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꽤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으로서 불가능 할 거라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는 비단 사회생활을 넘어 삶 자체를 말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군 시절은 물론 대학, 학창시절, 유년기 등에서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스트레스의 원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명확함
나는 엔지니어다. 주로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운영해왔는데 이 분야에서 10년을 살아 남았으니 꽤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 버텨낸 것으로 봐서 나는 이 분야에 적당히 어울리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명확함’이란 단어를 싫어하는 엔지니어가 있을까? 만약 ‘명확함’을 싫어한다면, 그런데 나보다 더 많이 이 업계에서 살아남았다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그 사람과 협업을 피하고 싶다.
나는 ‘명확함’을 좋아한다. 명확한 의사표현, 명확한 설계, 명확한 시스템, 명확한 평가, 명확한 보상 등 내 주위의 모든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역할을 좀 더 부여 받아서 더 많은 곳을 명확하게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나는 정신적으로 참 많이 지친 상태다.
나는 궁금했다. 우리가 실제로 통제권을 갖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운이 지배하는 상황을 자신이 통제한다는 인식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불확실한 정보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얼마 전 작은 팀의 팀장이 됐다. 나는 우리 팀 업무를 해야 할 임무가 있고, 우리 팀 여섯 명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임무가 있다. 그리고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생겨나는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 대상으로 생각했다.
한 달, 두 달. 그렇게 네 달이 지났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또 다른 불확실성이 나왔다. 그렇게 불확실성이 내 주위를 둘러 싸며 나는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때로는 이 상황을 만드는 몇몇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했고, 나아가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일을 해야 했고 생기는 불확실성들을 제거하며 우리 팀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땐 내 원래 계획은 모두 엉망이 돼 있었다.
사람은 계획하고 신은 웃는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은 애초에 내 계획에 없었다. 그저 내가 잘 계획하고 열심히 일하면 좋은 상황을 마주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늘 불확실성은 내게 무거운 과제를 던져댔다.
슬프게도 이런 상황에 나를 지치게 하는 많은 개인적 사건이 생겼다. 내 건강은 물론 나를 구성하는 많은 관계가 엉클어졌다. 이 모든 걸 그저 내 탓으로 돌리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내가 구상했던 ‘명확함’ 자체를 잊었다.
포커를 칠 때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랐다. 또한 포커를 통해 운을 길들이고 싶었다. 패가 좋지 않을 때도 좋은 결과를 내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블러프> 저자는 심리학 박사로 현재 내가 마주한 불확실성을 먼저 경험했다. 나아가 이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자신의 삶으로 실험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1984년생으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점은 놀랍게도 현재 내 나이와 비슷하다. 책을 펼치곤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포커의 세계
책을 읽으며 힘들었던 게 있다. 포커 게임을 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결국 책을 읽다가 포커 앱을 받아 1시간 여 플레이 했다. 과거 ‘한게임’, ‘넷마블’ 등이 PC방을 점령하던 시기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보드게임을 해봤다. 온라인 속에서 책 속 감동은 없었지만 저자가 책 초반에 설명한 포커에 관한 막막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포커 챔피언 ‘에릭 사이델’을 만나 포커를 배우기 시작한다. 1년 만에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 포커 카드가 몇 장인지도 모르는 저자가 챔피언이 되고, 그렇게 프로 선수가 되는 과정은 정말이지 흥미진진 했다.
때때로 번역 투로 읽히는 부분과 다소 지루한 회상 씬은 조금 읽기 힘들었지만 포커 판을 빗대며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부분은 저자의 필력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았다.
“패배를 당해야 해.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방법이야”
그중 몇 장면은 현재 내가 마주한 현실과 오버랩 돼 다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팀장이 되는 걸 기대했지만, 실상 내 기대보다 내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한 시기. 이런 내게 에릭 사이델이 패배가 필요하다 말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아프고, 한편으론 힘이 됐다.
만약 내 사회 생활이 포커 게임이라면 매일 크고 작은 포커 게임에서 나는 늘 이기기만을 바랬던 것 같다. 포커 게임에서 작은 패배가 현실에서 작은 실수라면, 작은 실수 정도는 언제든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지는 법을, 패배로부터 배우는 법을 알지 못하며 탓할 대상만을 찾는다. 그들은 한발 물러나 자신의 결정, 플레이, 잘못을 저지른 지점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실수를 마주했을 때 무엇이 잘못 됐는지,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나는 작은 실수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잘 하고 싶은 욕구가 되려 나를 억누른 것이다.
