽기 전 ‘은행’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요? 이 책을 읽은 뒤 혹시 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나요?
  • (Part 1) 금융위기 때마다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양적완화’일 것입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은 제로금리와 더불어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 관련기사
    “미국 – 美 역성장 현실화…연준, 제로금리·무제한 양적완화 유지”
    (https://www.etoday.co.kr/news/view/1890118)
    “한은, 사상 첫 ‘무제한 돈 풀기’…전례 없는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26/100372459/1)
  • (Part 2) 현재 재테크를 하고 계신가요? 본인이 투자한 금융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투자했는지, 또 현재 어떤 상품들에 관심이 있는지 등 평소 재테크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봅시다.
  • (Part 3) 해당 파트에서는 소비를 권장하는 여러 마케팅 기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상술에 넘어가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고, 평소 본인의 소비 성향은 어떤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 (Part 4~5) 해당 파트에서는 자본주의 시대의 ‘행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학자&기자들이 정의하는 행복이 나오는데요, 자본주의 시대 본인에게 ‘돈’과 ‘행복’이란 어떤 의미인지 공유해봅시다.
    – 참고
    – 행복은 어느 사회에서나 같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기회입니다. (에릭 매스킨,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이란 즐기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것입니다.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행복은 좋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신이 믿는 가치에 따라 살 수 있죠. 돈과는 상관없습니다.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미국 저널리스트)
    – 자본주의가 위대한 이유는 개인에 맞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티븐 랜즈버그,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작년 12월 26일에 입사해, 3월 2일 첫 출근을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작년 STEW인의 밤에서도, 또 2020년을 맞이하면서도 분명 올해는 취업해 일상이 자리잡히는 만큼, 건강한 습관과 루틴을 만들자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 못했다. 굳이 핑곗거리를 찾자면, 1~2월은 은행 연수를 받느라 합숙 생활을 했고, 3월은 첫 출근 후 적응을 하느라 일 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의지 부족이요, 내가 게으른 탓이다.

그렇기에, 3월 STEW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선정됐을 때 누구보다도 기뻤다. STEW 독서모임 덕분에 최근 YES24 북클럽을 무료로 이용 중인데, 가장 먼저 읽으려고 받아놨던 책이 바로 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었고, 이번에 지정도서가 되지 않았더라도 개인적으로 꼭 읽으려 다짐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습관 형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건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여타 자기계발서들과 이렇다 할 차이를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다만 한줄평에서도 밝혔듯 습관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에서 나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아래와 같다.

당신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나는 하루하루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단순히 올바른 루틴,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어렵고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또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질문이기도 하다. 해당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 습관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 일단 나는 어떤 습관이 있지?

수많은 질문이 머릿 속에 동시에 맴돌았다.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싶을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명확치 않은데, 내가 그동안 어떤 루틴, 습관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변화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무엇을’ 또는 ‘어떻게’가 아니라 ‘누구’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에 대한 탐색은 노 없이 보트를 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그동안 습관이라고 하면 너무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단순히 ‘책 읽기’, ‘아침형 인간’, ‘운동 꾸준히’ 등과 같이 막연히 좋아보이는 것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을 보고 그런 습관을 동경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습관을 만들자’만 머릿속에 있었을 뿐, ‘내가 왜 그런 습관을 만들어야 하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었다. ‘누구’에 대한 개념도 잡히지 않았는데, ‘무엇을’, ‘어떻게’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건강한 습관이 생길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책을 보며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꽤 있었는데 간략히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 vs 시스템

흔히들 목표 없는 사람을 목적지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에 빗대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목표가 중요하다’, ‘목표부터 세워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이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라 반박한다.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목표를 세우는 일은 잊어라. 대신 시스템에 집중하라.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

이처럼 저자는 목표는 목표일 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도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 무언가 다짐을 할 때는 목표부터 세우는 편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을 수립하진 않는다. 가령, 지금 이 서평도 마감 당일에 쓰고 있는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주에 끝났어야 한다. 결국 나 역시 시스템보다는 목표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만 것이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STEW 독서모임의 효과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몸담고 있고, 가장 애정하는 모임인 STEW 독서소모임에 관련 된 이야기다. 물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습관을 세우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을 제안한다.

더 나은 습관을 세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일 어떤 습관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습관을 새로이 습득하기 쉽다.

무리에 소속되는 것보다 더 동기를 지속시키는 것은 없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공통의 것으로 바꿔준다. 이전에 나는 나의 것이었다. 나의 정체성은 단일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음악을 하는 사람 또는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북클럽이나 밴드, 사이클 모임 등에 참여한다면 나의 정체성은 주변에 있는 그들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 이런 정체성이 공유되면 나의 개인적인 정체성도 강화된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한 뒤에도 집단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습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새로운 정체성을 끼워넣고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다.

지금은 그래도 연간 최소 1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STEW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 내 연평균 독서량은 2권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독서모임에 가입하자 독서량이 꾸준히 늘었고, 항상은 아니지만 서평 역시 꾸준히 쓰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다. 개인적으로 의지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강한 습관을 위해 자주 애용할 방법이 될 것 같다.


시간 vs 횟수

‘시간’과 ‘횟수’. 습관을 만들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한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습관을 추적하는 방법을 만들어 시각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습관을 만들 때 진입장벽을 낮춰 하루 2분 이내로 가볍게 시작해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습관을 형성하는데 횟수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더욱 빨리 습관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결국 습관은 반복된 행위인 만큼, 짧더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행위를 ‘분명하고’, ‘매력적이고’, ‘쉽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하며,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로 ‘눈에 띄지 않게’, ‘매력적이지 않게’, ‘ 어렵게’, ‘ 불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시나 습관을 만들기 위한 ‘치트키(?)’ 같은건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말고는 대부분이 여타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뻔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습관’에 대해 전반적인 마인드셋을 다시 환기할 수 있었다는 점,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지만 불운한 사고를 겪고 현재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증명해보인 저자의 삶에서 나름 배울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출근 한 달 차에 접어든 만큼,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천천히 그려봐야겠다.


인상 깊은 문구

  • “마침내 잠재력 잠복기를 돌파하고 나면 모르는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성공했다고 말할 것이다. 세상은 그 모든 과정이 아니라 가장 극적인 사건만 본다. 하지만 자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을 해왔는지 안다.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을 때도 계속 밀어붙여서 결국에는 오늘이 만들어졌음을 안다.”
  •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목표를 세우는 일은 잊어라. 대신 시스템에 집중하라.”
  •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모두가 금메달을 원한다. 입사 지원자 모두가 구직을 바란다.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 목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없다.”
  • “내년 이맘때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뭔가를 하고 있기보다 예전 습관대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 “진정한 행동 변화는 정체성 변화에 있다.”
  • “습관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의 정체성은 습관을 형성한다. 이는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모든 습관 형성은 이런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다.” 
  • “정체성 변화는 습관 변화의 길잡이다. 이 책은 당신 자신, 가족, 집단, 회사(당신이 바라는 어느 곳이든)에서 더 나은 습관을 세우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상기시킬 것이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변화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무엇을’ 또는 ‘어떻게’가 아니라 ‘누구’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에 대한 탐색은 노 없이 보트를 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정체성은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행동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 관한 증거가 된다.”
  • “아직도 어떤 습관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이 행동은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가? 이 습관은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쌓아나가는 한 표가 되는가? 위배되는 한 표가 되는가?” 
  •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습관을 모방하기 쉽다. 1만 2,000명을 32년간 추적 조사한 획기적인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 될 확률은 친구가 비만인 경우 57퍼센트로 증가했다.””
  •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자질과 행동을 흡수한다.”
  •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더 나은 습관을 세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일 어떤 습관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습관을 새로이 습득하기 쉽다.”
  • “우리를 둘러싼 문화는 무엇이 ‘일반적’인지에 관한 기대치를 설정한다. 따라서 어떤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그런 습관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있어라. 그러면 함께 성장할 것이다.”
  • “무리에 소속되는 것보다 더 동기를 지속시키는 것은 없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공통의 것으로 바꿔준다. 이전에 나는 나의 것이었다. 나의 정체성은 단일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음악을 하는 사람 또는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북클럽이나 밴드, 사이클 모임 등에 참여한다면 나의 정체성은 주변에 있는 그들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 또는 사이클 타는 사람들이 된다. 이런 정체성이 공유되면 나의 개인적인 정체성도 강화된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한 뒤에도 집단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습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새로운 정체성을 끼워 넣고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다.”
  •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 “습관 쌓기 + 습관 추적
    = [현재의 습관]을 하고 나서 [습관을 추적]할 것이다.
  •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덜 미루고 덜 포기하게 된다. 이는 즉각적인 대가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따르지 않으면 친구들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 “능력은 맥락에 크게 의존한다.”
  • “그러나 노력하지 않는데 유전자가 성공을 가져다줄 순 없다. 체육관에 있는 근육질 트레이너가 유전자는 더 우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와 똑같은 횟수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유전자의 축복을 더 많이 받고 있거나 덜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만큼 열심히 일해보기 전까지는 그들의 성공이 행운 덕분이라고 말하지 마라.” 
  • “성공의 가장 큰 위협은 실패가 아니라 지루함이다. 습관이 지루해지는 이유는 더 이상 희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예상 가능한 것이 된다. 습관이 일상이 되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으로 이탈하기 시작한다.” 
  • “화가 나거나 고통스럽거나 고갈되었거나 기타 등등의 일이 일어났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 전문가는 스케줄을 꾸준히 따른다. 아마추어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전문가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작업해나간다. 아마추어는 삶에서 어떤 일이 급박하게 일어나면 진로에서 벗어난다.”
  • “우리는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

