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솔직히 이번 책은 읽는데 꽤 곤란함을 겪었다. 코스톨라니가 소위 ‘썰’들을 기가 막히게 푸는 달변가였기 때문에 술술 읽히긴 했지만 뭔가 내용이 난해했다. 내가 주식투자를 실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가? 책의 내용은 추상적으로 다가왔고 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평도 무엇을 쓸지 고민을 했다. 분명 여러가지 좋은 말을 읽긴 했는데 그것이 하나의 뿌리로 정리되지 않았고 산발적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저번 책을 읽고 궁금한 게 있었지. 여기서부터 시작을 해봐야겠다.
- 전쟁과 같은 사회불안 요소로 경제 성장이 저지될 때에도 주가는 상승할 수 있는가?
- 그래서 대체 투자를 해야 하는 ‘좋은 종목’이란 무엇인데?
본문
1번 질문은 소위 기본적 요소가 위험 받는 상황임에도 주가 상승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코스톨라니는 이에 대해 내 예상보다도 직접적으로 답변했다.
나는 겸손을 다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자 한다. 8년 동안 경제의 붕괴를 예언했던 모든 도사들이 지금까지는 틀렸다. 그들은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라고 의기 양양하게 알릴 수 있는 날만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걸프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측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은 완전히 별개의 세상이다. 1939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시세가 갑자기 높게 치솟았던 것과 같은 현상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비관적 견해를 가진 교수 …(생략) 이에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 나는 이러한 전문가들에 반대하는 낙관적 학교의 설립을 공표하노라! 지원자는 대환영입니다.
(139p ‘코스톨라니의 낙관적 학교’ 중)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코스톨라니의 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조금은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는 투자자이기 앞서 낙관적 인간이다. 나와 같은 비관론자를 위해 그는 자신의 사상을 ‘페따 꼼쁠리’ 현상과 함께 멋들어지게 설명했다.
그리고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그와 같은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작년에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할 때 (공부하기 싫은 병의 일종으로) 갑자기 환경문제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껏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몇 일간 침대에 누워만 있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걱정과 함께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고 나는 내 감정에 대해 말을 했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야 그런 상황이 오면 그냥 다 죽는 거지 뭐가 걱정이야. 만약 그런 상황 안 오면 어쩔 건데?” 라고 말씀하셨다. 그 애기를 듣고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음을 느꼈고 내 걱정은 친구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그 생각 공부할 때만 들지 않냐?”는 일침을 듣고 아예 사라졌다.
2번에 대한 답은 직접적으로 제시해주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간접적으로 제시해준 것 같은데 내가 느낀 그의 답은 “너 알아서 생각해라”이다. 이 질문 또한 지금까지의 코스톨라니의 태도를 보면 우스운 질문이었다. 코스톨라니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사람 아닌가? 이 질문은 2번 이상 파산해보지도 않고 거인의 어깨 위에 사다리 타려고만 하는 도둑놈의 심보이다.
이를 위해 그는 몇 가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이를 토대로 내 경험을 쌓다 보면 나도 나 자신의 눈을 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정보를 얻다=파산한다”는 나의 격언도 모르니?
투자자가 하강운동의 세 번째 단계인 과장국면에서 추세와 반대로 간다는 것 – 이는 일반적 추세에 역행하여 주식을 매입하고자 하는 것이다-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론을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다르고자 하는 사람조차도 마지막 순간에는 군중심리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고 말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군중 히스테리를 떨쳐 버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하며 조금은 건방진 면이 있어야 한다.
증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증시에 영향을 준다.
“자네의 논리는 단지 통계적, 경제적, 정치적 기타 소위 기본적 요소들에만 의지하고 있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은 앞에서 언급한 기술적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그리고 사람들은 징후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네. 지나가는 악재를 인지한다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꿋꿋하게 버틸 필요가 있네. 그러나 만약 전쟁 또는 평화,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또는 금융적 결정, 정부의 정책 등 기본적인 요인들에 변화가 생기면 즉시 결론을 내려야 하며…(생략)”
일상생활의 논리와는 다른 증권시장의 논리. 증권시장에서만큼은 수학적 지식, 경제학적 지식은 쓰레기이다.
마치며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코스톨라니 자신도 미래의 주식 상황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증권시장의 늙은 ‘해양학자’인 나조차도 폭락의 정확한 시점과 강도를 예견할 수 없다.
주식 시세가 항상 논리적인 것은 아니며, 주변의 현상을 언제나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증권시장의 추세가 나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때에는, 일부러 자기 최면을 걸고 확신을 기다린다.
결국 불확실성이 만연한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잘 진단하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심사숙고, 논리, 정확성에는 절대적인 가치를 둔다. 나는 투자를 계획할 때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결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
비록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진 않지만, 현재 나는 주식 투자에 버금가는 불확실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고민만 하다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으니 일단 시작하자’라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음에도, 합격이냐 아니냐는 수험 생활의 잔인함에서 은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왕 하기로 마음 먹은 것 코스톨라니의 ‘낙관적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또 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그래 내가 남들과는 비교했을 때 공부를 많이 안 하는 건 사실이야. 이것 때문에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 하지만 내 체질이 이런 걸 어떻게 해? 난 이런 공부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내 몇 번의 좌절감 끝에 내린 결론이야.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 추세’로 가는 것이지만 이게 나의 길이기도 해. 그러니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