“카드가 안 좋게 나와서 지는 건 괜찮아. 별일 아냐. 하지만 나쁜 결정이나 실수 때문에 지면 훨씬 마음이 아파.”
포커를 치다 보면 ‘운’이 작용한다. 그리고 이 ‘운’ 때문에 울기도, 웃기도 한다. 누군가는 운은 실력이라 하지만 그래서 운이 어디까지가 실력인지를 알아보는 게 이 책이 쓰여진 배경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기는 것 보다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에 이야기했잖아. 모든 핸드에 대해 분명한 사고 과정을 거처야 한다고.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봤는지, 그 정보가 이 핸드를 판단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야 해.”
이쯤 되니 그래서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어쩌면 이게 내 문제의 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게 올바른 선택이란 좋은 결과를 뜻했다. 올바른 선택이라 해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나쁜 선택이라 생각했다. 이게 내 멘탈을 흔들고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올바른 선택에 나쁜 운이 작용해 나쁜 결과를 만났다면, 나는 나쁜 운을 고려하지 못한 나를 탓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나쁜 운을 내 탓으로 돌린 셈이다. 즉, 내 노력과 상관 없이 나는 나를 탓한 것이다.
더 잘못된 것은 나쁜 선택에 좋은 운이 작용해 좋은 결과를 만났을 때다. 어쨌든 좋은 상황이라며 나는 긴장을 풀었다. 결국 내 감정은 운에 작용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불확실성 곁에 있기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부모님에게 당당히 외쳤던 말이 있다. “10년 만 기다리세요. 10년 뒤에는 부모님이 일 안해도 되게 만들게요.” 그리고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두 분께 작은 용돈을 매달 드리는 것 뿐이다.
“임의로 정한 기한에 얽매이지 마. 항상 내년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나는 이 말에 갇혀있었다. 어떤 선택을 내릴 때 늘 고려했으며, 결과적으로 내 목표를 이루지도 못했다. 때로는 이 목표가 너무 무거워 깊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히 일을 하며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으시다. 결과적으로 내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그저 아들이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일하는 것에 자랑스러워 하시고, 내가 드리는 작은 용돈에 충분히 행복을 느끼신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나는 우리 팀원들을 지켜야 한다며 여기저기 눈을 부라리며 인상을 쓰곤 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내가 늘 지켜야 할 만큼 약하지 않으며 충분히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이다.
결국 나는 실체가 없는 임의의 무언가에 눌려있었고, 내 가능성을 스스로 막았던 것이다. 즉, 불확실성에 진 것이다.
에릭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침체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10년 전보다는 정말 많은 성장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여리고, 약하다. 쉽게 흥분하고, 좌절한다. 내 단점을 명확히 아는 것이 개선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불필요할 정도로 불확실성을 크게 받아들이려 했던 것 같다. 늘 ‘잘 안 될 수도 있잖아’와 싸웠다.
내가 우려하는 상황은 대체로 일어나지 않는다. 적절한 지점을 유지한다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내가 ‘과대 망상’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결국 나는 불확실성에게 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여기에 있으며 삶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그 모든 우여곡절, 그 모든 불공정한, 그 모든 소음을 경험할 기회를. 결코 존재하지 못한 수억, 수십조, 수백경, 상상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테이블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다. 운은 운일 뿐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우리의 사고, 결정 과정, 반응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포커 챔피언이 됐다. 힘겹게 많은 상황을 이겨냈고, 좋은 멘토와 친구들이 곁에서 도움을 줬다. 결국 목표했던 포커 챔피언이 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나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피엔딩이다. 내게도 좋은 멘토와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포커 챔피언’과 같은 진짜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기가 됐다. 내 곁에 놓인 많은 문제들이 이제는 그저 ‘불확실성’으로 보인다. 이제 내게 ‘불확실성’은 ‘명확함’으로 바꿔야 하는 제거 대상 따위가 아니다. 영원히 제거할 수 없는 존재라면 함께하는 게 맞겠다.
누군가가 기대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 그 누군가가 너 자신이라고 해도. 물러설 때를 알아라. 재조정이 필요한 때를 알아라. 이전의 계획들은 무시하고 전략을 재평가해야 할 때를 알아라.