읽은 책 :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10월 25일

< 읽게 된 동기 >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나온 책.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 ‘섬에 부쳐서’ 때문에.

(생략) 나는 아직도 그 독자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될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14p

< 한줄평 및 별점 > ★★☆☆ ( 3점/ 5점 )

옛사람의 소소한 이야기. 시대는 흐르지만 생각은 비슷하다.

<서평>

집에서 전에 다니던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면 1시간이 걸렸다. 만원 지하철에 책을 들고 읽을 수가 없어서 선택한 방법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듣는 것이었다. 저작권 때문에 책을 모두 읽어주지는 못하지만, 책 소개를 듣고 지하철에서 내릴 때면 그 책을 다 읽은 기분이었다. 그때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를 듣고서 이 책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는 스승인 ‘장 그르니에’에 대한 아부성 멘트가 아니었을까.

‘섬’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알베르 카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이다. 책은 총 여덟 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추억, 낯선 도시로의 여행기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쉽게 놓치는 일상의 것들을 예민한 감각으로 잡아내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다만,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건강에 좋은 음식처럼 꼭꼭 씹어 먹어야 제맛을 내는 책이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물루’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행운의 섬’ 첫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대만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더 내 마음에 꽂혔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p

마음 편하게 도착해서 중요 관광지만 빠르게 보는 패키지 여행에 익숙한 나로서는 자유여행은 굉장한 모험이었다. 대만에 도착해서 이때까지 일상에서 써본 적 없던 영어를 쓰고 구글 맵으로 길을 찾고 우버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 오는 날은 갑자기 일정을 바꾸는가 하면 예정에 없던 만남에서 현지인의 맛집을 찾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고서도 타이페이라는 도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을 하고서 새로운 곳에 가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1년간 고전 문학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왜 그렇게 많이 읽었는가 생각해봤더니 그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에서 ‘나가사와’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흥미를 느끼고 말을 건넨다.

나가사와라는 사내는 알면 알수록 기묘한 남자였다. 나는 살아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이한 사람과 만나고, 서로 알고, 스쳐 지나왔지만, 그처럼 기이한 사람은 아직 만난 적이 없다. 그는 나 따위는 따라잡지도 못할 정도의 굉장한 독서가였는데, 죽은 지 삼십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원칙적으로 손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책밖에는 믿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현대문학을 믿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걸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야. 인생은 짧아.”

쓰여진 지 30년이 훨씬 넘은 ‘섬’이라는 책을 읽고서 고전이라고 해도 현대보다 더 우월하거나 깊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이나 21세기에 태어난 사람이나 훌쩍 떠나는 여행을 바라고 고양이!를 좋아하니 말이다. 이제 지적 허영심을 버리고 현대 문학(혹은 최근 쓰여진 책)에서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보며 더 열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은 현재 이 땅에 발을 내디디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인상 깊은 문구 >

  • [공의 매혹] 저 자신 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문득 수의를 밀어붙이며 나사로처럼 일어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의외라는 듯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사실은 그 수의란 다름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배내옷이었던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바로 그러했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을 체험했으니 말이다. 26p
  • [고양이 물루] (고양이를 보며) 조금만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순간 그는 제 행동 섹에 흠뻑 몰두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그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접시에서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그의 눈에 가득 찬 욕망은 치열하다못해 벌써 음식 위로 튀어올라가 앉은 것만 같다. 그가 무릎 위에 몸을 옹크릴 때도 제가 가진 모든 애정을 남김없이 쏟아가며 옹크린다. 행동에 빈틈이라곤 찾아볼 도리가 없다. 그의 행위는 몸놀림과 일치하고 몸놀림은 식욕과,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야말로 끝없는 연쇄 조직처럼 일사불란하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44p
  • (고양이가 집을 나간 후) 이렇게 종적을 감춘 고양이는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배를 연상시킨다. 우리들의 배의 난파 쪽에 더 그럴싸한 시적 후광을 곁들여 상상하게 되는 까닭은 그것이 인간에게 생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루가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범우주적으로 삶에다가 그네들의 향기를 깃들이게 하는 저 유랑하는 고양이들의 종족을 생각하곤 했다. 56p
  • (고양이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서) 이처럼 부질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학해진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61p
  • [케르겔렌 군도]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인다거나, 나의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에서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77p
  • 이태리의 어느 오래된 도시 교외에 살고 있을 적에 나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포석이 고르지 못하며 매우 높은 두 개의 담장 사이에 꼭 끼여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곤 했다(<시골 바닥에> 그처럼 높은 담장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는 사월이나 오월쯤이었다. 내가 그 골목의 직각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를 때면 강렬한 재스민과 리라꽃 냄새가 내 머리 위로 밀어닥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꽃 내음을 맡기 위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84p
  • [행운의 섬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p
  • [부활의 섬] 그는 나에게, <공부를 많이 한> 나에게 어린아이처럼 내세에 대한 질문을 했던 날은 그래도 내 고통이 덜했다. 그때의 그는 벌써 가장 어려운 고비를 지나버린 모양인지 죽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은 후의 일로 마음을 쓰고 있었다. 아마 절망 때문인 듯했지만 그는 마침내 질문을 하면서 조건에 대한 흥정을 하는 참이었다. 나는 비겁하게도 몇 가지 희망적인 말로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 이야기가 그다지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119p
  • [상상의 인도] 어느 흰교도의 말: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 꿈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그저 꿈에서 깨어날 뿐이다. 149p

읽은 책 : 프랭크 세스노, 『판을 바꾸는 질문들』, 중앙books

다 읽은 날짜 : 2019년 9월 27일

< 읽게 된 동기 >

독서모임 10월 지정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3점/ 5점 )

질문하는 일을 가진 나에게 도움이 된 책. 질문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서평 >

대한민국에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아래와 같은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마디)질문 있는 사람 손!

강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면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에게로 달려간다.

우리는 질문을 불편해한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꼴이고, 질문을 받는 사람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길 때도 있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질문에 익숙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질문을 잘하고 잘 받을 수 있다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의 내가 그렇다. 시작은 질문이었다.

팀장님, A 회사 어떤지 아세요?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타부서 개발 팀장님이 혹시 아실까 해서 물어봤다. 단순히 A 회사에 내게 적합한 채용 공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 팀장님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A 회사 동종업계인 B 회사 팀장님에게 물어봤고, 그 팀장님은 “그냥 우리 회사 지원하지?”라고 해서 추천 형식으로 B 회사에 지원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질문. 나는 갑과 을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나도 그 영화를 좋아하면 우리는 같은 집단으로 묶이고 갑이 다른 영화를 좋아하면 나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그렇게 집단의 정확성을 높여서 집단의 추천을 통해 나의 취향을 맞춰나간다 정도로 대답했다. 신사업부서여서 신사업에 필요한 여러 방안을 물어보셨다.

친구와 가장 크게 싸운 적은 언제고 어떻게 화해했냐고 물어봤을 때는 최근에 친구와 게임 영상을 찍었는데 이때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던 친구와 촬영이나 편집 방향에 대해 싸운 적이 있고, A4용지를 꺼내 ‘앞으로 할 일과 하지 말 일’을 적어서 지키자고 하며 화해했다고 말했다. 조직의 갈등을 어떻게 풀지를 친구와의 싸움을 통해 물어본 셈이다.

