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추천도서 중국근현대사를 읽고
이 책은 매우 특이한 책이다. 중국근현대사에 대하여 일본인이 쓰고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인이 읽는 것이 이 책이다. 다만 표지는 번역하지 않아 일견 보기에는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특히 그 배경의 노란 천안문 광장의 모습이 더욱 그런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 같다.

역사적 인물의 양면성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지만 동시에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한국인이 중국근현대사를 이렇게 자세히 배울 일도 없거니와 공산주의를 금기시하는 한국의 정서를 고려할 때 중국의 공산화 이후 이야기까지 배울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가장 놀란 인물은 마우쩌둥이다. 여기서는 모택동이라고 번역하여서 모택동이라 기재하겠다.
모택동은 한국과는 일제강점기 독립 전쟁에서 협력한 사실이 있으나, 한국전쟁에 중국 참전을 주도한 자이고 문화대혁명을 통해 중국 역사의 퇴보를 가져온 인사로 여러모로 대한민국에서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나쁘다. 하지만 일본인이 중국사에 대하여 논한 이 책에서 모택동을 찬양할 일은 없을 것이고, 굳이 찬양하더라도 이 책에는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 이후 변질된 과정도 담고 있는바, 모택동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기술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의 서술에 따르면 중국근현대사에서 모택동은 말그대로 혁명가다. 청나라가 무너지고 군벌이 들어서 해외 열강의 침략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나타나 국민당에 밀려 영토의 끝까지 밀려나가기도 했지만 당시 중국 사회를 관통하는 전무후무한 전략을 가지고 국민당의 절대적 우위를 깨뜨리고 결국에는 중국을 통일하는 그 과정은 그야말로 영웅의 일대기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책의 영웅은 그 위대한 혁명정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타락한다. 어느 새인가 혁명의 순수한 이념보다는 자신의 이권을 중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예외를 만들고 그 예외는 또다른 예외를 부르면서 결국 스스로의 혁명정신을 파괴한다. 그리고 모택동은 단순히 작은 나라의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의 지도자로 그러한 타락과 파괴를 한국인으로서는 상상도 어려운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의 정점이 문화대혁명이고 그로인해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고 사회적 혼란이 온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모든 타락은 어찌보면 참 인간적이다. 자칫 너무 엄청난 전략가이자 혁명가로 추앙 받기 쉬운 업적을 가진 영웅이 그 역시도 인간일뿐 이라는 것을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그런 숙청의 와중에도 자신의 반대파들에 대하여는 모질게 대하지 않아 모택동 사후 등소평(덩사오핑)이 등장할 수 있게하였고 현재의 중국을 만들어내는데 거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중국의 고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든다.
등소평도 백묘흑묘론만으로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모택동과 대립하며 커온 정치사상가로 중국사에서 뺴놓을 수 없는 존재이고, 동시에 중국 근현대사에서도 많은 부분에 등장하여 현대 중국의 정신적 토대를 쌓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모택동
모택동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각이 났다. 임진왜란의 수괴이자, 수많은 희생을 낸 전쟁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한민국내 이미지가 최악인 외국의 위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일본에서는 전국 3호걸이라고 하면서 추앙받고 특히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운명을 바꾼 자로 인식되면서 자수성가의 상징으로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국시대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후 도요토미파를 견제하기 위해 참근교대와 같은 제도를 두는 등 사후에도 역사에서 영향력은 작지 않다.
모택동도 딱 그렇다. 한국사에서 보자면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닐 수 없는데 이제 중국 근현대사를 알고 보니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 뭔가 독재자가 타락하기 정에 대한 프리퀼 영화를 본 것처럼 그 스토리를 이해하자 뭔가 신기한 느낌이다. 특히 천안문 광장에 커다란 초상화가 붙어 있는 모습은 중국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보통 생각되는데 이제는 뭔가 역사 속 믿기지 않는 일을 이루어낸 영웅의 사진을 붙여두고 존중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대 한국인들이 오사카성에 방문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에서 사진을 찍고 100원짜리를 올려두는 것처럼 나중에는 중국이 더 개방된다면 천안문 광장 모택동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새로운 관광코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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