2022년은 내게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
마무리
책을 읽으며 내가 무엇에 흔들렸는지 명확해졌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이와 별개로 뜻밖의 이득이 있었다. 역시 나는 운이 좋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에 어떤 책을 읽고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를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경우가 참 많다. 이 책은 <왜 일하는가>를 읽으며 내가 주니어 시기를 이겨냈던 것 만큼 임팩트가 컸다. 저자는 내게 조금 더 힘을 준다.
운에 대해 많이 인용되는 말로 준비된 사람에게 운이 따른다는 루이스 파스퇴르의 말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가 한 말을 자세히 읽지는 못했다. “관찰에 있어 운은 준비된 사람을 따른다.” 우리는 준비된 사람이라는 부분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나타났을 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잘 살피지 않으면, 애초에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어떤 준비도 충분치 않다. 하나는 다른 하나가 없으면 거의 쓸모가 없다.
당신이 운이 나쁜 이유는 좋은 일들이 실제로는 더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운이 좋은 이유는 그때 당신이 그 사실을 알아채기 때문이다. 윌리엄 베버리지는 <과학적 탐구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도깨비불 혹은 운을 임의로 불러낼 수 없지만 잘 살펴서 나타났을 때 알아보고 이득을 보도록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성공하고 싶다면 “관찰력을 기르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항상 주의하여 운이 제공하는 모든 단서를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우리는 분산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주의는 통제할 수 있다.
결국 나를 비롯해 힘든 시기에 책에서 답을 찾는 사람은 간단하다. 힘든 시기에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든 시기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책을 읽기 때문이다. 결국 힘든 시기에 책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사람은 늘 책을 읽기 때문에 책 속에서 운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쯤 되니 내가 참 잘 하고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게 해준 스튜 독서소모임을 비롯해 나를 성장하게 하는 나를 구성하는 많은 시스템. 이들이 내게 운을 가져다주고 있던 내 힘 중 하나였구나 싶다.
오랜만에 머리에 가득 찬 압력이 약해지는 기분이다. 조금은 평정심을 되찾은 것 같다.
한줄평
내 삶의 이 시점에 이 책을 발견한 건 내 운이다. 그리고 이 운은 내 관찰 기술 덕분이라 하겠다.
인상 깊은 문구
- 사람은 계획하고 신은 웃는다.
-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여전히 미지의 변수가 나를 덮칠 수 있다. 그리고 결과가 나타난다. 그저 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나머지는 내게 달린 일이 아니다.
- 포커를 칠 때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랐다. 또한 포커를 통해 운을 길들이고 싶었다. 패가 좋지 않을 때도 좋은 결과를 내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 성인이 되어서는 내 현실의 얼마큼이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내가 이뤄낸 결과인지 파헤쳐보고 싶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랬지만 나 역시 내 삶의 얼마큼이 노력의 대가인지, 얼마큼이 그저 운인지 알고 싶었다.
- 나는 궁금했다. 우리가 실제로 통제권을 갖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운이 지배하는 상황을 자신이 통제한다는 인식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불확실한 정보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 우리의 신경망은 확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통계는 완전히 반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내재적 불확실성을 이해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초기 환경에는 숫자나 계산이 없었으며 개인적 경험과 일화가 있을 뿐이었다.
- 그래서 우리는 추상적인 형태로 제시되는 정보, 즉 ‘호랑이는 이 지역에서 대단히 희귀하기에 길을 가다 마주칠 확률은 2퍼센트이며 공격당할 확률은 더 낮다’ 같은 문장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지난밤에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정말 무서웠어’와 같이 순수한 감정에 대응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이런 결함은 계속 남아 있으며 이를 ‘설명 경험 간극’이라고 부른다.
- 우리의 경험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 경험들은 대개 왜곡되어 있어서 우리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 폰 노이만은 이렇게 썼다. “현실의 삶은 블러핑으로, 사소한 기만전술로, 상대는 내가 어떻게 하리라 생각할 것인지 따지는 자문으로 이뤄진다. 이것이 나의 이론에서 말하는 게임이다.”