1시간 동안의 압박 면접이었다. 몸살감기까지 겹쳐서 가장 힘들었던 면접으로 기억된다. 결과는 불합격. 내가 했던 업무와는 같았지만, 완전히 다른 업계에 있었기에 동종업계의 더 적합한 지원자가 뽑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이후 몇 번의 면접을 더 보았고 현재의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합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내가 했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회사의 실무자 면접 때 팀장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개인보다 팀과 일할 때 더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팀은 어떻습니까?


팀장님은 “AI가 99% 일을 대체하더라도 이 일은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팀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며 나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히 답변해주셨다. 그때 나는 이 회사에 정말 붙고 싶었다. 나는 임원 면접까지 진솔하고 편안하게 답변했다. 이 면접 전에 굉장히 긴장하거나, 가상의 나를 만들어 꾸며냈던 면접들이 다 떨어지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합격하고 나서 들은 바로는 실무자 면접 때 전원 찬성은 내가 유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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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유산형 질문’ 단락에 저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이런 대화를 해야 했다고 말한다.

어머니 평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게 뭐예요?

증손주들에게 어머니 얘기를 할 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언젠가 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 본인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써두신 공책을 보여주셨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을 거쳐 88올림픽까지. 할머니 인생에서 한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냥 묻히는 것이 아까워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글을 수집하여 ‘삼대잡설’이란 에세이를 1인 출간했다.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바늘꽂이를 모아 ‘봉화 닭실댁의 손길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도 했다.

별세한 어머니를 기리는 유품전 ‘봉화 닭실댁의 손길전'(영남일보)

할머니께 더 많이 물어볼걸…. 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할머니가 남기신 글과 공예품은 내 곁에 남아 할머니의 삶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하는가?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쓰고 일을 한다. 열심히 쓰다 보면, 일하다 보면 훗날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 스티브 밀러는 CEO라면 한밤중에도 깨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묻고 또 물을 정도가 돼야 진짜 중대한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 우리가 사업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 – 앞날을 내다보고 있는가? – 우리 앞에 있는 문제와 기회를 제대로 예측하고 있는가? – 올바른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가? –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있는가? 54p
  • 2차 이라크전에 앞서 그는 더 큰 목소리를 내며 그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껄끄러운 전략형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누가 그 말을 듣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금 그는 그때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그가 얻은 교훈이자 우리 모두에게 주는 교훈이다. 77p
  • 연구 결과를 보면 공감 능력이 풍부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의사도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치료를 잘한다. 다양한 연구에서 공감 능력이 치료 효과 향상, 스트레스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88p
  • “난 인간관계, 가족의 구성 요소를 넓게 정의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내담자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내담자에게서 자발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서 질문을 던진다. – 어디가 아픈가요? – 뭐가 고민입니까? – 무엇을 시도해봤나요? 베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명확히 알도록 돕고 인도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녀는 사람들을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이끄는 것이 목표라며 “그럴 때 치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107p
  • 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내게 무엇이든 물어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터뷰하는 사람은 대부분 공인이나 유명인이다. 그들은 질문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만약 상대방이 도를 지나치면 지나친다고 요령껏 일러준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의 공적인 삶이나 공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이 아닌 한, 질문을 삼가는 것들이 있다. 나는 정당한 이유가 없이 그들의 사생활을 캐묻지 않는다. 112p
  • 배리는 요원들에게 상대방의 뇌를 되도록 시스템1 상태, 저속 기어에 놓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먼저 상대방이 편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그 질문이 당면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어도 괜찮다. 보편적인 경험이나 상대방의 인생에서 잘 알려져 있고 별로 논란이 되지 않는 부분을 묻는 것이다. 125p
  • 어떻게 그 모델로 결정한 거야? 이 질문은 다른 유형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질문은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한 편의 이야기가 나오게 한다. 배리는 FBI와 비밀경호국 훈련생들에게 인간의 뇌는 본성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학습하고 기억한다. 이야기를 통해 대화에서 자신의 경험과 이력을 전달한다. 동굴벽화도 이야기였다. 성경과 코란과 토라도 이야기다. 우리가 아이들을 재울 때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리바이와 자백도 이야기다. 127p
  • 그는 추측이나 심증만으로 대립하는 인터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 봤자 계속 같은 말만 반복돼서 끝내 속 시원히 풀리지 않아요. 반면 상대방의 말에 반대되는 사실 근거가 있어서 그것을 보란 듯이 내밀면서 반박하는 인터뷰,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한 말을 근거로 맞서는 인터뷰, 저는 그런 인터뷰를 좋아하고 또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면서 그런 인터뷰는 사전에 준비를 무척 많이 해야 하고 “진실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인터뷰”라고 했다. 쿠퍼는 꾸준히 그 기술을 연마해왔다. 143p
  • 암스트롱은 그 인터뷰가 자신에게 적당히 면죄부를 주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논증에 빈틈이 없고, 심문자가 잘 훈련되어 있으며, 질문이 믿을 만한 정보에 근거해 예리하게 만들어졌을 경우 예/아니오 질문, 유죄/무죄 질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똑똑히 볼 수 있다. “이건 예술이고, 심리전이고, 두뇌 싸움이고, 커뮤니케이션이고, 공연입니다.” 164p
  • 절대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193p
  •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시민들은 무엇을 하라고 나를 당선시켰는가? 195p
  • 나는 내 반향실이 되어 내 아이디어에 동조하고 내 논리를 인정해줄 가상과 현실의 친구와 동료로 주위를 똘똘 에워쌀 수 있다. 나는 모든 구성원이 내게 동의하는 미디어 세상에 살 수 있고, 내가 속한 소셜미디어 부족이 내 확신을 더욱 공고하게 뒷받침해준다. –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속단을 피하는가? – 우리는 우리가 틀리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 – 우리는 다른 식으로 질문할 수 있는가? 228p
  • 페도로프의 말에 따르면 과학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반복된 관찰, 반복 가능한 실험 결과와 연관 짓는다. 과학자들은 ‘좋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고 말한 뒤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증하지? – 내 아이디어가 어떤 면에서 틀릴 수 있지? 243p
  • – 역대 최악의 실패는 무엇이었습니까? 진은 “그 질문을 피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예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그것도 좋은 자산이 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했다. 265p
  • – 나한테 뭘 묻고 싶으세요? 홀랜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원자가 미리 알아볼 것을 다 알아봤는지, 열정과 호기심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저는 지원자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어요”라고 했다. 275p
  • – 어머니 평생에 가장 자랑스러운 게 뭐예요? – 증손주들에게 어머니 얘기를 할 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310p
  • – 나는 무엇을 성취했는가? –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는가? 311p
  • – 손자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그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인생을 즐겨라. 배짱 있게 살아라. 재미있게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좋은 사람이 돼서 즐겁게 살아라. 남한테 상처주지 마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봐라.” 그리고 자기 삶의 원칙을 압축해서 적어놓았으니,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친절한 사람이 돼라”라고 했다. 325p

읽은 책 : 조지 오웰, 『1984』, 문학동네

다 읽은 날짜 : 2019년 8월 24일

< 읽게 된 동기 >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원작이자 언젠가 읽고 싶던 문학 고전.

< 한줄평 및 별점 > ★★★★ ( 5점 / 5점 )

1948년 조지 오웰 쓴 마지막 대작. 2019년 그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서평 >

‘1984’라는 책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 소설.

거대한 얼굴의 포스터가 벽에서 그를 응시했다. 포스터는 아주 교묘하게 고안되어서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그 눈초리가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빅 브라더(Big Brother)는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표제가 그 밑에 적혀 있었다.(8p)

무표정한 얼굴의 절대자 ‘빅 브라더’는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생각도 선택도 할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은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될 뿐이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1984년쯤 펼쳐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원작이자, 영화 ‘이퀼리브리엄’이나 가이 포크스의 가면으로 더 유명한 ‘브이 포 벤데타’를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내용을 대강 알 수 있다. ‘1984’와 그 속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수세기 동안 수많은 문화에 파생되어 재생산되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당을 위해 일하는 외부당원이다. 그는 역사의 기록을 조작하고 조작한 증거를 불태우는 ‘진리부’라는 곳에서 일한다. 그로 인해 빅 브라더는 절대 틀릴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비교할 과거의 대상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윈스턴은 풍부부*의 숫자를 고쳐 쓰면서, 사실상 이건 위조라고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단지 되지 않은 소리를 다른 종류의 되지 않은 소리로 바꿔놓는 일에 불과했다. 우리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자료는 현실세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노골적인 거짓말만큼도 상관이 없었다.(55p)

*풍부부 :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부서

진리부 슬로건인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이다. 조지 오웰은 1984년 빅 브라더가 현재를 지배하기 때문에 과거를 지배하고, 결국엔 미래까지 지배하는 세계가 올 거라 경고했다. 대한민국도 80년대 무렵 빅 브라더 같은 독재정권 속에서 민주화를 부르짖은 수많은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빅 브라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민주주의 국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책에서 보았던 1984년과 대한민국의 2019년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다. ‘1984’에서 당은 무산자(당원이 아닌 자)는 그저 주어지는 대로 살 뿐이고 그들을 겁주고 괴롭히면 절대로 반기를 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 세대는 꽃피는 청춘에 80년대 독재에 대항했고, 우리는 2017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힘을 간과한 것이다. 시대가 흘러도 우리 안에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그런 힘이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당은 빅 브라더에게 불만을 품고 사상죄를 저지른 윈스턴 스미스를 잡고 고문하고 세뇌한다. 내부당원은 윈스턴에게 손가락 4개를 보여주고 당이 5개라고 말한다고 하면 몇 개라고 답할지 물어본다. 윈스턴 스미스는 4개라고 대답한다. 당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고문은 계속된다.

무엇이든 진실일 수 있다. 소위 자연 법칙이라는 것은 엉터리다. 중력의 법칙도 엉터리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 윈스턴은 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그가 바닥에서 떠오른다고 생각을 하고, 그와 동시에 나도 떠오르는 그를 본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이루어지는 것이다.'(342p)

이것이 철학에서 나오는 칸트의 ‘인식론’이다. 칸트 이전에는 저기 돌이 ‘존재’하는 것을 내가 본다는 ‘존재론’이 대세였다면 칸트는 그 반대로 ‘내가 저 돌을 ‘인식’하기에 저 돌은 거기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철학의 전환점을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라고 말한 지동설과 비유된다. 개인적으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시절 신체검사를 하면서 누구는 색각검사표에 색으로 그려진 숫자를 읽고 누구는 읽지 못한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 둘이 보는 색깔은 조금 다를 것이다. 우리는 같은 색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미술 그 자체의 미와 함께 그 미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새로운 미가 창조된다는 해석이 책을 읽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의미 없어 보이는 추상화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에서 나의 마음을 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기에 자신의 서명을 하고 ‘샘’이라 칭한 마르셀 뒤샹도 우리에게 예술적 충격을 주어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가라고 평할 수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서는 맹인에게 대성당이 어떻게 생긴 지 가르쳐주려는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은 열심히 설명하지만, 맹인에게 ‘대성당’의 모습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다. 맹인은 주인공에게 대성당을 같이 그려보자고 제안한다.

이제 눈을 감아보게나.” 맹인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그가 말한 대로 눈을 감았다.

“감았나?” 그가 말했다. “속여선 안 돼.”

“감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계속 눈은 감고.” 그가 말했다. “이제 멈추지 말고. 그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게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해낸 것 같아.” (중략)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내가 보는 이 물체는 존재하는 걸까? 내가 없다면 이 물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나는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다르게 본다고 생각한다. ‘빅 브라더’가 4개의 손가락을 5개라고 말한다면, 나는 4개로 보이지만 5개일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4개라고 말해도 나는 고문을 당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나의 윤리적, 논리적 판단에 따라 사물을 판단하는 ‘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빅 브라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2019년에 사는 내가 ‘2184’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아래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했던 상상이다.

텔레비전의 발전과, 한 번에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의 발명으로 개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 적어도 감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인물들은 하루 24시간 경찰의 시선 아래 있어야 하며, 다른 모든 통신망은 다 봉쇄된 채 정부 선전만 듣게 된다. 그래서 국가가 하자는 대로 완전히 복종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사를 획일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출현하게 되었다.(251p)

빅 브라더는 사람들의 집 벽면에 설치된 흐린 거울 모양의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구로 24시간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 브라더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지켜본다. 우리는 잠자는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다. 빅 브라더를 부정하는 잠꼬대를 하는 순간 사상죄로 재판 없이 증발해 버린다. 그가 존재했던 과거 또한 사라지며 그는 태어난 적도 없는 사람이 된다. 빅 브라더와 같은 독재자는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싹을 자르려 노력한다. 과거에는 첩자를 통해, 지금은 해킹을 통해 말이다. 과학의 발전은 곧 감시의 발전이다. 자 다른 예를 들어보자.

2184년 서울. 나의 수면 주기를 파악한 AI(인공지능)가 나를 적절한 시간에 깨워준다. AI는 오늘 내가 할 일을 알려주고 입을 옷을 추천해준다. 집을 나서면 무인 자동차가 내 앞에 대기해있고, 나는 그 차를 타고 회사를 간다. 어쩌면 회사에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로봇이 나 대신 일을 할지도 모르니.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이 미소를 떠올렸다면 다시 읽어보자. AI를 빅 브라더로 바꿔서 말이다. AI 서비스가 나에게 정확한 정보를 추천하려면 나의 개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동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선택의 고민을 AI에게 맡기고 자유를 스스로 박탈당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애플 “‘시리’와 나눈 대화, 계약업체 직원들이 들은 것 사과”(mbc)

우리가 흩뿌린 데이터가 곧 나를 말해준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쓴 글을 텍스트 마이닝(글자를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하면 내가 어떤 말을 많이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내가 검색한 가전제품은 곧 검색 사이트 잘 보이는 곳에 광고되고 나는 그 제품을 별 고민 없이 산다. 쇼핑몰에서는 내가 산 제품을 많이 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제품도 나에게 추천한다. 나의 데이터를 많이 가질수록 나의 행동력과 구매력을 얻는다. 그 말은 고객의 데이터를 많이 가질수록 회사는 제품을 많이 알리고 팔 수 있다.

은행은 나의 금융 데이터를 독점한다. 내가 친구에게 100만 원을 송금하면 은행 서버의 내 계좌에 있던 100만 원의 데이터가 차감되고 친구 계좌에 100만 원의 데이터가 추가된다. 내가 100만 원을 송금했다고 해서 실제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데이터가 움직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은행에 100만 원을 요구하면 은행은 나의 데이터를 보고 돈을 주지 않고, 친구가 100만 원을 요구하면 은행은 친구의 계좌 데이터를 보고 돈을 준다. 우리는 은행을 신뢰한다. 아니 은행의 데이터를 신뢰한다. 은행의 데이터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우리는 믿을 것인가?

‘블록체인’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다. 블록체인을 쉽게 설명하면 내가 너에게 100만 원을 보낸 거래 기록을 나도 너도 그리고 다른 사람도 가진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기록을 일정 주기마다 암호화시켜서 블록으로 압축시키고 앞의 블록에 연결한다. 이처럼 거래 기록을 담은 블록을 체인처럼 잇는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블록체인을 한마디로 풀자면 ‘암호화된 분산 장부’이다. 내가 100만 원을 보냈다고 주장하면 받는 사람의 장부나 다른 사람의 장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거래 내역을 위조하려면 장부의 51%를 위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이 접목된 기술이 ‘비트코인(bitcoin)’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비트코인의 핵심 철학은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 창출’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화폐. 이것은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인 ‘신뢰’를 온라인상에서 구현해낸 엄청난 발견이다. 간혹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고 말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책 ‘만화로 배우는 블록체인’에서 벌 이야기가 나온다. 꽃은 벌을 통해서 꽃가루를 옮기고 생식한다. 벌은 단지 꿀을 얻기 위해 일할 뿐이지만 그로 인해 꽃의 생태계가 이루어진다. 블록체인 거래를 확인해주는 ‘마이닝’ 작업을 완료하면 벌에게 꿀을 주듯 ‘비트코인’을 주어야 블록체인 생태계가 완성된다.

금융권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익명의 통제할 수 없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암호화폐 규제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내놓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필자가 비트코인 예찬론자인가 싶을 것이다. 허나 나는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술일 뿐이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블록체인이 세상을 단번에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빨라지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이미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인터넷’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가 필요하다.

2184년은 나의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일까?