- 폰 노이만은 포커를 사랑했다. 그에게 퍼커는 삶을 관장하는 기술과 운 사이의 형용할 수 없는 균형을 대표했다. 플레이할 가치가 있을 만큼 기술의 비중이 충분하고,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운의 비중도 충분했다.
- 노 리밋 포커는 인생처럼 고위험, 고보상의 게임이다. 노 리밋 텍사스 홀덤으로 포커 챔피언을 가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내가 이 종목을 앞으로 배울 종목으로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인생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인생과 가장 비슷한 게임을 골라야 한다.
- 이 책은 폰 노이만의 과제, 즉 포커를 렌즈로 삼아 우리가 내려야 하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삶의 결정들을 들여다보려는 도전이다. 또한 우리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 그 결정들을 처리하고 최적화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시도다.
- 확률 게임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려는 모든 것이 비윤리적이다. 운에 좌우되지 않는 일이 단 하나도 없거니와 이익을 얻기 위해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일 역시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포커 플레이어들이 도박 한다고 비난하면서 훨씬 적은 정보로 같은 일을 하는 주식중개인들은 존중한다. 어떤 의미에서 포커 플레이어들은 대다수 직업보다 도박을 덜 한다. 어차피 한 팔을 잃어도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
- 경제학자 잉고 피들러는 6개월 동안 여러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진행된 수십만 판의 게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최고의 패가 이기는 경우는 평균 12퍼센트에 불과하며 쇼다운까지 가는 경우도 3분의 1 미만임이 드러났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기술이 뛰어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막판까지 가기 전에 패를 버리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 모든 주장의 진위에 삶의 행복을 걸어야 한다고 상상하면 우리의 판단에 오만함이 사라지고 경각심이 생기며 믿음의 힘을 발견한다.” 칸트의 말이다.
- 우리의 뇌는 학습의 결과에 보상이 있을 때 비로소 배운다. 아이들이 새로 얻은 지식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잘 알 때 훨씬 잘 배우고 기억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극도로 공격적인 사람들이 잘나가던 때가 있었어. 몇몇은 스타였지. 하지만 결국 과도한 공격성 때문에 망했어. 지금은 다들 밀려났지. 균형을 맞춰야 해. 어떤 사람들은 아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바이인이 수십만 달러인 최고 수준의 경기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줄 알아야 해. 200달러짜리 온라인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과 10만 달러짜리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건 완전히 다른 거야.”
- 그들은 근본적으로 탄탄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탄탄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극도의 공격성을 추가해야 한다. 다만 올바른 때 올바른 자리에서 해야 한다. 항상,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 지금 관심이 가는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많이 플레이 해보기 전에는 모두 쓸데없는 짓이야.
- “패배를 당해야 해.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방법이야”
- 댄의 말이다. 실패는 성공이 결코 줄 수 없는 객관성을 안겨준다. 바로 성공하면, 즉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자마자 성공하면 정말로 그만큼 잘한 것이었는지 운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 “10년 전엔 슈퍼스타였던 사람들도 지금 잘사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들은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이 있어서 슈퍼스타가 됐지만 일이 약간 잘못되면 그대로 무너져버렸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마약이나 스포츠 베팅에 탕진해버리기도 하고. 그들이 정말 배짱이 있었던 걸까? 아냐.”
- 포커에 대해 내가 처음 얻은 교훈은 이기는 일이 아니라 지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 “질 줄 알아야 크게 이겨. 모두가 이길 때는 플레이를 잘하지. 하지만 지고 있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잘 플레이할 수 있을까? 이때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플레이할 게 아니라 주어진 핸드에서 이길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해. 그럴 수 있다면 게임을 정복한 거야.”
- 에릭은 포커에 필요한 여러 기술이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기술이 있었는데 바로 자존심을 전혀 내세우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몹시도 객관적이었다.
- 사람들은 실패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지는 법을, 패배로부터 배우는 법을 알지 못하며 탓할 대상만을 찾는다. 그들은 한발 물러나 자신의 결정, 플레이, 잘못을 저지른 지점을 분석하지 않는다.
-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통제에 대한 착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지 뒷변이 나올지 예측하게 했다. 그런 다음 그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세 가지 조건에서 동전 던지기의 결과는 특정한 순서로 미리 정해져 있었다. 즉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패턴에 따라 분포되거나, 초반에 정확한 예측이 몰리거나, 후반에 정확한 예측이 몰리도록 정해져 있었다. 각 경우에 절대적인 횟수는 같았다. 유일한 차이는 순서뿐이었다.
- 그러나 결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랭어는 예측이 끝난 후 각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결과를 맞히는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예측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정확히 예측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지, 덜 산만한 환경에서는 더 잘할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이었다.
- 무작위로 진행되거나 후반에 예측이 맞도록 설정된 집단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초반에 예측이 맞도록 설정된 집단은 갑자기 근시가 된 듯 자신이 예측을 상당히 잘하며 시간이 지나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찍 패배하면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승리하면 통제의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랭어는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목을 ‘뒷면이면 내 능력, 앞면이면 운’이라고 붙였다.
- 포커의 핵심은 결국 불확실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 몇 년 전 에릭은 마이크 카로가 진행하는 세미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따. 카로는 텔, 즉 테이블에서 순간적으로 상대를 읽어내는 단서를 알려주는 책으로 유명하다.
- “정말 특이한 사람이야. 무대를 걸어 다니다 이런 말로 강연을 시작하지. ‘포커의 목적이 뭐죠?'”
- “누군가가 ‘돈을 따는 거요’라고 말하지. 그러면 그는 ‘아닙니다’라고 말해. 다른 사람이 ‘큰 판을 이기는 거요’라고 말하지만 역시 그는 ‘아닙니다’라고 하지. 그러곤 ‘포커의 목적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라고 말해. 나는 이게 포커를 바라보는 정말 좋은 관점이라고 생각해.”
- “카드가 안 좋게 나와서 지는 건 괜찮아. 별일 아냐. 하지만 나쁜 결정이나 실수 때문에 지면 훨씬 마음이 아파.”
- 나는 1만 시간 법칙을 별로 믿지 않는다. 정확히 1만 시간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수준의 아주 많은 시간이라는 조건을 달아도 마찬가지다. 엄밀한 검증을 통과할 만큼 증거가 충분치 않다. 어떤 사람은 훨씬 더 오래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라들보다 훨씬 덜 노력하고도 훨씬 큰 성과를 거둔다. 이는 진실히다.
- 온라인 포커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들은 남성 아바타나 중성 아바타보다 여성 아바타를 상대로 6퍼센트나 더 자주 블러핑을 친다.
- 가장 큰 실수는 전략이 부실했던 게 아니었다. 에릭은 그건 오히려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배우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내가 대부분의 결정에서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 “전에 이야기했잖아. 모든 핸드에 대해 분명한 사고 과정을 거처야 한다고.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봤는지, 그 정보가 이 핸드를 판단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야 해.”
- 훌륭한 지휘관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은 앞으로 할 행동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만 중요하다.
-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하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는가?
- 그나마 치타가 약 58퍼센트로 사냥 성공률이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사자로 사냥 성공률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5퍼센트 정도다. 늑대의 사냥 성공률은 14퍼센트에 불과하다. 실로 치명적인 킬러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잠자리다.
- 2012년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무려 95퍼센트다.
- 그는 사고 과정만 확고하다면 아무리 많이 실수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타당한 근거만 있으면 가끔은 정말로 나쁜 핸드로도 플레이할 수 있어.”
- 핵심은 장기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 우승한 지 몇 주 후 한 잡지사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나는 지난 이메일을 다시 확인했다. 이 상대와는 이전에 플레이한적이 있었다. 그녀는 내게 기사를 써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들이는 공에 비해 원고료가 너무 짰다. 그래서 기사를 써준 적은 없었다.
- 나는 다시 한번 떠보기로 했다. 요즘은 프리랜서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답신을 보냈다. 다음 책을 쓰고 있다고 하면서. 거절하지 않고 판을 계속 열어둔 것이다. 이제 공을 저쪽으로 넘겼으니 자리의 힘은 내 쪽에 있다. 먼저 상대의 대응을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때가 되기 전에는 나의 핸드가 얼마나 강한지 아무것도 드러내서는 안 된다.
- 하루가 지난 후 이메일이 왔다. 전보다 원고료를 많이 주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기회였다. 예전의 나였다면 덥석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 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 영리한 전략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걸로 충분할지 모르겠다고 반격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 일을 받으려면 주로 글을 싣는 잡지사에서 받는 것보다 더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의 베팅에 레이즈를 하지 않고 콜만 하는 셈이었다. 계속 판에 남아서 어떤 일이 생길지 보는 것이다. 다음 이메일에서 1글자당 3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됐다. 이 판을 이겼다.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어냈다. ‘고마워요, 공격적인 멍청이 씨. 당신은 나를 참 잘 가르쳤어요.’