< 인상 깊은 문구 >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그러나 빅 브라더의 얼굴은 화면에 몇 초 동안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눈에 와 닿은 충격이 생생하면 금방 씻어버릴 수 없듯이. 자그만 갈색머리 여자는 자기 앞쪽에 있는 의자 등판으로 몸을 굽혔다. 그러고는 떨리는 소리로 “나의 구세주여!” 하고 중얼거리며 화면을 향해 팔을 벌렸다. 그런 다음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기도를 중얼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25p)

독재자 빅 브라더의 출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

일기장은 재가 되어버릴 것이고, 자신은 증발돼버릴 것이다. 사상 경찰만이 그가 쓴 기록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거 전에 읽어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종이쪽지에 끼적거린 필자불명의 글씨마저 쥐도 새도 모르게 꺼져버리는데 무슨 방법으로 미래에 화소연할 수 있단 말인가?

텔레스크린이 14시를 쳤다. 10분 안에 떠나야만 한다. 그는 14시 반까지는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희한하게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의 마음에 새로운 기분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그는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진실을 말하는 고독한 유령이었다. 그렇지만 좀 애매한 표현을 쓰는 한 그 발언은 지속될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은 그의 진실을 들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을 지니고 있게도 하는 것이다. 그는 책상으로 다시 돌아가 펜을 들고 써나갔다.

미래에게 혹은 과거에게, 사상이 자유롭고 인간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서로 고립되어 살지 않는 시대에게 – 그리고 진실이 죽지 않고, 이루어진 것은 짓밟혀 없어질 수 없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 축복이 있기를!(39p)

일기장을 통해 세계의 진실을 말하려는 고독한 주인공 .

(빅 브라더의 위엄을 높인 오길비 동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든 뒤) 윈스턴은 오길비 동무에게 특별훈장을 줄까 하고 생각을 거듭했다. 그런데 주게 되면 쓸데없이 까다로운 대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주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또 한 번 맞은편 집무실에 앉은 자신의 적수를 힐끗 보았다. 웬일인지 틸롯슨이 자기와 똑같은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판에 누구의 원고가 채택될지는 알 길이 없으나 자신의 것이 뽑히리라는 확신이 섰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오길비 동무의 존재가 이제는 사실이 되었다. 죽은 사람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산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충격을 주었다. 현재까지 존재한 일이 없던 오길비 동무가 이제는 과거 속에 존재하고, 일단 날조 행위가 망각되면 그는 샤를마뉴 황제나 줄리어스 시저처럼 똑같은 증거 위에 확실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63p)

과거는 현재에 의해 창조되고, 날조된 현재마저 이중사고로 잊혀진다.

(당이 쓰는 ‘신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주인공 친구의 말) “신어의 완전한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려는 데 있다는 걸 자넨 모르겠나? 결국에 가서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해놓자는 걸세. 왜냐하면 그걸 나타낼 낱말이 없으니까 말이야.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하게 단 한 마디로 표현될 거고, 그 의미는 정밀하게 뜻을 나타내고 다른 보조적 의미는 지워져 잊게 될 테니까 말이야. 벌써 제 11판에는 그만큼 되고 있거든. 그렇지만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고난 뒤에도 오래 이어질 거야. 해가 갈수록 낱말은 자꾸 그 수가 줄고 그러면서 의식의 범위도 계속 좁아지는 거지. 지금도 물론 사상죄를 범하는 데 이유나 구실은 붙일 수 없어. 그건 단지 자기 수련이나 현실 통제의 문제거든.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런 것마저 필요 없게 될 거야. 언어가 완성될 떄 혁명은 완수될 걸세. 신어는 영사고, 영사는 바로 신어야.” 그는 알 수 없는 만족감으로 덧붙여 말했다. “늦어도 2050년까지 우리가 지금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있을 것 같은가?”(69p)

언어가 인간의 생각을 만들기 때문에 언어를 장악하여 인간을 통제하려 한다.

당은 눈이나 귀로 잡은 증거는 거부하라고 요구한다. 그것은 당의 최종적이며 가장 본질적인 명령이다. 그는 어마어마한 위력이 자기 앞에 가로놓여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당에서 지성인이라고 하는 작자들은, 그가 대답은 고사하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묘한 문제를 끄집어내 논쟁을 벌여 그를 손쉽게 굴복시키고 말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믿는 것은 옳다! 그네들이 틀렸고 그는 옳다. 명백한 것, 순박한 것, 그리고 진실한 것은 지켜져야만 한다. 자명한 것은 진실하며 그것은 사수되어야 한다! 세계는 굳건히 존립하며 그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돌은 단단하고, 물은 축축하며, 허공에 뜬 물체는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진다.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말하는 기분으로, 또한 중요한 공리( 公理 )를 내세우는 기분으로 다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 자유가 허락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여기에 따른다.(103p)

자유가 있다면 둘 더하기 둘이 다섯이라고 해도 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백은 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결국은 하게 될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하는 거니까요. 당신도 별수 없어요. 놈들이 고문을 하니까요.”

“내가 말하려는건 자백이 아니야. 자백은 배신이 아니니까. 당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아. 감정이 문제일 뿐이야. 놈들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건 정말 배신이지.”

줄리아는 그것을 거듭 생각했다. “놈들은 그럴 수 없어요.” 그녀가 결정적으로 말했다. “놈들한테 유일하게 불가능한 게 그 일이에요. 당신에게 무엇이고 자백하게 할 순 있어요. 무엇이든지요. 그렇지만 당신이 그 말을 믿게 할 수는 없어요. 당신 속까지 파고들 수는 없다고요.”

“그래.” 그는 약간 희망에 차서 대꾸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놈들이라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진 못해. 만약 인간으로 머무르는 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비록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도 놈들을 때려 부수는 격이 돼.”(207p)

양심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불가침의 본질적인 자유.

새로운 귀족 정치는 대부분 공무원, 과학자, 기술자, 노동 운동가, 선전 전문가, 사회학자, 교사, 언론인 및 직업 정치인 등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그 출신이 중류층 봉급생활자와 노동 계급의 상류층으로서, 독점산업과 중앙집권으로 인해 세계가 황폐해지자 한데 모여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과거 그들의 반대 세력과 비교해 그들은 덜 탐욕스럽고 덜 사치하는 반면 순수한 권력에의 갈망이 더 크고, 반대 세력을 타도하는 데도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 마지막 차이점이 주가 된다. 오늘날 존재하는 전제자와 비교해보면 과거의 그들은 열의가 낮고 비능률적이다. 과거 모든 지배집단들은 언제나 어느 만큼은 자유사상에 감염되어 있고, 어디에나 엉성한 면이 남아 있고, 명백한 행동만을 문제 삼고, 자기네 국민들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된 것은 과거에는 어떤 정부도 국민을 계속해서 감시할 힘은 없었다는 데 약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인쇄술의 발명은 국민 여론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고 영화와 라디오가 그것을 한층 더 진전시켰다. 텔레비전의 발전과, 한 번에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의 발명으로 개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 적어도 감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인물든은 하루 24시간 경찰의 시선 아래 있어야 하며, 다른 모든 통신망은 다 봉쇄된 채 정부 선전만 듣게 된다. 그래서 국가가 하자는 대로 완전히 복종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사를 획일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출현하게 되었다.(251p)

새로운 귀족 정치의 시작,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통한 감시!

(윈스턴을 고문하는 내부당원의 말) “두번째로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이란 인간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라는 사실이야. 인간의 육체 위에 군림하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권력이지. 물질에 대한 권력, 그러니까 자네가 말했던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가 않아.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배는 이미 절대적이니까.”

잠시 동안 윈스턴은 다이얼을 잊어버렸다. 그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앉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고통스럽게 몸을 조금 뒤틀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물질을 지배할 수 있습니까?” 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은 날씨나 인력의 법칙도 지배를 못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질병과 고통과 죽음이 있는데 말입니다.”

오브라이언은 손짓으로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을 지배하는 걸세. 실재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거야. 윈스턴, 차차 알게 될 걸세.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없어.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공중을 날게 할 수도 있고 무엇이건 할 수 있어. 또 내가 원하기만 하면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 그러나 나는 원치 않네. 당이 그걸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야. 자연 법칙에 대해선 저 19세기 식 사고방식을 버랴야 하네. 우리가 자연 법칙을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야.”(325p)

물질은 인식에서 시작하고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면 물질을 지배한다(인식론)

읽은 책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들의 음모』, 흐름출판

다 읽은 날짜 : 2019년 8월 23일, Ridibooks

< 읽게 된 동기 >

모피아, 인사이드 잡 등을 보고 한창 경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던 찰나, 친구와 우연히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추천해주어서 읽게 되었다.