- 우리는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날 때는 전혀 불만이 없다. 그래서 핫 핸드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기고 있을 때는 변화가 일어나야 마땅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연속된 결과가 우리 편일 때는 너무 좋아서 무한정 계속되도록 놔둔다. 하지만 나쁜 일들의 연속은 어제 끝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 1966년 미국의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가 처음 소개한 ‘통제 위치’라는 개념이 있다. 통제 위치가 내부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많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통제 위치가 외부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은 크게 중요치 않으며 사건은 예정대로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 대개 통제 위치가 내부에 있을 경우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말하자면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여긴다. 반면 통제 위치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더 잘 걸리고 일에서도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인다.
- 포커에서는 그냥 플레이를 잘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플레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최고의 플레이어도 운이 나쁘면 질 수 있다.
- “일단 자. 아침이 되면 항상 모든 게 나아진다고 하잖아. 그 조언대로 해.”
- 불운이 결국은 행운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불행이 닥쳤을 때 사실은 그 불행이 훨씬 나쁜 일로부터 자신을 지켰을 수도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결국에는 최고의 결정보다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 라스베이거스는 개발업자와 몽상가의 꿈이기도 했지만 서부 개척이 시작될 때부터 미국인의 정신을 사로잡은 꿈, 바로 부자가 되는 꿈을 반영했다. 이 도시로 향하는 골드러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에릭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침체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 “내가 잘한 일 중 하나는 재정적 등락을 잘 관리했다는 거야. 좋고 나빴던 때를 다 지나왔지. 난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심한 감정적 등락에 시달리지 않아. 그게 정말 소중했던 것 같아. 이런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해.”
- “잘 들어. 모든 플레이어가 에이스 페어를 들고 진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해. 그런 플레이어가 되지 마. 배드 비트(확률적으로 이기고 있다가 막판에 운 나쁘게 지는 것)에 집착하는 건 정말 나쁜 습관이야. 거기에 연연하면 안 돼.
- “운이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정확하게 플레이했는지에 말이야.”
- 객관적 현실 같은 건 없다. 우리는 어떤 것을 경험할 때마다 나름대로 해석한다. 희생자는 카드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불행한 일들이 자신에게 닥치고, 자신과 상관없이 일어나며, 자신은 탓할 대상이 아니고 통제권도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승리자는 자신이 정확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도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정확하게 사고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고하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여긴다.
- 테이블 운이 나쁘다고? 플레이를 더 잘하게 만드는 까다로운 테이블일 뿐이다. 테이블은 바꿀 수 없다. 그러니 모든 내면의 힘을 끌어모아서 최고의 게임을 해야 한다. 그것을 공부할 기회로 보라.
- 결과는 중요치 않다. 현명하게 선택했다면 같은 선택을 계속해야 한다. 불운한 결말에 집착하는 것은 그저 해로울 뿐이다.
- 몇 년 전 페도르 홀츠라는 독일 플레이어가 역사적인 연승 행진을 기록했다. 그의 토너먼트 연속 수상 기록이 너무 좋아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 어떤 사람이 확률 분산 차트를 만들었다. 그 결과 페도르의 연승 기록은 분산의 가장 오른쪽에 속하는 아웃라이어로서 통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이뤄질 확률은 1퍼센트 미만이었다. 그는 탁월한 플레이어였지만 운도 그의 편이었다.
- 운에 대해 많이 인용되는 말로 준비된 사람에게 운이 따른다는 루이스 파스퇴르의 말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가 한 말을 자세히 읽지는 못했다. “관찰에 있어 운은 준비된 사람을 따른다.” 우리는 준비된 사람이라는 부분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나타났을 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잘 살피지 않으면, 애초에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어떤 준비도 충분치 않다. 하나는 다른 하나가 없으면 거의 쓸모가 없다.
- 당신이 운이 나쁜 이유는 좋은 일들이 실제로는 더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운이 좋은 이유는 그때 당신이 그 사실을 알아채기 때문이다. 윌리엄 베버리지는 <과학적 탐구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도깨비불 혹은 운을 임의로 불러낼 수 없지만 잘 살펴서 나타났을 때 알아보고 이득을 보도록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성공하고 싶다면 “관찰력을 기르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항상 주의하여 운이 제공하는 모든 단서를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우리는 분산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주의는 통제할 수 있다.
- “포커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양상에는 흐름이 있어요. 전 태극과 비슷한 거시적 관점에서 그 흐름을 바라보죠. 핵심은 기의 움직임이에요. 권투만 봐도 그래요. 계속 잽만 던지고 방어를 하지 않으면 당하고 말아요. 얻어맞든지 하겠죠. 전술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공격해야 할 때 공격하고, 방어해야 할 때 방어하고, 움직여야 할 때 움직여야 해요.”
- “포커의 모든 것은 기의 흐름으로 이뤄져요. 누구든 적절한 압박을 가하고 적절한 후퇴를 허용하면 이길 수 있어요. 그사이에 균형을 맞추면 정말 좋아요.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요.”
- 그들이 나쁜 베팅, 정신 나간 콜, 미친 레이즈 등 형편없는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재단하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냥 왜 그랬는지만 파악하면 된다. 정말 좋은 조언이다. 나라면 하지 않을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누군가를 바보라 부르고, 씩씩대고, 화낸적이 얼마나 되는가? 그들을 재단하고 예단하며 그들의 행동에 반응할 게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알았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을까? 또 우리 자신의 행동과 동기에 대해 같은 질문을 했다면 정신과 상담에 쓴 돈을 얼마나 많이 아낄 수 있었을까?
- 이제 그만. 더는 떠밀리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말이 자손심을 너무 건드렸다. 딱 부러지게 대꾸할 자신이 없어서 대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틸트(tilt,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라는 단어를 아직 모른다. 하지만 깔보는 태도가 역력한 마지막 말이 나를 뒤흔들었고 내 의사결정에 감정을 개입시켰다. 단어를 몰라도 그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 돈 말고도 이번 우승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대단히 중요했다. 그 모든 공부,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과의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동력이었다.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흔들며 이 실험을 실패로 간주했을지 모른다.
- “최소 상금이 아니라 우승을 노려야 해. 이렇게 자주 상금 순위권에 겨우 들었다가 바로 탈락하는 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거야. 버블까지 작은 스택으로 간다는 거지.”
- “대체로 자주 상금을 타는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잃어. 최소 상금만 받아서는 돈을 벌 수 없어.”
- “임의로 정한 기한에 얽매이지 마. 항상 내년이 있으니까.”
- 나는 고정관념과 불완전한 지식을 토대로 행동했다. 애초에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을 제대로 읽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나는 단서를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암묵적인 편견에 이끌렸다.
- 비언어적 지각 능력이 뛰어난 경우 추정을 더 잘했다. 습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 휴대폰을 치우라는 에릭의 조언을 따를 뿐 아니라 사람들이 드러내는 신체적 단서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 단서를 그만큼 잘 포착했다.
- 슬레피언의 연구는 그저 내게 다른 목표만을 준 게 아니다. 내가 판단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해도 직관이 얼마나 부실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나 자신의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이런 패턴은 정말 깨야 해요. 상대가 당신에 대한 정보를 적게 얻을수록 좋아요. 당신이 행동을 줄일수록 상대가 얻는 정보가 적어지죠.”
- 블레이크는 행동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 다음 실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는 한 에이스 페어든, 무늬가 같고 번호가 이어진 패든, 쓰레기 패든 레인지의 모든 영역에 속하는 모든 패를 심사숙고하게 된다. 또한 행동하기 전에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자신 있게 행동한다. 그리고 매번 약간의 지체 후에 행동하게 된다. 그러면 확실한 결정일 때 즉각 행동하고 복잡한 결정일 때 지체하는 문제가 사라진다. 또한 전체 과정은 자연스럽게 간소화되고 유연해진다. 물론 손동작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의미 있는 정보를 담을 가능성은 적다.
-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요. 당신은 아주 역동적인 플레이어예요. 내가 당신과 플레이한다면 분명 대화에 끌어들여서 단서를 포착하려 할 거에요.”