< 한줄평 및 별점 >  ★★★★☆ ( 4점 / 5점 )

나름 오랜 기간 재테크를 해오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책만큼 재테크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조언은 들어보지 못했다.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지만, 투자를 할 때 자본이득과 현금흐름(cash flow)을 구분해 접근하라는 조언 하나만으로도 내게 이 책은 그 값어치를 다했다.

< 서평 >

STEW 독서소모임의 지난달 지정도서였던 <모피아>를 읽고 최근 경제와 금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래서 책에서 추천한 <인사이드 잡>이라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보고,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사태를 다룬 <국가 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도 연속해서 봤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정말 우연히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나와는 초등학교 동창인데, 현재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액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돈도 꽤 모은 것 같고, 돈 자체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평소 다양한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다. 취업준비로 바빠 한동안 보지 못했다가 최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친구와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책 한 권을 추천받았고, 그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부자들의 음모>이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저자가 쓴 책이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 책장에 꽂혀있기도 했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알고 있었는데 그 저자가 쓴 책이라니 더욱 관심이 갔다. 또 친구가 추천하기도 했고, 최근 관심도가 굉장히 높은 분야라 그날 바로 리디북스에서 구매해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굉장히 간단했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에서 왜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그 핵심은 바로 부자들이 바꿔 놓은 ‘돈의 규칙’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돈의 규칙이 바뀌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큰 핵심은 부자들에 의해 돈의 규칙이 바뀌었고, 그 규칙에 따라 돈이 서민들의 지갑에서 부자들의 지갑으로 계속해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갈수록 돈이 더 많아지고, 서민들은 갈수록 살기 더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펼쳐나간다. 그 핵심은 바로 1971년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에 있다.

원래 미국은 금본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금본위제란, 달러를 발행하려면 동일한 가치의 금을 예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금본위제 하에서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발행할 수 없었다. 그만큼 금을 사 와야만 달러를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이 금본위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한다. 이때부터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이 사건이 돈의 규칙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보았다. (금본위제 폐지와 관련된 설명은 여기 블로그에 잘 되어있다.)

금본위제 폐지로 인해 이제 달러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 의해 자유롭게 발행될 수 있게 되었고,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때부터 달러는 ‘부르마블의 돈’과 같이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기존의 달러는 금에 의해 가치가 뒷받침되었다면, 오늘날의 달러는 오로지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도에 의해 가치가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본위제 폐지 이후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게 되었고 이 시점부터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1971년 8월 15일 미국 달러가 죽었다. 그날 의회의 인준 없이 닉슨 대통령은 미국 달러와 금의 교환관계를 끊고 달러를 부르마블(Monopoly) 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 붐이 일어났다.”

“1971년 순식간에 돈의 규칙이 바뀌면서 엄청난 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호황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고정된 가치도 없이 마구 찍어낸 돈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한 호황은 계속되었다.”

“세계가 달러를 믿고 사용하는 것은 어떠한 가치로 그것이 보장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가치를 갚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 정확히 말해서 미국 국민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낼 것이라는 신용만이 달러의 가치를 보장할 뿐이었다. 어쨌든 엄청난 돈이 쏟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리고 바로 이 인플레이션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돈을 쓰지 않고 가만히 있더라도 우리 돈의 가치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태가 되면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은 생계비 부담에 쪼들리게 되지만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된다. 부자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마음대로 사둘 수 있기 때문에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그다지 불편을 못 느낀다. 물가 상승의 혜택은 모두 가져가면서도 그로 인한 결과는 하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고, 중산층의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진다.”

부자들의 음모


그리고 다음장 부터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교육, 세금, 부채, 퇴직연금, 구제금융, 은행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부를 강탈해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교  육


저자는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이 철저히 부자들에 의해 짜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시작과 목적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탱해갈 다양한 순종적인 ‘일꾼’을 양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록펠러재단이 1903년에 설립한 ‘일반교육위원회(General Education Board)’의 설립목적을 제시하며, 오늘날 교육의 가장 큰 죄악이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과 ‘금융’을 가르치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교육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돈의 힘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의 방향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학교를 통해 사람들을 규칙에 순응하도록, 지배자에게 복종하도록 길들이고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관리감독과 지시에 따라 생산적으로 일하는 시민을 양산하는 것이다. 권위를 의심하는 태도,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 이상을 알고 싶어 하는 태도는 꺾어버려야 한다. ‘진정한 교육’은 엘리트 지배계급의 자녀들에게만 제공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그저 하루하루 즐기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는, 숙련된 일꾼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교육이 그들에게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 에드워드 그리핀 G. Edward Griffin, <제킬 섬에서 온 생명체 The Creature from Jekyll Island>, 1903년 창립된 록펠러 일반교육위원회에서

“오늘날 교육제도의 가장 큰 죄악은 ‘돈’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훌륭한 피고용자가 될 수 있는지, 자신의 신분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지 가르친다.”

오늘날 교육의 다양한 목적을 생각해볼 때 완벽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북한만 보더라도 교육을 통해 철저히 사상을 통제하고, 일제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나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역시 교육이었다.

세  금


지금은 세금이 너무나 당연시 되고 있지만 초기 미국에는 세금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1913년 연방준비제도가 만들어지면서 16차 수정 헌법이 통과되고 소득세는 영구불변의 세금이 되었다고 한다.

“초기 미국에는 세금이 거의 없었다. 1862년 남북전쟁 자금을 대기 위해 처음으로 소득세를 걷었으나, 1895년 대법원이 소득세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1913년, 연방준비제도가 만들어지면서 16차 수정헌법이 통과되고 소득세는 영구불변의 세금이 되었다. 소득세가 부활한 것은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부자들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주머니에 마음대로 손을 넣어 돈을 꺼내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38.2%이다(참조 :“한국 국가부채 빠른 속도로 급증해 1700조 원 육박”, 한국경제, 19.04.15). 이 수치는 OECD 평균인 약 110%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기사에서는 그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부채의 증가는 우리의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은 아래 ‘부채와 인플레이션’ 파트와도 일맥상통한다.

부채와 인플레이션


저자는 오늘날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결국은 납세자들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고, 세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연방준비제도는 정치인들에게 세금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돈을 빌릴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하지만 빚은 양날의 칼처럼 결국 세금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는 재정이 부족할 때마다 세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채권을 팔아 돈을 빌린다. 채권은 곧 납세자들이 그 돈을 갚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차용증이다. 채권을 발행할수록 납세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며, 그만큼 돈은 불어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또한 더욱 가속화된다.”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연방준비위원회와 재무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돈을 빌리거나 더 많은 돈을 찍어낸다. 돈이 많이 풀릴수록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조용한 세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퇴직연금


저자는 1974년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서술하는데, 그 핵심은 바로 연금 지급을 위한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

“곧이어 1974년 미국 의회는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 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고용주가 제공하는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 근로자가 지급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 연금에 가입해 있던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급여 일부분을 넣어야 하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사용자의 부담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연금제도) 연금으로 갈아타야 했다. 이렇게 조성된 퇴직연금은 주식시장과 뮤추얼펀드로 흘러 들어갔다. 이제 월스트리트가 월급쟁이들의 퇴직금을 마음 놓고 주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1974년 미국 의회는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퇴직연금을 주식시장에 무조건 투자하게끔 강제하는 법이다. 결국 수익률은 낮으면서 위험률은 높은 투자 상품을 만들어놓고 수수료만 왕창 떼어가는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에게 국민들의 퇴직연금을 몽땅 줘버리는 것과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에 의해 연기금 규모 자체를 늘릴 수 있고, 보다 안정적인 연금 지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도 분명 일리가 있다. 국민연금 같이 규모가 가장 큰 공적인 연기금은 그 성격상 오로지 수익만을 위해 운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 한일 무역분쟁이 터졌을 때 우리나라의 코스피, 코스닥이 급락하자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대거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물론 연기금이 투입되고 난 뒤 일정부분 시장이 살아나긴 했지만, 만약 그대로 우리 주식시장이 붕괴하였다면 연기금은 엄청난 손실을 봐야 했을 것이다.