- 나는 통제의 한계, 운의 속성을 파악하려고 이 일에 나섰다.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엄청나게 짧은 기간에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 메인이벤트라는 정상에 오르려고 쉼 없이 나아가다 보니 잠시 멈춰서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잊어버렸다. 포커라는 게임, 포커를 터득하기 위한 여정, 나의 사고 과정에 빠르게 스며드는 새로운 기술을 즐기는 법 말이다.
- 내가 멍청한 아마추어들보다 낫다고 착각한 게 더 화가 난다. 멍청한 아마추어는 바로 나였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지 말았어야 했다.
- 에릭은 뛰어난 포커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할 줄 아는, 모든 결정에 내재된 불확실서을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성 말이다. 확신은 줄이고 질문을 늘리라는 그의 말은 더없이 명확했다. 어떤 판을 플레이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길 같은 건 없다. 목표에 도달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길도 없다.
- 어떤 일을 하기 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대단할 수 있다. 포기의 기술은 실로 강력하다.
- 누군가가 기대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 그 누군가가 너 자신이라고 해도. 물러설 때를 알아라. 재조정이 필요한 때를 알아라. 이전의 계획들은 무시하고 전략을 재평가해야 할 때를 알아라.
- “평균은 무시해. 네게 빅 블라인드가 얼마나 남았는지에만 집중해. 평균은 네 전략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중요한 건 네 칩 스택이 얼마나 되는지야.”
- “당신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세요? 당신이 멍청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가요? 고통을 극복하고 싶은 가요? 아니면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어 비전과 꿈을 이루고 싶은가요?”
- 틸트의 원천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일에 전가하는 것을 멈추고, 그 감정을 무관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번 판에서 져서 화가 난다면 그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이 다음 판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요법은 폭풍처럼 몰아치기보다 점화 효과를 초래하는 은근한 종류의 감정에만 통하는 것 같다. 더 강한 감정의 경우 그 영향을 벗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다.
- 우리는 최적의 스트레스 수준을 논의했다. 그래서 플레이를 잘할 정도로만 스트레스를 받도록 나를 밀어붙이되 자신감을 모두 잃을 만큼 너무 세게 밀어붙이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스 플레이어들은 대회 기간에 하루에 최대 6,000칼로리를 소모한다.
- “누구나 운이 좋을 때가 있어요. 명성을 둘러싼 허울을 벗겨내요. 그들에게도 약점이 있어요. 그들도 플레이어이기 이전에 인간이에요.”
- 첫 우승의 맛을 본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그것은 아직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는 불안한 느낌이었다. 나는 원 히트 원더가 되고 싶지 않았다. 순전히 운이 좋아서 국제 대회 타이틀을 딴 사기꾼에 가깝다면 있지도 않은 능력을 내세우고 싶지 않았다.
- “게임을 하면서 제게 필요한 건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자주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은 이상하게 저를 초라하게 만들었어요.”
- 어차피 미국 인구의 약 4분의 1은 미신을 다소 혹은 많이 믿는다고 인정한다. 2019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7퍼센트가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말했고, 23퍼센트가 거울을 깨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22퍼센트는 행운을 바라며 나무를 두드리고, 21퍼센트는 사다리 아래로 지나가지 않는다. 심지어 14퍼센트는 토끼 발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약 11퍼센트는 검은 고양이를 보면 하루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 저술가이자 통계학자인 나심 탈레브는 내가 시도한 전체 프로젝트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게임을 실제 삶의 모델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삶에서는 게임에서 파생된 규칙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리처드 도킨스는 <무지개를 풀며>에서 “대다수 사람은 절대 죽지 않는다. 아예 태어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라고 썼다.
- 그의 말처럼 우리는 여기에 있으며 삶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그 모든 우여곡절, 그 모든 불공정한, 그 모든 소음을 경험할 기회를. 결코 존재하지 못한 수억, 수십조, 수백경, 상상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테이블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 앞으로 일어날 일은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다. 운은 운일 뿐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우리의 사고, 결정 과정, 반응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어떤 일도 순전히 기술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절대로. 단언은 피하고 싶지만 이 말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삶은 삶이기 때문에 운은 언제나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작용한다. 기술은 새로운 전망,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서 기술이나 관찰력 혹은 열의가 부족한 사람들이 놓치는 기회를 보게 해준다. 하지만 나쁜 운이 닥치면 우리의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피해를 완화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