구제금융과 은행들


저자는 구제금융을 ‘권력자가 보통 사람들의 돈을 거두어 자신의 부유한 친구들에게 퍼주는 돈’이라고 비난한다. 실제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월스트리가의 지나친 탐욕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발생했지만, 그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천문학적인 미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 공적자금은, 바로 평범한 미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2007년 ‘파생상품의 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살려달라고 구조 요청을 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는 물론 방만한 경영과 사기, 횡령 등으로 생긴 손실을 정부의 돈으로, 즉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메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구제금융’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한 음모 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정부가 은행에게 제공하는 구제금융은 그야말로 권력자가 보통 사람들의 돈을 거두어 자신의 부유한 친구들에게 퍼주는 돈일뿐이다. 자기 친구들의 실책과 무능, 아니 명백한 사기행각을 덮어주기 위해 뿌리는 돈이다. 결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돈이 아니다.”

“연방준비위원회와 미국 재무부가 은행을 구제하는 것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구제금융이 집행될 때마다 우리의 경제적 자유는 더욱 정부에게 귀속되고, 공공부채를 갚아야 할 우리의 몫은 점점 커진다.”

이어서 은행 역시 우리의 부를 강탈해간다고 주장하는데, 그 핵심 메커니즘으로 ‘부분 지급준비제도’를 지적한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그 예금의 일부만을 예치하고 나머지 금액을 대출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이 12:1이라고 할 경우,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100만 원으로 1,200만 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바로 당신이 맡긴 돈을 깎고 희석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고, 또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예컨대 은행이 매년 이자를 5퍼센트씩 지급한다고 해보자. 100만 원을 예금했을 때 은행은 1년 후 5만 원을 이자로 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은 이 100만 원을 가지고 1,200만 원을 빌려주고 10퍼센트씩 이자를 받는다. 은행은 1년 동안 120만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당신은 100만 원으로 1년 동안 겨우 5만 원을 벌지만, 은행은 당신의 돈으로 120만 원을 벌어들인다. 부분 지급준비제도를 통해 은행이 우리 돈을 희석시키고 우리의 부를 훔쳐가는 것이다.”

“부분 지급준비제도는 은행의 현금 강탈 방법이다. 이러한 첨단 은행 강도질은 사람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모든 은행은, 하다못해 지방의 작은 은행이라고 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허공에서 돈을 만들어낸다. 돈을 들고 은행에 찾아갈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당신이 맡긴 돈을 가지고 마치 요술을 부리듯 더 많은 돈을 찍어낸다. 당신이 예치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이로써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결국 은행에서 주는 이자율만큼 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부자들의 음모에 맞서는 방법 : 금융지식 (feat. 자본이득 vs 현금흐름)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부자들의 음모에 맞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한다.

“금융지식을 높임으로써, 돈에 대한 생각을 바꿈으로써, 세금, 부채, 인플레이션, 퇴직연금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활용하여 수익을 얻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금융지식을 높이는 것’. 바로 이것이야 말로 부자들의 음모에 맞서 우리 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금융지식을 통해 우리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자기 돈을 스스로 찍어낼 것’을 제시한다.

“자기 돈을 스스로 찍어낼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위대한 비밀 중 하나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자본이득과 현금흐름을 구분하는 데 있다.

자본이득 vs 현금흐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인데, 바로 자본이득과 현금흐름의 개념을 구분한 것이다. 용어가 생소해서 그렇지, 대부분 한번쯤은 생각해본 개념일 것이다. 나 역시 머릿속에 막연히 비슷한 개념은 있었지만, 이 둘을 딱 구분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자가 ‘자본이득’과 ‘현금흐름’이라는 단어로 명확하게 개념 정의를 해주니 정리가 깔끔해졌다.

이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자본이득을 위한 투자이고, 같은 아파트라도 매월 발생하는 월세를 위해 구매했다면 그것은 현금흐름을 위한 투자이다. 주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주식을 구매하면 자본이득을 위한 것이고, 같은 주식을 사더라도 매 분기, 혹은 매년 발생하는 배당금을 노리고 투자했다면 그것은 현금흐름을 위한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좀 더 직관적이다.

▲ 자본이득과 현금흐름의 차이

자본이득은 해당 자산 자체의 가격이 변하는 것이지만, 현금흐름은 해당 자산으로 부터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 한편, 아래 그림은 저자와 그의 아내인 킴 부부와 ‘톰과 캐런’ 부부를 비교한 것인데, 톰과 캐런은 평범한 맞벌이 부부이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톰과 캐런 부부의 유일한 수입은 월급이지만, 로버트와 킴 부부는 월급 외에도 다양한 자산으로부터 수입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렇게 두 개념을 구분한 뒤 저자는 자본이득을 위한 투자는 한 마디로 ‘도박’이라고 정의한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금이든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해 투자하는 것 자체가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정기적으로 내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줄 수 있는 ‘현금흐름’에 투자하는 게 부자가 되는 핵심이라고 말하며, 바로 이런 투자가 ‘돈을 스스로 찍어내는 투자’라고 말한다.

“방구석에 돈을 묻어두어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방구석에 묻어놓는 것보다 더 나쁜 선택은 은행에 묻어놓는 것이다. 부자들은 돈을 현금흐름 자산에 투자한다. 이것이 부자들만이 아는 ‘부의 열쇠’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래의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일정한 소득을 제공하고 또한 인플레이션에 따라서 가치도 계속 올라가는 자산에 돈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시간이 가면서 가치가 떨어지면 안 된다.”

“분산투자하지 마라. 자신의 돈을 통제하고 투자를 집중하라. 금융위기로 인해 나 역시 약간의 타격을 받기는 했으나 아주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내가 가진 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장가치(자본이득: 각종 자본적 자산의 평가 변동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이득이 아닌 ‘현금흐름’에만 투자한다.”

“부자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절대로 잊지 마라. 현금흐름에 투자해라. 그래야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현금흐름에 투자해라. 그래야만 호황기이든 불황기이든 휩쓸려가지 않지. 현금흐름에 투자해라. 그래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요. 자본이득으로 훨씬 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현금흐름을 만드는 투자를 찾는 것은 어려워요.” “나도 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라. 탐욕과 눈먼 돈이 부자가 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자본이득에 눈이 멀어 결코 현금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2009년 아우성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본이득에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현금흐름에 투자한 사람들은 금융위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노후 자금이든 아이들의 학자금이든 실직 위협이든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돈을 찍어내는 방법은 우리 돈에 대한 무한한 투자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무한한 수익률은 곧 ‘불로소득’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자산을 획득하기 위해 들인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그 자산을 가지고 현금흐름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금융지식만 제대로 갖춘다면 사업체, 부동산, 주식, 금은, 원유와 같은 상품을 통해서 돈을 찍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핵심은 무한 수익을 얻는 것이다. 불로소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어서 저자는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자산으로 4가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4가지 자산

: 사업, 부동산, 종이자산, 상품자산


저자는 우리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요 분야로 사업, 부동산, 종이자산, 상품자산의 4가지를 제시하며, 이 4 분야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라고 말한다.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요 분야에는 네 가지가 있다.

1. 사업 : 평범한 사람들은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자들은 대개 저절로 돈이 들어오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2. 소득을 만들어내는 투자 부동산 : 매달 임대료 형식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부동산을 말한다. 물론 금융 설계사들은 모든 집은 자산이라고 말하겠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나 별장은 투자 자산이 아니다.

3. 종이자산 : 평균적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 채권, 저축, 연금, 보험, 뮤추얼펀드와 같은 종이자산에만 투자한다. 사기 쉽고 관리하기 쉽고 쉽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휴지조각이 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4. 상품자산 : 평균적인 투자자들은 금, 은, 원유, 가스와 같은 상품을 어디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런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금융지식이 많은 투자자는 이 네 분야에 골고루 투자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분산투자다. 일반투자자들이 분산투자를 한다고 하는 것은 대개 3번, 종이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분산투자가 아니다.”

이 부분 역시 공감이 많이 됐는데, 저자는 분산투자를 비판하면서, 소위 재테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분산투자는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 분산투자라고 하면, 우리는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짠다. 펀드에 일부, 우량주에 일부, 저평가주에 일부 등등. 이런 식으로 돈을 나눠서 투자를 하지만, 결국 이 모든 투자 대상은 ‘종이자산’이다.

분산투자의 핵심은 위험의 회피이지만, 결국 우리가 그 동안 해왔던 분산투자는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리 우량주, 저평가주, 펀드 등에 나누어 골고루 투자해도 결국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무너지면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각기 다른 자산에 투자하여 매달 현금이 들어오도록 하고, 그 자산을 다시 재투자하거나 금, 은 등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산으로 바꿔놓는 것이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본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저자는 그만큼 쉽게 잘 서술하고 있다.

다만, 너무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돈의 규칙이 바뀌면서(금본위제 폐지) 부자들이 당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강탈해가고 있다. 따라서, 금융 IQ를 높여 현금흐름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각 장에서 너무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오늘날의 교육이 부자들이 짜놓은 자본주의 경제판에서 움직이는 수동적인 말을 길러내기 위함이라는 부분에는 그렇게 큰 동의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오늘날 우리 교육이 금융에 대한, 돈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오늘날의 다양한 교육이 밑거름이 되어 자기실현의 수단이 되는 만큼, 그런 부분을 간과한 채 너무 ‘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다 읽은 시점에 내 머릿속에는 ‘자본이득’과 ‘현금흐름’ 이 두 단어가 강렬하게 박혔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재테크는 자본이득에 집중이 되어 있고, 주식, 펀드 등 저자가 말하는 ‘종이자산’에 집중되어 있다. 흔히 주식 투자를 하며 대박을 꿈꾸고, 최근에는 비트코인 광풍이 그 주역이었다. 또한 부자들 역시 부동산 대박을 위해 오늘도 좋은 매물을 찾으러 발품을 판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돈’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아 어려서 부터 다양한 재테크를 해왔다. 주식이나 펀드, CMA 등등 금융권의 합법적인 수단은 물론이고, 비트코인과 같은 투기성 짙은 상품, 토토와 같은 도박성 수단까지 모두 다 이용해봤다.

하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이렇다할 수익을 보지 못했는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자본이득’만을 노리고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주식 투자에서는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가 되어 ‘휴지조각’이라는 말처럼 100% 손실을 보았고, 펀드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으며, 비트코인도 일확천금을 노리다 결국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했다.

자본이득은 일시적으로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겠으나, 결코 영원하지 못하다. 저자의 말처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때 눈물을 흘린 건 모두가 자본이득을 쫓던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현금흐름에 투자하면, 경기 불황과 호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 투자하면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 자체의 절대 가치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어차피 매달 내 주머니로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개의치 않을 수 있다. 당장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언젠간 경기는 회복될 것이고 자산 가치도 회복되기 마련이다. 이는 다른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이 원칙을 아는 것이야 말로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었고, 이 원칙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그 값어치를 다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내 수준에서 내게 현금흐름을 가져다줄 만한 수단에는 뭐가 있을까. 지금 당장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유튜브, 책, 블로그 정도? 그래서 현재 내 수준에서 당장 할 수 있는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애드센스를 달았다. 그리고 주식과 채권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책을 주문했다. 뭐 당장이야 한달에 1달러도 벌어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 보면 언젠간 길이 보이지 않을까.

< 인상 깊은 문구 >

서평 내 인용 문구로 대체

[읽게 된 계기]


STEW에서 선정되어 읽은 책.

 

[한줄평]


음모론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망친 과도한 MSG

 

[서평]


음모론

사회는 정말 복잡하다.

복잡해진 사회를 이해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는 속도에 맞춰 정보를 획들할 수 있는 속도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소식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알려진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공식적인 매체가 전해주는 내용에 의문을 던지고 숨겨진 실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치는 주장은 흔히 “음모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음모론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공언한 사건에 사실 우리가 모르는 실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라는 전제로 사건을 바라본다. 실체의 존재라는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건을 재조명하다보니 가끔 황당하게 복잡한, 즉 끼워맞추기 식의 설명을 할때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것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한다.

 

흥미로웠던 설정과 도입부

우리나라 경제학자이자 소설가로 알려진 우석훈의 작품 <모피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글의 기초로 삼는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재무부 출신 인사를 뜻하는 모피아는 엄청난 부를 사용하여 사회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어마무시한 사람들로 이들은 막대한 금융자산을 이용하여 주요 재계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또한 이를 이용해 대통령까지도 본인들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여 대통령은 사실상 경제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한국은행 팀장 출신인 주인공 오지환은 소위 “경제 쿠데타”라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을 도와 이들을 상대한다는 내용이다.

돈 많은 자들이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음모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이다. 그렇기에 제목과 처음 부분에서 나는 순조롭게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경제용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건 전개를 이해하는데 경제학자라 그런지 용어가 사건 전개를 이해할때 크게 어렵지 않게 잘 풀어서 설명하였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서 수많은 경제적 사고에 고통받았던 뇌 때문에 사건 파악을 위해 몇번을 돌려봤던 것을 생각하면 순조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긍정적인 요소였다.

또한 그들이 주장한 금융 엘리트들이 계획한 삶에 살고 있다는 음모론은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 살면서 이런 의문을 한 번도 안 던져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각종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금융의 힘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한 쑹훙핑의 책 <화폐전쟁>이 큰 인기를 누린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우석훈 작가가 정한 기본 설정에 큰 부담을 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기본 세팅을 맞추고 사건이 전개될 복선들을 보며 흥미를 느낀 나는 이러한 도입부를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다. 모피아의 수장인 이현도가 대통령을 찾아가 방패가 되어줄 주인공 오지환을 친히 추천한다는 설정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긴 했지만, 이 또한 나중에 설명이 될 큰 그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소설의 주요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소설에도 과유불급이 있구나..

중반부부터 음모론이 강력하게 폭발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강력해서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오지환을 필두로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측과 경제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모피아 측의 싸움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물론 우리나라 지정학적 특성상 정말 다양한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전세계 금융계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설정은 읽는 나로 하여금 다소 과도한 MS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MSG를 살짝 맛본 것에 불과할 줄 누가 알았을까?

대통령이 경제 쿠데타에 대한 대응으로 가지고 나온 통일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설에서 정말 지체없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쉽게 통일을 위해 나가는 모습은 지난 70여년 간 크고 작은 대립이 끊임없었던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금융내전의 이해관계자로서 제주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진격시키는 모습에서 초반에 잘 쌓아놓은 나의 흥미가 무너지게 되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큰 주제로 시작되었던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나에게 항공모함이 대치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장르가 혼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한 긴장감은 잘 표현되었지만 한국의 금융전쟁이 타국가의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어 초강대국 두 나라가 대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과하게 나간 설정이 아닌가 하는게 내 짧은 생각에서 나온 의견이다.

전임 대통령과 과거 사건들을 언급하며 사실감을 높이려고 하였던 작가의 노력은 설정의 과도한 확장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려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확실했던 교훈

중간에 너무 과도한 설정의 연속으로 소설에 대한 실망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의 마지막을 맞이하였을때 작가가 <모피아>를 통하여 의도하고자 하는 싶었던 이상향은 확실하였다. 그것은 바로 경제의 민주화였다. 특히 마지막에 대통령이 시민들과 함께 전진하는 모습에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메시지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작가가 의도한 점이 경제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는 것이었다면 이 글은 소기의 성공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힘 약한 많은 이들이 대적할만한 상대, 즉 모피아를 음모론을 통하여 창조해냄으로써 극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모습을 연출한 작가의 노련미가 묻어난다.

하지만 그렇기에 중반부에 쳐진 과도한 MSG이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독자들을 혼동시킨 것 같아 더욱 아쉽다. 그런 아쉬움때문에라도 그의 작품을 다시한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좋은 원재료를 망치지 않는 적절한 시즈닝이 되길 기대해본다.

마감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STEW입니다.

 

2019 STEW 독서소모임, 하반기 멤버를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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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2회(10월, 12월) 진행하며, 추가로 자유도서를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총 4권을 읽게 됩니다. STEW 독서소모임은 따뜻한 커뮤니티 STEW에서 운영하며, 독서소모임 회원은 STEW 멤버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 하반기 오프라인 모임
– 10월, 12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2시 강남부근

○ 하반기 활동
– 9월 ~ 12월
– 지정 도서 2권, 자유 도서 2권. 총 4권

○ 회원 자격
– 다양한 분야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성인
– 1999 ~ 1990년생

○ 회원 할 일
– 하반기 회비 1만 5천원
– 책 읽고 서평 쓰기(서평 지각 or 미제출시 벌금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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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신청 기간
– 2019.7.28 ~ 충원 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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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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